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시간을 기억하다’ 오제성

흑백 이미지에 담긴 현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변에 놓인 수많은 현재를 이야기하는 데 충실한 작가, 오제성의 개인전 ‘The Motion Lines’가 서울에 상륙했다. 흑백의 이미지에는 작가가 겪은 사소한 일상의 조각을 출발점으로 그의 생활 반경과 밀착돼있는 사람, 사물 그리고 장소를 담았다. 오제성의 작품세계 속으로 들어가보자.
 

▲ 광기의 시공간_비선형의 아리아(Madness of Time and Space_A Nonlinear Aria), 2018, Single channel video, 11min

재단법인 송은 문화재단이 2018-2019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 선정 작가 오제성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송은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송은 아트큐브는 20021월 개관 이래 매년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 전시공간과 도록 제작을 후원하는 등 신진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실+비현실

오제성은 일상서 경험하는 공간, 시간의 기억과 그 안에서 총체적으로 형성되는 관계를 탐구해왔다. 일상의 개인적인 소사를 감각적으로 재구성하고 은유를 통해 하나의 새로운 서사로 시각화하는 방식이다.

노광, 미노광’ 3부작은 오제성의 작업실이 위치한 갈현1동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의 생태와 지역민들의 생활사를 담은 작품이다. 주민들의 인터뷰를 재해석한 연작은 한 장소서 세 개의 시간대로 전개된다.

1970년대 도시 개발 시기에 만들어진 동네는 1990년대 들어 새로운 이주민들의 쉼터로 자리 잡는다. 2000년대에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밀려난 예술가들로 인해 활기를 띠게 된다. 그러다 곧 재개발에 의해 지역민이 쫓겨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일상의 경험 속 총체적 관계
개인적인 일을 하나의 서사로

오제성은 이런 지역민의 삶을 1인칭 시점과 담담한 목소리로 서술한다. 관람객들은 오제성의 작품을 통해 이들의 기억을 엿보면서 한 지역의 사회·역사·경제적 맥락을 되짚으며, 소외된 개인의 삶을 다면적으로 체험한다.

박지형 페리지갤러리 큐레이터는 노광, 미노광 작품은 서울의 장소들을 중심으로 하는 세 인물의 실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는 작가가 어머니와 나눈 대화, 박물관서 찾아낸 사료로부터 추측한 내용, 도시 곳곳서 만난 사람들에게 입으로 전해들은 소문을 토대로 실체가 불분명한 기억의 파편들을 세 개의 목소리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무제2, 2018, Single channel video, 5min

오제성은 이번 개인전서 이전 작품들을 귀결하는 신작 ‘뼈와 피가 에이는 밤’을 선보인다. 앞선 작업과는 달리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렌즈를 교차로 사용한 영상과 극적인 배경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시간의 이상 현상’으로 한곳에 모이면서 글과 예술작품, 사진 등 기록물을 통해 서로의 정체를 알아보는 과정을 다차원적으로 묘사한다.

장소는 하나, 세 개의 시간대
미완의 요소를 프레임 안으로

박 큐레이터는 뼈와 피가 에이는 밤 역시 여인과 시간여행자, 그리고 예술가가 모호한 한 시점서 시간 여행 장치의 작동과 오작동을 통해 과거의 장면으로 회귀하거나 현재로 되돌아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틀을 갖고 있다오제성의 각 작품들은 현실의 물리적인 요소들을 십분 수용하면서도 그것과의 시차를 유지하면서 관람객들에게 가상의 서사 속으로 진입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일단 현실을 빼닮은 비현실의 세계로 들어서고 나면, 구불구불한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 틈새에 놓인 장면들로 시선이 옮겨간다. 흑백의 인물과 사물, 풍경은 일상의 맥락서 잠정적으로 탈주해 오제성이 짜놓은 가상의 프레임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 ▲노광, 미노광_아마추어 소사(Exposed, Unexposed_An amateur micro history), 2018, Single channel video, 8min 43sec

이 과정서 그는 장면의 모든 세부적인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기보다 연출의 물리적인 한계나 편집에 있어 남겨지는 미완의 요소들을 화면의 표면으로 이끌어낸다. 이처럼 오세정이 포착하는 것들은 지극히 현실로부터 온 것이지만, 작품들의 시점은 오늘과 어제, 혹은 가까운 내일과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 있다.

시간의 뒤틀림

박 큐레이터는 결국 오제성의 질문은 언제나 시간을 능동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과 관련이 있다“The Motion Lines는 개인 기억의 불연속성을 인정하고 기억의 간극을 추적하며 누락된 시간들을 상상력과 일상서 얻은 정보들로 메꿔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써 내려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시장에 흐르는 흑백 이미지들은 여전히 명확한 해석 대신 더 많은 선택지를 내보인다. 이 모호한 시간들의 충돌과 교합 속에서 우리 스스로 동선을 만들어가며 그가 기억하려던 시간은 어떤 것이었는지, 또 내가 경험한 시간들과 어떻게 공명하는지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오제성은?]

1987년생

학력

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 순수미술 석사 졸업(2016)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입체미술전공 학사 졸업(2012)

개인전

‘The Motion Lines’ 송은 아트큐브, 서울(2018)
유년기의 끝’ Bolsky Gallery, 로스앤젤레스, 미국(2016)

주요 그룹전


‘Peny Loafers’ Comfort Mental, 파리, 프랑스(2018)
투명함을 닫는 일과 어두움을 여는 일강남아파트, 서울(2018)
물리적 기억술빠빠빠 탐구소 세운, 서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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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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