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움직이는 ‘청가회’ 역할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2.18 10:08:24
  • 호수 1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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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이 복심으로’ 정권 따라 종교도 희로애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와대 가톨릭 신자회 ‘청가회’가 문재인정부 들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정가에선 ‘청가회 역할론’에 주목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에는 천주교(가톨릭)·기독교·불교 신자들의 친목 모임이 존재한다. 각각의 명칭은 청가회·기독신우회·청불회다. 창립 연도로 보면 기독신우회가 1992년으로 가장 빠르다. 그 뒤를 이어 청불회가 1996년에 창립돼 2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청가회는 가장 최근인 2010년 출범했다.

MB가 출범
4대강 살리려…

공식 모임이 아니다보니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없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 내외 역시 청가회 미사에 참여한 적이 없다. 김정숙 여사는 외부 성당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종교 모임을 단순 친목 모임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청와대 내에서 실세라고 할 만한 참모가 해당 종교 모임의 회장으로 선출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통상 차관급의 수석비석관이 회장직을 차지한다. 이는 장관급 이상의 의전을 받는 주요 종교계 대표들과의 관계를 고려해서도 그렇다. 이들은 청와대와 종교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자리다.

청가회는 이명박정부 때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정부 핵심사업인 4대강 사업을 천주교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김백준 당시 총무기획관을 회장으로 한 청가회를 발족시켰다. 김 기획관은 ‘집사’라 불리며 이 전 대통령 집권 기간 중 실세로 통한 인물이다.

지난 2010년 3월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청가회 출범을 예고하며 “청가회는 청와대가 천주교와 일상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창구이자 통로가 될 것”이라며 “청가회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천주교 등 종교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정부 정책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범 당시 청가회는 70여명 규모였다.

이 전 대통령은 청가회 출범 전부터 천주교에 정성을 보였다. 김 기획관을 천주교 교구장 착좌식에 보내 직접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4대강 사업에 반대 목소리를 낸 천주교계에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기 위한 행보였다.

70여명서 최근 100여명으로 늘어
‘MB 집사’ 김백준 초대회장 맡아

박근혜정부 들어 청가회는 위기를 맞이한다. 청가회 회장이던 이남기 홍보수석이 경질되면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이 수석은 2013년 5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진실공방을 벌였다. 앞서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이 수석이 귀국을 종용했다”고 주장하자, 이 수석은 “그런(귀국을 종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되자 여당이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까지 나서 이 수석의 경질을 촉구했다. 민현주 대변인은 야당이 청와대 참모진 총사퇴와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는 데 대해 “우선 철저한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면서도 “여당으로서도 (문제의 청와대 참모진을) 전혀 옹호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들도 입을 모아 이 수석 경질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경환 후보는 “어쨌든 자기 밑에 사람이 이런 일의 논란이 됐다는 것은 분명히 지휘·감독 체계가 잘못된 것”이라며 “이 수석은 이 자체만으로도 책임을 면할 길은 없다”고 퇴진을 요구했다. 이주영 후보도 “이 수석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이 수석은 미국서 귀국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표가 접수되고 12일 후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갑작스런 사태로 회장을 잃은 청가회는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될 때까지 이렇다할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근혜 때
위기 맞아

박근혜정부 들어 주목받은 종교 모임은 청가회가 아닌 청불회(청와대 불자회)였다. 박근혜정부서 청불회는 유민봉(국정기획)·조윤선(정무)·최원영(고용복지)·우병우(민정)·허원제(정무) 당시 수석이 차례로 회장을 역임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청가회는 전성기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문 대통령의 세례명이 티모테오(하느님을 공경하는 자라는 뜻)이며, 김정숙 여사도 골롬바(평화의 상징 비둘기)라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운명>을 통해 천주교와의 인연을 자세히 밝혔다. 지난 1963년 부산 영도의 신선성당서 세례를 받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3학년이었다. 문 대통령은 전후 구호식량을 배급해주는 수녀님에 대한 고마움으로 세례를 받게 됐다고 회상했다.
 

▲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해 11월28일, 체코 성비투스 대성당서 기도를 하고 있다.

자서전서 문 대통령은 “내가 초등학교 1∼2학년 때 배급날이 되면 학교를 마친 후 양동이를 들고 가 줄서서 기다리다 배급을 받아오곤 했다. 싫은 일이었지만, 그런 게 장남 노릇이었다”며 “꼬마라고 수녀님들이 사탕이나 과일을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그때 수녀님들이 수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어린 내 눈에 천사 같았다”고 했다.

이어 “그런 고마움 때문에 어머니가 먼저 천주교 신자가 됐다. 나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세를 받았다. 영도에 있는 신선성당이었다. 나는 그 성당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에도 문 대통령 내외는 천주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2017년 5월13일 밤 청와대 관저서 천주교 관례에 따른 축복식이 열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 내외가 서울 홍은동 자택서 청와대 관저로 이사한 날이다. 청와대에서는 매달 둘째 주 화요일 날 한 차례씩 미사가 열린다고 한다.

문재인 집권
전성기 맞아

지난해 10월 성베드로 대성당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문 대통령 내외가 참석하는 장면이 공중파로 생중계돼 이슈가 된 바 있다.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이 집전한 미사라 화제가 됐다. 교황청의 국무총리 격인 파롤린 국무원장이 직접 미사를 집전하는 경우는 드문 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미사 직후 연설을 가졌다. 당시 교황청 측은 “한 나라 정상의 바티칸 미사 참석 및 연설은 특별하고 예외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청가회 회원은 현재 80∼100여명으로 청와대 종교 모임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친가톨릭(천주교)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청와대 참모진 중 천주교 신자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2기 청와대 참모 중 핵심인 강기정(세례명 돈보스코)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2일 3대 청가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앞서 1대는 박수현(안토니오) 전 청와대 대변인, 2대는 윤영찬(스테파노) 전 국민소통수석이었다.

강 수석은 대표적인 ‘호남 친문’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지난 2015년 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을 이끌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비문세력의 ‘친문패권주의’ 공세로 호남서 문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에 떨어지고,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대거 당을 떠났을 때도 문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는 캠프의 총괄수석부본부장을 맡았다.

강 수석은 청가회 회장으로 당선된 후 “천주교 쪽은 교황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요한 기여를 해주시고 있다”며 “우리들의 믿음을 가지고 문재인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늘 기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정권 때 이남기 경질로 주춤
노영민·강기정 등 실세로 가득

친문 핵심인 노영민(바오로) 대통령비서실장도 천주교 신자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 2017년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 조직본부장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더불어민주당 2·8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라디오 토론회서 ‘주요 정치현안을 누구와 상의하느냐’는 질문에 “노영민 의원(현 대통령비서실장)과 상의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핵심 친문이다.

이 외에도 김혜애(율리아나) 기후환경비서관, 양현미(소화데레사) 문화비서관도 청가회 회원으로 전해진다.

1기 청와대 참모진도 천주교 신도가 주류를 이뤘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가진 천주교 신자다.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낸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 등도 청가회 회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청와대뿐 아니라 내각도 천주교 신도가 강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등이 신실한 천주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전직 국방부장관인 송영무, 중도 사퇴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역시 천주교 신자다.

오는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이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자리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으로부터 공식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수락 의사였다.

교황 방북
불씨 당기나

이 시기를 전후로 청가회 참모진의 행보가 주목받을 공산이 크다. 북한과 교황청이 실무를 준비하는 과정서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 북한과 교황청 양 당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청가회에 힘이 쏠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VOA(미국의소리)는 교황의 방북이 올해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고 점쳤다. 교황청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2019년에 그 일(교황 방북)이 일어나리라고 보지 않는다”며 “다른 순방 일정이 너무 많다”고 연내 방북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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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