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있는 스파 ②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씨메르

상상 이상의 스파

▲ 씨메르의 워터플라자는 이탈리아 산마르코광장을 모티프로 만들어 발랄하고 재미있다.

따스함이 간절한 계절이다. 자연스럽게 스파로 발길이 향한다. 겨울철 물놀이 트렌드가 온천에서 워터파크로 변하는가 싶더니, 신개념 스파가 속속 등장한다. 한국형 찜질 문화와 유럽식 스파를 결합한 씨메르도 그중 하나다. 서해 일몰을 바라보며 즐기는 인피니티풀을 비롯해 어두운 동굴 속에 있는 듯한 케이브스파, LED 이미지로 다른 시공간을 여행하는 기분을 연출하는 버추얼스파 등 특별한 스파가 한자리에 모였다.
 

▲ 도서관 콘셉트로 꾸민 휴게 시설

인천 중구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 자리한 씨메르는 지난해 9월에 문을 열었다. 씨메르는 하늘을 뜻하는 프랑스어 ‘ciel’과 바다를 뜻하는 ‘mer’를 합친 이름이다. 1만3000여㎡(4000평) 규모로 약 2000명까지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규모만 큰 게 아니다. 구석구석 살필수록 매력적인 공간이다. 미술관처럼 깔끔하게 연결된 복도, 열대지방을 연상케 하는 의자, 도서관 콘셉트로 꾸민 휴게 시설까지 나무랄 데 없는 곳이다. 스파에서 자꾸 카메라를 드는 이유다.
 

▲ 수영장 곳곳에 놓인 알록달록한 의자

남녀노소 즐겁게

씨메르는 크게 아쿠아스파존과 찜질스파존으로 나뉜다. 아쿠아스파존은 발랄하고, 찜질스파존은 편안하다. 아쿠아스파존의 대표 공간은 워터플라자로 이탈리아 산마르코광장을 모티프로 만들었다. 넓은 수영장에서 남녀노소가 사계절 내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수영장 곳곳에 놓인 알록달록한 의자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워터플라자에는 실내 인피티니풀이라는 재미난 공간이 있다. 투명 아크릴로 벽을 만들어 수영하는 모습이 밖에서도 보인다. 친구들끼리 인증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아쿠아클럽이란 곳도 있는데 이름 그대로 클럽이다. 낮에는 편안한 음악이 나오지만, 주말 밤이면 풀 파티가 열리는 클럽으로 변신한다.
 

▲ 투명 아크릴로 벽을 만들어 수영하는 모습이 밖에서도 보이는 실내 인피티니풀

편안한 스파를 원한다면 버추얼스파와 케이브스파를 이용해보자. 버추얼스파는 벽면 가득한 LED 영상이 특징이다. 눈앞에 바다가 펼쳐지기도 하고 울창한 숲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용한 음악과 함께 명상하는 기분이 든다. 케이브스파는 높은 천장과 어두운 조명으로 유럽의 동굴을 떠올리게 한다. 외부 소음과 차단돼 온전히 감각에 집중할 수 있어,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공간이다.
 

▲ 높은 천장과 어두운 조명으로 유럽의 동굴이 생각나는 케이브스파

이번에는 야외로 나가볼 차례다. 실내 수영장도 좋지만, 알싸한 바람을 맞으며 물을 가르는 야외 수영도 남다른 재미가 있다. 물론 물은 따뜻하다. 야외에서 특별한 공간은 3층 동쪽과 서쪽에 있는 옥상 수영장이다. 서해로 탁 트인 전경에 가슴이 시원하다. 하늘과 바다, 아름다운 노을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기 적당하다. 밀키탕과 히노끼탕 등 노천스파존도 있다. 아쿠아스파존에서 인기 있는 시설은 슬라이드다. 4층 높이에서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아쿠아루프&토네이도슬라이드로 워터파크만큼 짜릿한 물놀이를 만끽할 수 있다.
 

▲ 하늘과 바다, 아름다운 노을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3층 옥상 수영장

한국형 찜질 문화·유럽식 스파 결합
다양한 콘셉트로 꾸며져 볼거리 가득

아쿠아스파존이 감각적이라면 찜질스파존은 우아하다. 찜질스파존에는 찜질방 7곳과 휴게 시설 2곳이 있다. 자수정방은 북한산 자수정으로 만든 고온 찜질방이다. 이곳에서는 순간적인 고온 바람을 일으키는 ‘핫 샷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강원도 횡성 굴참나무를 이용한 참숯방, 일본 후쿠오카현 편백으로 꾸민 편백나무방 등 다양한 찜질방이 준비돼 있다. 3층 야외 공간에는 불한증막과 족욕장이 있어 서해를 바라보며 하루의 피로를 풀기 안성맞춤이다.
 

▲ 후쿠오카현 편백으로 꾸민 편백나무방. 일반적인 찜질방과 달리 널찍한 공간이 돋보인다.

찜질스파존의 세심한 배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찜질방 앞에는 음료수나 소지품을 보관하는 수납장이 있다. 영화와 음악을 감상하며 쉬는 릴랙스룸, 여행 잡지와 책을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커뮤니티룸이 마련돼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할 틈이 없다.
 

▲ 찜질방 앞에 음료수나 소지품을 보관하는 수납장

특색 있는 스파를 즐긴 뒤에는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나러 파라다이스시티 호텔로 향해보자. 파라다이스시티는 예술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아트테인먼트 리조트’를 표방하며 곳곳에 작품 3000여점을 전시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작품이 전시돼 있어 대형 미술관에 온 기분이 든다.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로비에 있는 데미언 허스트의 ‘Golden Legend’와 호텔 와우스페이스에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Great Gigantic Pumpkin’은 놓치지 말고 감상해보자.
 

▲ 발길 닿는 곳마다 작품이 보여 대형 미술관에 온 기분이 든다. 사진은 쿠사마 야요이의 ‘Great Gigantic Pumpkin’.

씨메르의 장점 중 하나는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공항철도로 인천공항1터미널역까지 이동하고, 자기부상열차로 환승해 파라다이스시티역에서 내리면 된다. 자기부상열차는 자기력을 이용해 차량을 선로에서 띄워 움직이는데, 선로와 접촉하지 않아 소음과 진동이 적다. 인천공항1터미널역에서 출발해 장기주차장역, 합동청사역, 파라다이스시티역, 워터파크역, 용유역까지 무료로 운행한다.
 

▲ 인천공항1터미널역에서 용유역까지 무료로 운행하는 자기부상열차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있는 홍보전망대도 들러보자. 제2여객터미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층으로 가면 오른쪽에 홍보존, 왼쪽에 전망체험존이 있다. 홍보존은 인천국제공항의 역사와 구조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곳으로, 하루 3회(평일 12:30, 14:00, 16:00 / 주말 12:00, 14:00, 16:00) 인천국제공항을 상세히 소개한다. 전망체험존에서는 활주로와 이륙을 준비하는 항공기를 여유있게 볼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수하물이 분류되는 과정을 체험하는 VR 체험존도 마련돼 있다.
 

▲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5층에 있는 홍보전망대
▲ 소무의도 하도정에서 본 일몰

파라다이스시티와 멀지 않은 곳에 무의도가 있다. 잠진도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0분쯤 들어가면 호젓한 섬 여행이 가능하다.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 〈천국의 계단〉 등을 촬영한 하나개해수욕장을 둘러보고 트레킹 코스로 인기인 ‘무의바다누리길’을 걸어보자. 무의바다누리길은 소무의도를 한 바퀴 걷는 코스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무의바다누리길 8구간에 있는 하도정은 서해의 섬과 인천국제공항이 보이는 정자로 장엄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 승달 모양 백사장이 이어진 을왕리해수욕장
▲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해물칼국수

시원한 ‘해물칼국수’

시간이 부족하면 ‘을왕리해수욕장’으로 향하자.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을왕리해수욕장은 초승달 모양의 백사장이 약 700m 이어지며, 울창한 송림과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다. 겨울 여행의 화룡점정은 따끈한 음식이다. 서해에서는 바지락 국물에 새우와 가리비, 홍합 등을 넣고 끓인 해물칼국수가 제격이다. 흥미진진한 스파와 황홀한 일몰을 즐기고 맛보는 시원한 해물칼국수는 잊지 못할 겨울 여행을 선사할 것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씨메르→파라다이스시티→자기부상열차→무의도→을왕리해수욕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인천국제공항 홍보전망대→씨메르→파라다이스시티
둘째 날: 자기부상열차→무의도→을왕리해수욕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파라다이스시티 씨메르 www.p-city.com/front/cimer/overview
- 중구 문화관광 www.icjg.go.kr/tour/index
- 인천관광공사 www.travelicn.or.kr
- 인천국제공항 www.airport.kr
- 공항철도 www.arex.or.kr
- 무의도해운 www.muuido.co.kr

문의 전화
- 중구청 문화관광과 032)760-6480
- 인천종합관광안내소 032)832-3031
- 파라다이스시티 씨메르 032)729-7700
- 인천관광공사 032)899-7300
- 잠진도관광안내소 032)751-2628
- 무의도해운 032)751-3355
- 국립해양조사원 조석 예보 ARS 1588-9822
- 하나개해수욕장 032)751-8866
- 을왕리해수욕장 032)760-7994 

대중교통 정보
공항철도: 서울역-인천공항1터미널역(05:20~23:40), 약 1시간 소요. 용유 방면 자기부상열차 15분 간격(07:00~20:00) 운행, 파라다이스시티역 하차. 
*문의: 공항철도 1599-7788, www.arex.or.kr 자기부상열차 032)741-8400

자가운전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신불 IC→인천국제공항공사→IBC지하차도→IBC월드게이트 방향 좌회전→파라다이스시티

숙박 정보
- 파라다이스시티: 중구 영종해안남로321번길, 1833-8855, www.p-city.com
- 씨사이드호텔: 중구 대무의로, 032)752-7737, www.seasidehotel.co.kr
- 씨월드관광호텔: 중구 용유서로479번길, 032)752-2000, www.hotelseaworld.co.kr
- 빨간지붕펜션: 중구 대무의로, 032)747-1011, www.bbalgan.net

식당 정보
- 해송쌈밥(쌈밥): 중구 공항서로, 032)747-0073
- 바다드림(해물칼국수·조개구이): 중구 잠진도길, 032)746-9966
- 평화옥(평양냉면): 중구 공항로, 032)743-8635
- 소나무식당(해물 요리): 중구 용유로21번길, 032)746-0771

주변 볼거리
인천대교, 포내어촌체험마을, 송도컨벤시아, 인천도시역사관, 월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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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