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토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후보 조대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2.25 09:59:30
  • 호수 12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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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후보들 중 도움 될 사람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유한국당에 혜성처럼 등장한 정치인이 있다. 그는 일부 당원들에게 ‘빨갱이’ ‘주사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진짜 보수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일요시사>가 혜성처럼 등장한 자유한국당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를 만났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조대원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후보

“여러분이 김진태! 김진태! 외칠 때 제가 속으로 어떤 생각했는지 아는가? 그래, 김진태 데리고 우리 당을 나가달라. 이래서 수권정당 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무슨 대한애국당인가?” “얼마 전 전라도 광주가 고향인 후배 하나가 술이 이만큼 돼서 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5.18 망언 등에 대해)호남에 계신 여러분, 정말 잘못했습니다. 저희들 용서해주십시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가 2·27전당대회를 앞두고 합동연설회서 연일 ‘간 큰’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당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조 후보자는 김진태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일침을 가했다. 또 한국당의 ‘5·18 망언’에 대해 자신의 고향인 대구서 호남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전당대회 합동 연설서 ‘사이다 발언’
 TK·육사·장교 출신의 이유있는 비판

조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한국당 내에서 파격 그 자체였다. 이번 전당대회는 극우로 불리는 ‘태극기 부대’가 표심을 잡고 있다. 이들의 지지를 받지 않으면 당선되기 힘든 구도가 형성됐다. 태극기 부대는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여전히 열렬히 지지한다. 또 5·18민주화운동을 북한 소행이라며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조 후보는 이런 표심을 의식하지 않고 그야말로 ‘소신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당원들은 그를 ‘빨갱이’ ‘주사파’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그는 경북 영천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장교 출신이다. 보수를 대표하는 전형적인 TK(대구·경북) 출신 군인인 셈이다. 일각에선 ‘진정한 보수가 나타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 후보자가 당 내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목소리를 낸 배경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지난 19일 광화문서 조 후보를 만났다. 

▲하루아침에 벼락스타가 됐다. 
-얼떨떨하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원외 당협위원장 출신 후보를 연일 언론서 언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당 내부서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당은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점점 극우화되고 있다. 이건 국민이 바라는 게 아니다. 국민은 ‘진정한 보수’를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내부에서는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언론서 후보자를 주목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놓고 수구 기득권 세력과 이념투쟁이 시작됐다. 내가 보수 이념 투쟁의 첫 신호탄을 쏴올렸다고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 같다. 한국당은 민주당과 싸울 게 아니다. 진정한 보수가 무엇인지 노선을 정하는 게 순서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혁신은 실패했다. 많은 당원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문제 제기를 못하고 있다.
 

▲ 조대원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후보

그랬다간 극우지지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건재한 친박(친 박근혜) 세력에게 견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보수를 좀먹고 있다. 

지금까지 그 어떤 정치인에게도 빚진 게 없이 홀로 이 자리까지 왔다. 그래서 누구든지 치열하게 비판할 수 있다. 연설을 마치고 내려올 때 3선의 중진 의원이 ‘옳은 말만 했다. 정말 잘했다’고 격려했다. 당 내부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국민들이 보기에는 오죽하겠는가. 

후보 중 5·18 망언 사과 유일
김진태·애국당 대놓고 비난

▲어떤 사람들이 당을 망치고 있나? 
-책임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보수를 망치고 있다. 먼저 친박들이다. 자신들이 모셨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또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때 당을 이끌었던 지도부도 책임지고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다음 총선 때 또 출마할 궁리만 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의 혁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한국당은 구시대적 인물이 아닌 새로운 정치인이 필요하다. 이들이 정치를 그만두지 않은 이상 한국당은 수구정당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당 대표 후보자들에 대한 생각은?
-솔직히 득표에 도움 될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내년 수도권 총선 때 당 대표 손잡고 돌아다녀서 표가 생길지 의문이다. 세 후보자를 보면서 드는 솔직한 심정이다. 김진태 의원을 손잡고 돌아다닐 수 없지 않느냐.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정권에 부역했다는 낙인이 찍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으로 실패한 리더십이다. 참 답답하다. 
 

▲그래도 이 중에서 될 텐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누가 되든 최고위원으로서 싸울 것이다. 다른 최고위원들은 당내 화합을 말하지만, 이건 잘못된 걸 덮고 가자는 것밖에 안 된다. 내가 최고위원이 된다면 그런 거 안 하겠다. 국민은 한국당 의원 90%를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걸 끝까지 관철할 것이다. 대단히 뻔뻔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이 이 당에는 많다. 끝까지 비판하고 싸울 것이다. 

▲최고위원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언행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한국당에 대한 거부증이 있다. 말과 행동이 국민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기 때문이다. 품격있고 정의롭게 바꿔야 한다. 그게 ‘한국당 거부증’ 치료의 첫걸음이다. 현재 공천시스템을 뜯어고칠 것이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수 없다.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 차기 총선 공천에 있어 당 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의 입김이 절대 못 미치게 할 것이다. 공정하고, 정의롭고, 과학적인 시스템의 공천을 확립시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부족한 사람에게 관심 가져줘서 감사하다. 일부 소수 극우들에게 욕도 먹고 있지만, 수백만 국민들이 나를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의치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당내 누구도 두렵지 않다. 두려운 것은 오직 국민뿐이다. 이번 정부의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깨달았다.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국민이 정당과 정치인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라고 느꼈다. 나에게 가장 만만한 상대는 당내 지도부와 기득권들이다. 


<cmp@ilyosisa.co.kr>

 

[조대원은?]

한국당 조대원 후보자는 1970년 경북 영천서 태어나 대구 덕원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육군 장교로 근무했고 대위로 예편해 2005년 3월3일 한나라당(옛 자유한국당)에 입당, 경북 영천 재·보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후 미국에 건너가 뉴욕대학교 정치학 석사를 거쳤다. 

한국에 돌아와 고양시에 터를 잡았으며 2012년부터 시민운동에 투신했다. 맑은고양만들기 시민연대 대표를 지냈으며 새누리당 부대변인을 지냈다. 지난해 1월 한국당 경기도당 고양시정 당협위원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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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