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망신살 뻗친 손석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2.12 08:37:16
  • 호수 12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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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에 휘말린 ‘국민 앵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민 앵커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스캔들에 휘말렸다.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를 폭행해 경찰에 입건됐다. 이 둘은 언론계 선·후배 사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두고 당사자 간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 더불어 두 사람의 갈등 배경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 JTBC <뉴스룸> 진행자 손석희 대표이사

프리랜서 기자인 김웅씨가 손석희 JTBC 대표이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손 대표 측은 “상대방 신고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당사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10일 오후 11시5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일본식 주점서 손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지구대를 방문해 근무일지에 이 신고 내용을 남겨달라 요청했고, 이틀 뒤인 13일 다시 지구대를 찾아 정식 신고 절차를 밟았다.

폭행 사건서 
온갖 논란으로

김씨는 당시 주점서 손씨와 단둘이 식사를 하던 중 얼굴을 수차례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전치 3주의 상해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양측은 정반대 주장을 하는 중이다. 김씨는 손 대표에 관한 제보를 받고 취재하던 도중 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서 손 대표가 JTBC 일자리를 제안했으나 거절하자 폭행을 당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건 당시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 파일에는 손 대표로 추정되는 남성이 “아팠다면 폭행이고 사과한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 대표 측은 “상대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씨가 손 대표에게 불법적으로 취업을 청탁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손 대표를 협박한 게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주장하는 폭행 사실에 대해선 “‘정신 좀 차려라’ 하고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게 사안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서울서부지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저녁 늦게 손 대표 측이 김씨를 공갈 미수·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마포경찰서에서 병합해 수사할 예정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손 대표와 김씨 측의 경찰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김씨는 이메일을 통해 폭행 당시 상황을 담은 진술서와 전치 3주 상해진단서, 사건 당일 손 대표와의 대화를 녹음한 음성 파일 등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폭행 신고 관련 추가 자료가 있으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앞서 김씨는 손 대표에 관한 제보를 취재 중이었다고 밝혔다. 어떤 제보였을까. 김씨는 손 대표의 뻥소니 사건을 제보 받아 취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 대표는 한 주차장에서 후진을 하다 견인 차량과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손 대표는 접촉 자체를 모고 자리를 떠났지만, 차에 닿았다는 견인 차량 운전자의 말을 듣고 자비로 쌍방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운전자는 접촉사고 발생 후 손 대표가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현장서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2.5km 정도를 추격해 도로변서 손 대표의 차를 멈추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명함을 주고 받으며 상황이 마무리됐다고 했다. 


프리랜서 기자 폭행해 경찰에 입건
내막 두고 양측 주장 첨예하게 갈려

이런 일이 있은 이후 김씨는 “손 대표가 경기 과천의 한 주차장에서 뺑소니 사고를 낸 뒤 피해자들에게 배상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로 찾아가 손 대표를 직접 만났다고 한다.

김씨는 이후 손 대표에게 전화해 “당시 (피해자들이) 손 대표가 차를 받고 도망갔다고 하는데 사실이냐”라고 물었다. 김씨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손 대표은 “난 (차를) 받은 줄도 몰랐다. 그래서 경찰을 부르자고 했는데 경찰이 오고 있는 상황서 ‘보험으로 할 거냐, 현금으로 할 거냐’ 해서 난 그냥 ‘현금으로 해도 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손 대표로부터 받은 손 대표 명의 계좌 내역을 보면, 2017년 4월17일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A씨에게 15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돼있다. 

그런데 사건의 논란은 다른 방향으로 옮겨붙었다. 당시 손 대표와 ‘동승했던 인사가 누구였느냐’다. 김씨는 당시 손 대표와의 통화서 “접촉사고 당시 차량의 조수석에 동승자가 있었다”는 제보의 사실 여부를 물었다.

손 대표은 “동승자는 없었다. 그들이 (뺑소니라고) 협박해서 돈을 받았기 때문에 또 다른 약점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그마한 것으로 침소봉대 돼서 공격당할 수 있고 여러 모로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TBC는 보도자료를 통해 “동승자가 있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며 “이를 증명할 근거도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또 “김씨가 이번 사안을 의도적으로 ‘손석희 흠집내기’로 몰고 간다”고 주장했다.  

교통사고 당시
동승자 누구?

논란은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씨는 손 대표가 자신을 회유·배임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5개월가량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수십건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주로 김씨의 채용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손 대표가 김씨에게 “이력서를 하나 받아뒀으면 한다” “내가 밀어넣으려 한다고 말들이 많을 거야. 그런데 그렇게라도 해보지 않는 건 내가 너한테 미안한 일인 것 같다”고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손 대표는 저를 통해 세상에 사실이 알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며 “저를 회유하기 위해 JTBC 작가직 등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고, 폭행 당일에도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에 합류시키겠다고 했다가 또다시 거절당하자 이에 격분해 폭행했다”고 했다.


김씨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2017년 4월16일 심야 시간에 손 대표가 경기 과천의 한 교회 인근 공터서 접촉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해 도주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라며 “사고 직후 피해자들에게 추적당해 4차로 도로변에 정차했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사고 피해자들은 조수석에 젊은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고 전했다”고 언급했다.

이 젊은 여성은 손 대표와 함께 뉴스룸을 진행하는 안나경 앵커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JTBC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는 안나경 앵커에 대한 각종 소문은 모두 악의적으로 만들어낸 가짜뉴스로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작성되고 유포된 근거 없는 SNS 글과 일부 매체 기사를 수집하고, 이를 작성하고 유통하는 모든 개인과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손 대표의 배임 의혹도 나왔다. 김씨에 따르면 손 대표는 지난달 19일 김씨의 변호인에게 월 1000만원을 보장하는 2년 계약의 용역 체결을 논의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본인의 교통사고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기자직 등 회사 일자리를 제공하고 회삿돈을 용역비 형태로 주려고 했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자유청년연합은 손 대표를 배임 및 배임미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서부지검이 사건을 배당받았으며 관련 수사는 마포경찰서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젊은 여성?
명백한 허위?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시민단체 자유청년연합이 손 대표를 배임 및 배임미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사건을 서부지검에서 배당받을 예정”이라며 “이후 마포경찰서로 보내 수사 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1956년 서울서 출생해 2남1녀 중 둘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방송반원이 됐는데, 이때의 경험이 훗날 아나운서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76년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1979년 군대에 입대하고 부산에 있던 육군군수사령부 본부근무대 행정병으로 자대 배치됐다. 군 시절 동안 10·26사건, 12·12군사반란, 5·18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사건을 겪는다.

손 대표는 1984년 MBC에 입사했다. MBC에 입사하기 전에는 <조선일보> 판매국서 일한 적이 있었으나 금방 그만뒀다. 친구들이 방송반 경력도 있고 어울리니 시험을 보라고 권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이후 MBC의 대표 아나운서로 입지를 다지다가 1986년 앵커 이미지가 강렬해지는 것을 우려한 MBC 사측서 보도국으로 발령 내 기자가 됐다. 하지만 본인은 자기 자리가 아닌 것 같아 불만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89년 4월23일 새로 신설된 일요일 <뉴스센터> 앵커직을 맡으며 아나운서국으로 돌아온다. 

이후 손 대표는 1989년 10월까지 토요일 <뉴스데스크>와 일요일 <뉴스센터>를 진행한다. 1990년에는 저녁뉴스 앵커를 맡았고,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는 아침뉴스를 진행했다.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사회 분위기가 급변하던 1988년 8월, MBC 노조가 정부의 방송 관련법에 맞서 쟁위가 발생했다. 조합원 모두가 가슴에 공정방송 리본을 달기로 했지만 모두 빼앗긴다. 손 대표는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자였으며, 당시 이 문제로 갈등하다가 리본을 재킷 겉옷이 아닌 안쪽 와이셔츠 주머니에 달았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기억하는 한, 가장 수치스럽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고소·고발로 이어진 진실공방

손 대표는 1992년 가을, MBC 노조 활동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당시 12월 대선을 앞두고 전두환정권은 여당에게 비적인 <PD수첩>과 뉴스보도를 금지했다. 노조간부들을 지방 한직으로 발령 내는 등의 조치가 잇따르자, 즉시 노조가 반발을 하면서 파업이 일어났다. 결국 9월부터 52일간 진행된 파업은 전투경찰의 투입으로 끝났다. 

손 대표는 이때 주동자로 몰려 동료들과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손 대표는 노조 간부도 아니었기 때문에 주동자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파업 참가자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언론은 그가 포승줄에 묶인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손 대표는 체포된 이후 “상식적 판단서 옳은 일이라면 바꾸지 말자. 내가 죽을 때까지 그 원칙서 흔들리지 말고 나가자”는 말을 남겨서 대중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다가 1997년 불혹을 넘긴 나이에 가족을 데리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2년 뒤 귀국해 MBC <아침뉴스 2000>를 통해 방송에 복귀. 2000년 MBC 라디오의 아침 시사 프로그램인 <시선집중>의 진행을 맡았다.

<시선집중>은 지상파와 인터넷에 밀리던 라디오의 시사보도와 의제설정 역할을 되살린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2002년에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뒤를 이어서 <100분 토론>의 3대 진행자가 됐다. 손 대표는 2009년 11월19일 10주년 방송 때까지 진행한 역대 최장수 진행자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MBC 아나운서 국장으로 재직했으며, 2006년 MBC를 퇴사 후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13년 5월 <시선집중> 진행자와 성신여자대학교 교수직서 사임하고 JTBC 보도부문 총괄 사장을 맡았다. 2013년 9월16일부터 2014년 9월까지 JTBC <뉴스 9> 주중 진행을 담당했으며 2014년 9월22일부터 1시간40분 동안 진행되는 JTBC의 메인뉴스 <뉴스룸>을 진행하고 있다. 

신뢰도 1위
여기서 끝?

손 대표는 JTBC를 종합편성채널을 넘어 지상파와 경쟁하는 매체로 만들었다. 이제 7년 차에 접어든 JTBC가 전통을 자랑하는 유력 언론매체들을 따돌리며 쾌속질주를 펼치고 있다. 올해로 29회째인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매체 조사에서 JTBC는 영향력·신뢰도 부문서 2위와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열독률 부문서도 1위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2위에 올랐다. 손 대표는 더불어 <시사저널>의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부문서 14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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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