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21)백제의 맥

연개소문의 약속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대감께서는 당나라 군사들에게 기습타격을 가하여 고구려 영토로 유인하여 몰살시키자는 말씀이십니다.”

가만히 뇌음신의 말을 되새기던 지수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깊게 고개 숙였다.

“이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저들이 우리의 계책대로 움직여줄지는 장담할 수 없소. 그러나 여하한 경우든 장군과 부여 풍의 목숨은 반드시 유지할 수 있어야 하오.”

백제를 구하라


연개소문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잠시 휴식을 취한 지수신이 뇌음신이 거느린 고구려의 정예병사 500명과 함께 길을 떠났다.

그와 시기를 같이하여 연개소문이 여러 장수를 거느리고 고구려의 국경으로 이동했다.

뇌음신과 지수신이 백제 지역으로 들어섰을 때 부여 풍이 웅진강 전투에서 패하고 백강(白江)으로 이동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급히 서둘러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백강 전투에서 패하고 당나라 군사들에 의해 포위된 상태로 대처하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삼족오가 그려진 깃발을 앞세운 고구려 병사들이 기습공격을 감행하자 당나라 군사들이 일시적으로 공격을 멈추었다. 

그 틈을 이용하여 부여 풍과 함께 주류성으로 퇴각했다. 

“고구려 장군 뇌음신이 전하를 뵙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패배의 고뇌를 삼키는 중에 지수신과 함께 뇌음신이 부여 풍을 찾았다.

그를 살피던 풍이 자리에서 일어나 뇌음신의 팔을 굳세게 잡았다.

“이 고마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소.”

잠시 상견의 예를 마치고 지수신과 뇌음신이 연개소문의 의중을 전했다.

그를 듣는 풍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고 이야기를 모두 마치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해서 정녕 백제는 사라지고 마는가!”

한탄조에 가까운 풍의 말에 지수신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전하, 달리 생각하심이.”

뇌음신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어떻게 말이오?”

“연개소문 막리지의 의도대로 된다면 백제의 구토는 당연히 풍 전하께서 유지토록 할 것입니다.”

“그게 가능하겠소?”


풍의 반문에 뇌음신이 당군에 포로로 잡혀가는 의자왕을 구출하기 위해 기벌포까지 다녀갔던 일, 그리고 당에 포로로 잡혀서 굴욕적인 삶을 영위하던 의자왕을 구출하기 위해 애를 썼던 일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그런 일이 있었구려.”

“그러니 현 상태에서는 연개소문 막리지의 의중에 따라 움직여주심이 타당하리라 사료됩니다.”

풍이 답을 하지 않고 지수신의 얼굴을 주시했다.

“비록 소장이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했지만 연개소문 대감의 의지는 전하의 의지처럼 확고했습니다. 절대로 오랑캐인 당나라에 굴복할 수 없다는, 아니 반드시 당나라를 쳐서 우리의 뿌리를 확고히 하자는 생각이셨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의 운명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지수신의 말이 끝나자 뇌음신이 덧붙였다.

“그러면 어찌하면 좋겠소?”

풍과 지수신의 시선이 뇌음신에게 집중되었다.

“일단 중요한 건 전하의 옥체입니다.”

“그야 당연하지요.” 

지수신, 고구려군과 부여 풍 구하러…
고구려에 당한 당나라, 신라만 닦달

지수신이 추임새를 놓듯 말을 받았다.

“하여 전하께서는 측근들과 함께 고구려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먼저 고구려 국경으로 이동하십시오. 그곳에서 연개소문 대감께서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면 두 분은?”

“당나라 놈들을 끌고 가도록 해야지요.”

“그럴 수는 없소. 짐도 장군들과 함께하겠소.” 

“전하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여타의 전투와는 다릅니다. 그야말로 기습공격과 그에 합당한 효과를 노려야 하기에 속전속결이 중요합니다.”

“전하, 뇌음신 장군의 의견에 동조해주십시오.”

지수신이 가세하자 풍이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날이 밝자 뇌음신이 지수신과 함께 당나라 병사들의 동태를 살피고 부하들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명을 내렸다.

한편으로는 풍이 그날 저녁 고구려를 향해 이동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주류성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뇌음신이 자신의 수하 100여명으로 풍의 고구려행을 호위하도록 지시하고, 나머지 군사들은 지수신이 거느리는 백제 군사들과 함께 야음을 틈타 웅진성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웅진성에 다다르자 전날 승리의 감흥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경비가 허술했다.

그 틈을 이용하여 성으로 들어간 뇌음신이 동정을 살피고는 지수신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이어 곧바로 장군기가 펄럭이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곳곳에 밝혀놓은 불빛에 ‘郎將曺秉錫(낭장 조병석)’이란 글귀가 시선에 들어왔다.

그를 확인하며 불빛이 미치지 못하는 어둠을 틈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다행스럽게 막사 앞에는 시위하는 군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막사의 문을 조심스럽게 젖히자 일찌감치 잠에 빠져든 조병석이 코를 골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서자마자 칼을 뽑아 들었다.

이어 조병석의 심장에 칼을 맞추고 힘차게 내리 찔렀다.  

코 고는 소리인지 숨을 고르는 소리인지 분간 못 할 소리가 잠시 일더니 그대로 조용해졌다.

그를 살피던 뇌음신이 품에서 ‘고구려 막리지 연개소문’이라 쓰인 종이를 꺼내서 조병석의 배위에 올려놓고는 곁에 놓여 있던 조병석의 칼로 배에 고정시켰다. 

순식간에 피가 종이로 번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종이가 피에 젖지 않도록 위로 치켜 올리고는 들어올 때처럼 조심스럽게 막사를 벗어났다.

막사를 벗어나자 지수신이 불화살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뇌음신이 눈짓을 보내자 지수신의 고함이 어둠속에 울려 퍼졌다.

순간 불화살이 어두움만큼이나 고요한 밤하늘을 가르고 당나라 군사들의 막사에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당나라 진영은 화염에 휩싸여갔다. 

고구려군에게 기습공격을 당한 당나라 군사들이 이전의 경험을 이유로 추격을 포기하고 그를 빌미로 은근히 신라에 압력을 가하고 나섰다.

신라군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하여 그런 일이 발생하였다는 이유였다.

그를 빌미로 유신이 문무왕을 찾았다.

무리한 요구

“전하, 소장 이만 물러날 수 있도록 윤허 바랍니다.”

“대장군께서 물러나신다니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었는지 문무왕의 목소리가 절로 올라갔다.

“소신 이제 너무 나이가 차고 몸이며 정신이 예전 같지 못하여 전하를 올바로 보필할 수 없으니 이제 그만 물러나려 합니다.”

“절대로 아니 될 말입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대장군, 아니 외숙부께서 저를 돌보아주지 않으면 어쩌란 말씀이십니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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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