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클럽 투톱’ 버닝썬-아레나 강남 커넥션 의혹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2.01 13:38:09
  • 호수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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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는 얼굴마담, 진짜 사장은 따로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버닝썬의 대표로 불렸던 승리는 허상이었다. 복수의 화류계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버닝썬의 진짜 사장은 승리 친구로 알려진 이문호 대표이사였다. 이씨는 클럽 아레나 출신으로 버닝썬 설립을 주도했다. 아레나의 영업 노하우를 버닝썬에 적용시킨 당사자다. 화류계에선 버닝썬과 경찰의 커넥션 정점에 ‘아레나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일요시사>는 앞서 클럽 아레나의 탈세와 경찰 간 유착 커넥션, 전관을 통한 수사 방어 의혹 등을 4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그런데 아레나의 지분 사장이었던 A씨가 <일요시사>와 만나 버닝썬과 경찰 유착관계에 대해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일요시사>
단독 이후…

“승리 친구로 알려진 이문호 버닝썬 대표이사가 모든 걸 설계했다. 이 대표는 아레나 영업MD 출신이다. 버닝썬 설립에 모든 걸 관여했는데, 대부분 아레나를 벤치마킹했다. 버닝썬과 경찰의 커넥션도 아레나를 그대로 따라했다. 클럽과 경찰 간의 커넥션은 사실 가드한테 있다. 버닝썬 설립 당시 아레나 출신 가드를 영입해 역삼파출소와 유착 고리를 만들었다. 아레나의 커넥션은 논현1동 파출소다. 내가 아레나 지분이사로 있으면서 유착을 직접 목격했다.”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관계는 클럽서 지난해 일어났던 폭행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21일 피해자인 김상교씨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지상파 언론이 김씨가 버닝썬 가드와 경찰관에게 폭행당하는 CCTV 장면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경찰의 무차별적인 폭행에 청와대 국민청원글까지 등장하는 등 국민은 경악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김씨를 폭행한 장모 버닝썬 이사가 퇴출됐으며, 이 대표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승리는 버닝썬 이사직을 사임했다. 화류계 관계자들은 ‘이 세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을 주축으로 버닝썬이 설립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와 장 이사는 아레나 출신으로 버닝썬의 영업 방식을 비롯해 내부 인테리어 구조 등을 기획·설계한 것으로 파악된다. 

버닝썬 폭행사건 경찰 유착 의혹
파출소 관할 클럽들과 무슨 관계?

장 이사는 버닝썬서 일하기 전 아레나의 개업 맴버였다. 그는 아레나의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 등을 총괄·설계했다. 아레나가 개업한 뒤 장씨는 조판장(클럽 테이블 관리하는 직급)이 됐으며, 월급제 이사로 근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승리의 제안으로 버닝썬의 이사가 됐다. 

이 대표 역시 아레나 초창기인 2014년부터 파티 기획 등을 담당하는 펄스팀의 대표였다. 그는 VIP를 상대로 테이블 영업을 했던 영업MD기도 했다. 보통 영업MD는 고객에게 테이블을 중개하며, 자릿값과 술값을 수수료로 받는 일을 맡는다.

승리는 이 대표가 아레나서 MD로 있을 당시 그의 VIP 고객 중 한 명이었는데 둘은 1990년생 동갑으로 절친한 친구로까지 발전했다. 

화류계 관계자 B씨는 “승리에게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친한 친구가 있다면 그건 이 대표다. 둘은 엄청나게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승리가 소유했던 클럽 몽키뮤지엄도 이 대표가 총괄 운영했다”고 귀띔했다.
 

▲ 빅뱅 멤버 승리와 이문호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 두 사람은 동갑으로 절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의 대외적인 대표는 승리였지만 사실상 얼굴마담이었다. 실제로 승리는 버닝썬 오픈부터 사임하기 직전까지 대표로 주로 홍보에 열중했다. 자신의 생일 파티를 버닝썬서 여는 모습을 게재했으며, 지난해 크리마스이브에 버닝썬 주최한 파티에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폭행 사건이 논란이 되자 승리는 이사직을 사임했다. 버닝썬의 사과문에 승리의 이름은 없었다. 승리가 사실상 ‘얼굴마담이 아니었느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질 운영자
이문호 누구?

실질적으로 이 대표가 버닝썬의 설립부터 영업까지 모든 걸 총괄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류계에선 아레나를 벤치마킹해 버닝썬을 운영했다고 보고 있다. 단적인 예로 버닝썬이 화류계 여성들을 동원한다는 점이다. 이런 영업 방식은 아레나가 처음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강남서 가장 잘 나가는 클럽이 된 비결이기도 하다. 

화류계 여성을 동원한 배경은 이렇다.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모 회장은 강남에 수십개의 룸살롱과 가라오케를 차명 소유하며, 화류계 여성들을 동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본지 1191호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A 회장 실체 추적 참조). 아레나는 ‘클럽 수질 관리’ 차원서 화류계 여성을 끌어들였다. 자연스레 아레나는 입소문을 탔으며, 남성들이 몰렸다. 

화류계 관계자 B씨는 “아레나가 강남 클럽 중 장사가 제일 잘 되는 이유는 소위 ‘물이 좋기 때문'이다. 이 물을 화류계 아가씨로 관리한다”며 “강 회장의 룸살롱 아가씨들이 손님들에게 ‘2차로 아레나에 가고 싶다’는 식으로 꼬신다. 아레나는 장사가 잘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아레나서 일하며 화류계 여성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버닝썬은 개업한 이후 수많은 화류계 여성들을 초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업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클럽 수질 원탑’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배경 덕분이었다.

이 외에도 버닝썬과 아레나의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 분위기 등이 흡사하다고 화류계 관계자들은 입 모았다.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장 이사가 두 클럽을 모두 설계했기 때문이다. 
 

▲ 클럽 버닝썬 측이 공개한 사과문

기자는 해당 사실을 취재하기 위해 이 대표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자도 남겼지만, 답변은 없었다. 이 대표는 버닝썬 폭행 사건이 불거진 이후 SNS 계정을 폐쇄하고 잠적한 것으로 보인다. 

아레나와 버닝썬의 이런 교집합 때문에 경찰과의 커넥션 구조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서 폭행당한 김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경찰은 신고자이자 폭행 피해자인 나를 발로 짓밟고 구타했다”며 “강남경찰서가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를 눈감고 있다”고 폭로했다.

물 좋은 이유?
벤치마킹 성공

하지만 앞서 아레나의 지분 사장이었던 A씨와 화류계 인사들은 경찰서보다 파출소와 유착관계가 더 짙다고 설명했다. 화류계 관계자 C씨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C씨는 “클럽서 신고가 들어오면 관할 파출소서 출동하는데 경찰을 상대하는 건 가드들”이라며 “그런데 클럽 안에서 사고가 나면 경찰은 입구 밖에서 가드랑 기다리기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영업방해 등을 이유로 못 들어간다고 하지만 이건 엄밀히 말해 안 들어가는 거다. 그게 파출소 경찰과 가드들 사이의 암묵적인 룰”이라고 언급했다. 

아레나 지분 이사였던 A씨는 경찰과 커넥션을 만들기 위해 버닝썬이 아레나서 파출소를 관리했던 가드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레나 출신 가드가 용역 회사를 차려 버닝썬의 경비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해 클럽 내 범죄와 경찰관과 버닝썬 유착 의혹 등을 내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관계는 그렇게 깊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버닝썬은 생긴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커넥션의 뿌리가 깊을 수 없다는 해석이다. 

진짜 버닝썬 대표는 누구?
아레나 출신들이 주축 멤버

강남 화류계에선 수 년 동안 유흥업소와 경찰 간 유착의 ‘뿌리는 아레나에 있다’고 입 모았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6월부터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되는 강 회장을 추적했다. 

그동안의 취재결과에 따르면 비리 공무원들(경찰 2명·강남구청 1명)이 강 회장 유흥업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취직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하나같이 현직 공무원 시절 유흥 업자에게 뒷돈을 받아 실형을 살았다(본지 1195호 아레나 유흥대부와 공무원들 ‘검은 커넥션’ 의혹 참조). 아레나를 비롯해 강 회장의 유흥업소는 그동안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는 뒷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복수의 화류계 관계자들은 “아레나서 버닝썬보다 더한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유야무야 끝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레나서 260억원을 조세포탈한 혐의로 강 회장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강 회장은 전관 변호사의 힘을 빌려 구속 등을 피하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자 ‘경찰청 넘버2’ 김귀찬 전 경찰청 차장과 ‘특수통’ 유상범 전 검사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27일 강남경찰서는 강 회장을 긴급체포했지만 검찰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유흥업소
악어와 악어새?

강 회장은 아레나 국세청 세무조사 때 류덕환 전 강남세무서장을 세무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당시 세무조사에서 아레나 외에 강 회장의 다른 업소는 조사하지 않아 세무조사 축소 의혹도 제기됐다(본지 1202호 ‘클럽 아레나’ 유흥대부 돕는 전관들 막전막후). 강 회장은 사정기관의 수사망을 피해 닫았던 유흥업소들의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승리 측 입장은?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50) 대표는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내고 “사건 당시 승리가 클럽을 이미 떠났고, 사내이사 사임 이유는 군입대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 직원과 경찰에게 손님 김상교(28)씨가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이다.

양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사건 당일 승리가 클럽 안에 있었는지 여부와 사내이사 사임 배경에 대해 해명했다. 양 대표는 “사고 당일인 11월24일 승리는 현장에 새벽 3시까지 있었고, 해당 사고는 새벽 6시가 넘어서 일어난 일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내이사 사임에 관해서는 “승리의 현역 군입대가 3∼4월로 코앞에 다가오면서 군복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승리는 지난달 24일 이사직을 사임했다. 양 대표는 승리가 클럽 버닝썬뿐만 아니라 승리의 이름이 등재돼 있는 모든 대표이사와 사내 이사직을 사임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입장발표가 늦어진 경위에 대해서는 “승리 본인이 사과글로 입장을 밝히려고 했으나 제가 잠시 보류하라고 했다”며 “사건의 전말이 좀 더 명확히 밝혀지고 난 후에 입장을 밝히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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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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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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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