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이후…경찰 특수수사의 이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2.18 09:32:04
  • 호수 1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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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고 무뎠던 경찰의 칼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번 문재인정부서 경찰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았다. 최근 경찰은 검찰의 전유물이었던 대기업·특수수사의 최전선에 나서며 기업 총수들을 포토라인에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칼날은 무뎠다. <일요시사>가 문재인정부 들어 경찰이 수사했던 특수수사 8건을 분석한 결과 핵심 피의자들을 모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크게 두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경찰 대기업-특수 수사 결과

경찰은 2017년 7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공사 비리 수사를 시작으로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같은 해 연말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하는 강단을 보이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시작은 창대
그 끝은 미약

경찰은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필두로 대기업을 비롯한 굵직한 사건을 진두지휘 중이다. 특수수사과는 오랫동안 공직·기업 비리 등을 수사했다. 하지만 검찰의 옛 중앙수사부와 특수부에 밀려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특수수사과의 시초는 1972년 설치된 치안본부 소속 ‘특수수사대’다. 1976년 특수수사1대(일명 사직동팀)와 2대(일명 신길동팀)로 나뉘었다가 1991년 특수수사1대가 조사과로 이름이 바뀌고, 2대는 수사2과로 소속을 옮겼다. 이어 1994년 수사2과가 특수수사과로 개칭됐고 조사과는 2000년 폐지됐다.

과거에는 공직자 비위 등과 관련한 청와대의 ‘하명’ 사건을 주로 다루는 부서로 알려졌다. 오늘날에도 정부서 수사의뢰한 사건을 특수수사과서 맡는 경우가 있지만, 그밖에 자체 첩보를 토대로 공직자·기업의 뇌물이나 횡령·배임, 조세포탈 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13년 6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수도권 인근 별장서 건설업자 윤모씨로부터 성접대 등 불법로비를 받은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특수수사과는 경찰 조직서 특수사건 전문성을 인정받는 수사관들이 근무해 자존심이 강한 부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특수수사과의 자존심에 흠집이 많이 났다. <일요시사>가 2017년부터 경찰청 특수수사과와 지능범죄수사대가 벌인 8건의 대기업 사건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핵심 피의자들이 모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대기업 수사 8건 분석 
핵심 피의자 모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  

▲한진그룹 자택 비리 사건(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7년 11월22일. 경찰이 30억원대 배임 혐의를 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입건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회장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같은 혐의로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씨와 대한항공 소속 조모 전무, 인테리어 업체 ㄱ사의 대표 장모씨도 검찰에 송치했다.

조 회장 등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 사이 조 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 70억원 중 30억원을 인천 영종도에 짓고 있던 그랜드하얏트 호텔 신관 신축 공사비에 전가한 혐의를 받는다. 조 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와 호텔 신축 공사는 ㄱ사가 동시에 맡았다.

▲삼성그룹 일가의 자택공사 비리와 수백여개의 차명계좌 의혹 사건(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및 임직원 세 명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8년 2월8일. 차명계좌로 수천억원의 재산을 빼돌리고 자택공사에 회삿돈을 쓴 혐의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특가법을 적용해 조세·횡령 혐의로 이 회장과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임원 A씨(사장)와 삼성물산 임원 B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삼성물산 현장소장 C씨는 구속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삼성그룹 임원 72명 명의로 차명계좌 260개를 개설한 후 차명재산 4000억원을 관리했다. 이 회장과 임원 A씨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등 82억원 상당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용산구 한남동 소재 이 회장의 자택 수리비용에 삼성물산 법인 자금 약 30억원을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기업 총수들
포토라인에만

▲홈앤쇼핑 신사옥 입찰·채용 비리 사건(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이사 신사옥 비리 혐의 없음 의견·채용비리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8년 3월15일.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이사는 대주주 회사의 고위 간부로부터 청탁을 받고 일부 지원자를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를 받아 검찰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다만 신사옥 비리와 관련해서는 혐의 없음 의견으로 나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 전 대표이사가 중소기업중앙회 임원 등의 부탁을 받고 직원 10명을 부당하게 채용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신사옥 건설업체 입찰 과정에서 회사에 174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는 무혐의 의견이 나왔다.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

▲대림산업 전 대표 등 청탁·배임수재 사건(대림산업 전 대표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8년 3월20일. 경찰은 하청업체로부터 토목공사 추가 수주 및 설계 변경을 통한 공사비 허위 증액 등의 부정한 청탁과 함께 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전직 대림산업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입건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대림산업 간부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 이후 대림산업 본사 사무실 압수수색·계좌추적·관련자 조사 등으로 혐의사실을 밝혀냈다. 혐의가 무거운 현장소장 2명은 구속하고 전직 대표 등 9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가천 길병원 뇌물수수 사건(병원장과 비서실장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보건복지부 공무원 구속)= 2018년 5월29일. 국책사업인 연구중심병원 선정을 도와주는 대가로 가천 길병원서 받은 법인카드로 수억원을 쓴 보건복지부 국장급 고위공무원이 구속됐다. 이 과정서 길병원이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에게 일명 ‘쪼깨기’ 방식으로 불법 정치후원금을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복지부 소속 국장급 공무원 허모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고, 뇌물을 준 길병원 병원장 이모씨 등 2명을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우병우 법조 비리 사건(우병우 전 민정수석 영장 네 차례 기각)= 2018년 10월17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 혐의를 수사한 경찰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수사 확대 방지 등을 검찰에 청탁할 목적으로 의뢰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우 전 수석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우 전 수석은 2013∼2014년 검찰이 수사한 가천대 길병원 횡령사건 당시 병원 측으로부터 “수사가 더 확대되지 않고 이 상태서 마무리되게 해달라”는 조건을 제시받자 “3개월 내 끝내주겠다”고 답한 뒤 착수금 1억원을 받고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사건은 실제로 3개월가량 지난 뒤 종결됐고 우 전 수석은 2억원의 성공보수를 받았다.

검 vs 경 기싸움
수사권 갈등탓?

▲오리온그룹 별장 신축 사건(이화경 부회장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8년 10월24일. 개인 별장을 신축하는 과정서 200억원 넘는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 이화경 오리온 그룹 부회장이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이 부회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부회장은 2008∼2014년까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에 개인 목적의 호화별장을 신축하는 과정서 법인자금 203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KT 불법 정치 후원금 사건(황창규 KT 회장 및 전·현직 임원 7명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9년 1월17일. 황창규 KT 회장이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과 구모 사장, 맹모 전 사장 등 KT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KT 대관부서인 CR부문을 통해 제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임직원 29명이 송금에 동원됐고, 이 중 일부 직원들의 아내나 지인 명의까지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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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수수사과서 벌였던 대기업 사건의 핵심 몸통들이 대부분 불구속 상태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가 ‘용두사미’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경찰 측도 반론은 있다. 그동안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해 ‘보강 수사’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빈번히 기각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조양호 회장과 황창규 회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각각 두 차례 기각했다.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은 무려 네 차례나 기각됐다. 이화경 부회장의 영장도 기각했으며 삼성 차명 사건 관련자인 삼성 임원들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했다. 

일각에선 피의자 구속으로 유·무죄를 가르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 수사력에 강한 의구심? 
검 구속영장 빈번히 기각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며, 구속 수사가 유·무죄를 가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다만 핵심 피의자의 구속 여부가 수사의 진척 여부를 알 수 있는 가늠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경찰 수사가 빈번히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내놨다.

하나는 ‘경찰 수사력 부재’이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민생 치안 등 단순 형사 사건 위주로 처리했기 때문에 법리적인 세밀함이 필요한 고소·고발 사건 등을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해왔다.

또 하나는 수사권 조정을 사이에 둔 ‘검·경 갈등설’이다. 현재 검·경은 수사권 조정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특히나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특수사건 등을 도맡으며, 수사권 독립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견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의자 구속 여부로 수사를 ‘잘했다’ ‘못 했다’로 나누는 건 적절치 않다. 법원서 유죄 판결률로 보는 게 적절하다”며 “검·경의 갈등적 측면으로 봤을 때 검찰이 유리한 입장에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 수사 구조 자체가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대기업 수사를 잘하는 건 노하우와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대기업 수사를 많이 할수록 노하우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노하우와 권한은 비례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수부 검사였던 한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 역량이나 인권 의식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어느 정도 수사권 조정도 필요하다”며 “하지만 대기업이라든지 특수수사에 있어서 경찰이 검찰 수사력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 이번에 빈번히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검·경 수사권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검사들이 괜히 영장을 기각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자는 “일반 시민의 눈높이로 봤을 때 수사권 조정은 꼭 필요하다. 현재 기소권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쟁점이다. 과거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며 경찰을 지휘했던 이유는 두 가지”라며 “경찰의 수사 전문성과 인권 침해 요소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오늘날 경찰이 수사력이 없을까? 변호사 출신 경찰들도 많다. 또 인권침해 요소가 옛날처럼 많을까? 옛날에 비하면 거의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권한 필요”
“아직 멀어”

이어 “현재 검찰 수사 지휘는 이걸 전제로 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건 과거 유물이나 마찬가지다. 제도적으로 바꾸는 게 맞다. 검찰은 수사 지휘권을 놓고 싶지 않을 거다. 기득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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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