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돈 챙긴 오너들 막전막후

직원들 보너스 못 줘도 오너 일가 배당은 팍팍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주가 하락과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권 행사, 기업의 막대한 현금 보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등이 맞물리며 배당이 매년 확대되는 추세지만 '대주주 배불리기'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토니모리가 ‘실적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업황 악화와 연결 자회사의 부진이 겹치면서 적자규모가 더 커졌다. 다만 이런 상황서도 배당규모는 전년보다 확대돼 이목을 끌고 있다.  

회사 어려워도
주머니는 두둑

토니모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6.06% 감소한 5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8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3%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78억원의 적자를 기록, 전년 대비 41.75%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34억원에 달했다.

다만 같은 기간 매출액은 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토니모리는 2017년 적자로 전환한 뒤, 실적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장품 로드숍 시장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연결 자회사의 부진과 각종 비용 부담까지 늘어나며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4분기의 경우 중국사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인한 재고자산 처리를 위한 1회성 원가 반영과 자회사인 메가코스 초기 가동에 따른 원가상승, 판매관리비 증가로 인해 적자규모가 커진 것으로 평가됐다.


실적악화에도 배당은 확대됐다. 토니모리는 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회계연도에 대한 결산배당으로 주당 100원을 현금배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너가(家) 배당 잔치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 12일 배당 관련 내용을 정정했다. 새롭게 수정된 내용은 전 주주 대상이던 주식 배당금을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제외)를 제외하고 차등 배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년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규모다. 토니모리는 지난해의 경우, 주당 50원을 소액주주만을 대상으로 차등 배당했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해서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당시 토니모리는 “주주우선 경영 이념과 영업적자를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토니모리의 지분 66.13%는 배해동 회장(32.12%)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4명이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에 대한 배당만 이뤄지면서 총 배당금은 2억9116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 주주를 대상으로 배당이 진행된다. 여기에 주당배당금도 늘어나면서 배당규모가 대폭 불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도 올해는 두둑한 현금을 챙기게 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소유 지분율로 계산할 경우 배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4명은 이번 배당으로 11억6647만원을 챙길 전망이다. 이 가운데 배 회장은 5억6647만원의 배당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토니모리, 배당 대상 변경의 이유는?
국순당, 상폐 위기에도 배당에만 혈안

토니모리는 2006년 설립된 화장품 제조 및 판매사로 2015년 7월10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백세주’로 유명한 국내 대표 전통주 전문기업 국순당의 배중호 대표가 ‘자기 배불리기’ 행보를 보여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다.


국순당은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백세주 자진회수를 결정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후속작 부진, 업황 악화 등 영향으로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자로 공시한 ‘내부결산시점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발생’ 서류서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526억7900만원, 영업손실 27억5100만원, 순이익 151억71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순당의 영업손실은 최근 4년 연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 실제로 2015년 83억500만원, 2016년 54억5600만원, 2017년 35억8400만원, 그리고 지난해까지 잇따라 영업손실을 내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에 한국거래소는 최근 국순당에 대해 관리종목으로 지정할 우려가 있다며 외부감사를 거쳐 올해 실적이 확정되면 거래소는 국순당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전한 바 있다.

국순당은 올해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코스닥 상장 규정 38조 2항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심사를 통해 개선기간을 부여받거나 상장폐지로 지정돼 매매정리 후 공식적으로 증시서 퇴출된다.

또 국순당은 이날 현금·현물배당 결정 공시도 함께 냈다. 국순당은 결산배당으로 주당 26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6.18%, 배당금 총액은 45억8377만8160원이다. 배당 기준일은 지난해 12월31일이다.

투자보다…
연구비도 줄어

지난해 9월30일 기준으로 배 대표는 국순당 지분 36.59%(653만3744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배 대표의 아들인 배상민 상무 4.06%(72만4220주), 딸 은경씨가 1.33%(23만8110주)를 보유 중이다.

이번 현금배당을 통해 배 대표는 16억6800만원 상당을 배당 명목으로 챙기게 됐고 배 상무와 은경씨도 각각 1억8800만원, 69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회사는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정작 배 대표는 실적을 고려하지 않고 배당금만 올리고 있다는 점.

국순당은 2017년 1주당 17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50원의 배당을 책정했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 배 대표의 보수도 인상됐다. 2015년과 2016년 8억1000만원 수준이던 연봉은 2017년 10억3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8%나 뛰었다.

공기청정기와 가습기 등 생활가전 전문기업인 위닉스도 배당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10년간 순이익의 절반가량을 배당한 것.
 

반면 연구개발(R&D)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어 미래성장동력 확보보다는 오너 일가의 주머니 채우기를 우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닉스는 오너일가인 윤희종 회장과 윤철민 사장이 각각 30.5%, 19.6% 등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배당액의 절반이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다.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닉스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314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161억원을 배당했다. 윤 회장이 10년 동안 받은 배당금 총액은 59억1000만원이다.

윤 사장은 2014년부터 26억3000만원을 받았다. 윤 회장과 윤 사장 부자가 10년 동안 위닉스서 배당받은 금액을 합치면 총 85억4000만원이다. 최근 2년 사이 받은 배당금만 54억원에 달한다. 10년간 받은 배당금의 63%가 최근 2년 동안 받은 것이다. 

위닉스가 배당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당시 11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26.6%인 30억원을 배당했다. 주당배당금은 200원으로 최대 4배 뛰었다. 

지난해에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중간배당(주당 200원)도 실시했고 연말에도 주당 200원을 배당했다. 연간 기준으로 주당배당금은 400원이고 배당성향은 38.9%로 크게 높아졌다.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16%)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대대적 정정
그래도 강행


위닉스 관계자는 “2018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배당이 확대됐다”며 “영업상황이나 이익을 고려해 배당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닉스는 2016년 139억원의 순적자가 났음에도 주당 5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전년도에 171억원 적자를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배당에 나선 것이다. 2011년에도 62억원 적자를 냈지만 주당 50원씩 6억원 이상을 배당했다. 

공교롭게도 위닉스가 배당에 활발히 나선 시기부터 연구개발비는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2013년과 2014년 42억원대로 고점을 찍었고 2015년 40억원, 2016년에는 36억원이 됐다. 

2017년 연구개발비는 38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하락했다. 2015년 매출 대비 2.1%였던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6년 1.7%, 2017년 1.5%로 매년 떨어졌다. 지난해는 1∼9월 동안 1.2%로 더 낮아졌다.

세아그룹도 오너 일가의 배당을 대폭 늘려 빈축을 사고 있다. 회사는 기울어도 오너 일가의 부를 늘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족벌경영 폐해가 곳곳서 드러나고 있는 것.

지난 1월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아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5조1766억원, 영업이익 1543억원, 당기순이익 9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7년에 비해 8.0%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각각 43.8%, 53.4% 줄었다.

위닉스, 배당은 늘고 투자는 매년 감소
세아그룹, 실적 정정? 배당금은 챙긴다

철강사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세아홀딩스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세아홀딩스는 자회사의 결산 과정서 일회성 요인이 발생했다면서 지난달 19일 지난해 실적을 대대적으로 정정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물론 자산총계와 부채총계, 자본총계, 자본총계 대비 자본금 비율까지 모두 8개 항목을 수정했다.

정정공시로 세아홀딩스의 지난해 영업실적 부진은 더욱 심해졌다. 세아홀딩스의 정정공시를 보면 지난해 매출은 5조1767억원으로 0.01% 증가에 그친 것으로 수정됐지만, 영업이익은 당초 공시 대비 23.9%가 감소한 1175억원으로 정정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33% 줄어든 659억원이 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세아홀딩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8%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2% 줄었고 순이익은 전년 대비 68.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아홀딩스 측은 “매출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 법인 15%) 이상 변경 공시 규정에 따라 실적을 공시했지만 자회사의 결산 과정서 일회성 요인이 추가되면서 정정공시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세아홀딩스는 이 같은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배당금을 전년보다 25% 늘린 99억9775만원으로 확정했다. 배당규모는 실적 정정이 이뤄진 이후에도 수정되지 않아 오너 일가는 당초 결정대로 배당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세아홀딩스는 배당금의 대부분은 지분이 많은 오너 일가 차지가 된다. 최대주주인 3세 이태성 대표를 비롯해 오너 일가가 79.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가 35.12%의 지분을, 이 대표의 어머니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회장이 10.6%, 작은아버지인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이 12.66%, 사촌인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이 17.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결산배당을 통해 오너 일가에 돌아가는 배당금은 79억8320만원에 달한다.

동전 양면 같은…
긍정적인 면도?

한 업계 전문가는 “지나친 배당은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도 있지만 적절한 배당은 주가상승 등 오히려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처럼 동전의 양면 같은 게 배당정책인 만큼 회사는 정치·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일관된 자세로 주주들에게 경영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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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