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는 민주당 속셈

황 당권 잡으면 여당에 표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로 정치권 전체가 출렁이고 있다. 황 전 총리의 정치 경력은 전무하다. 다만 그의 영향력은 웬만한 중견 정치인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황 전 총리의 등판에 대한 여당의 반응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국정 농단과 함께 비판하면서도 은근히 반기는 모양새다.
 

▲ 최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당사에서 차기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대한민국의 새로운 내일을 선언하기 위해 국민 여러분 앞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황 전 총리는 “지난날 대한민국은 젊음과 역동의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가 어떻게 됐느냐”며 “도전은 멈췄고 꿈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을 정조준했다. 

출마 배경?
정·여 겨냥 


그는 “헌법 가치를 함께한다면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안철수,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기본적으로 자유우파는 헌법가치를 존중해 나라를 일으켰고 부강을 이끌어온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황 전 총리는 전대 출마를 넘어서 보수진영의 대통합 의지까지 여실없이 드러냈다.

황 전 총리의 당 대표 출마로 한국당은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황 전 총리가 전대 출마를 선언한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8~30일 조사해 지난달 31일 발표한 주중집계를 살펴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28.5%로 전주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황 전 총리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를 제치고 오차범위 내 1위를 차지했다. 황 전 총리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서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1~25일 조사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응답자 전체서 17.1%로 선두를 달렸다. 황 전 총리의 선호도는 전달 대비 3.6%포인트 상승했다. 15.3%를 기록한 이 총리보다 1.8%포인트 높은 수치다. 

황 전 총리는 보수야권·무당층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했다. 황 전 총리는 해당 조사에서 31.9%를 기록, 전달의 선호도에 비해 9.4%포인트 상승했다. 2위는 8.9%를 기록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로 그 차이가 상당했다. 다만 범여권·무당층 조사에선 지난달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4.9%를 기록해 12명의 차기 대선주자 중 8위에 머물렀다.


보수와 진보진영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두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교안 전대 출마…원내 4당 맹비판
차기대권 1위 등장, 한국당 지지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는 황 전 총리의 당 대표 출마 선언 전에 이뤄졌다. 해당 여론조사 기간 당시 황 전 총리의 출마가 사실상 확정된 것을 미뤄볼 때 그의 선호도는 향후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황 전 총리가 던진 출사표에 정치권의 견제도 본격화됐다. 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4당은 이구동성으로 그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황 전 총리의 출마 선언 이튿날 6선의 이석현 의원은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시대가 바뀌고 대중의 생각이 바뀐 걸 모르시는 거냐”며 “물 빠진 줄 모르고 갯벌서 퍼덕이는 짱뚱어가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낸 3선의 김태년 의원은 “공안검사들이 판쳤던 80년대로 되돌아간 듯하다”며 “국민이 황 전 총리에게 원하는 것은 반성과 사죄”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 4선의 박영선 의원과 3선의 이인영 의원 등이 그를 비판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수위를 높였다. 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황 전 총리의 출마 선언이 있던 날 논평을 통해 “무덤서 채 깨어나지 못한 좀비답게 꺼내드는 무기라곤 저주와 반공이 난무하는 색깔론, 민주인사를 때려잡고 간첩을 조작하던 공안검사에서 한 치 벗어나지 못한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원래 탄핵당, 원래 친박(친 박근혜)당, 원래 국정 농단당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쏘아붙였다. 


범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바미당도 마찬가지였다. 바미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황 전 총리의 자격 논란을 언급했다. 하 의원은 “당헌·당규 논란이 있을 때 대승적으로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황 전 총리의 자격 논란은 ‘책임당원’서 비롯됐다.

자격 논란
4당 비판

한국당 당헌에 따르면 전대 출마 자격은 입당 후 3개월간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에게 주어진다. 황 전 총리는 지난달 15일 한국당에 입당했다. 황 전 총리의 책임당원 자격이 성립되지 않는 이유다. 황 전 총리는 “문제없다”며 논란을 일축하려 했지만 비상대책위원회에선 공개 설전이 이어졌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서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비대위원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반면 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출마자격을 놓고 논쟁이 오가는 것은 보수통합을 바라는 국민 소망에 맞지 않다”며 맞받아쳤다.

해당 사안은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로 넘어갔다. 한국당 선관위는 지난달 29일 황 전 총리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한국당 선관위는 해당 안건에 대한 비대위의 의결을 요청했다. 한국당 비대위는 결국 지난달 31일 황 전 총리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했다. 

자격 논란을 딛고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선호도서도 1위를 차지한 황 전 총리는 명실상부 전대 최대의 구심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선 그의 당 대표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한다. 황 전 총리는 출마 선언 당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를 집중했다. 황 전 총리는 ‘폭정’ ‘386 운동권 철학’ ‘좌파 경제실험’ ‘주체사상’ 등을 언급하며 철저한 대여·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론 다른 속내를 보이는 모양새다. 정치권 관계자는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보다 더 한 X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한국당을 이끌었지만 같은 해 실시된 6·13지방선거의 패배를 책임지고 당 대표직서 물러났다. 당시 홍 전 대표는 연이은 막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여론의 비판도 가시적이었다. 지방선거 당시 몇몇 후보자들은 홍 전 대표의 방문을 꺼려할 정도였다. 홍 전 대표가 스스로 문제를 만들었던 만큼 민주당의 비판은 다소 수월했다.
 

▲ 다시 한 번 당권도전에 나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황 전 총리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은 홍 전 대표 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공산이 크다. 물론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와 스타일이 다르다.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에 비해 차분하고, 화법서도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고리서 자유롭지 못하다. 황 전 총리는 촛불혁명을 기치로 내건 민주당과 반대 입장에 있다.

황 전 총리의 당권 쟁취 여부를 떠나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받아준 한국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에 대한 한국당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서 민주당은 그간 뾰족한 반격의 카드를 제시하지 못했다. 여론의 부정적 기류가 강해지는 것 역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웠다. 이는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8~30일 조사해 지난달 31일 발표한 주중 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37.8%로 전주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평가 여론조사에서도 긍정은 47.5%, 부정은 47.2%로 긍정이 부정보다 소폭 앞섰다. 다만 전주 대비 긍정은 0.2%포인트 하락했고, 부정은 전주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촛불혁명

민주당은 황 전 총리의 등장을 반격의 기회로 엿보고 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와 국정 농단의 연결고리를 부각할 공산이 크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 당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냈다. 황 전 총리가 국정 농단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다.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황 전 총리가 지난 2012년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대선후보 경선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운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새누리당 경선 후보 전날인 2012년 8월19일 녹음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그리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에 담을 메시지를 미리 논의했다. 이때 황 전 총리가 언급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은 ‘권력형 비리 사건 재판은 모두 국민배심원단에 의해 판단을 받도록 한다’는 공약을 논의하던 중 최씨가 “근데 왜 황교안씨는 그런 것 안 받아?”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이 없어요”라고 답했고, 정 전 비서관 역시 “그 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거부하면 국민배심원단으로 안 하거든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출마 선언 당시 기자회견서 “최순실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했다”며 “캠프 관련 이야기는 저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와 국정 농단을 결부시켜 야권과 함께 공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 외에도 바미당과 평화당, 정의당 역시 촛불혁명을 국정 운영의 가치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까지 야권연대를 통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정국 주도권 다툼서 민주당은 다소 주춤하는 꼴이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중심에 두고 역으로 야권연대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민주 ‘황교안-국정 농단’ 연결 부각
촛불 대 반촛불? 여야 연대도 주목 

바미당과 평화당, 정의당은 황 전 총리와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짙다. 민주당은 여소야대 정국을 ‘황교안 카드’를 통해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가 민주당에게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내년도 총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황 전 총리-국정 농단’ 연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한 반격으로 국정 농단을 언급하며 한국당 전체로 비판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민주당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서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민주당의 압승에 홍 전 대표가 일정 부분 기여한 측면도 있다. 홍 전 대표의 연이은 막말성 발언으로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서도 황 전 총리를 통해 반사이익을 챙기려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당 내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31일, 전대 출마를 선언한 정우택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로 내려가 황 전 총리를 비판했다. 정 의원은 “도로 친박당이 되고, 친박이 되살아나 다시 계파 대립이 재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총선에선 민주당이 친박 프레임을 씌워 총선 참패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황 전 총리의 등장을 두고 반응이 제각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에 대해 “민주당으로서 나쁠 게 없다”며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잡게 된다면 한국당에 대한 민주당의 전략은 단일화되고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황나땡’
경계 목소리

반면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른바 ‘황나땡(황교안이 나오면 땡큐)’이라는 인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서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의 기사가 사라지고 홍 전 대표, 황 전 총리 기사만 나오는 상황은 위험하다”며 “우리 당도 황교안의 등장에 강력하게 성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 의원은 “‘황교안이 되면 유리하다’고 팔짱 끼고 씩 웃을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직 X맨의 등장

지난해 6월 지선까지 한국당을 이끌었던 홍준표 전 대표 역시 한국당 전대 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출마가 있던 다음 날 출사표를 던졌다. 홍 전 대표는 지난 6월 지선 당시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지금 내 나라가 통째로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홍 전 대표는 “이제는 온 국민이 문재인정권에 속았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는 “한국당이 ‘도로 병역 비리당’ ‘도로 탄핵당’ ‘도로 웰빙당’이 되려 한다”며 사실상 황 전 총리를 겨냥했다.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출마 선언이 있던 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이 당이 다시 ‘도로 탄핵당, 도로 국정농단당, 도로 친박당, 도로 특권당, 도로 병역 비리당으로 회귀하게 방치하는 것은 당과 한국 보수, 우파 세력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밝혔다.

홍 전 대표의 출마로 한국당 전대는 흥행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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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