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보고서로 본 홈앤쇼핑의 민낯

주인 없으니 펑펑 “알고도 쉬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되면 자동으로 중기중앙회가 최대주주로 있는 홈앤쇼핑 이사회의 의장이 된다. 중기중앙회와 홈앤쇼핑은 떼래야 뗄 수 없는 사이. 중기중앙회와 홈앤쇼핑은 그동안 많은 구설에 올랐다. 이에 홈앤쇼핑에서는 지난해 한 법무법인을 통해 자체 ‘경영진단보고서’를 발간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보고서에는 비교적 자세한 현황과 현실적인 검토 의견, 개선사항 등이 적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15년경 중소기업청의 감사를 받고 회사의 주요주주로서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문책 요구, 시정 요구, 통보, 권고 등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홈앤쇼핑은 2017년경 방만경영 및 불투명한 경영관리 등을 이유로 국정감사에서 지적받고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계속된 의혹에…
진단받기로 결정

이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부에 홈앤쇼핑에 대한 감사를 지시하는 한편 홈앤쇼핑에 대해 영업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 및 중소기업유통센터 등 주요주주사들은 주주공동감사단을 결성해 회사에 대한 감사를 계획했다.

이에 홈앤쇼핑에선 한 법무법인을 통해 자체 경영진단보고서를 발간했다.

홈앤쇼핑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적 경영의 실천을 위함과 동시에 공적 기능을 가진 주주사들의 공공성, 현행 정관에 신설된 주주감사권 등을 고려해 더 큰 공적 책임을 다하자는 취지로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조직운영, 회계, 윤리경영, 업무 실태 등 회사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자체적으로 진단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명확한 지침 없이 성과급, 수당 지급= 홈앤쇼핑은 김기문 전 대표와 임원들에게 명확한 지침 없이 성과급 및 보수를 지급했다. 보고서에는 “홈앤쇼핑의 급여규정서 경영 성과급, 특별 성과급, 영업 인센티브 및 특별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나 해당 규정은 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임원에게 성과급과 수당 등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존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기문, 박성택, 강남훈 전 대표에게 지급된 성과급에 대해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 차원서 지급하는 것으로 족하기 때문에 직무수행에 소요된 시간과 노력 및 비용에 대한 실비 변상 차원서 비상근에게 지급하는 이사회 참석 수당 상당을 추가로 지급한 것은 문제가 될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확한 지침 없이 성과급과 퇴직금 지급?
무분별한 접대비…일부를 위한 복리후생

▲전 대표들에게 수억원대 퇴직위로금 지급= 홈앤쇼핑에서는 퇴직하는 대표들에 대해 수억원대의 퇴직 위로금을 지급했다. 보고서에서는 “김기문 전 대표에게 지급된 성과급 결정의 기초 자료, 이사회 참석 등에 따라 지급된 수당 결정의 근거자료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퇴직위로금 지급결정의 적정성은 관련 형사 건의 결과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바, 적정성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홈앤쇼핑 임원보수는 구체적인 범위나 기준을 정하지 않은 채 급여 등의 결정 권한을 이사회 의장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시 이사회 의장은 김 전 회장 자신이었다. 

▲임직원의 무분별한 접대비 및 해외출장비 사용= 보고서에서는 “회사 임직원의 해외출장 시 접대비 사용과 관련해 접대비 명세서에 작성방법, 유의사항, 청탁금지법 관련 내용이 존재하기는 하나, 접대비 사용에 관한 명확한 관리지침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부 접대비 명세서는 접대비 명세서에 기재돼있는 작성방법 및 유의사항과 해외출장 여비 지급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분별 접대비
고액보수 지급


▲창사 1주년 기념시계 수의계약 논란= 홈앤쇼핑은 2012년 5월3일 창사 1주년 기념시계를 경쟁계약 형식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기념시계 계약은 로만손과 수의계약 형식으로 체결됐다. 

보고서에서는 “창사 1주년 기념시계 공급계약 체결 당시 회사의 이사회 의장 및 대표이사였던 김기문 전 회장이 로만손의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기 위해 경쟁계약이 아닌 수의계약 형식으로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과 관련해 공정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계약 체결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고 계약 전담 부서 및 담당자를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일부 실장급 직원들만을 위한 휴양시설 회원권 계약 체결= 홈앤쇼핑의 복리후생가이드북에 의하면 회사의 임직원은 전국 대명콘도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홈앤쇼핑은 일부 실장급 직원들을 위해 다른 휴양시설에 회원권 계약을 체결했다. 

보고서에서는 “회사가 일부 실장급 직원들만을 위해 회원권 계약을 체결한 것은 불필요한 예산낭비”라며 “향후 회사의 예산이 불필요한 곳에 사용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사라진 12억?
불공정거래 적발

▲고문에게 고액의 보수 지급= 홈앤쇼핑은 2011년 설립 이후 대표이사의 결정을 통해 총 10명의 고문을 위촉했고 고문비용으로 총 14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회사가 고문을 위촉해 고액의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불필요한 자금지출에 해당한다고 보여질수도 있으나 법률사안의 경중이나 실효적인 법적 대응 조치 여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서 판단돼야 할 문제”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고문을 둘 수 있으며 그 보수는 얼마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기준을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법인설립비용 관련 보고서 부재= 중소기업전용 홈쇼핑 홈앤쇼핑 설립 당시 컨소시엄 준비금의 용처가 불명확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홈앤쇼핑은 당시 12억원가량의 준비금에 대한 증빙서류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서는 “회사 법인설립비용 관련 보고서가 없어 사후증빙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회장에 대한 퍼주기 논란
불공정행위 여러 번 적발

이사회 의결을 통해 부담한 12억원의 구체적인 내역을 알 수 없어 적정한 자금 지출이 이뤄졌는지 입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보고서에서는 “회사로부터 법인설립비용을 지급받은 각 주주사들로부터 해당 설립비용의 근거와 컨소시엄 구성 과정 등에 대한 보고 내용을 수취해 구비할 것”을 권고했다.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 홈앤쇼핑은 2015년 서면 미교부, 상품대금 지연이자 미지급,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판촉비 부당전가, 모바일 주문 유도를 통한 불이익 제공행위 등의 불공정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36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에 홈앤쇼핑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일부 취소하는 판결을 받았다. 
 

▲ 홈앤쇼핑 자체 경영진단 보고서

보고서에서는 소송서도 취소되지 않은 서면 미교부 및 판촉비 부당전가에 대해 “전자계약서를 지연발송하거나 협력사가 지연승인하지 않도록 임직원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과 “방송 상품 관련, 납품업자의 판매촉진비용 부담비율이 50%를 초과하는 경우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간 유통 벤더사의 불공정거래 행위= 일부 중소납품업자들은 TV홈쇼핑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과정서 중간 유통 벤더의 불공정거래를 지적받아 왔다. 이는 납품업자가 TV홈쇼핑 업체와 직접 거래 시 대규모 유통법이 적용되는 것과 달리 중간 유통업자를 통해 대형유통업체와 거래할 경우, 즉 중간 유통 벤더와 납품업자 간 거래에는 대규모 유통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에 기인한다. 

보고서에서는 “향후 공정위가 TV홈쇼핑 표준거래계약서를 개정할 때마다 그에 상응해 회사 표준거래계약서도 지속적으로 개정해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서면과 인터뷰
“사실 다를 수도”

이 경영진단보고서를 제출한 법무법인은 “보고서는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회사에 관한 서면자료 및 회사 담당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작성됐고 방만경영, 윤리경영, 조직운영, 회계·계약, 업무 개선에 한정돼있다”며 “회사가 고의, 과실, 기타 어떠한 이유로든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와 관련된 보고서의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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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