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촌진흥청 이상한 고위인사

음주운전 빨간줄…그래도 승진 이상 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음주운전 기록을 가진 정부부처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최종 임용됐다. 부처장의 1순위 추천을 받은 이 후보자는 청와대 검증을 통과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점차 강화되는 상황서 이 후보자가 신임 차장으로 낙점되자 부처 내부에선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1기 내각 구성 이후인 20171122‘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병역면탈과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과 논문 표절 등 기존 5대 인사원칙에 음주운전과 성범죄가 추가됐다. 인사검증 기준 적용 대상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포함한 장·차관은 물론 1급 이상 고위공직 후보자로 확대했다.

7대 검증 기준
음주운전 추가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최근 10년 이내 2회 이상 한 경우, 1회 한 경우라도 신분을 허위 진술한 경우 임용을 원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인사검증 기준이 발표되기 전 인사청문회를 치른 송영무 전 국방부장관은 1991년 음주운전 무마 의혹으로 뭇매를 맞았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이력이 불거지면서 결국 낙마했다.

청와대는 음주운전 이력이 있더라도 검증 기간 이전에 일어난 일이면 임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당시 내정자)의 두 차례 음주운전 이력이 문제로 떠올랐다. 201219대 총선과 201620대 총선서 서울 양천을에 출마했던 이 수석은 전과기록이 공개돼있다.


그는 20017월과 20049월 각각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벌금 100만원과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한 언론사에 현 시점서 이 수석(당시 내정자)의 음주이력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인사검증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내정자를 인선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음주운전 적발 ‘경고’ 처분
16년 뒤 주요 보직 거쳐 차장 승진

그런데 이번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 인사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기록이 있는 황규석 신임 차장이 최종 낙점되면서 입길에 올랐다. 황 차장의 음주운전 적발 시기는 20039월로 16년 전이다. 청와대 검증 기준에 따르면 임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황 차장과 함께 검증을 받은 또 다른 후보자는 전과기록이 전혀 없는데, 음주운전 기록이 있는 황 차장이 임용되자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1일 농진청은 황규석 연구정책국장을 신임 차장으로 승진 임명했다고 밝혔다. 1961년 충남 아산 출생으로 충남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 동 대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은 황 차장은 공직생활 30년 만에 농진청 27대 차장에 올랐다.

그는 1988년 농진청 농업연구사로 시작해 연구정책과장, 행정법무담당관, 축산과학원 기술지원과장, 농진청 수출농업지원과장, 연구정책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12일 별도의 취임식 없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황 차장은 결과보다는 일하는 과정서 즐거움으로 보상받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진정한 힘의 원천이라며 상생협력과 소통을 통해 농진청이 농업 현장과 국민 실생활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보급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농진청은 농촌진흥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소속으로 농촌진흥청을 둔다는 정부조직법 제36조에 따라 설립됐다. 농업의 발전과 농업인의 복지 향상 및 농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농업·농업인·농촌 관련 과학기술의 연구개발·보급 등에 관한 사항을 추진해 농촌지역의 진흥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청장 다음∼
고위공무원단

황 차장이 승진 임용된 차장직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직위로, 농진청서 청장 다음으로 높은 자리다. 농진청 차장 임용 과정은 청와대 검증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일반적인 승진 임용의 경우 보통승진심사위원회를 열어 후보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보통승진심사위원회의 위원들이 국장급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차장 임용의 경우 청장이 후보를 정한다.

먼저 농진청 청장이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를 통과한 직원을 대상으로 주변의 평가를 종합해 1·2순위 후보자를 선정한다.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실·국장급 공무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정관리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200671일부터 시행됐다. 고위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역량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2순위 후보자는 1순위 후보자가 청와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예비후보다. 이번 임용서 2순위 후보자는 농진청 내부 다른 부서 국장 A씨로 알려졌다. 2배수 혹은 3배수로 후보군이 구성되면 농진청서 청와대에 검증을 요청한다.

청와대 검증 결과가 나오면 농진청 청장이 최종 후보자를 낙점해 인사혁신처에 임용 제청을 요청한다. 인사혁신처는 대통령에게 임용 재가안을 올리고 대통령이 최종 임용을 결정하면 인사 절차가 마무리된다.

징계 기준
없었다지만…

청와대는 인사검증 단계를 거쳐 임용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농진청서 요청한 1·2순위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검증 결과는 모두 통과로 나왔다. 김경규 농진청 청장은 황 차장을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고 인사혁신처의 재가안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임용을 결정했다.
 

▲ 황규석 농촌진흥청장

농진청 측은 황 차장의 음주운전 이력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그가 청와대 검증을 통과했다는 입장이다. 농진청 인사팀 관계자는 “20039월 황 차장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그때 황 차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였다면서 농진청에는 2004년 황 차장의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0.06%2003년 음주 단속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위반한 수치다.

2003년 황 차장은 농진청 경영개선담당관실 농업연구관으로 근무 중이었다. 농진청 관계자는 당시 농진청은 황 차장에게 경고처분을 했다음주운전으로 인한 명확한 징계 기준이 만들어진 게 2011년이었다. 2004년에는 (음주운전 관련 기준이 없어)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적용해 (경고) 처분이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회 분위기상 지금보다 음주운전에 관대했다고도 했다.

1순위 추천받아 검증 통과
“10년 이내만 문제된다?”

2011121일부터 시행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처음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을 경우 혈중알코올농도가 0.1% 미만이면 감봉-견책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농진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시민단체 회원은 음주운전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악질 범죄라며 청와대가 검증 기준으로 내세운 10년의 의미를 모르겠다. 10년 이내에 했으면 나쁜 음주운전, 그 이전에 했으면 괜찮은 음주운전이라는 뜻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평생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운전자도 많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고위공직자라면 음주운전서 자유로워야 한다국민정서상 기간에 상관없이 음주운전 기록이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용 배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음주운전 사고가 자주 일어나면서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대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 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윤창호씨 사건으로, 사고를 일으킨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연예인, 경찰, 검사 등이 일으킨 음주운전 사고가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음주운전자를 잠재적 살인자로 보는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다.

부정 여론↑
선임 강행

농진청 인사팀 관계자는 황 차장의 음주운전 이력은 16년 전 일이기 때문에 청와대서도 임용 제청이 안 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자인 A씨에게 전과기록이 없는데도 승진 임용이 안 된 점에 대해서는 그 순위(1·2순위)는 전과기록만 보고 정하는 게 아니다. 업무 추진능력이나 차장으로서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지도 살핀다물론 음주운전 기록이 치명타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을 커버할 수 있는 다른 능력이 크기 때문에 청장님이 그분(황 차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 음주운전 흑역사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서 김 수사관은 청와대가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 전력이 2회 있는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임명을 강행했다“20179월 감찰 보고서를 두 차례 올렸지만 임명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임명을 강행했다면 조국 민정수석이 대통령께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이날 오후 염 부의장 관련 내용은 공직기강비서관실서 인사검증 시에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라며 “(인사검증) 7대 기준 발표 이전 단순 음주운전이며 비상임위원인 점을 참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사검증 7대 기준은 청와대서 201711월 발표했다.

청와대의 음주 관련 논란은 지난해에도 불거졌다. 지난해 1123일 김종천 청와대 전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030분쯤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인근서 경찰 단속에 걸렸다.

그는 음주상태로 종로구 한 음식점 앞에서 적발지점까지 청와대 비서실 차량을 100m가량 몰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당시 김 전 비서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특히 재범 가능성이 높은 음주운전 사고의 특성상 초범이라 할지라도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교육시간을 늘리는 등 재범방지를 위한 대책을 더욱 강화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청와대 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서 기강해이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문 대통령은 김 전 비서관에 대해 직권면직조치를 내렸다. 직권면직은 임용권자가 대상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의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제도다. 본인이 원해서 퇴직하는 의원면직과는 다르다. <>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