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클럽 투톱’ 버닝썬-아레나 강남 커넥션 의혹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2.01 13:38:09
  • 호수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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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는 얼굴마담, 진짜 사장은 따로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버닝썬의 대표로 불렸던 승리는 허상이었다. 복수의 화류계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버닝썬의 진짜 사장은 승리 친구로 알려진 이문호 대표이사였다. 이씨는 클럽 아레나 출신으로 버닝썬 설립을 주도했다. 아레나의 영업 노하우를 버닝썬에 적용시킨 당사자다. 화류계에선 버닝썬과 경찰의 커넥션 정점에 ‘아레나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일요시사>는 앞서 클럽 아레나의 탈세와 경찰 간 유착 커넥션, 전관을 통한 수사 방어 의혹 등을 4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그런데 아레나의 지분 사장이었던 A씨가 <일요시사>와 만나 버닝썬과 경찰 유착관계에 대해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일요시사>
단독 이후…

“승리 친구로 알려진 이문호 버닝썬 대표이사가 모든 걸 설계했다. 이 대표는 아레나 영업MD 출신이다. 버닝썬 설립에 모든 걸 관여했는데, 대부분 아레나를 벤치마킹했다. 버닝썬과 경찰의 커넥션도 아레나를 그대로 따라했다. 클럽과 경찰 간의 커넥션은 사실 가드한테 있다. 버닝썬 설립 당시 아레나 출신 가드를 영입해 역삼파출소와 유착 고리를 만들었다. 아레나의 커넥션은 논현1동 파출소다. 내가 아레나 지분이사로 있으면서 유착을 직접 목격했다.”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관계는 클럽서 지난해 일어났던 폭행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21일 피해자인 김상교씨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지상파 언론이 김씨가 버닝썬 가드와 경찰관에게 폭행당하는 CCTV 장면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경찰의 무차별적인 폭행에 청와대 국민청원글까지 등장하는 등 국민은 경악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김씨를 폭행한 장모 버닝썬 이사가 퇴출됐으며, 이 대표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승리는 버닝썬 이사직을 사임했다. 화류계 관계자들은 ‘이 세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을 주축으로 버닝썬이 설립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와 장 이사는 아레나 출신으로 버닝썬의 영업 방식을 비롯해 내부 인테리어 구조 등을 기획·설계한 것으로 파악된다. 

버닝썬 폭행사건 경찰 유착 의혹
파출소 관할 클럽들과 무슨 관계?

장 이사는 버닝썬서 일하기 전 아레나의 개업 맴버였다. 그는 아레나의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 등을 총괄·설계했다. 아레나가 개업한 뒤 장씨는 조판장(클럽 테이블 관리하는 직급)이 됐으며, 월급제 이사로 근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승리의 제안으로 버닝썬의 이사가 됐다. 

이 대표 역시 아레나 초창기인 2014년부터 파티 기획 등을 담당하는 펄스팀의 대표였다. 그는 VIP를 상대로 테이블 영업을 했던 영업MD기도 했다. 보통 영업MD는 고객에게 테이블을 중개하며, 자릿값과 술값을 수수료로 받는 일을 맡는다.

승리는 이 대표가 아레나서 MD로 있을 당시 그의 VIP 고객 중 한 명이었는데 둘은 1990년생 동갑으로 절친한 친구로까지 발전했다. 

화류계 관계자 B씨는 “승리에게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친한 친구가 있다면 그건 이 대표다. 둘은 엄청나게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승리가 소유했던 클럽 몽키뮤지엄도 이 대표가 총괄 운영했다”고 귀띔했다.
 

▲ 빅뱅 멤버 승리와 이문호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 두 사람은 동갑으로 절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의 대외적인 대표는 승리였지만 사실상 얼굴마담이었다. 실제로 승리는 버닝썬 오픈부터 사임하기 직전까지 대표로 주로 홍보에 열중했다. 자신의 생일 파티를 버닝썬서 여는 모습을 게재했으며, 지난해 크리마스이브에 버닝썬 주최한 파티에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폭행 사건이 논란이 되자 승리는 이사직을 사임했다. 버닝썬의 사과문에 승리의 이름은 없었다. 승리가 사실상 ‘얼굴마담이 아니었느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질 운영자
이문호 누구?

실질적으로 이 대표가 버닝썬의 설립부터 영업까지 모든 걸 총괄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류계에선 아레나를 벤치마킹해 버닝썬을 운영했다고 보고 있다. 단적인 예로 버닝썬이 화류계 여성들을 동원한다는 점이다. 이런 영업 방식은 아레나가 처음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강남서 가장 잘 나가는 클럽이 된 비결이기도 하다. 

화류계 여성을 동원한 배경은 이렇다.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모 회장은 강남에 수십개의 룸살롱과 가라오케를 차명 소유하며, 화류계 여성들을 동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본지 1191호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A 회장 실체 추적 참조). 아레나는 ‘클럽 수질 관리’ 차원서 화류계 여성을 끌어들였다. 자연스레 아레나는 입소문을 탔으며, 남성들이 몰렸다. 

화류계 관계자 B씨는 “아레나가 강남 클럽 중 장사가 제일 잘 되는 이유는 소위 ‘물이 좋기 때문'이다. 이 물을 화류계 아가씨로 관리한다”며 “강 회장의 룸살롱 아가씨들이 손님들에게 ‘2차로 아레나에 가고 싶다’는 식으로 꼬신다. 아레나는 장사가 잘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아레나서 일하며 화류계 여성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버닝썬은 개업한 이후 수많은 화류계 여성들을 초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업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클럽 수질 원탑’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배경 덕분이었다.

이 외에도 버닝썬과 아레나의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 분위기 등이 흡사하다고 화류계 관계자들은 입 모았다.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장 이사가 두 클럽을 모두 설계했기 때문이다. 
 

▲ 클럽 버닝썬 측이 공개한 사과문

기자는 해당 사실을 취재하기 위해 이 대표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자도 남겼지만, 답변은 없었다. 이 대표는 버닝썬 폭행 사건이 불거진 이후 SNS 계정을 폐쇄하고 잠적한 것으로 보인다. 

아레나와 버닝썬의 이런 교집합 때문에 경찰과의 커넥션 구조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서 폭행당한 김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경찰은 신고자이자 폭행 피해자인 나를 발로 짓밟고 구타했다”며 “강남경찰서가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를 눈감고 있다”고 폭로했다.

물 좋은 이유?
벤치마킹 성공

하지만 앞서 아레나의 지분 사장이었던 A씨와 화류계 인사들은 경찰서보다 파출소와 유착관계가 더 짙다고 설명했다. 화류계 관계자 C씨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C씨는 “클럽서 신고가 들어오면 관할 파출소서 출동하는데 경찰을 상대하는 건 가드들”이라며 “그런데 클럽 안에서 사고가 나면 경찰은 입구 밖에서 가드랑 기다리기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영업방해 등을 이유로 못 들어간다고 하지만 이건 엄밀히 말해 안 들어가는 거다. 그게 파출소 경찰과 가드들 사이의 암묵적인 룰”이라고 언급했다. 

아레나 지분 이사였던 A씨는 경찰과 커넥션을 만들기 위해 버닝썬이 아레나서 파출소를 관리했던 가드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레나 출신 가드가 용역 회사를 차려 버닝썬의 경비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해 클럽 내 범죄와 경찰관과 버닝썬 유착 의혹 등을 내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관계는 그렇게 깊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버닝썬은 생긴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커넥션의 뿌리가 깊을 수 없다는 해석이다. 

진짜 버닝썬 대표는 누구?
아레나 출신들이 주축 멤버

강남 화류계에선 수 년 동안 유흥업소와 경찰 간 유착의 ‘뿌리는 아레나에 있다’고 입 모았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6월부터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되는 강 회장을 추적했다. 

그동안의 취재결과에 따르면 비리 공무원들(경찰 2명·강남구청 1명)이 강 회장 유흥업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취직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하나같이 현직 공무원 시절 유흥 업자에게 뒷돈을 받아 실형을 살았다(본지 1195호 아레나 유흥대부와 공무원들 ‘검은 커넥션’ 의혹 참조). 아레나를 비롯해 강 회장의 유흥업소는 그동안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는 뒷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복수의 화류계 관계자들은 “아레나서 버닝썬보다 더한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유야무야 끝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레나서 260억원을 조세포탈한 혐의로 강 회장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강 회장은 전관 변호사의 힘을 빌려 구속 등을 피하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자 ‘경찰청 넘버2’ 김귀찬 전 경찰청 차장과 ‘특수통’ 유상범 전 검사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27일 강남경찰서는 강 회장을 긴급체포했지만 검찰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유흥업소
악어와 악어새?

강 회장은 아레나 국세청 세무조사 때 류덕환 전 강남세무서장을 세무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당시 세무조사에서 아레나 외에 강 회장의 다른 업소는 조사하지 않아 세무조사 축소 의혹도 제기됐다(본지 1202호 ‘클럽 아레나’ 유흥대부 돕는 전관들 막전막후). 강 회장은 사정기관의 수사망을 피해 닫았던 유흥업소들의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승리 측 입장은?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50) 대표는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내고 “사건 당시 승리가 클럽을 이미 떠났고, 사내이사 사임 이유는 군입대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 직원과 경찰에게 손님 김상교(28)씨가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이다.

양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사건 당일 승리가 클럽 안에 있었는지 여부와 사내이사 사임 배경에 대해 해명했다. 양 대표는 “사고 당일인 11월24일 승리는 현장에 새벽 3시까지 있었고, 해당 사고는 새벽 6시가 넘어서 일어난 일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내이사 사임에 관해서는 “승리의 현역 군입대가 3∼4월로 코앞에 다가오면서 군복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승리는 지난달 24일 이사직을 사임했다. 양 대표는 승리가 클럽 버닝썬뿐만 아니라 승리의 이름이 등재돼 있는 모든 대표이사와 사내 이사직을 사임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입장발표가 늦어진 경위에 대해서는 “승리 본인이 사과글로 입장을 밝히려고 했으나 제가 잠시 보류하라고 했다”며 “사건의 전말이 좀 더 명확히 밝혀지고 난 후에 입장을 밝히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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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