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데뷔 60주년’ 이미자가 걸어온 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3.04 09:58:28
  • 호수 1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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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잃고 배고픈 설움 노래로 달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해 올해로 노래 인생 60년을 맞은 가수 이미자. 인생의 8할을 ‘엘레지의 여왕’으로 불렸다. 길었던 세월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의 노래 인생을 돌아봤다. 
 

▲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

이미자가 지난달 21일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노래 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을 발표했다. 1959년 열아홉에 데뷔, 어느덧 가수 생활 ‘환갑’을 맞이하면서 한 데 모은 60곡이다. 이번 기념 앨범은 ‘감사, 공감, 순수’의 타이틀을 붙인 3개의 CD로 나왔다. 이미자의 대표곡과 신곡에 전통가요를 버무렸다.

노래인생 
어느덧 환갑

가장 눈에 띄는 건 1번 CD의 첫 곡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이다. 이 노래는 60주년을 기념해 새로 만든 곡이다. 60년간의 활동을 지지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50주년 기념곡 ‘내 삶의 이유 있음을’, 45주년 기념곡 ‘내 영혼 노래가 되어’ 등이 수록돼있다. 물론 국민적 사랑을 받은 대표곡도 포함돼있다. 

이미자는 “50주년 기념곡이 마지막인 줄로만 알았는데 운 좋게 6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하게 됐다”며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 공연처럼 라이브 연주에 맞춰 10여곡을 새로 녹음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성량이 예전만 못해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20대부터 70대까지 목소리를 통해 지나온 세월과 변해가는 과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와 ‘흑산도 아가씨’를 듣고 눈물 한 번 훔치지 않았던 청춘이 있었을까. 그는 “다 같이 어렵던 시절과 노랫말 및 목소리가 잘 맞아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오늘 여기 온 기자들보다 그 부모님 세대의 사랑이 더 컸기에 이런 뜻깊은 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신곡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 역시 이 같은 감정의 연장선에 있다. 50주년 기념곡 ‘내 삶의 이유 있음을’을 만든 김소엽 시인, 장욱조 작곡가와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이미자가 소회를 밝히면 김 시인이 노랫말로 다듬는 식이었다.

59년 19세 데뷔해 무수한 히트곡
2000여곡 부른 ‘엘레지의 여왕’ 

다만 10년 전 노랫말이 설움이 굽이굽이 맺혀있었다면 이번엔 “우리의 눈물은 이슬 되어 꽃밭에 내리고/우리의 아픔은 햇빛 되어 꽃을 피웠네” 등 한결 온화해졌다.   

그 시절 이미자의 마음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는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 등 3대 히트곡이 금지곡으로 묶였을 때를 꼽았다. 각각 ‘왜색이 짙다’, ‘다른 노래와 몇 소절이 같다’, ‘너무 처량해서 비탄조다’ 등의 이유였다.

“1964년 ‘동백 아가씨’가 KBS 음악방송서 35주간 1위를 했는데, 하루아침에 차트서 없어졌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고, 무대서 부를 수도 없었다. 목숨을 끊어놓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팬들께서 한사코 불러주신 덕분에 큰 힘이 됐다.”   

이미자는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을 1959년 데뷔, 1973년 베트남 위문 공연, 2002년 평양 단독 공연 등 최초의 순간을 꼽았다. 하지만 이미자 앞에는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는 아픔이 있다. 이미자는 “가장 기뻐야 했을 때 역시 항상 붙어 다니는 꼬리표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세간에서는 이미자의 노래가 ‘천박하다’ ‘술집에서나 부르는 노래다’ 등 세간의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미자는 소외감을 느꼈으며, 서구풍 발라드 노래를 불러 볼까도 생각했었다. 이미자는 “당시 참았다. 견뎠다. 60년이 흐르고 난 지금에 와서는 절제하면서 잘 지내왔구나 하는 마음에 자부심까지 갖고 있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감사·공감·순수를 테마로 3장의 CD에 각 20곡씩 눌러 담은 앨범이다. 그간 발표된 560장의 앨범과 2100여 곡 중에 추리는 것만도 대작업이다. 첫째 둘째 CD가 기념곡과 히트곡 위주라면, 세 번째는 온전히 가요계 선배들을 위한 장으로 ‘눈물 젖은 두만강’ ‘목포의 눈물’ 등을 담았다.

가요계 전설
애절한 울림

이미자는 “우리 가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노래를 들으며 나라 잃은 설움, 배고픔의 설움을 달래던 시절이 있었다”며 “그 시절 고마운 곡들이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를 영구 보존하기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자는 후배들을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가요의 뿌리가 사라져 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사 전달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슬프면 슬픔을 전달해주고, 기쁘면 기쁨을 전달해줄 수 있는 게 가요”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서구풍이 많이 몰려오다 보니 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고 발음을 정확하게 들을 수도 없다. 그 부분이 제일 안타깝다. 우리 가요의 뿌리가 남겨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자는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국보급 가수’다. 그가 활동한 기간이 고스란히 한국 가요계의 역사와 포개진다. 작은 체구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애절하면서도 고운 음색은 연구 대상으로 거론될 만큼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쉽게 부르는 것 같지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은 관객의 마음을 울고 웃게 했다. 

이미자는 1941년 10월30일에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서 아버지 이점성과 어머니 유상례 사이서 2남4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이미자가 2살이 되던 1943년에 아버지가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가면서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됐다. 
 

1945년에는 힘든 생활고 때문에 어머니 유상례에 의해 외할머니 댁에서 형제들과 떨어져 외롭게 자랐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관심을 가지던 이미자는 1957년에 방송하던 노래자랑 프로그램 KBS의 <노래의 꽃다발>에 출연해 1위를 차지했다. 1958년 이미자는 HLKZ TV 방송이 개최한 아마추어 노래 콩쿨인 예능 ‘로타리’에 출전해 1등에 선정됐다.

당시 유명한 작곡가 나화랑에게 스카우트된 이미자는 '열아홉 순정'으로 가수로 첫발을 내디뎠다. 애절하고 구성진 목소리로 주목받았다. 

1960년 어려운 시절에 함께 알고 지내던 연주자 정진흡과 첫 번째 결혼을 했다. 1964년 이미자가 부른 영화 주제가 ‘동백아가씨’가 대히트를 쳤다. 당시 스카라 극장 근처 목욕탕 건물 2층서 방음장치는 물론, 얼음물에 발을 담가가며 임신 9개월인 상태서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군정 시절 
금지되기도


국내가요 사상 최초로 가요프로그램서 35주 동안 1위를 기록, 25만장이란 엄청난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당시 대한민국 음반업계가 불황을 겪던 그 해, ‘동백 아가씨’는 말 그대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왜색조라는 이유로 방송금지령을 선고받았으며 설상가상으로 남편 정씨와 이혼하게 된다. 

이미자는 1965년에 평생의 콤비가 된 작곡가 박춘석과 만나게 됐다. 박춘석은 패티 김, 최양숙, 남진 등 당대 스타들을 발굴한 당대 최고의 작곡가였다. 박춘석과 이미자는 KBS 라디오 연속극 <진도아리랑>의 주제가로 첫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뗄 수 없는 콤비로 손을 잡게 만든 노래는 ‘흑산도 아가씨’였다. 박춘석은 이미자의 천재적 가창력에 감탄했다.

이어 1966년 KBS라디오 주제가 ‘섬마을 선생님’도 발표한지 불과 일주일 만에 빅히트를 기록했다. 이미자가 스스로 3대 히트곡으로 꼽는 노래 가운데 ‘기러기 아빠’도 박춘석이 작곡한 노래이다. 한창 전성기를 누비던 1966년 2월5일에 강릉서 공연을 하던 이미자는 자신을 찾아온 생모를 22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하게 된다.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를 만났다. 

하지만 이미자와 어머니의 몇 시간의 짧은 만남이 끝난 후 어머니는 영주로 이미자는 다음 공연을 위해 묵호로 떠났다. 이것이 이미자와 어머니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박정희정부가 들어서고 ‘동백 아가씨’를 비롯해 이미자의 히트곡 대부분이 금지곡으로 분류됐다. 왜색이나 경제발전에 저해되는 비탄조의 노래라는 이유에서였다. 히트할 때마다 줄줄이 금지곡 낙인을 받자 그녀는 노래를 그만두려고 했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 

기념앨범 ‘나의 노래 60곡’
신곡, 히트곡, 애창곡 등
20대부터 70대 목소리 담아  

기회 있을 때마다 해금을 요청했고, 결국 전두환정부인 1987년이 돼서야 금지곡의 족쇄가 풀렸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던 이미자는 1967년부터 영화 주제가로 발표된 ‘그리움은 가슴마다’ ‘아네모네’ ‘여자의 일생’ 등 서정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정통 트로트를 고수하며 대한민국의 대표가수의 맥을 이어가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이미자와 함께 대한민국 가요계를 평정하던 패티 김과 함께 196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다. 이미자를 따라다니는 애칭(엘레지(悲歌)의 여왕)은 1967년에 박춘석이 작곡한 이미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주제가 ‘엘레지의 여왕’을 히트시키면서 얻었다.

1970년에는 TBC 동양방송 드라마의 주제가였던 ‘아씨’가 큰 인기를 끌었으며 그해 KBS 방송위원이었던 김창수와 결혼했다. 

1979년에는 대한극장서 데뷔 20주년 기념공연을 개최했다. 1985년 (주)민주음악협회의 초청으로 일본 도쿄, 오사카서 공연을 개최, 공연에 앞서 한일(韓日)공동기획으로 ‘한국연가(戀歌)의 계보를 듣는다’는 2장짜리 독집 음반을 출판했다. 1989년에 뉴저지 등에서 미국공연을 가졌다.

가수생활 30년 기념으로 ‘노래는 나의 인생’을 발표,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서 데뷔기념 30주년 공연을 개최했다. 북한의 초청으로 2003년, 평양 동평양대극장서 열린 MBC 평양특별공연서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1970년부터 서서히 가요계의 주도권을 후배 가수 남진, 나훈아, 문주란, 하춘화에게 내주게 됐지만 지금껏 취입한 노래는 스스로도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다. 1960년대 내내 한해에 음반을 무려 10여장씩 발표, 데뷔 10년 만인 1969년 <1000곡 돌파 기념 리사이틀>을 가졌을 정도다.

1991년 KBS자료실은 그녀가 취입한 노래를 2064곡으로 집계했는데 이는 국내 가수들 가운데 누구도 견줄 사람이 없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기록적인 숫자다. 

가요계 주름
여전한 가왕

지난 1995년엔 화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흔히 그녀가 노래하는 장르를 트로트로 분류하고 트로트의 여왕이라고 부르지만 본인은 자신의 노래들이 트로트보다는 전통가요로 분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도 뛰어난 가창력과 대중을 사로잡는 무대로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4년에는 데뷔 55주년을 맞이해 전국 투어 콘서트, 디너쇼를 열었으며 이듬해에는 가수 장사익과 <이미자-장사익 특집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특집 콘서트는 KBS 1TV서 방영돼 20.1%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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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