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촌진흥청 이상한 고위인사

음주운전 빨간줄…그래도 승진 이상 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음주운전 기록을 가진 정부부처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최종 임용됐다. 부처장의 1순위 추천을 받은 이 후보자는 청와대 검증을 통과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점차 강화되는 상황서 이 후보자가 신임 차장으로 낙점되자 부처 내부에선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1기 내각 구성 이후인 20171122‘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병역면탈과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과 논문 표절 등 기존 5대 인사원칙에 음주운전과 성범죄가 추가됐다. 인사검증 기준 적용 대상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포함한 장·차관은 물론 1급 이상 고위공직 후보자로 확대했다.

7대 검증 기준
음주운전 추가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최근 10년 이내 2회 이상 한 경우, 1회 한 경우라도 신분을 허위 진술한 경우 임용을 원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인사검증 기준이 발표되기 전 인사청문회를 치른 송영무 전 국방부장관은 1991년 음주운전 무마 의혹으로 뭇매를 맞았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이력이 불거지면서 결국 낙마했다.

청와대는 음주운전 이력이 있더라도 검증 기간 이전에 일어난 일이면 임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당시 내정자)의 두 차례 음주운전 이력이 문제로 떠올랐다. 201219대 총선과 201620대 총선서 서울 양천을에 출마했던 이 수석은 전과기록이 공개돼있다.


그는 20017월과 20049월 각각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벌금 100만원과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한 언론사에 현 시점서 이 수석(당시 내정자)의 음주이력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인사검증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내정자를 인선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음주운전 적발 ‘경고’ 처분
16년 뒤 주요 보직 거쳐 차장 승진

그런데 이번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 인사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기록이 있는 황규석 신임 차장이 최종 낙점되면서 입길에 올랐다. 황 차장의 음주운전 적발 시기는 20039월로 16년 전이다. 청와대 검증 기준에 따르면 임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황 차장과 함께 검증을 받은 또 다른 후보자는 전과기록이 전혀 없는데, 음주운전 기록이 있는 황 차장이 임용되자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1일 농진청은 황규석 연구정책국장을 신임 차장으로 승진 임명했다고 밝혔다. 1961년 충남 아산 출생으로 충남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 동 대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은 황 차장은 공직생활 30년 만에 농진청 27대 차장에 올랐다.

그는 1988년 농진청 농업연구사로 시작해 연구정책과장, 행정법무담당관, 축산과학원 기술지원과장, 농진청 수출농업지원과장, 연구정책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12일 별도의 취임식 없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황 차장은 결과보다는 일하는 과정서 즐거움으로 보상받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진정한 힘의 원천이라며 상생협력과 소통을 통해 농진청이 농업 현장과 국민 실생활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보급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농진청은 농촌진흥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소속으로 농촌진흥청을 둔다는 정부조직법 제36조에 따라 설립됐다. 농업의 발전과 농업인의 복지 향상 및 농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농업·농업인·농촌 관련 과학기술의 연구개발·보급 등에 관한 사항을 추진해 농촌지역의 진흥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청장 다음∼
고위공무원단

황 차장이 승진 임용된 차장직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직위로, 농진청서 청장 다음으로 높은 자리다. 농진청 차장 임용 과정은 청와대 검증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일반적인 승진 임용의 경우 보통승진심사위원회를 열어 후보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보통승진심사위원회의 위원들이 국장급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차장 임용의 경우 청장이 후보를 정한다.

먼저 농진청 청장이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를 통과한 직원을 대상으로 주변의 평가를 종합해 1·2순위 후보자를 선정한다.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실·국장급 공무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정관리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200671일부터 시행됐다. 고위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역량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2순위 후보자는 1순위 후보자가 청와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예비후보다. 이번 임용서 2순위 후보자는 농진청 내부 다른 부서 국장 A씨로 알려졌다. 2배수 혹은 3배수로 후보군이 구성되면 농진청서 청와대에 검증을 요청한다.

청와대 검증 결과가 나오면 농진청 청장이 최종 후보자를 낙점해 인사혁신처에 임용 제청을 요청한다. 인사혁신처는 대통령에게 임용 재가안을 올리고 대통령이 최종 임용을 결정하면 인사 절차가 마무리된다.

징계 기준
없었다지만…

청와대는 인사검증 단계를 거쳐 임용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농진청서 요청한 1·2순위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검증 결과는 모두 통과로 나왔다. 김경규 농진청 청장은 황 차장을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고 인사혁신처의 재가안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임용을 결정했다.
 

▲ 황규석 농촌진흥청장

농진청 측은 황 차장의 음주운전 이력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그가 청와대 검증을 통과했다는 입장이다. 농진청 인사팀 관계자는 “20039월 황 차장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그때 황 차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였다면서 농진청에는 2004년 황 차장의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0.06%2003년 음주 단속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위반한 수치다.

2003년 황 차장은 농진청 경영개선담당관실 농업연구관으로 근무 중이었다. 농진청 관계자는 당시 농진청은 황 차장에게 경고처분을 했다음주운전으로 인한 명확한 징계 기준이 만들어진 게 2011년이었다. 2004년에는 (음주운전 관련 기준이 없어)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적용해 (경고) 처분이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회 분위기상 지금보다 음주운전에 관대했다고도 했다.

1순위 추천받아 검증 통과
“10년 이내만 문제된다?”

2011121일부터 시행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처음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을 경우 혈중알코올농도가 0.1% 미만이면 감봉-견책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농진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시민단체 회원은 음주운전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악질 범죄라며 청와대가 검증 기준으로 내세운 10년의 의미를 모르겠다. 10년 이내에 했으면 나쁜 음주운전, 그 이전에 했으면 괜찮은 음주운전이라는 뜻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평생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운전자도 많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고위공직자라면 음주운전서 자유로워야 한다국민정서상 기간에 상관없이 음주운전 기록이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용 배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음주운전 사고가 자주 일어나면서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대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 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윤창호씨 사건으로, 사고를 일으킨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연예인, 경찰, 검사 등이 일으킨 음주운전 사고가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음주운전자를 잠재적 살인자로 보는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다.

부정 여론↑
선임 강행

농진청 인사팀 관계자는 황 차장의 음주운전 이력은 16년 전 일이기 때문에 청와대서도 임용 제청이 안 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자인 A씨에게 전과기록이 없는데도 승진 임용이 안 된 점에 대해서는 그 순위(1·2순위)는 전과기록만 보고 정하는 게 아니다. 업무 추진능력이나 차장으로서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지도 살핀다물론 음주운전 기록이 치명타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을 커버할 수 있는 다른 능력이 크기 때문에 청장님이 그분(황 차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 음주운전 흑역사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서 김 수사관은 청와대가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 전력이 2회 있는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임명을 강행했다“20179월 감찰 보고서를 두 차례 올렸지만 임명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임명을 강행했다면 조국 민정수석이 대통령께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이날 오후 염 부의장 관련 내용은 공직기강비서관실서 인사검증 시에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라며 “(인사검증) 7대 기준 발표 이전 단순 음주운전이며 비상임위원인 점을 참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사검증 7대 기준은 청와대서 201711월 발표했다.

청와대의 음주 관련 논란은 지난해에도 불거졌다. 지난해 1123일 김종천 청와대 전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030분쯤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인근서 경찰 단속에 걸렸다.

그는 음주상태로 종로구 한 음식점 앞에서 적발지점까지 청와대 비서실 차량을 100m가량 몰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당시 김 전 비서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특히 재범 가능성이 높은 음주운전 사고의 특성상 초범이라 할지라도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교육시간을 늘리는 등 재범방지를 위한 대책을 더욱 강화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청와대 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서 기강해이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문 대통령은 김 전 비서관에 대해 직권면직조치를 내렸다. 직권면직은 임용권자가 대상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의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제도다. 본인이 원해서 퇴직하는 의원면직과는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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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