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③> ‘경제 살릴’ 재계 신사업 대해부

남들 다 하는 미투 옛말 ‘각자도생’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가 신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새해에도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양한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재계의 성장은 곧 국가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들의 가계를 풍성하게 할 재계의 사업계획을 살펴봤다.
 

지난해 국내 경제는 2012년 이후 6년 만에 최저치인 2.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변동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등에 강경했던 기존 기조에서 다소 완화된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불황 타개책
한 우물 판다

재계는 신사업을 통해 경제 위기 속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의 맏형격인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AI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격적으로 기업인수합병(M&A)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케이엔진은 AI검색엔진 스타트업 회사다. 케이엔진은 인간의 두뇌처럼 설계됐다. 문서, 책, 설명서, 웹 등을 지속해서 읽고 내용을 이해한다.

삼성벤처투자는 2014년부터 케이엔진에 투자하면서 준비해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자체 AI 인터페이스인 빅스비는 한층 정교화될 전망이다. AI 관련 투자는 꾸준했다. 2017년에는 미국 빅데이터 스타트업에 500만달러(약 54억원)를 투자했다.
 

그동안 삼성의 성공이 국내 경제에 끼친 영향을 고려하면 재계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매출 90%는 해외서 발생하지만 전체 투자액 180조원 가운데 70%인 130조원이 국내에 투자된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거의 매달 해외출장을 떠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도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현대차는 수소차 사업에 집중할 전망이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서 가진 전국경제투어서 현대자동차 관계자에게 수소차 ‘넥쏘’에 관한 설명을 듣고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에선 내가 아주 홍보 모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세계 최초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넥쏘를 출시하면서 수소차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정부의 지원 아래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를 180만대까지 늘리며 점유율 1위에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다양한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소차 보급에 가장 중요한 수소차 충전소와 관련된 규제를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이 검토되면서 관련 사업이 한층 활기를 띨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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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기존 에너지, 반도체, 통신, 바이오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모빌리티(이동성) 사업에 발을 넓힌다. 완성차 제조를 제외한 나머지 관련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지난해 ‘이천 포럼’서 자율차와 관련된 사업성을 확인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AI부터 로봇까지 첨단사업 추진
각양각색 해법으로 위기 극복!

SK이노베이션은 폴크스바겐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서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나흘간 열린 세계 가전·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서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C 등 SK그룹 4개사는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소재를 선보였는데 중앙 계기판 등에 곡면의 터치 스크린을 적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혹독한 환경서도 강한 내구성을 가진 차량용 반도체를 선보였다. 자율주행차를 외부와 연결시켜주는 5G 통신 사업은 SK텔레콤서 맡기로 했다.

LG의 경우 로봇산업에 뛰어들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을 낙점한 모습이다.

조성진 LG전자 대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서 로봇을 LG전자의 새 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았다. LG전자는 올 조직개편서 로봇사업센터를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두면서 힘을 실었다. LG전자는 2년 안으로 순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은 생활로봇, 공공로봇, 산업로봇,  착용(wearable·웨어러블)로봇, 놀이(Fun)로봇 등 5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될 방침이다.

과감한 투자 
성장동력 발굴

LG전자는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LG전자와 네이버의 기술연구개발법인 네이버랩스는 LG 안내로봇에 네이버의 ‘xDM’ 플랫폼을 적용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양사는 CES 2019에 출품된 서로의 로봇을 보고 공동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포스코는 과감한 시도를 하기로 했다. 본원 사업인 철강을 중심으로 두고 2차 전지 사업은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차 전지사업 매출액은 800억원 수준으로 2020년까지 종합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 매출액 17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2차 전지는 양극재(리튬 포함),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되며 포스코는 리튬, 양극재, 음극재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리튬은 2010년 리튬 직접추출 독자기술을  개발한 지 7년 만에 광양제철소 내 연산 2500톤 데모플렌트를 준공해 탄산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는 호주와 남미에서 리튬광석과 염호를 확보해 국내외서 5만5000톤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생산한 리튬은 양극재의 주원료로 포스코ESM과 국내외 주요 베터리사에 공급된다.

GS의 GS리테일은 미래형 편의점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마곡 LG CNS 사이언스파크 내 스마트 GS25를 테스트 점포로 운영해 안면인식기술을 통한 출입문 작동, 상품 이미지 인식 방식의 스마트 스캐너, 진열상품 품절을 알려주는 적외선 카메라 시스템 등 ‘스마트스토어’를 지향하는 다양한 솔루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일단 스마트 GS25에선 점포 출입문부터 첨단 안면인식기술로 자동 개폐된다. 출입문 옆에 있는 안면인식카메라를 통해 사전 등록 절차를 마친 LG CNS 임직원들은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 안면인식을 통한 상품 결제도 가능하다. 스마트 GS25의 전자장비, 에너지 관리는 원격점포관리시스템(SEMS)이 담당한다. 이 시스템은 이미 전국 5000여개 GS25 점포에 도입돼 에너지 절감과 점포 관리 편의 제공에 기여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SEMS는 점포의 온도, 습도, 조명 등의 에너지 관리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전자장비의 이상 유무를 즉시 파악해 관제본부에 알리는 역할도 한다. GS리테일은 올해 말까지 총 13가지 신기술을 실증, 보완해 가맹점의 인력 운용 부담을 크게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분주히 뛰고 있다.


한화는 에너지 신사업 분야에 집중하는데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한화에너지(대표 류두형)는 지난 21일, 미국 하와이 전력청이 주관한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소 건설과 운영사업 입찰서 최종 계약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하와이 오와후 섬에 태양광발전 52MW와 ESS 208MWh를 연계한 발전소를 20년간 운영하게 된다. 전체 사업규모는 프로젝트 개발비용과 건설비용 1억4000만달러(1570억원)에 달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다.
 

국내기업 가운데 단일 프로젝트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 최대 용량 사업을 에너지 신사업 분야 강국인 미국서 수주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류두형 한화에너지 대표는 “태양광과 ESS 융합은 미래 에너지 산업을 주도할 혁신적인 기술이며, 한화에너지는 신기술을 빠르게 적용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 부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신사업을 통한 수익 다변화를 목표로 경영행보를 펼친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경영체질 개선과 잠재 수익역량 확대’로 확정하고, 순이익 목표를 1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을 개선하고 신사업으로 수익을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 신성장동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빅데이터를 분석·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2020년까지 1000명 이상 양성하기로 했다. 은행·핀테크기업·제휴기업이 함께 공동 연구하는 ‘NH디지털캠퍼스’를 조성해 AI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글로벌 사업은 전략적 선택과 차별화에 초점을 맞춘다. 신규 진출 대상 지역 선정, 신사업 발굴, 정보 공유 등 그룹 차원의 추진 체계를 강화한다. 
 


범농협 시너지도 극대화해나갈 계획이다. 금융, 경제 자회사 간 영업채널 매칭 등 범농협 시너지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홍콩, 뉴욕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CIB 추진기반을 확충하기로 했다. 오는 12월 오픈 예정인 범농협 통합멤버십은 광범위한 시너지 자원을 결집시켜 마케팅 기회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활로 찾기 분주
국가의 지원은?

현대중공업은 신사업으로 빅데이터 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8월2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상도 서울아산병원 병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이 총 1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하는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는 국내 최초로 만들어지는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다. 사업모델 다각화 및 전략 등을 담당할 계획이며, 서울아산병원은 비식별화 및 익명화된 의료정보와 교수들이 참여한 의학자문정보 등을 제공키로 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다양한 플랫폼 사업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플랫폼을 구성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 정보들은 의료 환경 분석을 통해 서비스 질 향상을 원하는 의료 기관이나 희귀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신약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인사를 통해 신사업 육성의지를 드러냈다. 온라인 유통채널 강화가 목적이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신사업 강화와 새로운 성장 모멘텀 창출에 중점을 뒀다. 백화점과 이마트 등 기존 사업에서는 임원 수를 줄였다. 지난해 11월30일, 앞으로 문을 열 온라인 신설법인 대표에 현재 신세계그룹 쓱닷컴을 총괄하고 있는 최우정 이커머스 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로는 조창현 신세계 부사장을, 까사미아 대표로는 임병선 전략실 인사총괄 부사장을, 신세계 TV쇼핑 대표로는 김홍극 이마트 상품본부장 부사장보를 각각 앉혔다.

기업 경영 성적표
올 국가경제 좌우

다양한 사업군으로 구성된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푸드는 사업 전문성 강화를 위해 부문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총괄 대표 및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 대표엔 차정호 대표를, 코스메틱 부문 대표이사에는 이길한 글로벌2본부장을 내정했다. 

김운아 신세계L&C 대표가 신세계푸드 제조 서비스 부문 대표이사로, 성열기 매입유통본부장이 매입유통본부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제주소주와 신세계L&C 대표에는 우창균 대표를 신규 영입했다. 반면 신세계그룹을 이끌어왔던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선 임원 수가 각각 1명씩 줄어 눈길을 끌었다.

KT는 중소기업과 손잡고 신사업 분야를 발굴하기로 했다. KT가 공동 사업이 가능한 유망 중소·벤처기업 발굴 프로그램인 비즈 컬래버레이션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메를로랩 등 3개사를 대상 기업으로 최종 선정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비즈 콜라보레이션’은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협업이 가능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아이디어 단계부터 KT 부서와 일대일로 매칭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KT는 선정한 중소·벤처기업에게 연구개발은 물론 특허출원, 시제품 제작, 마케팅·홍보 등을 위한 비용으로 최대 7000만원을 지원한다. 이 중 메를로랩은 비즈 콜라보레이션 지원 이외에도 KT로부터 1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받는다. 이에 따라 메를로랩의 ICT 기반 IoT 전구, 조명 기술은 KT의 IoT 연계 신사업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협동로봇 부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제조용 로봇을 앞세워 중국로봇시장에 진출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9일, 중국 쑤저우(蘇州)서 중국 최대 산업자동화 솔루션 전문기업인 보존 그룹의 링호우(Linkhou)와 중국 내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공급을 위한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동로봇은 산업 제조용 로봇의 하나로 기계, 차량 부품 등을 생산하는 공장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리서치 회사인 루프 벤처스(Loup Ventures)에 따르면 올해 13억8000만달러 수준인 전세계 협동로봇 시장은 2025년에는 6.7배 증가한 92억1000만달러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생협력
이제 세계로

두산로보틱스는 이번 계약으로 협동로봇을 포함한 전 세계 산업용 로봇시장의 36.1%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각 기업들은 각양각색 해법을 내놓고 있다”며 “기업들의 성과에 따라 국내 경기가 좌지우지되는 만큼 따뜻한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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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