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탄력적 근로시간제 안착을 위한 제안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2.25 10:07:33
  • 호수 12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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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은 근로자·근로자단체(노동조합)와 사용자 간의 관계를 다루는 법률로 국민 대다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대내외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최대 주 52시간 근로’로 대표되는 노동시간 단축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발맞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기존 3개월서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의 노사정 합의가 있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 현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이 강력히 반발하며 파업을 예고하는 등 향후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그간 노동계가 탄력적 근로시간 단위 기간 확대에 반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보다 장시간 근로자가 과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고, 또 하나는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해 실질적인 임금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 우려와 관련해 경사노위에서는 근로자가 전후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통근과 수면 시간을 고려했을 때 최소한의 휴식 시간은 보장되도록 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근로기준법상 휴게 시간 규정도 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선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을 줘야 한다. 그렇다면 근로자가 오전 9시에 출근, 오후 9시에 퇴근했다면 얼마의 휴게 시간을 주면 될까? 근로기준법에서는 이에 대해 규정한 바가 없다.

필자의 견해로는 1시간만 부여해도 법 위반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근로자는 지나치게 과도한 노동을 할 우려가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경우, 특정한 날에 1일 8시간 이상 근로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게 되는 만큼 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 시에 휴게 시간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이를테면 ‘일 8시간을 초과 근무하는 경우 초과 근로시간 1시간에 대해 15분의 휴게 시간을 줘야 한다’ 등의 조항을 둬야 한다. 그래야만 저녁식사라도 편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저하 우려는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 문제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저하 방지 방안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한 만큼 임금저하 문제는 완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규모 기업 등 근로자가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업체나 연장근로수당이 전체 임금서 차지하는 비율이 큰 사업체 종사자들을 위해 노사정과 입법부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만큼 논의를 거듭할수록 각 이해관계자들의 사정을 심도 있게 조정한 발전된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까지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도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정부를 신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 투쟁뿐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도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회적 합의가 대내외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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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