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사찰과 검열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2.25 10:43:14
  • 호수 12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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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다를 줄 알았더니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와대가 사찰과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점차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고, ‘https 차단 정책’은 인터넷 검열 논란을 불러왔다. “문재인정부 유전자에 민간인 사찰 DNA는 없다”는 청와대의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이 곳곳서 드러나고 있다.
 

▲ 환경부 압수수색 중인 검찰

“닉슨 대통령은 ‘대통령이 하는 일이라면 불법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그와 다르지 않다.” 지난 19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 도중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한 말이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사임한 ‘워터게이트’ 사건과의 유사성을 주장한 것이다.

닉슨의 사임
문통 역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김태우 전 수사관(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김 전 수사관의 말에 따르면,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이 김 전 수사관을 포함한 당시 특감반원들에게 전국 330개 공공기관 기관장 및 감사 660명의 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 특히 박근혜정부 때 임명됐거나 보수 성향인 100명을 따로 추려 감찰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인사들을 위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명목이었다.

지난해 12월 한국당은 환경부 산하기관 8곳의 임원 21명에 대한 사퇴 동향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소위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각 임원들의 현재 상황을 ‘사표 제출’ ‘사표 제출 예정’ ‘후임 임명 시까지만 근무’ ‘반발’ 등으로 구분해놨다. 


특정 인사에 대해서는 ‘최근 야당 의원실을 방문해 사표 제출 요구에 대해 비난하고 내부정보를 제공한다는 소문’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본부장 임명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나 현재는 여권 인사와의 친분을 주장’ ‘새누리당 시의원 출신으로 직원폭행 사건으로 고발돼 재판 진행 중’이라는 주석을 달아놨다.

한국당은 이 문건이 특감반을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 연루 여부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청와대가 이 문건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있는지, 문건 작성을 환경부에 지시한 바 있는지 등이다.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는 이 문건으로 보수 야권이 공세를 벌이자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내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민정수석실 쪽에 알아본 결과 조국 민정수석과 4명의 민정수석실 비서관, 그리고 이인걸 전 특감반장까지 누구도 이 자료를 보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로
향한 검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 문건에 대해 ‘합법적인 체크리스트’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환경부가 작성했다는 ‘산하기관 임원 직무 동향보고’를 블랙리스트라며 악의적으로 둔갑시킨 한국당의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검찰 수사는 당·정·청의 주장을 무색케 만들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환경부 감사관실과 운영지원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문건이 담긴 ‘장관 보고용 폴더’를 확보했다. 문건이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등 윗선에 보고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해당 폴더에 있던 문건에는 임기를 남기고 사퇴를 거부했던 김현민 전 환경공단 상임감사와 강만옥 전 환경공단 경영기획본부장에 대해 ‘철저히 조사 후 사퇴 거부 시 고발 조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조사해 “김 전 장관에게 표적 감사 내용을 보고했고, 김 전 장관이 수차례 이와 관련한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김 전 장관은 “표적 감사 내용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기억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은 김 전 장관뿐 아니라 청와대에도 보고했다는 환경부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환경부 인사 담당 직원들은 검찰이 관련 문건을 제시하자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산하기관 임원 사퇴 현황을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단서가 될 만한 진술이다.

‘장관 보고용 폴더’ 김은경 출금
검 “BH에 보고” 직원 진술 확보

청와대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주십시오’라는 논평을 내놨다. 이 문건과 블랙리스트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이유로 대상의 차이를 들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문건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반면, 이번 환경부 문건의 경우 공공기관 인사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책임의 넓이와 깊이가 일반인과 다른 관리대상이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 이유로 규모의 차이를 들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블랙리스트의 대상은 2만명이 넘은 반면, 이번 환경부 문건은 임기만료를 앞둔 공공기관 인사 5명에 불과해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세 번째 이유로 업무의 정당성을 들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서 공공기관의 인사를 보고받고 협의하는 일은 지극히 정상업무라는 논리다. 김 대변인은 논평 말미에 “전 정부와 달리 현 청와대에선 리스트를 작성하지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못 박았다.

한국당은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특검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당 소속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밝혀주리라 믿는다”면서도 “혹여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고 머뭇거린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명명백백 밝혀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열 정책
뿔난 2030

문정부의 https 차단 정책이 인터넷 검열 논란을 불러왔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SNI 필드차단기술'을 도입해 불법음란물 및 불법도박 등 불법정보를 보안접속(https) 및 우회접속 방식으로 유통하는 해외 인터넷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방통위는 “2월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결과(불법 해외사이트 차단결정 895건)부터 이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KT·LGU+·SK브로드밴드·삼성SDS·KINX·세종텔레콤·드림라인 등 7개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가 이를 적용했다.

기존 ‘URL 차단’은 보안 프로토콜인 ‘https’를 인터넷 주소창에 쓰는 방식으로 간단히 뚫렸다. 반면 SNI 필드차단기술이 적용된 웹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면 불법·유해정보 차단안내 홈페이지(warning.or.kr)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 암전(black out) 상태로 표시된다.
 

▲ 김태우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논란은 여기서 시작된다. SNI 필드차단기술은 데이터가 암호화되기 직전 평문으로 노출되는 웹서버 이름을 확인해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사이트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일부 이용자들이 나서서 “정부가 오가는 데이터 패킷을 일일이 가로채 정보를 확인한 것 아니냐”며 ‘빅브라더’ 의혹을 제기하자 관련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에 참여한 사람은 25만명을 넘어섰다(지난 20일 기준).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야권서도 대열에 합류했다. 

20대 지지율 취임 후 최저
25만명 “검열하지마” 청원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https 사이트를 차단하는 나라가 중국과 일부 중동국가뿐이라는 사실이 무엇을 말하겠느냐”라며 “선진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민을 불안하게 할 수 있는 통제는 하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바른미래당은 가장 적극적으로 정책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19금 사이트는 19세 이하에게만 금지하면 된다. 단순 성인 사이트까지 막는 것은 성인의 자유 제약”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역 광장에 남성 100여명이 참석해 항의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야동 차단 내걸고 내 접속 기록 보겠다고?” “바바리맨 잡겠다고 바바리 못 입게 하는 건 부당하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야동 볼 권리’를 주장했다. 국가에게 성인의 본능을 억제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당국은 더 이상의 확전을 막기 위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방통위는 검열 정책 논란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등 근거 법령에 따라 불법인 해외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인터넷을 검열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8∼20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2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1%포인트 오른 49.9%로 집계됐다.

빅브라더로
국민 감시

반면 20대에서는 지난주보다 4.3%포인트 하락한 41.5%, 학생 층에서는 4.8%포인트 내린 38.1%로 나타났다. 이는 취임 후 동 연령대 최저치다. 리얼미터 측은 “계층별 등락이 엇갈리며 보합세를 보이는 데에는 경제 활성화 노력 지속, 각계각층과의 소통 강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차 북미정상회담이 긍정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경제·민생 불안 요소, 유해 사이트 차단으로 촉발된 인터넷 검열 논란 등이 부정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 보석요청 왜?

1심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이 전 대통령 건강 상태가 최악이라고 알리며 재판부에 보석을 재차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인 강훈 변호사는 지난 19일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에 이 전 대통령 보석 관련 추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의견서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구속 기간 중인 지난해 8월3일 서울대병원서 진단을 받았다. 전문의 소견서로 확인된 병명만 해도 기관지확장증·역류성식도염·제2형 당뇨병·탈모·황반변성 등 총 9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의학전문가들이 이 전 대통령이 겪고 있는 ‘수면무호흡증’이 돌연사의 신호라고 언급했다고 주장한다. 수면무호흡증은 동맥경화와 심부전, 폐성 고혈압 등과도 관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수면무호흡증으로 1∼2시간마다 깨고 다시 30분 후 잠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반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보석을 허가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공판서 검찰 측은 “이 전 대통령 측이 계속 언급하는 질환은 대부분 만성질환이고 일시적 신체현상에 불과해 석방해야 할 만큼 긴급하지 않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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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