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총리-촛불총리’ 어색한 만남 풀스토리

얽히고설킨 기묘한 인연 ‘언제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전직 국무총리와 현직 국무총리의 만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대표로 당선된 황교안 전 총리와 이낙연 총리는 묘하게 맞닿아 있다. 황 전 총리는 탄핵정국 당시 국무총리였다. 이 총리는 촛불혁명 이후 탄생한 정부의 국무총리다. 동시에 이들은 각각 보수·진보진영 차기 대권주자 1위로 꼽힌다. 황 전 총리는 철저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국무총리 사이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모양새다.
 

▲ 황교안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당대회(이하 전대)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 동안 황 대표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황 대표는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정계진출에 군불을 지폈다. 황 대표는 지난 1월 한국당에 입당해 이른바 ‘친황(친 황교안)계’라 불리는 새로운 계파의 등장을 예고했다. 같은 달 전대 출마를 선언한 후 새로운 한국당의 대표가 된 그는 원외인사로 정치경력이 전무하다.

그러나 그의 파급력은 웬만한 중진 의원들을 뛰어넘었다.

정계 진출
파죽지세

황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은 여러 후폭풍을 야기할 전망이다. 황 대표는 전대 과정서 ‘탄핵 불복’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전직 법무부장관이자 전직 국무총리가 헌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탄핵을 에둘러 부정한 셈이다.

지난달 9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은 뒤 “특검서 1차 수사 이후 수사 연장을 요청했다”며 “제가 볼 땐 수사가 다 끝났으니 이 정도서 끝내야 한다고 봐서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황 대표를 둘러싸고 ‘박근혜 배신 논란’이 있었던 때였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TV토론회서 황 대표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황 대표는 “헌재의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법원서 재판 중인데 탄핵이 결정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는 질문에 ‘X’ 팻말을 들들었던 그는 김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입장을 명확히 밝혀달라”며 협공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세모를 하려고 했지만 선택지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황 대표는 토론회서 ‘조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느냐’는 김 의원의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황교안 전대 승리…당 대표로 우뚝
전대 과정서 탄핵 불복, 논란 거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황 대표의 탄핵 불복 발언을 일제히 규탄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박(비 박근혜)계 좌장인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달 26일 황 대표의 태블릿PC 발언에 대해 “잘못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황 대표의 당선을 두고 ‘박근혜 그림자’가 도래했다고 본다. 황 대표는 박근혜정부 당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냈다. 탄핵정국 때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그는 전대를 치르면서 ‘특검 연장수사 불허’ ‘탄핵 정당성’ ‘태블릿PC 조작설’ 등을 언급했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야기한 일련의 과정들을 부정한 셈이다.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문재인정부와 대치되는 대목이다.


탄핵정국 국면서 촛불혁명은 결정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촛불혁명은 황 대표가 부정한 탄핵 과정의 결정체다. 문재인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던 촛불혁명 이후 집권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 광화문 촛불집회

문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줄곧 ‘촛불혁명 정부’를 강조하는 한편 “촛불혁명을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이를 정권의 기치로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서울 효창공원 백범김구기념관서 주재한 국무회의서도 “전 세계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할 때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의 희망을 보여줬다”며 촛불혁명을 강조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서 “3·1운동을 이끈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청년정신은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과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3년 차 징크스’에 맞닥뜨린 문재인정부를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강력한 대정부·대여 투쟁으로 존재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불복
촛불 혁명

황 대표는 차기 대권 선호도 여론조사 등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달 25일 조사해 같은 달 27일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다자구도’에 따르면 황 대표는 18.6%로 1위를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낙연 총리가 15.6%로 2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8.6%로 3위를 기록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7.4%로 그 뒤를 이었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7.1%,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5.7%,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4.1%, 바미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각각 3.7%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대표와 이 총리가 접점을 벌이는 건 주목할 만하다. 황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될 당시 국무총리였다. 이 총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국무총리다. 이들은 탄핵을 배경으로 한 전·현직 국무총리다. 또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를 통해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차기 대선이 2022년에 열리는 만큼 두 총리의 대권구도는 다소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황 대표와 이 총리의 구도가 박정부와 문정부의 대결로 비춰지는 까닭에 관심을 끌고 있다.

전현직 총리 차기 대권주자로 만나
대권구도 지속? “변화 가능성 커”

당사자들은 대권에 대해 몸을 낮추고 있다. 황 대표는 출판기념회 당시 대권에 대해 “그런 말씀들을 잘 듣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 총리는 지난 1월21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입장을 밝혔다. 이 총리는 차기 대권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총리도 굉장히 벅차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참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 대표와 이 총리의 대권 경쟁 구도가 유력 잠룡들의 정치적 상흔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 영장실질심사 위해 법원 출석하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진보진영 대권 잠룡들은 하나같이 위기와 직면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 지사 그리고 김 지사가 대표적이다. 안 전 지사와 이 지사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경선을 치렀다. 이들에 대한 관심은 대선 기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선 이후에도 잠룡으로 꾸준히 언급됐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 지사도 대권주자로서 차차 입지를 넓혀갔다.

그러나 이들은 차례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안 전 지사는 미투 논란으로 충남지사직서 사퇴했다. 이 지사는 각종 구설수와 함께 친형 강제입원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파문 등으로 법정 구속됐다. 결국 진보진영 대권 잠룡들이 잇따라 침몰하는 가운데 이 총리가 주목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을 앞선 것도 유효했다. 

이 총리에게 쏠리는 관심은 그의 경력과도 관련이 있는데 대권 잠룡으로 언급될 만한 경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그는 4선 국회의원 출신이며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지냈고, 전남도지사 등을 역임했다.

보수·진보
대권잠룡들

보수진영도 진보진영의 상황과 대동소이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은 지리멸렬의 수순을 밟았다.

한국당은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홍 전 대표 체제로 6·13지방선거를 치렀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한국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서 보수의 아성인 TK(대구·경북)를 지켜내는 데 그쳤다. 홍 전 대표는 6월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기 위해 물러났다. 이후 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동됐다. 비대위 체제 하에 진행된 인적청산은 결정적이지 못했다. 보수진영 잠룡들의 존재감이 미미한 까닭이다.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황 대표를 제외하고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인물은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 바미당의 유승민·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에 그치며 선호도 역시 높지 않다.

보수진영의 사분오열로 남은 자리를 황 대표가 대신하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정계진출의 첫걸음을 제1야당 대표로 시작하게 됐다. 역대 대통령 중 대다수는 정당 대표를 지냈다. 황 대표에게 한국당 대표직은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했다.

황 대표와 이 총리가 자신들의 의사와 달리 대권 잠룡의 선두에 선 이유로 해석된다.

한편 황 대표는 대권주자로서 검증 아닌 검증을 받게 됐다. 한국 갤럽이 지난달 19∼21일 조사해 같은 달 22일 발표한 ‘한국당 대표 경선 선호 후보, 후보별 호감도’에 따르면 황 대표의 지지율은 조사 대상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 지난달 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서 당 대표를 확정 짓고 당선 수락연설하는 황교안 신임 대표

여론조사 결과 전체 1위는 오 전 시장으로 37%를 기록했다. 황 대표는 22%, 김 의원은 7%였다. 33%는 ‘없음·모름·응답 거절’이었다. 

반면 한국당 지지자층에서 황 대표는 52%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오 전 시장은 24%에 그쳤다. 김 의원은 15%였다. 없음·모름·응답 거절은 9%였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대표가 한국당 대표로 당선됐지만 일반 국민들과의 괴리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한국당 내에서도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당장 내년에민심과 다소 거리가 있는 황 대표 체제 하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황 대표는 사실상 내년 총선을 통해 심사대에 오르며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 존재감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양강구도
변화 가능

최근의 여론조사는 황 대표와 이 총리 간의 대권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다만 양강구도 형성에 두 전·현직 총리의 직접적인 의지보다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이들의 경쟁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탄핵정국 국무총리와 촛불혁명 국무총리의 대결 형태는 일시적일 뿐, 언제든지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리 출신 대통령은?

황 대표와 이 총리 간의 대권구도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총리 출신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총리 출신 대통령은 있었을까? 답은 '있었다.' 대한민국 10대 대통령인 최규하가 그 주인공이다. 총리직을 수행하던 최규하 전 대통령은 10·26사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최 전 대통령은 이른바 ‘체육관 선거’서 단독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신군부의 압력으로 8개월 만에 하야했다.

최 전 대통령은 처음이자 마지막 총리 출신 대통령이다. 오늘날까지 총리 출신 대통령은 헌정사에 기록되지 못했다. 다만 대권에 도전했던 총리는 있다.

이회창 전 총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 총리는 대선에 3번 출마했다. 그러나 당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전 총리는 15대 대선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1.5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16대 대선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2.33%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마지막 17대 대선에서는 15.0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위에 머물렀다.

참여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지냈던 고건은 대선 근처까지 가는 데 그쳤다. 노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에 놓였을 때 고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서울시장까지 역임했던 고 전 총리는 명실상부 대권주자로 꼽혔지만 끝내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이 외에도 이홍구·이수성·박태준·한명숙·이해찬·정운찬 전 총리 역시 대권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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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