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슈퍼 주총데이 관전포인트

대기업 총수들 도마 오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상장사들의 주주총회철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한날에 몰리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주총의 관전 포인트는 한진, 삼성에 대한 국민연금·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와 대기업 오너 일가의 재선임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지난 19일 재계에 따르면 상장사들의 정기주총이 같은 날 한꺼번에 열리는 슈퍼 주총데이 현상이 올해도 반복될 전망이다. 다음 달 22일부터 29일까지 수백개의 기업이 주총을 진행하며, 27일에 주총을 열겠다고 밝힌 기업만 223개사에 달한다. 주요 대기업들도 비슷한 시기에 주총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쏠림 현상 여전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총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사내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 상정 여부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임시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사의 임기가 3년을 초과할 수 없는 상법에 따라 이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10월26일 만료된다.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려면 재선임 절차가 필요한데, 오는 3월 주총은 임기 내 열리는 마지막 정기주총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주총서 이재용 부회장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 상고심 결정이 나온 뒤 재선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주총에선 사외이사 선임 안건만 다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8.95%)이 최근 경영권 참여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주총서 ‘국정 농단 사건 감독의무 소홀’을 이유로 이상훈 이사회 의장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주총에는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3명의 신규 선임, 혹은 재선임, 재무제표·이사 보수한도 승인과 같은 비교적 무난한 안건이 주로 다뤄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임기가 다음 달 14일자로 끝난다. 정몽구 회장이 물러난다면 올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체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주총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사내이사와 기아차 기타 비상무이사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구본준 부회장의 행보가 관심사다. LG전자는 이번 주총서 구본준 부회장이 맡았던 기타 비상무이사직에 권영수 부회장을 신규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구본준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들어선 직후 사실상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SK그룹과 롯데그룹도 총수의 재선임 안건이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주) 대표이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연임 절차를 이번 주총을 통해 밟아야 한다. 재계는 이들의 연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는데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여부가 관심사다.

최근 국민연금은 SK계열사에 반대표를 많이 던졌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변경에 대해 과다지급을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고, SK사내이사 선임과 SK텔레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도 반대한 바 있다.


내달 22일부터 29일까지 수백개의 주총 진행
오너일가 재선임·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주목

올해 주총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한진그룹 계열사들이다. 지주회사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와 3대 주주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앞서 KCGI는 한진에 추천 사외이사 2명이 포함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요구했고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정관변경 주주 제안을 통보했다. 조양호 회장의 연임 여부는 재계 최대 관심사다. 정관변경 안건이 통과되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양호 회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등기이사에서 배제된다.

이외에도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등기임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GS 대표이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금호산업 대표이사),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현대그린푸드 사내이사·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손경식 CJ그룹 회장(CJ제일제당 대표이사) 등이 이번 주총 무대에 오른다.

올해 주총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 중에서 ‘오너 갑질’ 등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거나 지배구조 등에 문제가 있는 기업 등이 국민연금의 경영 견제를 받을 전망이다.

이미 국민연금은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한진그룹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저배당을 지적받아온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스스로 배당확대 정책을 수립하면서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하지 않기로 하는 사례도 나왔다.

이에 따라 주총 시즌이 본격화되면 국민연금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지만 일각에선 그 실효성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한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막강할 경우 국민연금이 기관 등 다른 주요주주들과 연대를 한다고 해도 주총 안건 하나 제대로 막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 폐지와 맞물려 주주들의 주총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주주총회의 분산개최 유도에 나섰다.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 시 벌점을 깎아주고, 사외이사·감사위원회위원 미선임으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서도 제외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주총 집중 예상일을 미리 고지해 상장사들이 해당 날짜를 피하도록 했다. 그러나 상장사들의 주주총회가 특정일에 몰리는 슈퍼 주총 문제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자의 참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돼왔지만 슈퍼 주총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은 주총이 몰리는 걸 굳이 피하지 않는다. 주총이 몰리면 소액주주의 참여와 주주권 행사가 어려운데, 기업 입장에선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어서다.

반면 섀도보팅 폐지 여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코스닥 기업 위주로 슈퍼 주총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감사 선임에 실패하는 등 안건 처리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막아도 헛수고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회원 상장사들이 섀도보팅 폐지로 주총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주주들을 모으기 어려운 주총 집중일은 자발적으로 피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밝혔다.

상장사 관계자는 “결산과 감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주총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사실상 3월 중순 이후밖에 없다. 몇 개 안 되는 날짜에 수천개의 기업들이 몰리다 보니 분산해도 어쩔 수 없이 쏠림 현상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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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