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싸인’ 북한 식당 백서
‘베일 싸인’ 북한 식당 백서
  • 최현목 기자
  • 승인 2019.03.05 08:38
  • 호수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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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내서 햄버거를 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북한 안팎에 위치한 식당에 대한 관심이다. <일요시사>는 베일에 싸여 있던 북한 식당의 모든 것을 파헤쳤다.
 

북한 주민들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햄버거를 먹을까? 정답은 “그렇다”다.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평양 시내에는 성업 중인 햄버거 가게가 있다. 가게의 이름은 ‘서강 녹색잎 커피숍(SoGwang Green Leaf Coffee Shop)’. 평양 4·25문화회관 길 건너편 고급 아파트단지가 몰린 ‘려명거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시내 중심에

내부에는 원목가구가 배치돼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1970년대를 방불케 한다. 벽면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햄버거 가격은 국내보다 훨씬 저렴하다. 기본 스타일의 햄버거 가격이 채 2달러(약 2200원)가 안 된다. 쇠고기 패티에 베이컨이 들어간 치즈버거는 4달러(약 4400원) 정도다.

북한 주민들의 입맛에 맞춰 현지화가 이뤄졌으며 햄버거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줄 김치가 함께 제공된다. 그 외에도 패티를 위아래로 감싸는 빵을 밀가루가 아닌 쌀로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햄버거는 종이에 포장돼 플라스틱 쟁반에 담겨 나온다. 감자튀김은 일반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게처럼 빨간색 종이갑에 제공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와 유사하다. 

서비스는 패스트푸드점이 아닌 수제버거 가게의 느낌이 강해 셀프 서비스가 아닌 유니폼을 입은 여종업원이 음식을 자리까지 가져다준다.

가게는 지난 2009년 싱가포르의 사업가인 ‘패트릭 서’가 설립했다. 현재 명칭은 서강 녹색잎 커피숍이지만, 설립 당시에는 ‘삼태성’이라는 명칭이었다. 서강 하이테크 회사가 삼태성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메뉴의 특성상 주 고객층은 젊은 커플 위주로 소규모 가족 단위의 고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고객 수는 일주일 기준으로 300~500명가량이라고 한다.

매장 운영을 총괄하는 김영애 매니저는 <AFP통신>에 “고객들은 햄버거가 미국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식당은 싱가포르서 들여온 것이라 몇몇 고객은 햄버거가 싱가포르 음식인 줄 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가 평양서 판매되고 있는 사실은 상당히 놀랍기까지 하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평양에 맥도날드 가게가 입점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이와 동시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해 있는 북한 식당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평양관’과 ‘고려식당’에 대한 관심이 대표적이다.

4400원 치즈버거 시키면 김치도 제공
평양관·고려식당 성업…고위층 이용

평양관은 지난 2008년 문을 열었다. 대북 제재로 한때 폐업 위기까지 겪었지만, 최근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생기를 되찾았다. 하노이 시내에 있는 4층 건물이 모두 평양관이다. 안내문을 보면 1층은 커피점으로 평일에는 손님 대기실로 쓰인다.

2층은 조선요리, 3층은 불고기, 4층은 연회장이며 보통 식사는 2층서 진행된다. 한쪽 구석에는 드럼과 전자 피아노 등이 구비된 무대가 있는데, 매일 오후 8시에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음식이 메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비롯해 소고기철판볶음, 낚지소면볶음, 해물파전, 돌솥비빔밤 등이다. 밑반찬으로는 나박김치·더덕무침·어묵·오이 등이 제공된다. 

북한 음식은 평양냉면 정도가 유일하며 가격은 다른 베트남 현지식당보다 2배 정도 비싼 축에 든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북한 식당을 찾는 한국인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식당도 하노이 시내에 위치해 있으나 한인들 사이에서는 평양관만큼 인기가 있지는 않다고 한다. 입구는 전반적으로 붉은색으로 돼있으며 LED전등이 저녁에도 식당을 선명하게 밝힌다. 유리로 된 출입문 위에는 ‘고려평양식당’이라는 네온사인이 밝혀져 있다.

식당 내부는 우리나라 삼겹살집을 방불케 한다. 목재 천장에 황토색의 외관으로 곳곳에 나무가 심긴 화분이 위치해 있다. 삼겹살집서 볼 수 있는 환풍구가 천장에서 길게 내려와 있다.

한인에 인기

고려식당의 대표 메뉴는 옥류관 평양냉면과 김치가 들어간 왕찐만두다. 평양냉면에는 달걀 반숙, 오이, 고기 등이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평양 옥류관과 똑같은 레시피의 냉면으로 대동강 맥주도 맛볼 수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두 식당은 북한 본국서 운영과 관리를 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왜 베트남인가?

베트남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로 선정된 이유는 두 국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북한은 오랜 기간 베트남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베트남 역시 북한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베트남의 호치민은 여러 회담을 가졌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은 베트남의 도이모이 정책을 북한의 경제개발 모델로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베트남 하노이에 북한 대사관이 위치해 있는 점도 작용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트남 전쟁’을 치른 미국과 베트남은 최근 관계를 재정립해나가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세에 두 국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역사적으로 중국과 대립해왔던 베트남과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 반대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베트남 입장서 미국과의 우호관계는 필수적이다.

지난 2016년 5월 베트남을 방문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베트남에 내려져 있던 무기수출금지 조치를 전면적으로 해제했으며, 하노이에 위치한 쌀국수 가게를 방문해 식사를 하는 등 두 국가의 관계가 달라졌음을 보여준 바 있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