‘번화가 터줏대감’ 뷰티 로드숍의 몰락, 왜?

간판 내리는 화장품 가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K-뷰티 신화’를 이끌었던 화장품 로드숍들이 잇따라 간판을 내리고 있다. 소비 채널의 온라인·모바일 전환, 편집숍·복합쇼핑몰 등 새로운 유통채널의 발달, 중국인 관광객 등의 감소가 몰락의 이유다. 이에 화장품 브랜드들은 각자 살길 찾기에 나섰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불과 1∼2년 전까지 서울 명동과 강남역 일대를 비롯해 전국 번화가서 가장 임대료가 높은 점포를 차지했던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미샤 등 화장품 가게들. 하지만 지금은 K-뷰티 열풍을 이끌었던 화장품 로드숍(원브랜드숍)을 찾기 쉽지 않다. 

업계 1위도 적자

‘1세대 로드숍’의 대표주자였던 스킨푸드가 기업회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고 업계 1, 2위인 이니스프리와 더페이스샵도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등 로드숍 몰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편의점 업계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장품 로드숍의 현주소는 숫자를 통해 확인된다. 지난해 12월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페이스샵과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미샤,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 주요 로드숍 브랜드의 매장수는 2015년 말 4868개에서 2016년 말 4834개로 1.4% 증가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4775개로 3.2% 감소했다.

지난해 들어서 로드숍 감소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이들 업체의 매장수는 4000∼4100개로 추정된다. 9개월 만에 800∼900개 매장이 줄어든 셈이다. 하루에만 3개 이상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2017년 말과 비교하면 약 14∼16% 줄어든 것으로 2016년 말과 비교하면 17∼19% 감소한 수준이다.


화장품 로드숍은 2000년대 초 중저가화장품 바람이 불면서 국내서만 특화된 유통채널로 등장하면서 오랜 기간 시장을 지배했다. 해외선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파는 ‘뷰티 편집숍’이 일반화됐지만 국내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명동 거리에 몰려든 ‘중국인 관광객(유커)’에 힘입어 로드숍 전성시대가 꽤 오래 이어졌다.

그러나 화장품 유통구조가 지난해 들어 급변했다. 중국발 ‘사드여파’로 2017년 3월 중순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원브랜드숍을 지탱해주던 고객층이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편집숍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같은 유통채널 구조의 급변은 그대로 로드숍 브랜드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최초 로드숍 미샤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 매출은 2012년 3836억원(연결기준 452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점 줄어 2017년 3322억원(3733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급기야 2018년 상반기에는 연결기준 64억4800만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니스프리도 2017년 성장세가 꺾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준 2017년 매출은 6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줄고, 2018년 상반기는 전년 동기 대비 8.4% 줄었다. 2018년 상반기엔 영업이익도 5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감소했다.

2위 더페이스샵도 상황이 좋지 않다. 더페이스샵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2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매장수 역시 계속 감소하는 추세지만 자사 편집숍인 네이처컬렉션 매장을 2017년 말 169개서 2018년 3분기 말 336개까지 늘렸다.

전문가들은 로드숍 브랜드들의 위기는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유통 구조가 오프라인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데다 경쟁력을 갖춘 편집숍들이 사업을 확대하면서 로드숍이 설 자리는 점점 줄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서도 온라인몰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온라인몰서의 화장품 구매는 전년 대비 20% 정도 늘어 침체에 빠진 로드숍 업계와 대조됐다.

통계청의 ‘2018년 9월 온라인쇼핑동향’서 화장품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8302억원으로 전년 동월 6940억원서 19.6% 늘었다. 작년 5월 온라인쇼핑동향에선 화장품 거래액이 전년 동월 대비 32%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에만 800개 이상↓…하루 3개씩 폐업
점포들 발등에 불…각양각색 살길 찾기 

헬스&뷰티숍(H&B)과 뷰티 편집숍의 시장 규모 역시 급격히 커지고 있다. 2010년 H&B 시장은 2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조7000억원으로 7년 새 8.5배 성장했다. 하나금융투자증권은 헬스&뷰티숍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4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헬스&뷰티숍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젊은 여성들이 편의점만큼 자주 찾는 채널로 자리 잡았다. 현재 CJ올리브영이 약 1100여개 매장을 보유했다. 전체 헬스&뷰티숍 및 뷰티 편집숍 시장의 약 과반 이상을 차지해 압도적인 1위다.

후발사업자로 나선 롯데와 신세계는 각각 헬스&뷰티스토어 ‘롭스’와 뷰티 편집숍 ‘시코르’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GS리테일은 AS왓슨 지분을 전량 인수한 후 ‘왓슨스’를 ‘랄라블라’로 바꾸고 부문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서 브랜드숍 본사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조직 개편 및 해외시장 공략을 시작으로 직영몰 강화, 자사 편집숍으로의 전환, 헬스&뷰티숍 및 편집숍 입점,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 등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먼저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e커머스 분야’ 강화에 나섰다. 화장품 유통구조 변화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이니스프리, 에뛰드, 아리따움 등 가맹점주들과 ‘상생안’을 찾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몰 수익을 가맹점주와 공유하겠다고 점주 측에 제안해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 현재 저수익 매장 지원, 온라인몰 구입제품 매장서 교환·배송 등을 협의 중이다.

LG생활건강은 채널 변화를 일찌감치 읽고 더페이스샵을 자사 편집숍인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한다는 나름의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일부 점주들의 반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에선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매장 모두를 철수했다. 이에 로드숍 대신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럭셔리 부문의 ‘후’ ‘숨’ ‘오휘’ ‘빌리프’ 등에 더욱 집중하는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드숍이 어려운 이유는 브랜드가 너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첫 번째, 온라인몰과 홈쇼핑 등에서 대폭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이 두 번째”라며 “온라인, 편집숍,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이 로드숍 점유율을 빠르게 빼앗는 흐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자 살길 찾아…


다른 관계자는 “여성들이 화장품을 구매할 때 직접 발라본 후 구매하길 원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브랜드가 다양해지고 온라인 가격이 내려가면서 로드숍보단 다수 브랜드를 한번에 접할 수 있는 편집숍과 온라인몰을 선호하는 추세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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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