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 터줏대감’ 뷰티 로드숍의 몰락, 왜?

간판 내리는 화장품 가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K-뷰티 신화’를 이끌었던 화장품 로드숍들이 잇따라 간판을 내리고 있다. 소비 채널의 온라인·모바일 전환, 편집숍·복합쇼핑몰 등 새로운 유통채널의 발달, 중국인 관광객 등의 감소가 몰락의 이유다. 이에 화장품 브랜드들은 각자 살길 찾기에 나섰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불과 1∼2년 전까지 서울 명동과 강남역 일대를 비롯해 전국 번화가서 가장 임대료가 높은 점포를 차지했던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미샤 등 화장품 가게들. 하지만 지금은 K-뷰티 열풍을 이끌었던 화장품 로드숍(원브랜드숍)을 찾기 쉽지 않다. 

업계 1위도 적자

‘1세대 로드숍’의 대표주자였던 스킨푸드가 기업회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고 업계 1, 2위인 이니스프리와 더페이스샵도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등 로드숍 몰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편의점 업계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장품 로드숍의 현주소는 숫자를 통해 확인된다. 지난해 12월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페이스샵과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미샤,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 주요 로드숍 브랜드의 매장수는 2015년 말 4868개에서 2016년 말 4834개로 1.4% 증가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4775개로 3.2% 감소했다.

지난해 들어서 로드숍 감소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이들 업체의 매장수는 4000∼4100개로 추정된다. 9개월 만에 800∼900개 매장이 줄어든 셈이다. 하루에만 3개 이상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2017년 말과 비교하면 약 14∼16% 줄어든 것으로 2016년 말과 비교하면 17∼19% 감소한 수준이다.


화장품 로드숍은 2000년대 초 중저가화장품 바람이 불면서 국내서만 특화된 유통채널로 등장하면서 오랜 기간 시장을 지배했다. 해외선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파는 ‘뷰티 편집숍’이 일반화됐지만 국내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명동 거리에 몰려든 ‘중국인 관광객(유커)’에 힘입어 로드숍 전성시대가 꽤 오래 이어졌다.

그러나 화장품 유통구조가 지난해 들어 급변했다. 중국발 ‘사드여파’로 2017년 3월 중순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원브랜드숍을 지탱해주던 고객층이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편집숍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같은 유통채널 구조의 급변은 그대로 로드숍 브랜드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최초 로드숍 미샤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 매출은 2012년 3836억원(연결기준 452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점 줄어 2017년 3322억원(3733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급기야 2018년 상반기에는 연결기준 64억4800만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니스프리도 2017년 성장세가 꺾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준 2017년 매출은 6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줄고, 2018년 상반기는 전년 동기 대비 8.4% 줄었다. 2018년 상반기엔 영업이익도 5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감소했다.

2위 더페이스샵도 상황이 좋지 않다. 더페이스샵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2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매장수 역시 계속 감소하는 추세지만 자사 편집숍인 네이처컬렉션 매장을 2017년 말 169개서 2018년 3분기 말 336개까지 늘렸다.

전문가들은 로드숍 브랜드들의 위기는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유통 구조가 오프라인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데다 경쟁력을 갖춘 편집숍들이 사업을 확대하면서 로드숍이 설 자리는 점점 줄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서도 온라인몰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온라인몰서의 화장품 구매는 전년 대비 20% 정도 늘어 침체에 빠진 로드숍 업계와 대조됐다.

통계청의 ‘2018년 9월 온라인쇼핑동향’서 화장품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8302억원으로 전년 동월 6940억원서 19.6% 늘었다. 작년 5월 온라인쇼핑동향에선 화장품 거래액이 전년 동월 대비 32%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에만 800개 이상↓…하루 3개씩 폐업
점포들 발등에 불…각양각색 살길 찾기 

헬스&뷰티숍(H&B)과 뷰티 편집숍의 시장 규모 역시 급격히 커지고 있다. 2010년 H&B 시장은 2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조7000억원으로 7년 새 8.5배 성장했다. 하나금융투자증권은 헬스&뷰티숍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4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헬스&뷰티숍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젊은 여성들이 편의점만큼 자주 찾는 채널로 자리 잡았다. 현재 CJ올리브영이 약 1100여개 매장을 보유했다. 전체 헬스&뷰티숍 및 뷰티 편집숍 시장의 약 과반 이상을 차지해 압도적인 1위다.

후발사업자로 나선 롯데와 신세계는 각각 헬스&뷰티스토어 ‘롭스’와 뷰티 편집숍 ‘시코르’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GS리테일은 AS왓슨 지분을 전량 인수한 후 ‘왓슨스’를 ‘랄라블라’로 바꾸고 부문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서 브랜드숍 본사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조직 개편 및 해외시장 공략을 시작으로 직영몰 강화, 자사 편집숍으로의 전환, 헬스&뷰티숍 및 편집숍 입점,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 등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먼저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e커머스 분야’ 강화에 나섰다. 화장품 유통구조 변화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이니스프리, 에뛰드, 아리따움 등 가맹점주들과 ‘상생안’을 찾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몰 수익을 가맹점주와 공유하겠다고 점주 측에 제안해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 현재 저수익 매장 지원, 온라인몰 구입제품 매장서 교환·배송 등을 협의 중이다.

LG생활건강은 채널 변화를 일찌감치 읽고 더페이스샵을 자사 편집숍인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한다는 나름의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일부 점주들의 반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에선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매장 모두를 철수했다. 이에 로드숍 대신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럭셔리 부문의 ‘후’ ‘숨’ ‘오휘’ ‘빌리프’ 등에 더욱 집중하는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드숍이 어려운 이유는 브랜드가 너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첫 번째, 온라인몰과 홈쇼핑 등에서 대폭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이 두 번째”라며 “온라인, 편집숍,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이 로드숍 점유율을 빠르게 빼앗는 흐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자 살길 찾아…


다른 관계자는 “여성들이 화장품을 구매할 때 직접 발라본 후 구매하길 원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브랜드가 다양해지고 온라인 가격이 내려가면서 로드숍보단 다수 브랜드를 한번에 접할 수 있는 편집숍과 온라인몰을 선호하는 추세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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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