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탄생 주역 ‘광흥창팀’ 현주소

‘운명’은 엇갈려도 ‘퇴장’은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광흥창팀’은 문재인정부를 탄생시킨 핵심 조직이다. 멤버들은 대선 이후 대부분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 차를 맞아 변화에 직면했다. 일부는 정치권으로 복귀했고 몇몇은 향후 행보를 조율 중이다. 누군가는 중간에 낙오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 한마음으로 모였지만 그 끝은 가지각색이다.
 

▲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광흥창팀은 이따금씩 주목을 받았다. 광흥창팀은 문 대통령의 측근인사들로 구성된 대선조직이었다. 사무실이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 있어 '광흥창'이란 이름이 붙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이 팀을 이끌었다. 대선 이후 광흥창팀 멤버는 핵심 요직에 기용됐다. 광흥창팀 절반 이상은 청와대에 입성했다.

대선 조직
요직 기용

문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광흥창팀은 갈림길에 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했다. 임 전 실장과 함께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8일 물러났다. 광흥창팀을 이끌었던 임 전 실장을 비롯해 한 전 수석과 윤 전 수석 모두 광흥창팀 멤버다.

임 전 실장과 한 전 수석은 퇴임 13일 만에 청와대로 복귀했고 문 대통령은 이들을 외교특별보좌관으로 위촉했다. 임 전 실장은 아랍에미리트(UAE) 특보를, 한 전 수석은 이라크 특보를 맡게 됐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임명 배경에 대해 “각각 UAE와 이라크에 특화돼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 전 실장은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한 바 있다.

윤 전 수석은 당분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윤 전 수석은 차기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6·13지방선거 때도 성남시장 출마설에 휩싸이곤 했다.


임 전 실장은 UAE 특보로 임명된 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 복당했다. 임 전 실장과 함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남요원 전 청와대 문화비서관 그리고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도 복당을 신청했다. 임 전 실장과 남 전 비서관, 권 전 관장은 서울시당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백 전 비서관은 경기도당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임 전 실장의 복당으로 그의 차기 총선 가능성이 저울질되고 있다. 임 전 실장과 함께 복당한 백 전 비서관과 남 전 비서관, 권 전 관장은 이미 총선 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캠 핵심조직, 대선 직후 청와대로
집권 3년 차, 청와대 나와 뿔뿔이

임 전 실장은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그는 17·18대 총선서 성동구 지역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가 총선에 출마한다면 해당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구성동구을은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의 지역구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복당한 건 사실상 출마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를 둘러싼 통일부장관 등용 가능성, 서울시장 선거 출마설 등은 힘을 잃은 형국이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한 전 수석은 지난 11일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임 전 실장의 출마설을 언급했다. 한 전 수석은 “임 전 실장도 조만간 결정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본인의 출마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전 수석은 “구체적인 발표를 위한 준비 단계는 아직 다 마무리가 안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흥창팀 멤버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지난달 29일 사퇴했다. 탁 전 행정관은 재임기간 동안 줄곧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공세를 받았다. 여성비하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탁 전 행정관은 사퇴 직전까지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미 한 차례 사의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임 전 실장은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답했다. 야권에선 ‘셀프 신파극’이라며 조롱 섞인 비판을 내놨다.

첫눈이 온 뒤에도 탁 전 행정관이 사퇴하지 않자 ‘탁현민 정치쇼’라는 말까지 나왔다. 탁 전 행정관은 또다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탁 전 행정관은 지난 22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에 위촉됐다.

탁 전 행정관은 지난 20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을 지적하며 정부를 옹호했다. 탁 전 행정관은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블랙리스트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당해봐서 안다”고 털어놨다.

사임 후 총선
퇴직 후 지원

광흥창팀 멤버는 현직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문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국정상황실장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이다. 윤 실장은 여타 참모진들과 마찬가지로 총선 차출설서 자유롭지 못했다.

부산 출신인 윤 실장은 PK(부산·경남)지역 출마설의 주인공이 됐다. 민주당 강훈 의원은 지난 6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배종찬입니다>에 출연해 윤 실장의 차출설에 대해 답했다. 강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 인재를 널리 쓰는 건 당연하다”며 “문재인정부 집권 후반기가 레임덕으로 가느냐, 어느 정도 뒷받침되느냐는 아주 중요한 기점”이라며 배경을 언급했다.
 

▲ 권혁기 전 춘추관장 ⓒ청와대

PK는 정부와 여당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지역이다. 민주당은 지난 6·13지방선거를 통해 PK지역 민심을 압도적으로 얻었다. 그러나 지난 승리를 오는 총선서 재연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PK지역 민심의 변화와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 등 악재가 끊이질 않아서다.

오종식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은 지난달 31일 임명됐다. 오 비서관은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바 있다. 오 비서관은 신동호 연설비서관과 함께 대통령 연설문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오 비서관과 신 비서관의 호흡은 기대할 만하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당대표를 지냈을 때 함께 참모로 활동한 바 있다.

이진석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은 지난달 21일 사회정책비서관서 수평 이동했고,  유송화 춘추관장은 지난달 9일 임명됐다. 유 관장은 11년 만에 여성 춘추관장에 올랐다. 유 관장은 제2부속비서관을 지내며 김정숙 여사를 보좌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조용우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과 조한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도 재임 중이다.

대선 직후 해외
양정철 복귀?

일부 광흥창팀 멤버는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취임과 함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안 사장은 참여정부 때 국정홍보비서관과 국정홍보처 차장을 지냈다. 이명박정부 때는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을 맡았다. 그러나 안 사장은 관광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안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4개월 넘게 민주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안 사장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같은 해 9월 말에서야 탈당계를 제출했다. 안 사장은 공공기관장이다. 임명을 앞둔 공공기관장은 당적을 가질 경우 곧바로 탈당하는 게 관례인데 당시 이를 두고 많은 비판이 있었다.


낙하산 인사라는 낙인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16일 기소됐다. 송 전 비서관은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충북 충주시 시그너스컨트리클럽 골프장에 웨딩사업부 이사로 이름만 올린 뒤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7년 5월까지 7년 동안 매달 340만원씩 총 2억9200만원을 받아 정치활동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 전 비서관은 지난 12일 1차 공판을 마치고 “혐의내용에 대해 재판과정서 소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송 전 비서관이 드루킹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200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김경수 경남지사를 드루킹에 소개해주는 과정에서 받은 간담회 사례금이었다”고 전했다. 정치자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음주운전으로 사임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 11월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에 불이 붙었을 당시 발생한 사건이었다. 문 대통령은 김 전 비서관을 직권면직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 전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했지만 여론 악화를 우려, 추가 조치를 한 것이다.

현직·총선·기소·면직…위치 제각각
양정철 복귀?…광흥창팀 마침표

사표 수리는 의원면직에 해당한다. 의원면직은 단순한 사표 수리에 해당할 뿐 징계 기록이 남지 않는다. 그러나 직권면직은 징계기록이 남게 된다.


문 대통령의 직권면직이 있던 날 김 대변인은 “아침에 김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한 것이 사전적 조치였다면 직권면직은 정식 조처”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이 직접 음주운전을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준수해야 할 청와대 직원이 어겼다는 점에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서 승리한 이후 공직에 진출하지 않고 재야생활을 했던 멤버도 있다. 양정철 전 비서관이 그 주인공이다.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3철’ 중 한 사람이다. 3철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양 전 비서관과 함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뜻한다.

임 전 실장과 광흥창팀을 이끌었던 양 전 비서관은 대선 직후 “대통령에게 부담 주기 싫다”며 출국해 해외를 떠돌았다. 양 전 비서관은 가끔 귀국할 때마다 현역 정치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민주당은 지난 21일 양 전 비서관에게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달 양 전 비서관이 잠시 귀국했을 때 같은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재 위기

일각에선 적절한 인사라고 평가한다. 문재인정부가 통상 ‘3년 차 징크스’라 불리는 시기를 관통하고 있는 만큼 양 전 비서관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양 전 비서관이 일전에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민주연구원장 자리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비서관의 복귀는 광흥창팀의 ‘마침표’라는 해석이다. 광흥창팀의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대선 이후 각자의 영역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팀을 이끌었던 양 전 비서관의 복귀는 괄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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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