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클럽 투톱’ 버닝썬-아레나 강남 커넥션 의혹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2.01 13:38:09
  • 호수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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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는 얼굴마담, 진짜 사장은 따로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버닝썬의 대표로 불렸던 승리는 허상이었다. 복수의 화류계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버닝썬의 진짜 사장은 승리 친구로 알려진 이문호 대표이사였다. 이씨는 클럽 아레나 출신으로 버닝썬 설립을 주도했다. 아레나의 영업 노하우를 버닝썬에 적용시킨 당사자다. 화류계에선 버닝썬과 경찰의 커넥션 정점에 ‘아레나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일요시사>는 앞서 클럽 아레나의 탈세와 경찰 간 유착 커넥션, 전관을 통한 수사 방어 의혹 등을 4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그런데 아레나의 지분 사장이었던 A씨가 <일요시사>와 만나 버닝썬과 경찰 유착관계에 대해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일요시사>
단독 이후…

“승리 친구로 알려진 이문호 버닝썬 대표이사가 모든 걸 설계했다. 이 대표는 아레나 영업MD 출신이다. 버닝썬 설립에 모든 걸 관여했는데, 대부분 아레나를 벤치마킹했다. 버닝썬과 경찰의 커넥션도 아레나를 그대로 따라했다. 클럽과 경찰 간의 커넥션은 사실 가드한테 있다. 버닝썬 설립 당시 아레나 출신 가드를 영입해 역삼파출소와 유착 고리를 만들었다. 아레나의 커넥션은 논현1동 파출소다. 내가 아레나 지분이사로 있으면서 유착을 직접 목격했다.”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관계는 클럽서 지난해 일어났던 폭행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21일 피해자인 김상교씨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지상파 언론이 김씨가 버닝썬 가드와 경찰관에게 폭행당하는 CCTV 장면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경찰의 무차별적인 폭행에 청와대 국민청원글까지 등장하는 등 국민은 경악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김씨를 폭행한 장모 버닝썬 이사가 퇴출됐으며, 이 대표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승리는 버닝썬 이사직을 사임했다. 화류계 관계자들은 ‘이 세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을 주축으로 버닝썬이 설립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와 장 이사는 아레나 출신으로 버닝썬의 영업 방식을 비롯해 내부 인테리어 구조 등을 기획·설계한 것으로 파악된다. 

버닝썬 폭행사건 경찰 유착 의혹
파출소 관할 클럽들과 무슨 관계?

장 이사는 버닝썬서 일하기 전 아레나의 개업 맴버였다. 그는 아레나의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 등을 총괄·설계했다. 아레나가 개업한 뒤 장씨는 조판장(클럽 테이블 관리하는 직급)이 됐으며, 월급제 이사로 근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승리의 제안으로 버닝썬의 이사가 됐다. 

이 대표 역시 아레나 초창기인 2014년부터 파티 기획 등을 담당하는 펄스팀의 대표였다. 그는 VIP를 상대로 테이블 영업을 했던 영업MD기도 했다. 보통 영업MD는 고객에게 테이블을 중개하며, 자릿값과 술값을 수수료로 받는 일을 맡는다.

승리는 이 대표가 아레나서 MD로 있을 당시 그의 VIP 고객 중 한 명이었는데 둘은 1990년생 동갑으로 절친한 친구로까지 발전했다. 

화류계 관계자 B씨는 “승리에게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친한 친구가 있다면 그건 이 대표다. 둘은 엄청나게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승리가 소유했던 클럽 몽키뮤지엄도 이 대표가 총괄 운영했다”고 귀띔했다.
 

▲ 빅뱅 멤버 승리와 이문호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 두 사람은 동갑으로 절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의 대외적인 대표는 승리였지만 사실상 얼굴마담이었다. 실제로 승리는 버닝썬 오픈부터 사임하기 직전까지 대표로 주로 홍보에 열중했다. 자신의 생일 파티를 버닝썬서 여는 모습을 게재했으며, 지난해 크리마스이브에 버닝썬 주최한 파티에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폭행 사건이 논란이 되자 승리는 이사직을 사임했다. 버닝썬의 사과문에 승리의 이름은 없었다. 승리가 사실상 ‘얼굴마담이 아니었느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질 운영자
이문호 누구?

실질적으로 이 대표가 버닝썬의 설립부터 영업까지 모든 걸 총괄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류계에선 아레나를 벤치마킹해 버닝썬을 운영했다고 보고 있다. 단적인 예로 버닝썬이 화류계 여성들을 동원한다는 점이다. 이런 영업 방식은 아레나가 처음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강남서 가장 잘 나가는 클럽이 된 비결이기도 하다. 

화류계 여성을 동원한 배경은 이렇다.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모 회장은 강남에 수십개의 룸살롱과 가라오케를 차명 소유하며, 화류계 여성들을 동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본지 1191호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A 회장 실체 추적 참조). 아레나는 ‘클럽 수질 관리’ 차원서 화류계 여성을 끌어들였다. 자연스레 아레나는 입소문을 탔으며, 남성들이 몰렸다. 

화류계 관계자 B씨는 “아레나가 강남 클럽 중 장사가 제일 잘 되는 이유는 소위 ‘물이 좋기 때문'이다. 이 물을 화류계 아가씨로 관리한다”며 “강 회장의 룸살롱 아가씨들이 손님들에게 ‘2차로 아레나에 가고 싶다’는 식으로 꼬신다. 아레나는 장사가 잘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아레나서 일하며 화류계 여성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버닝썬은 개업한 이후 수많은 화류계 여성들을 초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업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클럽 수질 원탑’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배경 덕분이었다.

이 외에도 버닝썬과 아레나의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 분위기 등이 흡사하다고 화류계 관계자들은 입 모았다.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장 이사가 두 클럽을 모두 설계했기 때문이다. 
 

▲ 클럽 버닝썬 측이 공개한 사과문

기자는 해당 사실을 취재하기 위해 이 대표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자도 남겼지만, 답변은 없었다. 이 대표는 버닝썬 폭행 사건이 불거진 이후 SNS 계정을 폐쇄하고 잠적한 것으로 보인다. 

아레나와 버닝썬의 이런 교집합 때문에 경찰과의 커넥션 구조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서 폭행당한 김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경찰은 신고자이자 폭행 피해자인 나를 발로 짓밟고 구타했다”며 “강남경찰서가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를 눈감고 있다”고 폭로했다.

물 좋은 이유?
벤치마킹 성공

하지만 앞서 아레나의 지분 사장이었던 A씨와 화류계 인사들은 경찰서보다 파출소와 유착관계가 더 짙다고 설명했다. 화류계 관계자 C씨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C씨는 “클럽서 신고가 들어오면 관할 파출소서 출동하는데 경찰을 상대하는 건 가드들”이라며 “그런데 클럽 안에서 사고가 나면 경찰은 입구 밖에서 가드랑 기다리기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영업방해 등을 이유로 못 들어간다고 하지만 이건 엄밀히 말해 안 들어가는 거다. 그게 파출소 경찰과 가드들 사이의 암묵적인 룰”이라고 언급했다. 

아레나 지분 이사였던 A씨는 경찰과 커넥션을 만들기 위해 버닝썬이 아레나서 파출소를 관리했던 가드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레나 출신 가드가 용역 회사를 차려 버닝썬의 경비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해 클럽 내 범죄와 경찰관과 버닝썬 유착 의혹 등을 내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관계는 그렇게 깊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버닝썬은 생긴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커넥션의 뿌리가 깊을 수 없다는 해석이다. 

진짜 버닝썬 대표는 누구?
아레나 출신들이 주축 멤버

강남 화류계에선 수 년 동안 유흥업소와 경찰 간 유착의 ‘뿌리는 아레나에 있다’고 입 모았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6월부터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되는 강 회장을 추적했다. 

그동안의 취재결과에 따르면 비리 공무원들(경찰 2명·강남구청 1명)이 강 회장 유흥업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취직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하나같이 현직 공무원 시절 유흥 업자에게 뒷돈을 받아 실형을 살았다(본지 1195호 아레나 유흥대부와 공무원들 ‘검은 커넥션’ 의혹 참조). 아레나를 비롯해 강 회장의 유흥업소는 그동안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는 뒷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복수의 화류계 관계자들은 “아레나서 버닝썬보다 더한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유야무야 끝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레나서 260억원을 조세포탈한 혐의로 강 회장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강 회장은 전관 변호사의 힘을 빌려 구속 등을 피하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자 ‘경찰청 넘버2’ 김귀찬 전 경찰청 차장과 ‘특수통’ 유상범 전 검사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27일 강남경찰서는 강 회장을 긴급체포했지만 검찰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유흥업소
악어와 악어새?

강 회장은 아레나 국세청 세무조사 때 류덕환 전 강남세무서장을 세무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당시 세무조사에서 아레나 외에 강 회장의 다른 업소는 조사하지 않아 세무조사 축소 의혹도 제기됐다(본지 1202호 ‘클럽 아레나’ 유흥대부 돕는 전관들 막전막후). 강 회장은 사정기관의 수사망을 피해 닫았던 유흥업소들의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승리 측 입장은?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50) 대표는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내고 “사건 당시 승리가 클럽을 이미 떠났고, 사내이사 사임 이유는 군입대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 직원과 경찰에게 손님 김상교(28)씨가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이다.

양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사건 당일 승리가 클럽 안에 있었는지 여부와 사내이사 사임 배경에 대해 해명했다. 양 대표는 “사고 당일인 11월24일 승리는 현장에 새벽 3시까지 있었고, 해당 사고는 새벽 6시가 넘어서 일어난 일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내이사 사임에 관해서는 “승리의 현역 군입대가 3∼4월로 코앞에 다가오면서 군복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승리는 지난달 24일 이사직을 사임했다. 양 대표는 승리가 클럽 버닝썬뿐만 아니라 승리의 이름이 등재돼 있는 모든 대표이사와 사내 이사직을 사임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입장발표가 늦어진 경위에 대해서는 “승리 본인이 사과글로 입장을 밝히려고 했으나 제가 잠시 보류하라고 했다”며 “사건의 전말이 좀 더 명확히 밝혀지고 난 후에 입장을 밝히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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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