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권주자 3인방’ 캠프 전력 비교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2.18 10:16:21
  • 호수 1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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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친이? 그림자 대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드디어 대진표가 완성됐다. 자유한국당 당권주자들은 지난, 12일 2·27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마감했다. 이로써 황교안·오세훈·김진태(기호 순) 세 명이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일요시사>는 각 후보들의 캠프 전력을 비교, 분석했다.
 

▲ 2·27 자유한국당 대진표가 완성된 가운데 어느 후보가 당권을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계제로였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인 지난 12일을 전후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눈치게임이 펼쳐졌다. 황교안 후보의 출마 외에는 모든 것이 예측불허였다. 시시각각 변하던 상황은 3인 경선으로 좁혀졌다.

보이콧 철회
정면 승부

오세훈 후보와 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 여부가 최고의 관심사였다. 먼저 결정을 내린 사람은 홍 전 대표였다. 그는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모든 후보자가 정정당당하게 상호 검증을 하고 공정하게 경쟁해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내부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홍 전 대표는 당권주자 빅3로 분류되는 거물이다.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2·27전당대회가 반쪽짜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엄습했다.


한 한국당 당직자는 홍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 직후 “불출마 불씨가 다른 당권주자에게까지 옮겨붙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원내 당권주자들의 불출마 러시도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당 대표 출마를 고려하던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은 출마의 뜻을 접었다.

심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무계파 공천으로 총선 승리를 이루고 정권 탈환의 계기를 만들어야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시대적 사명으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지만, 오늘 출마 의사를 철회한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당 대표 경선에 연연하는 것은 대표 선출에 누를 끼칠 수 있고, 당원과 국민들의 성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대표 경선의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통합 축제가 되어야 할 전대가 분열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전대 절차조차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당의 미래가 이런 식으로 휩쓸려가는 것을 막아보고 싶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끝까지 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당 화합과 보수통합, 그리고 총선 승리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황·오·김 후보 등록 사실상 양자대결
‘황’ 친박·TK로 낙승? ‘배박’이 변수


불출마 불씨는 더 이상 확전되지 않았다. 황 후보, 홍 전 대표와 함께 빅3 중 한 명으로 꼽힌 오 후보는 보이콧을 했다가 철회하고 지난 12일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후보 등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는 정당이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이념만을 추종하는 정당으로 추락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엇갈린 포석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황 후보와 김진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당권주자들은 2·27전당대회가 2차 북미정상회담(2월27∼28일)과 겹친다는 이유를 들어 날짜를 미뤄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하는 당권주자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블랙홀처럼 그날 이슈를 잡아먹을 것이 자명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황 후보와 김 후보를 제외한 당권자주들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일부 당권주자들은 당 지도부가 황 후보를 당 대표로 세우려한다는 ‘옹립설’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 전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는 흥행을 위해서 원칙까지 바꾸며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하더니, 인제 와서는 공당의 원칙 운운하면서 전대를 강행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노라면 참 어이가 없다”며 “당이 왜 그러는지 짐작은 가지만 말하지는 않겠다. 모처럼의 호기가 특정인들의 농간으로 무산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황 후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내놨다.

황 후보와 오 후보는 논란이 됐던 당 대표 출마 요건을 당 지도부로부터 인정받았다. 당 지도부는 지난달 31일 책임당원 자격 요건 변경안을 의결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서 열린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선거관리위원회서 요청한 책임당원 자격 요견 변경안을 의결했다”며 “요건 변경에 기탁금을 납부하고 등록하는 조항이 있는데, 기탁금을 납부하고 후보자 등록을 마치면 책임당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당 대표 경선은 황교안·오세훈·김진태 후보 3파전으로 결정됐다. 기호 추첨 결과 황 후보가 1번, 오 후보가 2번, 김 후보가 3번으로 결정됐다. 

앞서가는 황
이대로 당선?

황 후보는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5층에 캠프를 차렸다. 여의도 최고 명당으로 불리는 곳이다. 대통령 3명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지난 1987년 이곳에서 평화민주당을 창당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이곳에 대선 캠프를 꾸려 당선됐다. 2012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이곳에 꾸려졌다. 2007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곽 조직이 이곳에 자리한 바 있다.

조순, 고건 등 서울시장 2명도 이곳에 캠프를 차려 당선됐다. 한때 대선 출마를 고려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이곳에 사무실을 두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캠프 인사들은 황 후보가 박근혜정부 국무총리였던 시절 총리실서 근무했던 사람들 위주로 꾸려졌다. 캠프 총괄을 맡은 심오택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을 필두로 정무와 메시지를 담당하는 이태용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그들이다. 오균 전 국무조정실(총리를 보좌하는 행정기관) 국무1차장은 정책을 맡았다. 대변인은 김무성 전 대표 시절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정성일 대변인이 수행하고 있다.


황 후보와 경기고 동문인 황성욱 변호사는 캠프의 법률 지원을 담당한다. 이들은 자타공인 친황(친 황교안)계로 불린다.
 

▲ 당권도전 기자회견 갖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오 후보는 또 다른 여의도 명당인 극동VIP 4층에 자리했다. 지난 1990년 3당 합당 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당선됐다. 1990년대에 걸쳐 신한국당 당사로 사용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1992년 민주자유당은 이 빌딩을 매입하는 것도 고려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을 배출한 명당이라는 이유에서다.

황 후보가 총리실, 국무조정실 출신 인사들로 캠프를 꾸렸다면 오 후보는 자신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사람들로 캠프를 채웠다.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캠프 실무진에 참여해 정무·기획·언론홍보 등을 총괄하고 있다. 선거총괄본부장을 맡은 박종희 전 의원은 16·18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2000년대 초반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소장파 모임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서 오 후보와 함께 활동한 바 있다.

권택기·진성호 전 의원도 캠프에 상주하지는 않지만, 회의 등에 수시로 참여해 오 후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저력의 오
확장성↑

김 후보는 사무실로 쓰고 있는 국회 의원회관 437호에 캠프를 꾸렸다. 각각 대하빌딩, 극동VIP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한 황 후보, 오 후보와는 다른 전략이다.


변화무쌍한 선거전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의원회관 캠프는 외부인들의 출입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지만, 실무진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있어 의사결정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별도의 사무실 임대료가 들어가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캠프 조직은 김 후보의 지역구인 강원도 내 야권인사들은 물론 전국 단위의 인사들까지 캠프에 합류시켜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3자 구도이지만 사실상 ‘황교안 대 오세훈’ 양자 구도에 가깝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5·18폄하’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 후보는 최근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온전히 선거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당 대표 선거가 친박(친 박근혜) 대 비박(비 박근혜)의 계파 대리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 후보는 친박 성향의 당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다. 황 후보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TK)을 접수했다는 얘기를 한국당 내부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황 후보는 지난 9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생가 앞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님, 박정희 대통령 생가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 지지자들은 황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자 “대통령 황교안”을 연호했다.

황 후보가 초반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변수는 존재한다. ‘배박(배신한 친박)’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황 후보는 지난 탄핵정국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의 최근 방송 인터뷰가 배박 논란의 시작점이다. 지난 7일 유 변호사는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서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2017년 3월31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교도소 측에 대통령의 허리가 안 좋으니 책상과 의자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해달라고 했지만,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황 후보는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이었다.

‘오’ 비박·수도권 우위 따라잡나
공천권 놓고 피 튀기는 대리전

유 변호사의 발언 이후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전대가 배박, 구박의 친목대회가 될 뿐”이라고 해 배박의 진위 여부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황 후보는 배박 논란에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어려움을 당하신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자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일 때 1차 수사를 마치니 특검서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었다. 수사가 다 끝났으니 이 정도서 끝내야 한다고 판단해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고 배박론에 선을 그었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오 후보의 저력도 만만찮다. 황 후보가 TK서 강세를 보인다면 오 후보는 서울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 후보 역시 보수가 주목하는 잠룡이라는 점에서 황 후보와의 인물론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황 후보가 실패한 정권의 국무총리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인물론서 오 후보가 우세라는 분석도 있다.

확장성에선 오 후보가 황 후보를 앞선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개혁보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합리적인 보수층의 표를 끌어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서 황 후보에 앞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오는 23일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를 시작으로, 선거인단 전국 현장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대의원 전당대회 현장 투표를 실시한 뒤 합산해서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오 후보는 5·18폄하 문제와 관련해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그는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격하시키고 지역 주민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하는 소동이 있었다”며 “특정 지역의 당세가 약하다고 그 지역 정서를 무시하고 짓밟는 언동을 하는 건 국회의원으로서 잘못된 처신”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반면 황 후보는 앞으로 당이 주최하는 TV토론에 집중하기 위해 언론 인터뷰를 최대한 자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실수에 따른 돌발 변수를 줄이고 현재 판세를 굳히기 위한 ‘안전 행보’로 해석 가능하다.

친박의 수성?
비박의 반격?

대진표가 짜여진 가운데 앞서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재연될지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있었던 원내대표 선거서 나경원 의원은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비박·복당파의 대표주자인 김학용 의원을 더블스코어 차로 제치고 원내대표직을 차지했다. 친박계의 응집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만약 당 대표 자리까지 친박에 내어줄 경우 오는 21대 총선서 대대적인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박계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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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