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총리-촛불총리’ 어색한 만남 풀스토리

얽히고설킨 기묘한 인연 ‘언제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전직 국무총리와 현직 국무총리의 만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대표로 당선된 황교안 전 총리와 이낙연 총리는 묘하게 맞닿아 있다. 황 전 총리는 탄핵정국 당시 국무총리였다. 이 총리는 촛불혁명 이후 탄생한 정부의 국무총리다. 동시에 이들은 각각 보수·진보진영 차기 대권주자 1위로 꼽힌다. 황 전 총리는 철저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국무총리 사이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모양새다.
 

▲ 황교안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당대회(이하 전대)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 동안 황 대표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황 대표는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정계진출에 군불을 지폈다. 황 대표는 지난 1월 한국당에 입당해 이른바 ‘친황(친 황교안)계’라 불리는 새로운 계파의 등장을 예고했다. 같은 달 전대 출마를 선언한 후 새로운 한국당의 대표가 된 그는 원외인사로 정치경력이 전무하다.

그러나 그의 파급력은 웬만한 중진 의원들을 뛰어넘었다.

정계 진출
파죽지세

황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은 여러 후폭풍을 야기할 전망이다. 황 대표는 전대 과정서 ‘탄핵 불복’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전직 법무부장관이자 전직 국무총리가 헌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탄핵을 에둘러 부정한 셈이다.

지난달 9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은 뒤 “특검서 1차 수사 이후 수사 연장을 요청했다”며 “제가 볼 땐 수사가 다 끝났으니 이 정도서 끝내야 한다고 봐서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황 대표를 둘러싸고 ‘박근혜 배신 논란’이 있었던 때였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TV토론회서 황 대표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황 대표는 “헌재의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법원서 재판 중인데 탄핵이 결정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는 질문에 ‘X’ 팻말을 들들었던 그는 김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입장을 명확히 밝혀달라”며 협공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세모를 하려고 했지만 선택지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황 대표는 토론회서 ‘조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느냐’는 김 의원의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황교안 전대 승리…당 대표로 우뚝
전대 과정서 탄핵 불복, 논란 거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황 대표의 탄핵 불복 발언을 일제히 규탄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박(비 박근혜)계 좌장인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달 26일 황 대표의 태블릿PC 발언에 대해 “잘못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황 대표의 당선을 두고 ‘박근혜 그림자’가 도래했다고 본다. 황 대표는 박근혜정부 당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냈다. 탄핵정국 때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그는 전대를 치르면서 ‘특검 연장수사 불허’ ‘탄핵 정당성’ ‘태블릿PC 조작설’ 등을 언급했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야기한 일련의 과정들을 부정한 셈이다.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문재인정부와 대치되는 대목이다.


탄핵정국 국면서 촛불혁명은 결정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촛불혁명은 황 대표가 부정한 탄핵 과정의 결정체다. 문재인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던 촛불혁명 이후 집권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 광화문 촛불집회

문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줄곧 ‘촛불혁명 정부’를 강조하는 한편 “촛불혁명을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이를 정권의 기치로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서울 효창공원 백범김구기념관서 주재한 국무회의서도 “전 세계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할 때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의 희망을 보여줬다”며 촛불혁명을 강조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서 “3·1운동을 이끈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청년정신은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과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3년 차 징크스’에 맞닥뜨린 문재인정부를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강력한 대정부·대여 투쟁으로 존재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불복
촛불 혁명

황 대표는 차기 대권 선호도 여론조사 등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달 25일 조사해 같은 달 27일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다자구도’에 따르면 황 대표는 18.6%로 1위를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낙연 총리가 15.6%로 2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8.6%로 3위를 기록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7.4%로 그 뒤를 이었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7.1%,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5.7%,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4.1%, 바미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각각 3.7%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대표와 이 총리가 접점을 벌이는 건 주목할 만하다. 황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될 당시 국무총리였다. 이 총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국무총리다. 이들은 탄핵을 배경으로 한 전·현직 국무총리다. 또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를 통해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차기 대선이 2022년에 열리는 만큼 두 총리의 대권구도는 다소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황 대표와 이 총리의 구도가 박정부와 문정부의 대결로 비춰지는 까닭에 관심을 끌고 있다.

전현직 총리 차기 대권주자로 만나
대권구도 지속? “변화 가능성 커”

당사자들은 대권에 대해 몸을 낮추고 있다. 황 대표는 출판기념회 당시 대권에 대해 “그런 말씀들을 잘 듣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 총리는 지난 1월21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입장을 밝혔다. 이 총리는 차기 대권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총리도 굉장히 벅차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참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 대표와 이 총리의 대권 경쟁 구도가 유력 잠룡들의 정치적 상흔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 영장실질심사 위해 법원 출석하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진보진영 대권 잠룡들은 하나같이 위기와 직면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 지사 그리고 김 지사가 대표적이다. 안 전 지사와 이 지사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경선을 치렀다. 이들에 대한 관심은 대선 기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선 이후에도 잠룡으로 꾸준히 언급됐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 지사도 대권주자로서 차차 입지를 넓혀갔다.

그러나 이들은 차례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안 전 지사는 미투 논란으로 충남지사직서 사퇴했다. 이 지사는 각종 구설수와 함께 친형 강제입원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파문 등으로 법정 구속됐다. 결국 진보진영 대권 잠룡들이 잇따라 침몰하는 가운데 이 총리가 주목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을 앞선 것도 유효했다. 

이 총리에게 쏠리는 관심은 그의 경력과도 관련이 있는데 대권 잠룡으로 언급될 만한 경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그는 4선 국회의원 출신이며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지냈고, 전남도지사 등을 역임했다.

보수·진보
대권잠룡들

보수진영도 진보진영의 상황과 대동소이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은 지리멸렬의 수순을 밟았다.

한국당은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홍 전 대표 체제로 6·13지방선거를 치렀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한국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서 보수의 아성인 TK(대구·경북)를 지켜내는 데 그쳤다. 홍 전 대표는 6월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기 위해 물러났다. 이후 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동됐다. 비대위 체제 하에 진행된 인적청산은 결정적이지 못했다. 보수진영 잠룡들의 존재감이 미미한 까닭이다.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황 대표를 제외하고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인물은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 바미당의 유승민·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에 그치며 선호도 역시 높지 않다.

보수진영의 사분오열로 남은 자리를 황 대표가 대신하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정계진출의 첫걸음을 제1야당 대표로 시작하게 됐다. 역대 대통령 중 대다수는 정당 대표를 지냈다. 황 대표에게 한국당 대표직은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했다.

황 대표와 이 총리가 자신들의 의사와 달리 대권 잠룡의 선두에 선 이유로 해석된다.

한편 황 대표는 대권주자로서 검증 아닌 검증을 받게 됐다. 한국 갤럽이 지난달 19∼21일 조사해 같은 달 22일 발표한 ‘한국당 대표 경선 선호 후보, 후보별 호감도’에 따르면 황 대표의 지지율은 조사 대상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 지난달 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서 당 대표를 확정 짓고 당선 수락연설하는 황교안 신임 대표

여론조사 결과 전체 1위는 오 전 시장으로 37%를 기록했다. 황 대표는 22%, 김 의원은 7%였다. 33%는 ‘없음·모름·응답 거절’이었다. 

반면 한국당 지지자층에서 황 대표는 52%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오 전 시장은 24%에 그쳤다. 김 의원은 15%였다. 없음·모름·응답 거절은 9%였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대표가 한국당 대표로 당선됐지만 일반 국민들과의 괴리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한국당 내에서도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당장 내년에민심과 다소 거리가 있는 황 대표 체제 하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황 대표는 사실상 내년 총선을 통해 심사대에 오르며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 존재감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양강구도
변화 가능

최근의 여론조사는 황 대표와 이 총리 간의 대권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다만 양강구도 형성에 두 전·현직 총리의 직접적인 의지보다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이들의 경쟁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탄핵정국 국무총리와 촛불혁명 국무총리의 대결 형태는 일시적일 뿐, 언제든지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리 출신 대통령은?

황 대표와 이 총리 간의 대권구도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총리 출신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총리 출신 대통령은 있었을까? 답은 '있었다.' 대한민국 10대 대통령인 최규하가 그 주인공이다. 총리직을 수행하던 최규하 전 대통령은 10·26사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최 전 대통령은 이른바 ‘체육관 선거’서 단독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신군부의 압력으로 8개월 만에 하야했다.

최 전 대통령은 처음이자 마지막 총리 출신 대통령이다. 오늘날까지 총리 출신 대통령은 헌정사에 기록되지 못했다. 다만 대권에 도전했던 총리는 있다.

이회창 전 총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 총리는 대선에 3번 출마했다. 그러나 당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전 총리는 15대 대선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1.5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16대 대선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2.33%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마지막 17대 대선에서는 15.0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위에 머물렀다.

참여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지냈던 고건은 대선 근처까지 가는 데 그쳤다. 노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에 놓였을 때 고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서울시장까지 역임했던 고 전 총리는 명실상부 대권주자로 꼽혔지만 끝내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이 외에도 이홍구·이수성·박태준·한명숙·이해찬·정운찬 전 총리 역시 대권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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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