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총리-촛불총리’ 어색한 만남 풀스토리

얽히고설킨 기묘한 인연 ‘언제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전직 국무총리와 현직 국무총리의 만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대표로 당선된 황교안 전 총리와 이낙연 총리는 묘하게 맞닿아 있다. 황 전 총리는 탄핵정국 당시 국무총리였다. 이 총리는 촛불혁명 이후 탄생한 정부의 국무총리다. 동시에 이들은 각각 보수·진보진영 차기 대권주자 1위로 꼽힌다. 황 전 총리는 철저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국무총리 사이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모양새다.
 

▲ 황교안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당대회(이하 전대)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 동안 황 대표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황 대표는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정계진출에 군불을 지폈다. 황 대표는 지난 1월 한국당에 입당해 이른바 ‘친황(친 황교안)계’라 불리는 새로운 계파의 등장을 예고했다. 같은 달 전대 출마를 선언한 후 새로운 한국당의 대표가 된 그는 원외인사로 정치경력이 전무하다.

그러나 그의 파급력은 웬만한 중진 의원들을 뛰어넘었다.

정계 진출
파죽지세

황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은 여러 후폭풍을 야기할 전망이다. 황 대표는 전대 과정서 ‘탄핵 불복’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전직 법무부장관이자 전직 국무총리가 헌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탄핵을 에둘러 부정한 셈이다.

지난달 9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은 뒤 “특검서 1차 수사 이후 수사 연장을 요청했다”며 “제가 볼 땐 수사가 다 끝났으니 이 정도서 끝내야 한다고 봐서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황 대표를 둘러싸고 ‘박근혜 배신 논란’이 있었던 때였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TV토론회서 황 대표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황 대표는 “헌재의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법원서 재판 중인데 탄핵이 결정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는 질문에 ‘X’ 팻말을 들들었던 그는 김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입장을 명확히 밝혀달라”며 협공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세모를 하려고 했지만 선택지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황 대표는 토론회서 ‘조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느냐’는 김 의원의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황교안 전대 승리…당 대표로 우뚝
전대 과정서 탄핵 불복, 논란 거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황 대표의 탄핵 불복 발언을 일제히 규탄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박(비 박근혜)계 좌장인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달 26일 황 대표의 태블릿PC 발언에 대해 “잘못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황 대표의 당선을 두고 ‘박근혜 그림자’가 도래했다고 본다. 황 대표는 박근혜정부 당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냈다. 탄핵정국 때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그는 전대를 치르면서 ‘특검 연장수사 불허’ ‘탄핵 정당성’ ‘태블릿PC 조작설’ 등을 언급했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야기한 일련의 과정들을 부정한 셈이다.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문재인정부와 대치되는 대목이다.


탄핵정국 국면서 촛불혁명은 결정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촛불혁명은 황 대표가 부정한 탄핵 과정의 결정체다. 문재인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던 촛불혁명 이후 집권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 광화문 촛불집회

문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줄곧 ‘촛불혁명 정부’를 강조하는 한편 “촛불혁명을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이를 정권의 기치로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서울 효창공원 백범김구기념관서 주재한 국무회의서도 “전 세계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할 때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의 희망을 보여줬다”며 촛불혁명을 강조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서 “3·1운동을 이끈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청년정신은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과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3년 차 징크스’에 맞닥뜨린 문재인정부를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강력한 대정부·대여 투쟁으로 존재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불복
촛불 혁명

황 대표는 차기 대권 선호도 여론조사 등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달 25일 조사해 같은 달 27일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다자구도’에 따르면 황 대표는 18.6%로 1위를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낙연 총리가 15.6%로 2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8.6%로 3위를 기록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7.4%로 그 뒤를 이었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7.1%,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5.7%,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4.1%, 바미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각각 3.7%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대표와 이 총리가 접점을 벌이는 건 주목할 만하다. 황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될 당시 국무총리였다. 이 총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국무총리다. 이들은 탄핵을 배경으로 한 전·현직 국무총리다. 또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를 통해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차기 대선이 2022년에 열리는 만큼 두 총리의 대권구도는 다소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황 대표와 이 총리의 구도가 박정부와 문정부의 대결로 비춰지는 까닭에 관심을 끌고 있다.

전현직 총리 차기 대권주자로 만나
대권구도 지속? “변화 가능성 커”

당사자들은 대권에 대해 몸을 낮추고 있다. 황 대표는 출판기념회 당시 대권에 대해 “그런 말씀들을 잘 듣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 총리는 지난 1월21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입장을 밝혔다. 이 총리는 차기 대권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총리도 굉장히 벅차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참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 대표와 이 총리의 대권 경쟁 구도가 유력 잠룡들의 정치적 상흔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 영장실질심사 위해 법원 출석하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진보진영 대권 잠룡들은 하나같이 위기와 직면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 지사 그리고 김 지사가 대표적이다. 안 전 지사와 이 지사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경선을 치렀다. 이들에 대한 관심은 대선 기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선 이후에도 잠룡으로 꾸준히 언급됐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 지사도 대권주자로서 차차 입지를 넓혀갔다.

그러나 이들은 차례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안 전 지사는 미투 논란으로 충남지사직서 사퇴했다. 이 지사는 각종 구설수와 함께 친형 강제입원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파문 등으로 법정 구속됐다. 결국 진보진영 대권 잠룡들이 잇따라 침몰하는 가운데 이 총리가 주목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을 앞선 것도 유효했다. 

이 총리에게 쏠리는 관심은 그의 경력과도 관련이 있는데 대권 잠룡으로 언급될 만한 경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그는 4선 국회의원 출신이며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지냈고, 전남도지사 등을 역임했다.

보수·진보
대권잠룡들

보수진영도 진보진영의 상황과 대동소이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은 지리멸렬의 수순을 밟았다.

한국당은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홍 전 대표 체제로 6·13지방선거를 치렀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한국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서 보수의 아성인 TK(대구·경북)를 지켜내는 데 그쳤다. 홍 전 대표는 6월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기 위해 물러났다. 이후 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동됐다. 비대위 체제 하에 진행된 인적청산은 결정적이지 못했다. 보수진영 잠룡들의 존재감이 미미한 까닭이다.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황 대표를 제외하고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인물은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 바미당의 유승민·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에 그치며 선호도 역시 높지 않다.

보수진영의 사분오열로 남은 자리를 황 대표가 대신하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정계진출의 첫걸음을 제1야당 대표로 시작하게 됐다. 역대 대통령 중 대다수는 정당 대표를 지냈다. 황 대표에게 한국당 대표직은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했다.

황 대표와 이 총리가 자신들의 의사와 달리 대권 잠룡의 선두에 선 이유로 해석된다.

한편 황 대표는 대권주자로서 검증 아닌 검증을 받게 됐다. 한국 갤럽이 지난달 19∼21일 조사해 같은 달 22일 발표한 ‘한국당 대표 경선 선호 후보, 후보별 호감도’에 따르면 황 대표의 지지율은 조사 대상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 지난달 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서 당 대표를 확정 짓고 당선 수락연설하는 황교안 신임 대표

여론조사 결과 전체 1위는 오 전 시장으로 37%를 기록했다. 황 대표는 22%, 김 의원은 7%였다. 33%는 ‘없음·모름·응답 거절’이었다. 

반면 한국당 지지자층에서 황 대표는 52%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오 전 시장은 24%에 그쳤다. 김 의원은 15%였다. 없음·모름·응답 거절은 9%였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대표가 한국당 대표로 당선됐지만 일반 국민들과의 괴리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한국당 내에서도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당장 내년에민심과 다소 거리가 있는 황 대표 체제 하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황 대표는 사실상 내년 총선을 통해 심사대에 오르며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 존재감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양강구도
변화 가능

최근의 여론조사는 황 대표와 이 총리 간의 대권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다만 양강구도 형성에 두 전·현직 총리의 직접적인 의지보다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이들의 경쟁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탄핵정국 국무총리와 촛불혁명 국무총리의 대결 형태는 일시적일 뿐, 언제든지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리 출신 대통령은?

황 대표와 이 총리 간의 대권구도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총리 출신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총리 출신 대통령은 있었을까? 답은 '있었다.' 대한민국 10대 대통령인 최규하가 그 주인공이다. 총리직을 수행하던 최규하 전 대통령은 10·26사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최 전 대통령은 이른바 ‘체육관 선거’서 단독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신군부의 압력으로 8개월 만에 하야했다.

최 전 대통령은 처음이자 마지막 총리 출신 대통령이다. 오늘날까지 총리 출신 대통령은 헌정사에 기록되지 못했다. 다만 대권에 도전했던 총리는 있다.

이회창 전 총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 총리는 대선에 3번 출마했다. 그러나 당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전 총리는 15대 대선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1.5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16대 대선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2.33%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마지막 17대 대선에서는 15.0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위에 머물렀다.

참여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지냈던 고건은 대선 근처까지 가는 데 그쳤다. 노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에 놓였을 때 고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서울시장까지 역임했던 고 전 총리는 명실상부 대권주자로 꼽혔지만 끝내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이 외에도 이홍구·이수성·박태준·한명숙·이해찬·정운찬 전 총리 역시 대권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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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