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이후…경찰 특수수사의 이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2.18 09:32:04
  • 호수 1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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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고 무뎠던 경찰의 칼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번 문재인정부서 경찰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았다. 최근 경찰은 검찰의 전유물이었던 대기업·특수수사의 최전선에 나서며 기업 총수들을 포토라인에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칼날은 무뎠다. <일요시사>가 문재인정부 들어 경찰이 수사했던 특수수사 8건을 분석한 결과 핵심 피의자들을 모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크게 두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경찰 대기업-특수 수사 결과

경찰은 2017년 7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공사 비리 수사를 시작으로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같은 해 연말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하는 강단을 보이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시작은 창대
그 끝은 미약

경찰은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필두로 대기업을 비롯한 굵직한 사건을 진두지휘 중이다. 특수수사과는 오랫동안 공직·기업 비리 등을 수사했다. 하지만 검찰의 옛 중앙수사부와 특수부에 밀려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특수수사과의 시초는 1972년 설치된 치안본부 소속 ‘특수수사대’다. 1976년 특수수사1대(일명 사직동팀)와 2대(일명 신길동팀)로 나뉘었다가 1991년 특수수사1대가 조사과로 이름이 바뀌고, 2대는 수사2과로 소속을 옮겼다. 이어 1994년 수사2과가 특수수사과로 개칭됐고 조사과는 2000년 폐지됐다.

과거에는 공직자 비위 등과 관련한 청와대의 ‘하명’ 사건을 주로 다루는 부서로 알려졌다. 오늘날에도 정부서 수사의뢰한 사건을 특수수사과서 맡는 경우가 있지만, 그밖에 자체 첩보를 토대로 공직자·기업의 뇌물이나 횡령·배임, 조세포탈 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13년 6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수도권 인근 별장서 건설업자 윤모씨로부터 성접대 등 불법로비를 받은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특수수사과는 경찰 조직서 특수사건 전문성을 인정받는 수사관들이 근무해 자존심이 강한 부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특수수사과의 자존심에 흠집이 많이 났다. <일요시사>가 2017년부터 경찰청 특수수사과와 지능범죄수사대가 벌인 8건의 대기업 사건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핵심 피의자들이 모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대기업 수사 8건 분석 
핵심 피의자 모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  

▲한진그룹 자택 비리 사건(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7년 11월22일. 경찰이 30억원대 배임 혐의를 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입건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회장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같은 혐의로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씨와 대한항공 소속 조모 전무, 인테리어 업체 ㄱ사의 대표 장모씨도 검찰에 송치했다.

조 회장 등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 사이 조 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 70억원 중 30억원을 인천 영종도에 짓고 있던 그랜드하얏트 호텔 신관 신축 공사비에 전가한 혐의를 받는다. 조 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와 호텔 신축 공사는 ㄱ사가 동시에 맡았다.

▲삼성그룹 일가의 자택공사 비리와 수백여개의 차명계좌 의혹 사건(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및 임직원 세 명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8년 2월8일. 차명계좌로 수천억원의 재산을 빼돌리고 자택공사에 회삿돈을 쓴 혐의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특가법을 적용해 조세·횡령 혐의로 이 회장과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임원 A씨(사장)와 삼성물산 임원 B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삼성물산 현장소장 C씨는 구속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삼성그룹 임원 72명 명의로 차명계좌 260개를 개설한 후 차명재산 4000억원을 관리했다. 이 회장과 임원 A씨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등 82억원 상당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용산구 한남동 소재 이 회장의 자택 수리비용에 삼성물산 법인 자금 약 30억원을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기업 총수들
포토라인에만

▲홈앤쇼핑 신사옥 입찰·채용 비리 사건(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이사 신사옥 비리 혐의 없음 의견·채용비리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8년 3월15일.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이사는 대주주 회사의 고위 간부로부터 청탁을 받고 일부 지원자를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를 받아 검찰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다만 신사옥 비리와 관련해서는 혐의 없음 의견으로 나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 전 대표이사가 중소기업중앙회 임원 등의 부탁을 받고 직원 10명을 부당하게 채용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신사옥 건설업체 입찰 과정에서 회사에 174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는 무혐의 의견이 나왔다.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

▲대림산업 전 대표 등 청탁·배임수재 사건(대림산업 전 대표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8년 3월20일. 경찰은 하청업체로부터 토목공사 추가 수주 및 설계 변경을 통한 공사비 허위 증액 등의 부정한 청탁과 함께 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전직 대림산업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입건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대림산업 간부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 이후 대림산업 본사 사무실 압수수색·계좌추적·관련자 조사 등으로 혐의사실을 밝혀냈다. 혐의가 무거운 현장소장 2명은 구속하고 전직 대표 등 9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가천 길병원 뇌물수수 사건(병원장과 비서실장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보건복지부 공무원 구속)= 2018년 5월29일. 국책사업인 연구중심병원 선정을 도와주는 대가로 가천 길병원서 받은 법인카드로 수억원을 쓴 보건복지부 국장급 고위공무원이 구속됐다. 이 과정서 길병원이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에게 일명 ‘쪼깨기’ 방식으로 불법 정치후원금을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복지부 소속 국장급 공무원 허모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고, 뇌물을 준 길병원 병원장 이모씨 등 2명을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우병우 법조 비리 사건(우병우 전 민정수석 영장 네 차례 기각)= 2018년 10월17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 혐의를 수사한 경찰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수사 확대 방지 등을 검찰에 청탁할 목적으로 의뢰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우 전 수석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우 전 수석은 2013∼2014년 검찰이 수사한 가천대 길병원 횡령사건 당시 병원 측으로부터 “수사가 더 확대되지 않고 이 상태서 마무리되게 해달라”는 조건을 제시받자 “3개월 내 끝내주겠다”고 답한 뒤 착수금 1억원을 받고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사건은 실제로 3개월가량 지난 뒤 종결됐고 우 전 수석은 2억원의 성공보수를 받았다.

검 vs 경 기싸움
수사권 갈등탓?

▲오리온그룹 별장 신축 사건(이화경 부회장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8년 10월24일. 개인 별장을 신축하는 과정서 200억원 넘는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 이화경 오리온 그룹 부회장이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이 부회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부회장은 2008∼2014년까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에 개인 목적의 호화별장을 신축하는 과정서 법인자금 203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KT 불법 정치 후원금 사건(황창규 KT 회장 및 전·현직 임원 7명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9년 1월17일. 황창규 KT 회장이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과 구모 사장, 맹모 전 사장 등 KT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KT 대관부서인 CR부문을 통해 제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임직원 29명이 송금에 동원됐고, 이 중 일부 직원들의 아내나 지인 명의까지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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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수수사과서 벌였던 대기업 사건의 핵심 몸통들이 대부분 불구속 상태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가 ‘용두사미’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경찰 측도 반론은 있다. 그동안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해 ‘보강 수사’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빈번히 기각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조양호 회장과 황창규 회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각각 두 차례 기각했다.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은 무려 네 차례나 기각됐다. 이화경 부회장의 영장도 기각했으며 삼성 차명 사건 관련자인 삼성 임원들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했다. 

일각에선 피의자 구속으로 유·무죄를 가르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 수사력에 강한 의구심? 
검 구속영장 빈번히 기각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며, 구속 수사가 유·무죄를 가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다만 핵심 피의자의 구속 여부가 수사의 진척 여부를 알 수 있는 가늠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경찰 수사가 빈번히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내놨다.

하나는 ‘경찰 수사력 부재’이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민생 치안 등 단순 형사 사건 위주로 처리했기 때문에 법리적인 세밀함이 필요한 고소·고발 사건 등을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해왔다.

또 하나는 수사권 조정을 사이에 둔 ‘검·경 갈등설’이다. 현재 검·경은 수사권 조정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특히나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특수사건 등을 도맡으며, 수사권 독립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견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의자 구속 여부로 수사를 ‘잘했다’ ‘못 했다’로 나누는 건 적절치 않다. 법원서 유죄 판결률로 보는 게 적절하다”며 “검·경의 갈등적 측면으로 봤을 때 검찰이 유리한 입장에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 수사 구조 자체가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대기업 수사를 잘하는 건 노하우와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대기업 수사를 많이 할수록 노하우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노하우와 권한은 비례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수부 검사였던 한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 역량이나 인권 의식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어느 정도 수사권 조정도 필요하다”며 “하지만 대기업이라든지 특수수사에 있어서 경찰이 검찰 수사력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 이번에 빈번히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검·경 수사권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검사들이 괜히 영장을 기각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자는 “일반 시민의 눈높이로 봤을 때 수사권 조정은 꼭 필요하다. 현재 기소권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쟁점이다. 과거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며 경찰을 지휘했던 이유는 두 가지”라며 “경찰의 수사 전문성과 인권 침해 요소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오늘날 경찰이 수사력이 없을까? 변호사 출신 경찰들도 많다. 또 인권침해 요소가 옛날처럼 많을까? 옛날에 비하면 거의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권한 필요”
“아직 멀어”

이어 “현재 검찰 수사 지휘는 이걸 전제로 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건 과거 유물이나 마찬가지다. 제도적으로 바꾸는 게 맞다. 검찰은 수사 지휘권을 놓고 싶지 않을 거다. 기득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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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