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는 민주당 속셈

황 당권 잡으면 여당에 표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로 정치권 전체가 출렁이고 있다. 황 전 총리의 정치 경력은 전무하다. 다만 그의 영향력은 웬만한 중견 정치인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황 전 총리의 등판에 대한 여당의 반응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국정 농단과 함께 비판하면서도 은근히 반기는 모양새다.
 

▲ 최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당사에서 차기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대한민국의 새로운 내일을 선언하기 위해 국민 여러분 앞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황 전 총리는 “지난날 대한민국은 젊음과 역동의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가 어떻게 됐느냐”며 “도전은 멈췄고 꿈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을 정조준했다. 

출마 배경?
정·여 겨냥 


그는 “헌법 가치를 함께한다면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안철수,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기본적으로 자유우파는 헌법가치를 존중해 나라를 일으켰고 부강을 이끌어온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황 전 총리는 전대 출마를 넘어서 보수진영의 대통합 의지까지 여실없이 드러냈다.

황 전 총리의 당 대표 출마로 한국당은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황 전 총리가 전대 출마를 선언한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8~30일 조사해 지난달 31일 발표한 주중집계를 살펴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28.5%로 전주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황 전 총리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를 제치고 오차범위 내 1위를 차지했다. 황 전 총리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서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1~25일 조사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응답자 전체서 17.1%로 선두를 달렸다. 황 전 총리의 선호도는 전달 대비 3.6%포인트 상승했다. 15.3%를 기록한 이 총리보다 1.8%포인트 높은 수치다. 

황 전 총리는 보수야권·무당층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했다. 황 전 총리는 해당 조사에서 31.9%를 기록, 전달의 선호도에 비해 9.4%포인트 상승했다. 2위는 8.9%를 기록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로 그 차이가 상당했다. 다만 범여권·무당층 조사에선 지난달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4.9%를 기록해 12명의 차기 대선주자 중 8위에 머물렀다.


보수와 진보진영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두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교안 전대 출마…원내 4당 맹비판
차기대권 1위 등장, 한국당 지지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는 황 전 총리의 당 대표 출마 선언 전에 이뤄졌다. 해당 여론조사 기간 당시 황 전 총리의 출마가 사실상 확정된 것을 미뤄볼 때 그의 선호도는 향후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황 전 총리가 던진 출사표에 정치권의 견제도 본격화됐다. 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4당은 이구동성으로 그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황 전 총리의 출마 선언 이튿날 6선의 이석현 의원은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시대가 바뀌고 대중의 생각이 바뀐 걸 모르시는 거냐”며 “물 빠진 줄 모르고 갯벌서 퍼덕이는 짱뚱어가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낸 3선의 김태년 의원은 “공안검사들이 판쳤던 80년대로 되돌아간 듯하다”며 “국민이 황 전 총리에게 원하는 것은 반성과 사죄”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 4선의 박영선 의원과 3선의 이인영 의원 등이 그를 비판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수위를 높였다. 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황 전 총리의 출마 선언이 있던 날 논평을 통해 “무덤서 채 깨어나지 못한 좀비답게 꺼내드는 무기라곤 저주와 반공이 난무하는 색깔론, 민주인사를 때려잡고 간첩을 조작하던 공안검사에서 한 치 벗어나지 못한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원래 탄핵당, 원래 친박(친 박근혜)당, 원래 국정 농단당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쏘아붙였다. 


범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바미당도 마찬가지였다. 바미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황 전 총리의 자격 논란을 언급했다. 하 의원은 “당헌·당규 논란이 있을 때 대승적으로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황 전 총리의 자격 논란은 ‘책임당원’서 비롯됐다.

자격 논란
4당 비판

한국당 당헌에 따르면 전대 출마 자격은 입당 후 3개월간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에게 주어진다. 황 전 총리는 지난달 15일 한국당에 입당했다. 황 전 총리의 책임당원 자격이 성립되지 않는 이유다. 황 전 총리는 “문제없다”며 논란을 일축하려 했지만 비상대책위원회에선 공개 설전이 이어졌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서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비대위원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반면 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출마자격을 놓고 논쟁이 오가는 것은 보수통합을 바라는 국민 소망에 맞지 않다”며 맞받아쳤다.

해당 사안은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로 넘어갔다. 한국당 선관위는 지난달 29일 황 전 총리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한국당 선관위는 해당 안건에 대한 비대위의 의결을 요청했다. 한국당 비대위는 결국 지난달 31일 황 전 총리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했다. 

자격 논란을 딛고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선호도서도 1위를 차지한 황 전 총리는 명실상부 전대 최대의 구심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선 그의 당 대표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한다. 황 전 총리는 출마 선언 당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를 집중했다. 황 전 총리는 ‘폭정’ ‘386 운동권 철학’ ‘좌파 경제실험’ ‘주체사상’ 등을 언급하며 철저한 대여·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론 다른 속내를 보이는 모양새다. 정치권 관계자는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보다 더 한 X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한국당을 이끌었지만 같은 해 실시된 6·13지방선거의 패배를 책임지고 당 대표직서 물러났다. 당시 홍 전 대표는 연이은 막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여론의 비판도 가시적이었다. 지방선거 당시 몇몇 후보자들은 홍 전 대표의 방문을 꺼려할 정도였다. 홍 전 대표가 스스로 문제를 만들었던 만큼 민주당의 비판은 다소 수월했다.
 

▲ 다시 한 번 당권도전에 나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황 전 총리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은 홍 전 대표 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공산이 크다. 물론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와 스타일이 다르다.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에 비해 차분하고, 화법서도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고리서 자유롭지 못하다. 황 전 총리는 촛불혁명을 기치로 내건 민주당과 반대 입장에 있다.

황 전 총리의 당권 쟁취 여부를 떠나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받아준 한국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에 대한 한국당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서 민주당은 그간 뾰족한 반격의 카드를 제시하지 못했다. 여론의 부정적 기류가 강해지는 것 역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웠다. 이는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8~30일 조사해 지난달 31일 발표한 주중 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37.8%로 전주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평가 여론조사에서도 긍정은 47.5%, 부정은 47.2%로 긍정이 부정보다 소폭 앞섰다. 다만 전주 대비 긍정은 0.2%포인트 하락했고, 부정은 전주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촛불혁명

민주당은 황 전 총리의 등장을 반격의 기회로 엿보고 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와 국정 농단의 연결고리를 부각할 공산이 크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 당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냈다. 황 전 총리가 국정 농단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다.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황 전 총리가 지난 2012년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대선후보 경선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운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새누리당 경선 후보 전날인 2012년 8월19일 녹음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그리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에 담을 메시지를 미리 논의했다. 이때 황 전 총리가 언급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은 ‘권력형 비리 사건 재판은 모두 국민배심원단에 의해 판단을 받도록 한다’는 공약을 논의하던 중 최씨가 “근데 왜 황교안씨는 그런 것 안 받아?”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이 없어요”라고 답했고, 정 전 비서관 역시 “그 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거부하면 국민배심원단으로 안 하거든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출마 선언 당시 기자회견서 “최순실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했다”며 “캠프 관련 이야기는 저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와 국정 농단을 결부시켜 야권과 함께 공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 외에도 바미당과 평화당, 정의당 역시 촛불혁명을 국정 운영의 가치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까지 야권연대를 통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정국 주도권 다툼서 민주당은 다소 주춤하는 꼴이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중심에 두고 역으로 야권연대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민주 ‘황교안-국정 농단’ 연결 부각
촛불 대 반촛불? 여야 연대도 주목 

바미당과 평화당, 정의당은 황 전 총리와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짙다. 민주당은 여소야대 정국을 ‘황교안 카드’를 통해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가 민주당에게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내년도 총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황 전 총리-국정 농단’ 연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한 반격으로 국정 농단을 언급하며 한국당 전체로 비판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민주당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서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민주당의 압승에 홍 전 대표가 일정 부분 기여한 측면도 있다. 홍 전 대표의 연이은 막말성 발언으로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서도 황 전 총리를 통해 반사이익을 챙기려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당 내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31일, 전대 출마를 선언한 정우택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로 내려가 황 전 총리를 비판했다. 정 의원은 “도로 친박당이 되고, 친박이 되살아나 다시 계파 대립이 재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총선에선 민주당이 친박 프레임을 씌워 총선 참패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황 전 총리의 등장을 두고 반응이 제각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에 대해 “민주당으로서 나쁠 게 없다”며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잡게 된다면 한국당에 대한 민주당의 전략은 단일화되고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황나땡’
경계 목소리

반면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른바 ‘황나땡(황교안이 나오면 땡큐)’이라는 인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서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의 기사가 사라지고 홍 전 대표, 황 전 총리 기사만 나오는 상황은 위험하다”며 “우리 당도 황교안의 등장에 강력하게 성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 의원은 “‘황교안이 되면 유리하다’고 팔짱 끼고 씩 웃을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직 X맨의 등장

지난해 6월 지선까지 한국당을 이끌었던 홍준표 전 대표 역시 한국당 전대 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출마가 있던 다음 날 출사표를 던졌다. 홍 전 대표는 지난 6월 지선 당시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지금 내 나라가 통째로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홍 전 대표는 “이제는 온 국민이 문재인정권에 속았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는 “한국당이 ‘도로 병역 비리당’ ‘도로 탄핵당’ ‘도로 웰빙당’이 되려 한다”며 사실상 황 전 총리를 겨냥했다.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출마 선언이 있던 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이 당이 다시 ‘도로 탄핵당, 도로 국정농단당, 도로 친박당, 도로 특권당, 도로 병역 비리당으로 회귀하게 방치하는 것은 당과 한국 보수, 우파 세력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밝혔다.

홍 전 대표의 출마로 한국당 전대는 흥행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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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