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돈 챙긴 오너들 막전막후

직원들 보너스 못 줘도 오너 일가 배당은 팍팍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주가 하락과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권 행사, 기업의 막대한 현금 보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등이 맞물리며 배당이 매년 확대되는 추세지만 '대주주 배불리기'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토니모리가 ‘실적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업황 악화와 연결 자회사의 부진이 겹치면서 적자규모가 더 커졌다. 다만 이런 상황서도 배당규모는 전년보다 확대돼 이목을 끌고 있다.  

회사 어려워도
주머니는 두둑

토니모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6.06% 감소한 5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8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3%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78억원의 적자를 기록, 전년 대비 41.75%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34억원에 달했다.

다만 같은 기간 매출액은 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토니모리는 2017년 적자로 전환한 뒤, 실적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장품 로드숍 시장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연결 자회사의 부진과 각종 비용 부담까지 늘어나며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4분기의 경우 중국사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인한 재고자산 처리를 위한 1회성 원가 반영과 자회사인 메가코스 초기 가동에 따른 원가상승, 판매관리비 증가로 인해 적자규모가 커진 것으로 평가됐다.


실적악화에도 배당은 확대됐다. 토니모리는 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회계연도에 대한 결산배당으로 주당 100원을 현금배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너가(家) 배당 잔치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 12일 배당 관련 내용을 정정했다. 새롭게 수정된 내용은 전 주주 대상이던 주식 배당금을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제외)를 제외하고 차등 배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년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규모다. 토니모리는 지난해의 경우, 주당 50원을 소액주주만을 대상으로 차등 배당했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해서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당시 토니모리는 “주주우선 경영 이념과 영업적자를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토니모리의 지분 66.13%는 배해동 회장(32.12%)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4명이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에 대한 배당만 이뤄지면서 총 배당금은 2억9116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 주주를 대상으로 배당이 진행된다. 여기에 주당배당금도 늘어나면서 배당규모가 대폭 불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도 올해는 두둑한 현금을 챙기게 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소유 지분율로 계산할 경우 배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4명은 이번 배당으로 11억6647만원을 챙길 전망이다. 이 가운데 배 회장은 5억6647만원의 배당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토니모리, 배당 대상 변경의 이유는?
국순당, 상폐 위기에도 배당에만 혈안

토니모리는 2006년 설립된 화장품 제조 및 판매사로 2015년 7월10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백세주’로 유명한 국내 대표 전통주 전문기업 국순당의 배중호 대표가 ‘자기 배불리기’ 행보를 보여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다.


국순당은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백세주 자진회수를 결정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후속작 부진, 업황 악화 등 영향으로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자로 공시한 ‘내부결산시점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발생’ 서류서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526억7900만원, 영업손실 27억5100만원, 순이익 151억71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순당의 영업손실은 최근 4년 연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 실제로 2015년 83억500만원, 2016년 54억5600만원, 2017년 35억8400만원, 그리고 지난해까지 잇따라 영업손실을 내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에 한국거래소는 최근 국순당에 대해 관리종목으로 지정할 우려가 있다며 외부감사를 거쳐 올해 실적이 확정되면 거래소는 국순당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전한 바 있다.

국순당은 올해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코스닥 상장 규정 38조 2항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심사를 통해 개선기간을 부여받거나 상장폐지로 지정돼 매매정리 후 공식적으로 증시서 퇴출된다.

또 국순당은 이날 현금·현물배당 결정 공시도 함께 냈다. 국순당은 결산배당으로 주당 26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6.18%, 배당금 총액은 45억8377만8160원이다. 배당 기준일은 지난해 12월31일이다.

투자보다…
연구비도 줄어

지난해 9월30일 기준으로 배 대표는 국순당 지분 36.59%(653만3744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배 대표의 아들인 배상민 상무 4.06%(72만4220주), 딸 은경씨가 1.33%(23만8110주)를 보유 중이다.

이번 현금배당을 통해 배 대표는 16억6800만원 상당을 배당 명목으로 챙기게 됐고 배 상무와 은경씨도 각각 1억8800만원, 69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회사는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정작 배 대표는 실적을 고려하지 않고 배당금만 올리고 있다는 점.

국순당은 2017년 1주당 17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50원의 배당을 책정했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 배 대표의 보수도 인상됐다. 2015년과 2016년 8억1000만원 수준이던 연봉은 2017년 10억3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8%나 뛰었다.

공기청정기와 가습기 등 생활가전 전문기업인 위닉스도 배당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10년간 순이익의 절반가량을 배당한 것.
 

반면 연구개발(R&D)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어 미래성장동력 확보보다는 오너 일가의 주머니 채우기를 우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닉스는 오너일가인 윤희종 회장과 윤철민 사장이 각각 30.5%, 19.6% 등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배당액의 절반이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다.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닉스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314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161억원을 배당했다. 윤 회장이 10년 동안 받은 배당금 총액은 59억1000만원이다.

윤 사장은 2014년부터 26억3000만원을 받았다. 윤 회장과 윤 사장 부자가 10년 동안 위닉스서 배당받은 금액을 합치면 총 85억4000만원이다. 최근 2년 사이 받은 배당금만 54억원에 달한다. 10년간 받은 배당금의 63%가 최근 2년 동안 받은 것이다. 

위닉스가 배당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당시 11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26.6%인 30억원을 배당했다. 주당배당금은 200원으로 최대 4배 뛰었다. 

지난해에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중간배당(주당 200원)도 실시했고 연말에도 주당 200원을 배당했다. 연간 기준으로 주당배당금은 400원이고 배당성향은 38.9%로 크게 높아졌다.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16%)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대대적 정정
그래도 강행


위닉스 관계자는 “2018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배당이 확대됐다”며 “영업상황이나 이익을 고려해 배당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닉스는 2016년 139억원의 순적자가 났음에도 주당 5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전년도에 171억원 적자를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배당에 나선 것이다. 2011년에도 62억원 적자를 냈지만 주당 50원씩 6억원 이상을 배당했다. 

공교롭게도 위닉스가 배당에 활발히 나선 시기부터 연구개발비는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2013년과 2014년 42억원대로 고점을 찍었고 2015년 40억원, 2016년에는 36억원이 됐다. 

2017년 연구개발비는 38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하락했다. 2015년 매출 대비 2.1%였던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6년 1.7%, 2017년 1.5%로 매년 떨어졌다. 지난해는 1∼9월 동안 1.2%로 더 낮아졌다.

세아그룹도 오너 일가의 배당을 대폭 늘려 빈축을 사고 있다. 회사는 기울어도 오너 일가의 부를 늘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족벌경영 폐해가 곳곳서 드러나고 있는 것.

지난 1월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아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5조1766억원, 영업이익 1543억원, 당기순이익 9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7년에 비해 8.0%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각각 43.8%, 53.4% 줄었다.

위닉스, 배당은 늘고 투자는 매년 감소
세아그룹, 실적 정정? 배당금은 챙긴다

철강사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세아홀딩스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세아홀딩스는 자회사의 결산 과정서 일회성 요인이 발생했다면서 지난달 19일 지난해 실적을 대대적으로 정정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물론 자산총계와 부채총계, 자본총계, 자본총계 대비 자본금 비율까지 모두 8개 항목을 수정했다.

정정공시로 세아홀딩스의 지난해 영업실적 부진은 더욱 심해졌다. 세아홀딩스의 정정공시를 보면 지난해 매출은 5조1767억원으로 0.01% 증가에 그친 것으로 수정됐지만, 영업이익은 당초 공시 대비 23.9%가 감소한 1175억원으로 정정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33% 줄어든 659억원이 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세아홀딩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8%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2% 줄었고 순이익은 전년 대비 68.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아홀딩스 측은 “매출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 법인 15%) 이상 변경 공시 규정에 따라 실적을 공시했지만 자회사의 결산 과정서 일회성 요인이 추가되면서 정정공시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세아홀딩스는 이 같은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배당금을 전년보다 25% 늘린 99억9775만원으로 확정했다. 배당규모는 실적 정정이 이뤄진 이후에도 수정되지 않아 오너 일가는 당초 결정대로 배당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세아홀딩스는 배당금의 대부분은 지분이 많은 오너 일가 차지가 된다. 최대주주인 3세 이태성 대표를 비롯해 오너 일가가 79.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가 35.12%의 지분을, 이 대표의 어머니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회장이 10.6%, 작은아버지인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이 12.66%, 사촌인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이 17.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결산배당을 통해 오너 일가에 돌아가는 배당금은 79억8320만원에 달한다.

동전 양면 같은…
긍정적인 면도?

한 업계 전문가는 “지나친 배당은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도 있지만 적절한 배당은 주가상승 등 오히려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처럼 동전의 양면 같은 게 배당정책인 만큼 회사는 정치·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일관된 자세로 주주들에게 경영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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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