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투톱’ 황교안-나경원 궁합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04 10:03:44
  • 호수 1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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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기름이냐, 물과 얼음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황색 물결이 2·27전당대회(이하 전대)를 휩쓸었다. 황교안 후보는 오세훈·김진태 후보를 누르고 자유한국당을 이끌어갈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새 지도부 선출을 마친 한국당은 21대 총선 승리를 정조준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호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 당기 이양 받는 황교안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새로운 지도부를 꾸렸다. 대세론은 흔들리지 않았다. 당선자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른 황교안 신임 당 대표는 “당원 동지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받았다. 큰 기대와 성원, 새로운 정치로 반드시 보답하겠다. 한국당을 다시 일으키고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색 물결
대세 인증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흔히 ‘투톱’이라고 일컫는다. 당 대표가 바깥일을 한다면, 원내대표는 안살림을 챙기기 때문이다. 당 대표는 전국적 당 조직을,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을 대표한다. 얼핏 각자의 영역이 명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하는 일의 경계가 애매하다. 이에 투톱 사이에는 늘 긴장감이 흐른다.

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소위 ‘엇박자’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와 우원식 전 원내대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내 ‘불화설’에 휩싸인 바 있다. 정치권이 투톱의 호흡을 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전대에 쏠리는 정치권의 관심이 남달랐던 이유는 선출된 지도부가 21대 총선의 공천권을 갖기 때문이다. 여당인 민주당도 한국당 전대 상황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전대가 있기 전 여당 내에서 ‘황나땡’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러한 관심의 방증이다.


황나땡은 “황교안이 전대에 나오면 땡큐”라는 말의 줄임 표현이다. 황 대표가 당선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맙다는 뜻이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국무총리 출신이라는 점에서 ‘탄핵 프레임’을 씌우기 좋다는 분석이 저변에 깔려있다.

황 대표가 당선되고 나서는 또 다른 의미의 황나땡이 여당 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번에는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투톱 조합이면 땡큐”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왜 두 사람의 조합을 반기는 것일까.

황 대표는 1957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 진학해 동 대학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1981년 23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3기)에 합격한 뒤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 대구고검장 등을 지냈다. 2011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검사 재직 시절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혔다.

한국당 투톱
과연 호흡은?

법무법인 태평양서 고문 변호사로 재직하던 중 박근혜정부 들어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돼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했다. 2015년 6월 국무총리로 취임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19대 대선이 열리기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했다.

나 원내대표도 서울 출생으로 황 대표보다 6살 적은 1963년생이다. 서울여고를 졸업하고 1986년 서울대에 진학해 법학 학사, 동 대학원서 1989년 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1997년 국제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1990년 제34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4기)에 합격한 나 원내대표는 부산·인천지법, 서울행정법원 등에서 판사로 일했다.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 영입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17대 총선을 시작으로 지난 2016년 20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기록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법조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수를 대표하는 야당의 투톱이 법조인으로 채워진 것이다. 한국당은 전통적으로 법조인 출신이 강세를 보여왔다. 안상수·박희태·홍준표 전 대표, 황우여 전 원내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한국당을 ‘법조당’이라 일컫는다.

정치 입문 43일 만에 보수당 대표
법조인 투톱 탄생…유연성은 부족?

법조인 출신 지도부는 장단점을 갖고 있다. 당헌·당규에 따라 당을 이끄는 데는 능하지만, 원칙을 중시하다 보니 당을 통합하는 데는 약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시시비비를 가리길 좋아하는 법조인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비법조인 출신에 비해 정치적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모두 최근 ‘친박(친 박근혜)’을 정치적 지원군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회창 키즈'로 시작해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돼왔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는 비박으로 통했다. 박근혜정부서 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이었음에도, 경쟁자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밀려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다.

이에 비박(비 박근혜)계가 탈당해 바른정당을 세웠을 때 나 원내대표 역시 탈당할 것이라는 예상이 정치권에 팽배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한국당에 남았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나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비박·복당파의 지지를 받던 김학용 의원을 더블스코어 차로 제치고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황 대표는 박근혜정부 때 입각한 원조 친박이다.
 

▲ 지난 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서 당선된 당선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 최근 친박 측의 지원군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두 사람 사이에 딱히 접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황 대표가 한국당 입당을 결정하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후의 상황에 비춰 두 사람의 호흡을 간접적으로 예상해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춰보면 두 사람의 호흡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나 원내대표는 이전에 황 대표에게 두 번의 태클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나경원 태클
친황계 우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 황 대표를 당 상임고문으로 추대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비공개 비대위 회의서 그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현 당 대표)가 국무총리까지 지내신 분이니 합당한 예우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상임고문 추대를 제안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상임고문은 3선 이상 의원들로 정치 현장에 계실 때 중량감 있는 분들로 모시는 게 관례”라고 반대했다. 결국 황 대표의 상임고문 추대는 없던 일이 됐다.

또 다른 사례는 친황(친 황교안)계에 대한 공개 경고였다. 마찬가지로 지난 1월 나 원내대표는 의원 연찬회서 “친박, 친이를 넘어섰더니 이제 친황을 들고 나온다”며 “의원님들은 당헌·당규상 전대를 하면 캠프에 못 들어가는 걸 잘 아시지 않느냐”고 또 다른 계파형성 조짐에 우려를 표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한국당 내부에서는 일종의 기 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이번 전대를 통해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딘 신인이다. 반면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02년 이회창 키즈로 영입돼 내리 4선을 한 중진이다. 법조인으로서는 황 대표가 선배이지만, 정치 경력으로는 나 원내대표가 선배다.


비박계 모 의원실 관계자는 “여의도에서는 나이보다 선수가 우선”이라며 “운동장을 네 바퀴나 돌아본 나 원내대표가 보기에 황 대표는 이제 막 출발선서 발을 뗀 분이다. 거기다 나 원내대표는 현역이고 황 대표는 원외다. 당내 영향력이나 조직력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 쪽으로 권력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상까지 나온다.

친황 경계했던 ‘나’…묘한 긴장감
김진태 지지자들 “전대 무효" 주장

전대는 전반적으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해 찝찝한 뒷맛을 남겼다. 전대가 시작되기 30여분 전 격앙된 황교안 측 지지자와 김진태 측 지지자가 행사장 밖에서 충돌했다. 다행히 큰 몸싸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당일 1시10분경에는 한국당을 규탄하는 기습 시위도 열렸다. 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김진태·김순례 제명! 한국당 해체!” “세월호 참사 범죄은닉·증거인멸” “친일파+태극기 극우세트” “부끄러운 역사 왜곡, 온 국민이 분노한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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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뿌려진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시위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빈민해방실천연대, 5·18국회농성단, 노동당 등 진보진영 정당과 단체가 참여했다. 경찰과 119구급대가 출동해 진화에 나섰으나, 한국당 지지자들과 시위 참석자들이 뒤엉켜 현장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격앙된 한국당 지지자들은 “남의 잔치에 와서 뭐 하는 짓이냐”며 시위 참석자들에게 항의했다. 일부 한국당 지지자들은 시위 참석자를 향해 침을 뱉는 등의 행동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황 대표가 당선되고 나서는 김진태 후보 측 지지자들이 행사장 출구를 점거하고 ‘전대 무효’를 외쳤다. 이들은 결과 발표가 예정보다 30분 늦어진 점을 들어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항의하던 한 지지자는 “우리(김 후보 측 지지자)가 이렇게 많이 오고 힘을 실어줬는데, 2만표가 말이 되나. 분명히 조작됐다. 대한민국이 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찝찝한 뒷맛
의문의 통합

황 대표에게 당내 통합이라는 숙제가 던져졌다. 황 대표는 당선 이후 기자회견서 “경선 과정서 있었던 일들은 이미 많이 치유됐다. 또 앞으로도 갈등의 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늘 후보자들이 나눈 이야기를 보면 앞으로 한국당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을지 방향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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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