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는 민주당 속셈

황 당권 잡으면 여당에 표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로 정치권 전체가 출렁이고 있다. 황 전 총리의 정치 경력은 전무하다. 다만 그의 영향력은 웬만한 중견 정치인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황 전 총리의 등판에 대한 여당의 반응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국정 농단과 함께 비판하면서도 은근히 반기는 모양새다.
 

▲ 최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당사에서 차기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대한민국의 새로운 내일을 선언하기 위해 국민 여러분 앞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황 전 총리는 “지난날 대한민국은 젊음과 역동의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가 어떻게 됐느냐”며 “도전은 멈췄고 꿈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을 정조준했다. 

출마 배경?
정·여 겨냥 


그는 “헌법 가치를 함께한다면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안철수,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기본적으로 자유우파는 헌법가치를 존중해 나라를 일으켰고 부강을 이끌어온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황 전 총리는 전대 출마를 넘어서 보수진영의 대통합 의지까지 여실없이 드러냈다.

황 전 총리의 당 대표 출마로 한국당은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황 전 총리가 전대 출마를 선언한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8~30일 조사해 지난달 31일 발표한 주중집계를 살펴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28.5%로 전주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황 전 총리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를 제치고 오차범위 내 1위를 차지했다. 황 전 총리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서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1~25일 조사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응답자 전체서 17.1%로 선두를 달렸다. 황 전 총리의 선호도는 전달 대비 3.6%포인트 상승했다. 15.3%를 기록한 이 총리보다 1.8%포인트 높은 수치다. 

황 전 총리는 보수야권·무당층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했다. 황 전 총리는 해당 조사에서 31.9%를 기록, 전달의 선호도에 비해 9.4%포인트 상승했다. 2위는 8.9%를 기록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로 그 차이가 상당했다. 다만 범여권·무당층 조사에선 지난달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4.9%를 기록해 12명의 차기 대선주자 중 8위에 머물렀다.


보수와 진보진영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두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교안 전대 출마…원내 4당 맹비판
차기대권 1위 등장, 한국당 지지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는 황 전 총리의 당 대표 출마 선언 전에 이뤄졌다. 해당 여론조사 기간 당시 황 전 총리의 출마가 사실상 확정된 것을 미뤄볼 때 그의 선호도는 향후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황 전 총리가 던진 출사표에 정치권의 견제도 본격화됐다. 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4당은 이구동성으로 그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황 전 총리의 출마 선언 이튿날 6선의 이석현 의원은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시대가 바뀌고 대중의 생각이 바뀐 걸 모르시는 거냐”며 “물 빠진 줄 모르고 갯벌서 퍼덕이는 짱뚱어가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낸 3선의 김태년 의원은 “공안검사들이 판쳤던 80년대로 되돌아간 듯하다”며 “국민이 황 전 총리에게 원하는 것은 반성과 사죄”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 4선의 박영선 의원과 3선의 이인영 의원 등이 그를 비판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수위를 높였다. 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황 전 총리의 출마 선언이 있던 날 논평을 통해 “무덤서 채 깨어나지 못한 좀비답게 꺼내드는 무기라곤 저주와 반공이 난무하는 색깔론, 민주인사를 때려잡고 간첩을 조작하던 공안검사에서 한 치 벗어나지 못한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원래 탄핵당, 원래 친박(친 박근혜)당, 원래 국정 농단당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쏘아붙였다. 


범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바미당도 마찬가지였다. 바미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황 전 총리의 자격 논란을 언급했다. 하 의원은 “당헌·당규 논란이 있을 때 대승적으로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황 전 총리의 자격 논란은 ‘책임당원’서 비롯됐다.

자격 논란
4당 비판

한국당 당헌에 따르면 전대 출마 자격은 입당 후 3개월간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에게 주어진다. 황 전 총리는 지난달 15일 한국당에 입당했다. 황 전 총리의 책임당원 자격이 성립되지 않는 이유다. 황 전 총리는 “문제없다”며 논란을 일축하려 했지만 비상대책위원회에선 공개 설전이 이어졌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서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비대위원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반면 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출마자격을 놓고 논쟁이 오가는 것은 보수통합을 바라는 국민 소망에 맞지 않다”며 맞받아쳤다.

해당 사안은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로 넘어갔다. 한국당 선관위는 지난달 29일 황 전 총리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한국당 선관위는 해당 안건에 대한 비대위의 의결을 요청했다. 한국당 비대위는 결국 지난달 31일 황 전 총리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했다. 

자격 논란을 딛고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선호도서도 1위를 차지한 황 전 총리는 명실상부 전대 최대의 구심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선 그의 당 대표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한다. 황 전 총리는 출마 선언 당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를 집중했다. 황 전 총리는 ‘폭정’ ‘386 운동권 철학’ ‘좌파 경제실험’ ‘주체사상’ 등을 언급하며 철저한 대여·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론 다른 속내를 보이는 모양새다. 정치권 관계자는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보다 더 한 X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한국당을 이끌었지만 같은 해 실시된 6·13지방선거의 패배를 책임지고 당 대표직서 물러났다. 당시 홍 전 대표는 연이은 막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여론의 비판도 가시적이었다. 지방선거 당시 몇몇 후보자들은 홍 전 대표의 방문을 꺼려할 정도였다. 홍 전 대표가 스스로 문제를 만들었던 만큼 민주당의 비판은 다소 수월했다.
 

▲ 다시 한 번 당권도전에 나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황 전 총리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은 홍 전 대표 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공산이 크다. 물론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와 스타일이 다르다.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에 비해 차분하고, 화법서도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고리서 자유롭지 못하다. 황 전 총리는 촛불혁명을 기치로 내건 민주당과 반대 입장에 있다.

황 전 총리의 당권 쟁취 여부를 떠나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받아준 한국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에 대한 한국당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서 민주당은 그간 뾰족한 반격의 카드를 제시하지 못했다. 여론의 부정적 기류가 강해지는 것 역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웠다. 이는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8~30일 조사해 지난달 31일 발표한 주중 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37.8%로 전주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평가 여론조사에서도 긍정은 47.5%, 부정은 47.2%로 긍정이 부정보다 소폭 앞섰다. 다만 전주 대비 긍정은 0.2%포인트 하락했고, 부정은 전주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촛불혁명

민주당은 황 전 총리의 등장을 반격의 기회로 엿보고 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와 국정 농단의 연결고리를 부각할 공산이 크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 당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냈다. 황 전 총리가 국정 농단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다.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황 전 총리가 지난 2012년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대선후보 경선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운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새누리당 경선 후보 전날인 2012년 8월19일 녹음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그리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에 담을 메시지를 미리 논의했다. 이때 황 전 총리가 언급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은 ‘권력형 비리 사건 재판은 모두 국민배심원단에 의해 판단을 받도록 한다’는 공약을 논의하던 중 최씨가 “근데 왜 황교안씨는 그런 것 안 받아?”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이 없어요”라고 답했고, 정 전 비서관 역시 “그 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거부하면 국민배심원단으로 안 하거든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출마 선언 당시 기자회견서 “최순실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했다”며 “캠프 관련 이야기는 저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와 국정 농단을 결부시켜 야권과 함께 공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 외에도 바미당과 평화당, 정의당 역시 촛불혁명을 국정 운영의 가치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까지 야권연대를 통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정국 주도권 다툼서 민주당은 다소 주춤하는 꼴이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중심에 두고 역으로 야권연대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민주 ‘황교안-국정 농단’ 연결 부각
촛불 대 반촛불? 여야 연대도 주목 

바미당과 평화당, 정의당은 황 전 총리와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짙다. 민주당은 여소야대 정국을 ‘황교안 카드’를 통해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가 민주당에게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내년도 총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황 전 총리-국정 농단’ 연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한 반격으로 국정 농단을 언급하며 한국당 전체로 비판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민주당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서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민주당의 압승에 홍 전 대표가 일정 부분 기여한 측면도 있다. 홍 전 대표의 연이은 막말성 발언으로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서도 황 전 총리를 통해 반사이익을 챙기려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당 내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31일, 전대 출마를 선언한 정우택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로 내려가 황 전 총리를 비판했다. 정 의원은 “도로 친박당이 되고, 친박이 되살아나 다시 계파 대립이 재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총선에선 민주당이 친박 프레임을 씌워 총선 참패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황 전 총리의 등장을 두고 반응이 제각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에 대해 “민주당으로서 나쁠 게 없다”며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잡게 된다면 한국당에 대한 민주당의 전략은 단일화되고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황나땡’
경계 목소리

반면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른바 ‘황나땡(황교안이 나오면 땡큐)’이라는 인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서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의 기사가 사라지고 홍 전 대표, 황 전 총리 기사만 나오는 상황은 위험하다”며 “우리 당도 황교안의 등장에 강력하게 성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 의원은 “‘황교안이 되면 유리하다’고 팔짱 끼고 씩 웃을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직 X맨의 등장

지난해 6월 지선까지 한국당을 이끌었던 홍준표 전 대표 역시 한국당 전대 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출마가 있던 다음 날 출사표를 던졌다. 홍 전 대표는 지난 6월 지선 당시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지금 내 나라가 통째로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홍 전 대표는 “이제는 온 국민이 문재인정권에 속았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는 “한국당이 ‘도로 병역 비리당’ ‘도로 탄핵당’ ‘도로 웰빙당’이 되려 한다”며 사실상 황 전 총리를 겨냥했다.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출마 선언이 있던 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이 당이 다시 ‘도로 탄핵당, 도로 국정농단당, 도로 친박당, 도로 특권당, 도로 병역 비리당으로 회귀하게 방치하는 것은 당과 한국 보수, 우파 세력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밝혔다.

홍 전 대표의 출마로 한국당 전대는 흥행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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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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