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탄생 주역 ‘광흥창팀’ 현주소

‘운명’은 엇갈려도 ‘퇴장’은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광흥창팀’은 문재인정부를 탄생시킨 핵심 조직이다. 멤버들은 대선 이후 대부분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 차를 맞아 변화에 직면했다. 일부는 정치권으로 복귀했고 몇몇은 향후 행보를 조율 중이다. 누군가는 중간에 낙오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 한마음으로 모였지만 그 끝은 가지각색이다.
 

▲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광흥창팀은 이따금씩 주목을 받았다. 광흥창팀은 문 대통령의 측근인사들로 구성된 대선조직이었다. 사무실이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 있어 '광흥창'이란 이름이 붙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이 팀을 이끌었다. 대선 이후 광흥창팀 멤버는 핵심 요직에 기용됐다. 광흥창팀 절반 이상은 청와대에 입성했다.

대선 조직
요직 기용

문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광흥창팀은 갈림길에 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했다. 임 전 실장과 함께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8일 물러났다. 광흥창팀을 이끌었던 임 전 실장을 비롯해 한 전 수석과 윤 전 수석 모두 광흥창팀 멤버다.

임 전 실장과 한 전 수석은 퇴임 13일 만에 청와대로 복귀했고 문 대통령은 이들을 외교특별보좌관으로 위촉했다. 임 전 실장은 아랍에미리트(UAE) 특보를, 한 전 수석은 이라크 특보를 맡게 됐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임명 배경에 대해 “각각 UAE와 이라크에 특화돼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 전 실장은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한 바 있다.

윤 전 수석은 당분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윤 전 수석은 차기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6·13지방선거 때도 성남시장 출마설에 휩싸이곤 했다.


임 전 실장은 UAE 특보로 임명된 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 복당했다. 임 전 실장과 함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남요원 전 청와대 문화비서관 그리고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도 복당을 신청했다. 임 전 실장과 남 전 비서관, 권 전 관장은 서울시당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백 전 비서관은 경기도당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임 전 실장의 복당으로 그의 차기 총선 가능성이 저울질되고 있다. 임 전 실장과 함께 복당한 백 전 비서관과 남 전 비서관, 권 전 관장은 이미 총선 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캠 핵심조직, 대선 직후 청와대로
집권 3년 차, 청와대 나와 뿔뿔이

임 전 실장은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그는 17·18대 총선서 성동구 지역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가 총선에 출마한다면 해당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구성동구을은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의 지역구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복당한 건 사실상 출마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를 둘러싼 통일부장관 등용 가능성, 서울시장 선거 출마설 등은 힘을 잃은 형국이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한 전 수석은 지난 11일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임 전 실장의 출마설을 언급했다. 한 전 수석은 “임 전 실장도 조만간 결정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본인의 출마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전 수석은 “구체적인 발표를 위한 준비 단계는 아직 다 마무리가 안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흥창팀 멤버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지난달 29일 사퇴했다. 탁 전 행정관은 재임기간 동안 줄곧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공세를 받았다. 여성비하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탁 전 행정관은 사퇴 직전까지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미 한 차례 사의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임 전 실장은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답했다. 야권에선 ‘셀프 신파극’이라며 조롱 섞인 비판을 내놨다.

첫눈이 온 뒤에도 탁 전 행정관이 사퇴하지 않자 ‘탁현민 정치쇼’라는 말까지 나왔다. 탁 전 행정관은 또다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탁 전 행정관은 지난 22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에 위촉됐다.

탁 전 행정관은 지난 20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을 지적하며 정부를 옹호했다. 탁 전 행정관은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블랙리스트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당해봐서 안다”고 털어놨다.

사임 후 총선
퇴직 후 지원

광흥창팀 멤버는 현직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문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국정상황실장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이다. 윤 실장은 여타 참모진들과 마찬가지로 총선 차출설서 자유롭지 못했다.

부산 출신인 윤 실장은 PK(부산·경남)지역 출마설의 주인공이 됐다. 민주당 강훈 의원은 지난 6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배종찬입니다>에 출연해 윤 실장의 차출설에 대해 답했다. 강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 인재를 널리 쓰는 건 당연하다”며 “문재인정부 집권 후반기가 레임덕으로 가느냐, 어느 정도 뒷받침되느냐는 아주 중요한 기점”이라며 배경을 언급했다.
 

▲ 권혁기 전 춘추관장 ⓒ청와대

PK는 정부와 여당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지역이다. 민주당은 지난 6·13지방선거를 통해 PK지역 민심을 압도적으로 얻었다. 그러나 지난 승리를 오는 총선서 재연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PK지역 민심의 변화와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 등 악재가 끊이질 않아서다.

오종식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은 지난달 31일 임명됐다. 오 비서관은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바 있다. 오 비서관은 신동호 연설비서관과 함께 대통령 연설문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오 비서관과 신 비서관의 호흡은 기대할 만하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당대표를 지냈을 때 함께 참모로 활동한 바 있다.

이진석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은 지난달 21일 사회정책비서관서 수평 이동했고,  유송화 춘추관장은 지난달 9일 임명됐다. 유 관장은 11년 만에 여성 춘추관장에 올랐다. 유 관장은 제2부속비서관을 지내며 김정숙 여사를 보좌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조용우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과 조한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도 재임 중이다.

대선 직후 해외
양정철 복귀?

일부 광흥창팀 멤버는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취임과 함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안 사장은 참여정부 때 국정홍보비서관과 국정홍보처 차장을 지냈다. 이명박정부 때는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을 맡았다. 그러나 안 사장은 관광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안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4개월 넘게 민주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안 사장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같은 해 9월 말에서야 탈당계를 제출했다. 안 사장은 공공기관장이다. 임명을 앞둔 공공기관장은 당적을 가질 경우 곧바로 탈당하는 게 관례인데 당시 이를 두고 많은 비판이 있었다.


낙하산 인사라는 낙인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16일 기소됐다. 송 전 비서관은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충북 충주시 시그너스컨트리클럽 골프장에 웨딩사업부 이사로 이름만 올린 뒤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7년 5월까지 7년 동안 매달 340만원씩 총 2억9200만원을 받아 정치활동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 전 비서관은 지난 12일 1차 공판을 마치고 “혐의내용에 대해 재판과정서 소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송 전 비서관이 드루킹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200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김경수 경남지사를 드루킹에 소개해주는 과정에서 받은 간담회 사례금이었다”고 전했다. 정치자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음주운전으로 사임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 11월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에 불이 붙었을 당시 발생한 사건이었다. 문 대통령은 김 전 비서관을 직권면직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 전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했지만 여론 악화를 우려, 추가 조치를 한 것이다.

현직·총선·기소·면직…위치 제각각
양정철 복귀?…광흥창팀 마침표

사표 수리는 의원면직에 해당한다. 의원면직은 단순한 사표 수리에 해당할 뿐 징계 기록이 남지 않는다. 그러나 직권면직은 징계기록이 남게 된다.


문 대통령의 직권면직이 있던 날 김 대변인은 “아침에 김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한 것이 사전적 조치였다면 직권면직은 정식 조처”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이 직접 음주운전을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준수해야 할 청와대 직원이 어겼다는 점에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서 승리한 이후 공직에 진출하지 않고 재야생활을 했던 멤버도 있다. 양정철 전 비서관이 그 주인공이다.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3철’ 중 한 사람이다. 3철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양 전 비서관과 함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뜻한다.

임 전 실장과 광흥창팀을 이끌었던 양 전 비서관은 대선 직후 “대통령에게 부담 주기 싫다”며 출국해 해외를 떠돌았다. 양 전 비서관은 가끔 귀국할 때마다 현역 정치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민주당은 지난 21일 양 전 비서관에게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달 양 전 비서관이 잠시 귀국했을 때 같은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재 위기

일각에선 적절한 인사라고 평가한다. 문재인정부가 통상 ‘3년 차 징크스’라 불리는 시기를 관통하고 있는 만큼 양 전 비서관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양 전 비서관이 일전에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민주연구원장 자리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비서관의 복귀는 광흥창팀의 ‘마침표’라는 해석이다. 광흥창팀의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대선 이후 각자의 영역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팀을 이끌었던 양 전 비서관의 복귀는 괄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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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