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생태계 망치는 ‘대리게임’ 실태
게임 생태계 망치는 ‘대리게임’ 실태
  • 김태일 기자
  • 승인 2019.01.30 09:58
  • 호수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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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계 ‘적폐’ 뿌리 뽑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게임 생태계 파괴의 주범 ‘대리게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대리게임이란 타인의 계정으로 게임을 하면서 이득을 취하는 부정행위를 말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많은 게이머들과 개발사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지난해 ‘대리게임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이 같은 영업활동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최근 영리를 목적으로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해 대신 게임을 해주는 대리게임 업자들이 등장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공정한 게임을 방해해 게임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게임사들 환영

대리게이머는 게임 유저들에게 흔히 ‘헬퍼(helper)’ ‘대리’ 등으로 불린다. 레벨이 높은 유저가 레벨이 낮은 상대와 파티(목적 달성을 위한 게임 내 모임)를 이뤄 경험치 등을 쉽게 얻게 해주는 일명 ‘쩔(게임 몬스터를 대신 잡아주는 행위)’과는 다르다.

대리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게임 유저 간의 매칭(Matching)이 왜곡된다는 점이다. 유저 등급에 따라 매칭이 성립되는 게임서 실력이 좋은 대리게이머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유저가 만나 불공평한 게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게임 유저는 “대리게임은 유저 사이서 ‘암세포’로 불린다. 게임은 재미로 해야 되는데 왜 이렇게 등급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며 “등급에 집착하는 행위 때문에 대리게임은 물론이고 불법 핵 프로그램까지 성행한 것이다. 대리게임은 게임 밸런스와 운영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 유저는 “대리게임으로 얻은 등급을 보며 만족하는 유저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신의 실력으로 얻은 등급도 아닌데 왜 좋아하느냐”라며 “실력은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나게 돼있다. 이제는 대리게임을 없앨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특별히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 수단이 없어 사업자등록까지 마친 대리게임 업자들이 활발하게 온라인 광고를 했다. 수만원서 수십만원의 비용을 받고 버젓이 영업활동을 해왔던 것.

그런데 이러한 영업활동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리게임 처벌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리게임 처벌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나 시행된다. 

통과된 개정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먼저 대리게임을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승인하지 않은 방법으로 게임물의 점수·성과 등을 대신 획득해주는 용역의 알선, 또는 제공을 업으로 함으로써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동안 대리게임을 적발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게임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게임사들은 이용 약관을 통해 계정 정지 등의 수단으로 제한적인 제재만 가능했다. 그러나 법적인 제재 근거 수단이 없어 대리게임업자들이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대리게임 처벌법’ 통과로 업계 숨통
원로 김병관 의원 반대표 던져…왜?

한 PC방 관계자는 “그동안 대리게임이 건전한 게임 이용문화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저해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처벌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일반인 이용자들이 좀 더 안심하고 공정한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게임시장 전반의 성장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본회의 표결서 재석 176인에 찬성 167인, 반대 1인, 기권 8인으로 가결됐다. 당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공교롭게도 게임회사 CEO(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정치권 내 대표적인 게임산업 전문가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게임업계 전반적으로는 ‘득’이 예상될 만한 법안이었지만 유독 김 의원만이 반대표를 던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승인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조문이 가진 맹점을 지적했다. 그는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려면 사업자의 의도를 물어봐야 하는데 그 의도에 따라 유·무죄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올바른 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게임은 만들 때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이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사업자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유저(이용자)가 그 게임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유저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는 개발할 때의 생각과 서비스할 때의 생각이 같을 수 없고,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며 “이렇게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은 형벌로 다스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임을 해킹하거나 어뷰징(게임의 시스템을 이용해 불법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을 통해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것과 다르게 단순히 대리게임을 통해서는 운영을 방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게임마다 대리게임을 통해 나타나는 문제점은 천차만별일 텐데 그것을 일괄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으니 어떻게 해결하자고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모 자식이나 친구, 연인끼리 대리게임을 하는 것은 괜찮고 대리사업자는 안 된다는 논리는 솔직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대리게임 문제점은 게임사업자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지켜봐야…

이동섭 의원은 “대부분의 인기 게임들이 전문 대리게임 업자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리게임은 일반 사용자는 물론 게임사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고 나아가 e스포츠 생태계까지 망치는 암적인 존재였지만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건강한 e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인해 게임계의 ‘적폐’로 불리는 대리게임이 뿌리 뽑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