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이후…경찰 특수수사의 이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2.18 09:32:04
  • 호수 1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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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고 무뎠던 경찰의 칼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번 문재인정부서 경찰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았다. 최근 경찰은 검찰의 전유물이었던 대기업·특수수사의 최전선에 나서며 기업 총수들을 포토라인에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칼날은 무뎠다. <일요시사>가 문재인정부 들어 경찰이 수사했던 특수수사 8건을 분석한 결과 핵심 피의자들을 모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크게 두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경찰 대기업-특수 수사 결과

경찰은 2017년 7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공사 비리 수사를 시작으로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같은 해 연말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하는 강단을 보이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시작은 창대
그 끝은 미약

경찰은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필두로 대기업을 비롯한 굵직한 사건을 진두지휘 중이다. 특수수사과는 오랫동안 공직·기업 비리 등을 수사했다. 하지만 검찰의 옛 중앙수사부와 특수부에 밀려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특수수사과의 시초는 1972년 설치된 치안본부 소속 ‘특수수사대’다. 1976년 특수수사1대(일명 사직동팀)와 2대(일명 신길동팀)로 나뉘었다가 1991년 특수수사1대가 조사과로 이름이 바뀌고, 2대는 수사2과로 소속을 옮겼다. 이어 1994년 수사2과가 특수수사과로 개칭됐고 조사과는 2000년 폐지됐다.

과거에는 공직자 비위 등과 관련한 청와대의 ‘하명’ 사건을 주로 다루는 부서로 알려졌다. 오늘날에도 정부서 수사의뢰한 사건을 특수수사과서 맡는 경우가 있지만, 그밖에 자체 첩보를 토대로 공직자·기업의 뇌물이나 횡령·배임, 조세포탈 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13년 6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수도권 인근 별장서 건설업자 윤모씨로부터 성접대 등 불법로비를 받은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특수수사과는 경찰 조직서 특수사건 전문성을 인정받는 수사관들이 근무해 자존심이 강한 부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특수수사과의 자존심에 흠집이 많이 났다. <일요시사>가 2017년부터 경찰청 특수수사과와 지능범죄수사대가 벌인 8건의 대기업 사건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핵심 피의자들이 모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대기업 수사 8건 분석 
핵심 피의자 모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  

▲한진그룹 자택 비리 사건(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7년 11월22일. 경찰이 30억원대 배임 혐의를 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입건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회장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같은 혐의로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씨와 대한항공 소속 조모 전무, 인테리어 업체 ㄱ사의 대표 장모씨도 검찰에 송치했다.

조 회장 등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 사이 조 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 70억원 중 30억원을 인천 영종도에 짓고 있던 그랜드하얏트 호텔 신관 신축 공사비에 전가한 혐의를 받는다. 조 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와 호텔 신축 공사는 ㄱ사가 동시에 맡았다.

▲삼성그룹 일가의 자택공사 비리와 수백여개의 차명계좌 의혹 사건(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및 임직원 세 명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8년 2월8일. 차명계좌로 수천억원의 재산을 빼돌리고 자택공사에 회삿돈을 쓴 혐의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특가법을 적용해 조세·횡령 혐의로 이 회장과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임원 A씨(사장)와 삼성물산 임원 B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삼성물산 현장소장 C씨는 구속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삼성그룹 임원 72명 명의로 차명계좌 260개를 개설한 후 차명재산 4000억원을 관리했다. 이 회장과 임원 A씨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등 82억원 상당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용산구 한남동 소재 이 회장의 자택 수리비용에 삼성물산 법인 자금 약 30억원을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기업 총수들
포토라인에만

▲홈앤쇼핑 신사옥 입찰·채용 비리 사건(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이사 신사옥 비리 혐의 없음 의견·채용비리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8년 3월15일.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이사는 대주주 회사의 고위 간부로부터 청탁을 받고 일부 지원자를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를 받아 검찰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다만 신사옥 비리와 관련해서는 혐의 없음 의견으로 나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 전 대표이사가 중소기업중앙회 임원 등의 부탁을 받고 직원 10명을 부당하게 채용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신사옥 건설업체 입찰 과정에서 회사에 174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는 무혐의 의견이 나왔다.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

▲대림산업 전 대표 등 청탁·배임수재 사건(대림산업 전 대표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8년 3월20일. 경찰은 하청업체로부터 토목공사 추가 수주 및 설계 변경을 통한 공사비 허위 증액 등의 부정한 청탁과 함께 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전직 대림산업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입건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대림산업 간부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 이후 대림산업 본사 사무실 압수수색·계좌추적·관련자 조사 등으로 혐의사실을 밝혀냈다. 혐의가 무거운 현장소장 2명은 구속하고 전직 대표 등 9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가천 길병원 뇌물수수 사건(병원장과 비서실장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보건복지부 공무원 구속)= 2018년 5월29일. 국책사업인 연구중심병원 선정을 도와주는 대가로 가천 길병원서 받은 법인카드로 수억원을 쓴 보건복지부 국장급 고위공무원이 구속됐다. 이 과정서 길병원이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에게 일명 ‘쪼깨기’ 방식으로 불법 정치후원금을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복지부 소속 국장급 공무원 허모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고, 뇌물을 준 길병원 병원장 이모씨 등 2명을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우병우 법조 비리 사건(우병우 전 민정수석 영장 네 차례 기각)= 2018년 10월17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 혐의를 수사한 경찰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수사 확대 방지 등을 검찰에 청탁할 목적으로 의뢰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우 전 수석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우 전 수석은 2013∼2014년 검찰이 수사한 가천대 길병원 횡령사건 당시 병원 측으로부터 “수사가 더 확대되지 않고 이 상태서 마무리되게 해달라”는 조건을 제시받자 “3개월 내 끝내주겠다”고 답한 뒤 착수금 1억원을 받고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사건은 실제로 3개월가량 지난 뒤 종결됐고 우 전 수석은 2억원의 성공보수를 받았다.

검 vs 경 기싸움
수사권 갈등탓?

▲오리온그룹 별장 신축 사건(이화경 부회장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8년 10월24일. 개인 별장을 신축하는 과정서 200억원 넘는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 이화경 오리온 그룹 부회장이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이 부회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부회장은 2008∼2014년까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에 개인 목적의 호화별장을 신축하는 과정서 법인자금 203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KT 불법 정치 후원금 사건(황창규 KT 회장 및 전·현직 임원 7명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019년 1월17일. 황창규 KT 회장이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과 구모 사장, 맹모 전 사장 등 KT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KT 대관부서인 CR부문을 통해 제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임직원 29명이 송금에 동원됐고, 이 중 일부 직원들의 아내나 지인 명의까지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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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수수사과서 벌였던 대기업 사건의 핵심 몸통들이 대부분 불구속 상태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가 ‘용두사미’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경찰 측도 반론은 있다. 그동안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해 ‘보강 수사’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빈번히 기각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조양호 회장과 황창규 회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각각 두 차례 기각했다.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은 무려 네 차례나 기각됐다. 이화경 부회장의 영장도 기각했으며 삼성 차명 사건 관련자인 삼성 임원들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했다. 

일각에선 피의자 구속으로 유·무죄를 가르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 수사력에 강한 의구심? 
검 구속영장 빈번히 기각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며, 구속 수사가 유·무죄를 가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다만 핵심 피의자의 구속 여부가 수사의 진척 여부를 알 수 있는 가늠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경찰 수사가 빈번히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내놨다.

하나는 ‘경찰 수사력 부재’이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민생 치안 등 단순 형사 사건 위주로 처리했기 때문에 법리적인 세밀함이 필요한 고소·고발 사건 등을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해왔다.

또 하나는 수사권 조정을 사이에 둔 ‘검·경 갈등설’이다. 현재 검·경은 수사권 조정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특히나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특수사건 등을 도맡으며, 수사권 독립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견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의자 구속 여부로 수사를 ‘잘했다’ ‘못 했다’로 나누는 건 적절치 않다. 법원서 유죄 판결률로 보는 게 적절하다”며 “검·경의 갈등적 측면으로 봤을 때 검찰이 유리한 입장에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 수사 구조 자체가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대기업 수사를 잘하는 건 노하우와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대기업 수사를 많이 할수록 노하우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노하우와 권한은 비례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수부 검사였던 한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 역량이나 인권 의식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어느 정도 수사권 조정도 필요하다”며 “하지만 대기업이라든지 특수수사에 있어서 경찰이 검찰 수사력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 이번에 빈번히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검·경 수사권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검사들이 괜히 영장을 기각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자는 “일반 시민의 눈높이로 봤을 때 수사권 조정은 꼭 필요하다. 현재 기소권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쟁점이다. 과거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며 경찰을 지휘했던 이유는 두 가지”라며 “경찰의 수사 전문성과 인권 침해 요소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오늘날 경찰이 수사력이 없을까? 변호사 출신 경찰들도 많다. 또 인권침해 요소가 옛날처럼 많을까? 옛날에 비하면 거의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권한 필요”
“아직 멀어”

이어 “현재 검찰 수사 지휘는 이걸 전제로 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건 과거 유물이나 마찬가지다. 제도적으로 바꾸는 게 맞다. 검찰은 수사 지휘권을 놓고 싶지 않을 거다. 기득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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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