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긱 이코노미’ 발전을 위한 방안
<박재희 칼럼> ‘긱 이코노미’ 발전을 위한 방안
  • 박창민 기자
  • 승인 2019.01.29 11:22
  • 호수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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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gig) 이코노미란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프리랜서 형태의 근로가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1920년대 미국서 재즈 공연이 인기를 얻자 즉흥적으로 단기 공연팀(gig)이 생겨난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긱 이코노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기존의 종속적 노동서 벗어나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일을 하고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미래형 일자리’라는 긍정적 평가와 현재의 계약직 근로자보다 더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어난다는 부정적 의견이 뒤섞여 있다. 정규직으로 고용된 근로자의 일자리는 강하게 보장하는 비해 비정규직에 대한 법적 보호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국내에선 긱 이코노미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긱 이코노미는 확산되고 있다. 가사노동, 각종 배달이나 심부름 같은 저숙련 생활서비스뿐 아니라 프로그램 개발, 웹디자인, 법률자문 같은 전문적 서비스도 긱 이코노미의 일부가 되고 있다. 긱 이코노미의 확산은 세계적인 추세로 <포브스(Forbes)>는 2020년 무렵에는 전체 직무의 43%가 긱 이코노미를 통해 수행될 것이라고 했다. 

긱 이코노미는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는 반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공급하는 자가 근로자인지의 여부가 불명확해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만들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긱 이코노미하의 서비스 공급자가 근로자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일관되지 않다.

국내에선 근로자가 아니라는 하급심 판결이 있는 반면, 영국 상소법원은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운전기사는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국내와 유사하게 우버 운전기사를 독립된 사업자로 보고 있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법률 체계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사전에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내서 긱 이코노미 서비스 제공자는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다. 4대 보험에 가입하거나 퇴직금을 받을 수 없고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없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도 되지 않는데 이는 특히 저숙련 노동을 제공하는 이들의 생계에 큰 위협이 된다. 

이대로 두면 국내의 긱 이코노미는 양질의 일자리를 쪼개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시스템에 머무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입법기관에선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종합적인 보호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을 적용시켜준다거나 하는 단편적 개선으로는 부족하다. 그마저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서비스 제공에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에 상응하는 최저임금 이상의 대가에 교통비 등 실비를 더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서 연장근로시간 단축이나 단기적인 일거리에 대응하기 위해 플랫폼 노동자를 활용할 때는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근로자로 판단이 된다면 단 하루를 일하더라도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고 도급형 일자리라 하더라도 통상적인 근로자의 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개인 간 거래의 경우에도 타인의 시간과 노동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보수를 제안해야 할 것이다. 

IT 기술 발전은 긱 이코노미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긱 이코노미를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은 기술이 아닌 사람의 몫이다. 기술이 인간을 잠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