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톱’ 국회 앞날은?

국민의 삿대질 그래도 일 안 하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국회는 올해도 개점휴업이다. 국회 본회의는 올해 들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은 신년을 맞아 이구동성으로 민생을 내세웠다. 국회는 두 달 가까이 정쟁의 장으로 변했다. 의원들은 스스로 의무를 내팽개쳤다. 올해 초 결의에 찼던 표정이 무색해진 실정이다.
 

국회는 두 달 가까이 꽉 막혔다. 여야는 지난 1월부터 충돌했다. 1월 임시국회는 지난달 19일 야4당의 합의로 개최됐다. 여당은 의사일정 합의를 거부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월 국회가 며칠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면에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야당의 의혹이 결정적이었다.

합의 거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김태우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그리고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 등을 꺼내들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한국당과 발걸음을 맞췄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선거제 개혁을 촉구했다.

정치권은 2월 초 추석 명절을 맞아 또다시 민생을 외쳤다. 원내 정당들은 제각각 추석 민심을 잡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월 국회의 기한은 지난 17일까지였지만, 국회는 1월 국회 종료일까지 아무런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여야의 골은 깊어졌다. 지난 8일 한국당의 5·18 망언은 결정적이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망언을 쏟아낸 의원들에 대해 징계안 처리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를 민주화와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난달에 이어 또 다른 대립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정국 상황은 여야 대결로 치달았다. 시선은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여야 대표단으로 향했다. 여야 5당 지도부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함께 지난 10일 출국해 17일 귀국했다. 이들이 출국할 동안 국회는 5·18 망언으로 혼란스러웠다. 여야 지도부의 물밑협상이 기대됐다.

하루 먼저 귀국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월 국회가 열릴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 이미 민주당과 얘기했다”고 밝혔다. 방미 기간 여야 지도부 사이서 주목할 만한 논의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복귀는 갈등의 연장선이었다.

귀국 이튿날 문 의장의 주재로 5당 원내대표 회동이 있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모임이었으나 회동은 빈손으로 끝났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 의장은 원내대표들에게 ‘2월 임시국회가 안 되면 3월 임시국회의 구체적인 일정이라도 합의해서 발표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5당 원내대표들은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들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새해부터…정국 경색 ‘언제까지?’
지난해에도 40일 파행…매번 반복

국회는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2월 역시 통째로 날릴 공산이 크다. 당장 27일 한국당 전당대회와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여야의 관심이 두 이벤트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전대 과정은 여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당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다. 5·18 망언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연설에서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한국당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의 발언은 복잡한 정국을 한 번 더 꼬았다. 김 후보는 지난 18일 한국당 대구·경북 합동 연설회서 문 대통령을 향해 “저딴 게 대통령”이라고 말해 거센 후폭풍을 낳았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튿날 원내대책회의서 “한국당은 극우의 길로 가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공전국회로 수많은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발의된 법안 수만 700여개에 달한다. 여야가 한 목소리로 외친 민생·개혁 법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20일까지 단 한 차례도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
 

처리가 시급한 민생·개혁 법안은 산적하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법, 유치원3법, 체육계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는 국민체육진흥법, 여객운수사업법, 의료종사자 보호를 위한 정신건강증진법 등이 대표적이다. 개혁 법안도 마찬가지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사법개혁, 선거제 개편 등 굵직한 사안들이 남아있다.

국회 관계자는 “정쟁을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지킬 건 지켜야 한다”며 “국회가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국회가 당장 궤도에 오르더라도 정상적으로 운영될지 미지수다. 법안의 졸속 통과가 우려돼서다. 국회 파행 뒤 열린 대부분의 본회의는 법안을 졸속으로 통과시켰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차기 총선도 국회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하기 어렵다. 오는 4월15일은 2020년 총선을 딱 1년 앞둔 때다.

정치권 관계자는 “곧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는 총선모드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의원들의 시선은 모두 선거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간 빠듯

지난해 4∼5월에도 국회는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5월 임시국회도 절반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였다. 국회는 약 40여일 만에 정상화됐다. 국회 파행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혐오를 야기했다.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여론은 80% 이상이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포청천의 분노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여야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날 문 의장은 여야의 입장이 되풀이되자 ‘버럭’ 화를 냈다. 회의장 밖으로 문 의장의 고성이 들렸다. 문 의장은 “국회서 뭐 하나 하는 게 있느냐”며 “사법개혁이 됐나, 국가기관 개혁이 됐나. 그러니 5·18 (망언) 같은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문 의장은 협상 결렬 이후 국회의원 전원에게 친전 서한을 보냈다. 문 의장은 “싸워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 국민의 삶과 마음 앞에서는 이유도 조건도 필요 없다. 국회는 지금 당장 무조건 열려야 한다”고 밝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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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