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 정치권 음모론
‘아니면 말고’ 정치권 음모론
  • 김정수 기자
  • 승인 2019.02.18 10:56
  • 호수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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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핏하면 루머 반복되는 구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다양한 음모론들이 정치권서 심심치 않게 피어나고 있다. 음모론은 대부분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대중의 이목을 쉽게 끈다. 여기에 정치인들이 가세하며 한몫 거들고 있다. 공개적으로 음모를 제기하는 한편 일부는 이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한다. 정치권 내부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지만 그 힘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 황교안·오세훈·김진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후보자들과 박관용 선관위원장
▲ 황교안(사진 왼쪽서 세 번째)·오세훈(오른쪽서 두 번째)·김진태(왼쪽서 두 번째)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후보자들과 박관용 선관위원장(오른쪽서 세 번째)

정치적 음모론은 다양한 정략적 이해관계서 출발한다. 과거 정치권을 관통했던 다양한 음모들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오늘날의 정치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인들은 사안에 따라 유불리를 따졌다. 완성된 음모론은 그들의 입을 통해 곳곳으로 확산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음모론이 확산되는 배경은 대중의 관심을 본질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구태라는 지적이 무색해지는 실정이다.

입으로 확산

올해 정치권의 대표적 음모론은 김경수 경남지사와 1심 재판부다.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법정에 들어가기 전까지 자신감에 넘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도 김 지사의 무죄를 확신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김 지사 선고 이튿날 국회 정론관서 “법원의 ‘짜 맞추기’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재판부의 판결을 부정했다. 이 대변인은 김 지사를 법정 구속시킨 성창호 부장판사를 가리켜 “양승태 사법부의 비서실 판사이던 그 재판장의 공정성을 의심하던 시선이 마침내 거둬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성 부장판사의 경력이 언급된 까닭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 농단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간 양 전 대법원장과 사법 농단 의혹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법개혁과 적폐 청산을 내세웠다.

사법부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법 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사안에 적극적이었다.

민주당은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만큼 그의 비서실 판사를 지낸 성 부장판사가 ‘보복성 판결’을 내렸다고 봤다. 민주당은 김 지사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을 ‘양승태 적폐사단의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성 부장판사를 부정했다. 지난달 31일 민주당의 유튜브 채널 ‘씀’에선 성 부장판사에 대한 인신공격 논란이 있었다. 씀에 등장한 의원들은 민주당 이재정·박주민·홍익표 의원 등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이 의원의 발언이었다. 이 의원은 성 부장판사를 겨냥해 “본인의 열등감이랄까, 부족한 논리를 앞에서 강설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과 홍 의원 역시 성 부장판사의 경력을 언급하며 김 지사에 대한 판결에 물음표를 던졌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음모론을 펼치자 여론의 역풍이 불었다.
 

▲ 기자회견 갖는 신재민 기획재정부 전 사무관
▲ 기자회견 갖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국회 관계자는 “민주당은 보수진영서 유튜브를 통해 가짜뉴스를 생산한다며 비판했다. 민주당이 씀이라는 채널을 만들 당시 자신들을 ‘진짜’라고 강조했던 이유”라며 “그런 민주당이 씀을 통해 음모론을 생산했다. 민주당 스스로 자살골을 넣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근거 없는 주장…정치적 목적 다분
일단 지르고 본다? 여야 구분 없어

민주당이 생산한 음모론으로 과거의 루머가 조명을 받기도 했다. 이른바 ‘안이박김 살생부’가 그 것이다. 안이박김 살생부는 지난해 10월 국회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은 국감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시중에 안이박김이 회자되고 있다”며 “안희정·이재명 날리고 박원순은 까불면 날린다는 건데, 그다음에 김은 누군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당 당권주자들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한국당 전당대회 일정이 겹친다는 점을 거론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7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 “집권여당이 하는 것에 비하면 음모라고까지 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초치기, 아주 그냥 이쪽에다가 가서 물을 확 끼얹으려고 하는 그런 의도는 적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권주자였던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쇄하려는 북측이 문재인정부를 생각해서 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에는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이와 함께 지난해 6·13지방선거 당시 일었던 음모론도 함께 덧붙였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하루 전에 싱가포르서 북미회담이 개최 되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다음날 국회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서 “문재인정부는 지난 지방선거 때 신북풍으로 재미를 봤다고 생각한다”며 “지방선거 직전 이뤄진 북미정상회담으로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를 면하기 어려웠다”고 말해 재차 기름을 부었다. 나 원내대표는 2차 북미정상회담과 전대 일정이 겹친 것을 “의심이기를 바란다”면서도 “국민들도 세 번 정도면 진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선 ‘허무맹랑’ ‘코미디’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들의 발언에 대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를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듣는 순간 민망해졌다”고 밝혔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최근까지 야당이 대여·대정부 투쟁의 일환으로 언급하고 있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관한 음모론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근거 없는 음모론은 현역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확산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신 전 사무관은 폭로 이후 대학 시절 뉴라이트 계열 학생회 활동을 했다는 것과 내부 정보를 통해 돈벌이를 했다는 루머에 휩싸였다.

일파만파

신 전 사무관에 대한 음모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지난달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재민은 진짜 돈 벌러 나온 것”이라며 신 전 사무관을 정조준했다. 손 의원은 신 전 사무관을 향해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내며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손 의원은 다음 날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게시물은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