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투톱’ 황교안-나경원 궁합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04 10:03:44
  • 호수 1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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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기름이냐, 물과 얼음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황색 물결이 2·27전당대회(이하 전대)를 휩쓸었다. 황교안 후보는 오세훈·김진태 후보를 누르고 자유한국당을 이끌어갈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새 지도부 선출을 마친 한국당은 21대 총선 승리를 정조준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호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 당기 이양 받는 황교안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새로운 지도부를 꾸렸다. 대세론은 흔들리지 않았다. 당선자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른 황교안 신임 당 대표는 “당원 동지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받았다. 큰 기대와 성원, 새로운 정치로 반드시 보답하겠다. 한국당을 다시 일으키고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색 물결
대세 인증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흔히 ‘투톱’이라고 일컫는다. 당 대표가 바깥일을 한다면, 원내대표는 안살림을 챙기기 때문이다. 당 대표는 전국적 당 조직을,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을 대표한다. 얼핏 각자의 영역이 명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하는 일의 경계가 애매하다. 이에 투톱 사이에는 늘 긴장감이 흐른다.

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소위 ‘엇박자’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와 우원식 전 원내대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내 ‘불화설’에 휩싸인 바 있다. 정치권이 투톱의 호흡을 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전대에 쏠리는 정치권의 관심이 남달랐던 이유는 선출된 지도부가 21대 총선의 공천권을 갖기 때문이다. 여당인 민주당도 한국당 전대 상황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전대가 있기 전 여당 내에서 ‘황나땡’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러한 관심의 방증이다.


황나땡은 “황교안이 전대에 나오면 땡큐”라는 말의 줄임 표현이다. 황 대표가 당선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맙다는 뜻이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국무총리 출신이라는 점에서 ‘탄핵 프레임’을 씌우기 좋다는 분석이 저변에 깔려있다.

황 대표가 당선되고 나서는 또 다른 의미의 황나땡이 여당 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번에는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투톱 조합이면 땡큐”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왜 두 사람의 조합을 반기는 것일까.

황 대표는 1957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 진학해 동 대학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1981년 23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3기)에 합격한 뒤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 대구고검장 등을 지냈다. 2011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검사 재직 시절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혔다.

한국당 투톱
과연 호흡은?

법무법인 태평양서 고문 변호사로 재직하던 중 박근혜정부 들어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돼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했다. 2015년 6월 국무총리로 취임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19대 대선이 열리기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했다.

나 원내대표도 서울 출생으로 황 대표보다 6살 적은 1963년생이다. 서울여고를 졸업하고 1986년 서울대에 진학해 법학 학사, 동 대학원서 1989년 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1997년 국제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1990년 제34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4기)에 합격한 나 원내대표는 부산·인천지법, 서울행정법원 등에서 판사로 일했다.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 영입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17대 총선을 시작으로 지난 2016년 20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기록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법조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수를 대표하는 야당의 투톱이 법조인으로 채워진 것이다. 한국당은 전통적으로 법조인 출신이 강세를 보여왔다. 안상수·박희태·홍준표 전 대표, 황우여 전 원내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한국당을 ‘법조당’이라 일컫는다.

정치 입문 43일 만에 보수당 대표
법조인 투톱 탄생…유연성은 부족?

법조인 출신 지도부는 장단점을 갖고 있다. 당헌·당규에 따라 당을 이끄는 데는 능하지만, 원칙을 중시하다 보니 당을 통합하는 데는 약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시시비비를 가리길 좋아하는 법조인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비법조인 출신에 비해 정치적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모두 최근 ‘친박(친 박근혜)’을 정치적 지원군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회창 키즈'로 시작해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돼왔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는 비박으로 통했다. 박근혜정부서 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이었음에도, 경쟁자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밀려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다.

이에 비박(비 박근혜)계가 탈당해 바른정당을 세웠을 때 나 원내대표 역시 탈당할 것이라는 예상이 정치권에 팽배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한국당에 남았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나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비박·복당파의 지지를 받던 김학용 의원을 더블스코어 차로 제치고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황 대표는 박근혜정부 때 입각한 원조 친박이다.
 

▲ 지난 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서 당선된 당선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 최근 친박 측의 지원군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두 사람 사이에 딱히 접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황 대표가 한국당 입당을 결정하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후의 상황에 비춰 두 사람의 호흡을 간접적으로 예상해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춰보면 두 사람의 호흡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나 원내대표는 이전에 황 대표에게 두 번의 태클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나경원 태클
친황계 우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 황 대표를 당 상임고문으로 추대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비공개 비대위 회의서 그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현 당 대표)가 국무총리까지 지내신 분이니 합당한 예우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상임고문 추대를 제안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상임고문은 3선 이상 의원들로 정치 현장에 계실 때 중량감 있는 분들로 모시는 게 관례”라고 반대했다. 결국 황 대표의 상임고문 추대는 없던 일이 됐다.

또 다른 사례는 친황(친 황교안)계에 대한 공개 경고였다. 마찬가지로 지난 1월 나 원내대표는 의원 연찬회서 “친박, 친이를 넘어섰더니 이제 친황을 들고 나온다”며 “의원님들은 당헌·당규상 전대를 하면 캠프에 못 들어가는 걸 잘 아시지 않느냐”고 또 다른 계파형성 조짐에 우려를 표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한국당 내부에서는 일종의 기 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이번 전대를 통해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딘 신인이다. 반면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02년 이회창 키즈로 영입돼 내리 4선을 한 중진이다. 법조인으로서는 황 대표가 선배이지만, 정치 경력으로는 나 원내대표가 선배다.


비박계 모 의원실 관계자는 “여의도에서는 나이보다 선수가 우선”이라며 “운동장을 네 바퀴나 돌아본 나 원내대표가 보기에 황 대표는 이제 막 출발선서 발을 뗀 분이다. 거기다 나 원내대표는 현역이고 황 대표는 원외다. 당내 영향력이나 조직력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 쪽으로 권력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상까지 나온다.

친황 경계했던 ‘나’…묘한 긴장감
김진태 지지자들 “전대 무효" 주장

전대는 전반적으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해 찝찝한 뒷맛을 남겼다. 전대가 시작되기 30여분 전 격앙된 황교안 측 지지자와 김진태 측 지지자가 행사장 밖에서 충돌했다. 다행히 큰 몸싸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당일 1시10분경에는 한국당을 규탄하는 기습 시위도 열렸다. 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김진태·김순례 제명! 한국당 해체!” “세월호 참사 범죄은닉·증거인멸” “친일파+태극기 극우세트” “부끄러운 역사 왜곡, 온 국민이 분노한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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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뿌려진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시위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빈민해방실천연대, 5·18국회농성단, 노동당 등 진보진영 정당과 단체가 참여했다. 경찰과 119구급대가 출동해 진화에 나섰으나, 한국당 지지자들과 시위 참석자들이 뒤엉켜 현장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격앙된 한국당 지지자들은 “남의 잔치에 와서 뭐 하는 짓이냐”며 시위 참석자들에게 항의했다. 일부 한국당 지지자들은 시위 참석자를 향해 침을 뱉는 등의 행동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황 대표가 당선되고 나서는 김진태 후보 측 지지자들이 행사장 출구를 점거하고 ‘전대 무효’를 외쳤다. 이들은 결과 발표가 예정보다 30분 늦어진 점을 들어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항의하던 한 지지자는 “우리(김 후보 측 지지자)가 이렇게 많이 오고 힘을 실어줬는데, 2만표가 말이 되나. 분명히 조작됐다. 대한민국이 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찝찝한 뒷맛
의문의 통합

황 대표에게 당내 통합이라는 숙제가 던져졌다. 황 대표는 당선 이후 기자회견서 “경선 과정서 있었던 일들은 이미 많이 치유됐다. 또 앞으로도 갈등의 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늘 후보자들이 나눈 이야기를 보면 앞으로 한국당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을지 방향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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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