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②> 연휴 밥상머리 민심 키워드

민심 쟁탈전 승자는 누구?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명절은 ‘민심의 용광로’다. 서로 다른 환경에 있던 가족이나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이때만큼은 정부와 정치권도 민심서 멀어지지 않으려 총력을 기울인다. 설 명절은 신년을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다. 자연스레 지난해에 대한 평가와 함께 올해를 예측하곤 한다. 이번 설 밥상머리 민심 키워드에는 어떤 사안들이 자리 잡게 될까.
 

▲ 신년사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설 밥상머리 민심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에선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문재인정부는 올해로 집권 3년 차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른바 ‘3년 차 징크스’로 여겨지는 한 해를 관통하게 된다. 문정부는 청와대서 비롯된 논란을 빠른 시일 내에 해소하고 성과를 통해 징크스를 돌파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당 역시 정부와 발을 맞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여당발 의혹을 정면돌파하고, 정부 성과를 위해 국회서의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에 고삐를 당기면서 존재감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민심 잡기
총력전

올해 설 밥상머리 키워드는 지난 설과 대동소이하다. 지난 설 키워드는 크게 4가지로 압축됐다.

첫 번째는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평창올림픽은 문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스포츠 행사였다. 평창올림픽은 지난해 2월9일 개막해 같은 달 25일 폐회됐다. 당시 설은 2월15~18일이었다. 평창올림픽과 설 명절이 겹쳤다.


평창올림픽이 설 키워드로 선정된 결정적 이유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의 방남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여동생인 김 부부장은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여, 남북 평화무드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두 번째 키워드는 ‘북한’으로 이어졌다. 김 부부장의 방남으로 남북관계는 해빙무드를 탔다. 남북관계의 회복은 4·27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이끌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의 가능성으로 뻗어나갔고,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도래했다. 지금까지 남북정상회담은 총 세 차례 열렸고 중간에 1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세 번째 키워드는 ‘지방선거’였다. 당시 설은 6·13지방선거를 약 4개월을 앞둔 시점이었다.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총력을 기울였다. 민주당은 집권 초기였던 문정부의 국정 동력 강화를 위해 힘썼다. 다당제로 꾸려진 야당은 지방선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뜨거운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마지막 키워드는 ‘개헌’이었다. 당시 개헌은 정치권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정부와 여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밀어붙였다. 대통령발 개헌안은 국회로 전달됐지만 한국당 등 야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개헌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 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수사, 밀양과 제천 화재 참사, 부동산 대책, 최저임금 등이 키워드로 꼽혔다.

올해 설 밥상머리 키워드 역시 작년과 비슷하게 3가지 키워드와 각종 이슈들로 꾸려질 전망이다.

정부·여야 설 전후 줄다리기 팽팽
정치권 이슈는…지난해와 대동소이

첫 번째 키워드는 ‘경제’다. 경제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시민 사회서도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문정부는 집권 이후 지속적인 민생경제 악화와 경제지표 추락으로 곤혹을 치렀다. 그 연유로 문 대통령의 3대 경제정책 기조(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파상공세를 맞았다.

청와대 경제팀의 불화와 교체는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2기 경제팀인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정책 전환은 없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며 노선 변경은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문 대통령은 새해 벽두부터 경제를 사실상 올해의 최우선 정책으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처음으로 중소기업중앙회서 기해년 신년 행사를 열었다. 또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개최,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요청했다. 기업인들은 이 자리서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성과에 집중하는 까닭은 국정 동력의 향배가 경제에 달려있다는 경각심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선 아래로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경제악화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야권과 사회 일각에선 정부의 경제정책 수정을 강하게 촉구했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했다. 문정부로서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결국 성과 여부에 따라 향후 국정 동력이 추진력을 얻을지, 걸림돌을 만나게 될지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최근 설 명절을 앞두고 설 민생안정대책을 선제적으로 꺼내든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열고 예비비와 특별교부세를 통해 위기지역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35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설 연휴에 모이는 가족과 친지들은 경제 문제를 입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먹고 사는 문제’는 명절서 빠지기 힘든 단골 이슈다.

경제 성과
북한 비핵화

두 번째 키워드는 지난 설과 마찬가지로 ‘북한’이다. 북한 비핵화의 직접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은 지난 1차 정상회담에 이어 2월 말에 재회할 예정이다. 남북미 실무자들은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서 2박3일간 함께 같은 장소서 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이도훈 한반도교섭본부장은 2박3일간 잠만 따로 자고 삼시 세 끼를 같이했다. 북미 간 의견 조율에 한국이 중재하는 형태의 회담이었다.

회담 이후 실무자들의 얼굴이 모두 밝았던 것으로 미뤄볼 때 의제 조율은 큰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결과에 따라 정치권과 사회에선 여러 갈래의 평가들이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실질적 비핵화 여부 등과 관련해 한반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공산이 크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주목되는 건 남북정상회담의 재개, 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다. 일각에선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말 개최된다면 오는 3∼4월 사이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4차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힘이 실리는 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까지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따른 리스크가 남북 모두에게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이 강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당장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4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모두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면서도 미국의 상응 조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번 비핵화는 과거 실패한 과정과 접근 방법이 다르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재보궐선거
의원 총선거

세 번째 키워드는 ‘선거’다. 물론 올해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 일정이 없어 ‘선거 없는 해’로 불린다. 다만 4·3국회의원 재보선이 당장 눈앞으로 다가왔고 내년 4·15총선에 출마할 인사들은 하나둘 지역구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4월 재보선에 대한 관심은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현재 재보선 확정 지역구는 경남 창원성산과 경남 통영·고성으로 모두 PK(부산·경남)다. PK는 지난 6월 지선 당시 민주당 돌풍이 불었던 곳이다. 민주당 후보였던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당선되는 이변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PK는 이전과 다소 다른 분위기다.

PK지역서 바닥 민심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곳곳서 흘러나온다. 일례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에 변화가 생겼다. 실제로 PK지역서의 정부·여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PK의 완전한 탈환을 기점으로 장기 집권론을 외쳤던 민주당의 외침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내년 실시되는 4월 총선을 위해 출마 준비자들은 한껏 옷깃을 여미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설 명절을 맞아 표밭 일구기를 시작했고,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꾀하고 있다. 국회 입성을 도전하는 이들도 설 전후를 기점으로 출마 소식을 속속 알릴 예정이다.

이 외에 한국당 전당대회, 사법 농단 의혹, 부동산 정책, 전두환 전 대통령, 한일 레이더 갈등 등이 밥상머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전대는 설 이후 2월 말에 개최된다. 제1야당의 차기 당권을 두고 후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전대 흥행에 불이 붙고 있다. 특히 후보들의 전대 출마 선언은 설 이전에 이뤄졌다. 한국당 전대에 출마할 후보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이들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경제·북한·선거 밥상머리 채울 듯 
전대·사법 농단 등 다양한 현안들도

한국당 전대 일정은 오는 2월27일로 설정됐지만 차후 변경될 수 있다. 통상 전대를 통해 해당 정당은 컨벤션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톡톡히 누리게 되지만 일정상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전대가 치러지는 2월 말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정대로 실시된다면 비핵화 이슈는 한국당 전대 효과를 빨아들일 공산이 크다.

‘사법 농단의 몸통’으로 불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4일 새벽 구속됐다. 대법원장이 구속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만 해도 40여가지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장과 관련된 사법농단 의혹과 그 정황으로 ‘정의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법이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춘추관서 올해 첫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안한 추가현상이 있다면 정부는 지체 없이 추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민 집값이 소득보다 너무 높아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언제든 부동산 상황에 따라 추가대책을 내놓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신년사 갖는 자유한국당

전두환씨의 골프 논란도 심심찮게 거론될 전망이다. 전씨는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지만 최근 골프장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골프장 외에도 여러 차례 외부활동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일 레이더 갈등도 여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광개토대왕함 추적 레이더가 자신들의 초계기를 조준한 근거로 신호음을 공개했지만 국방부는 가공된 기계음이라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확실한 증거는 ‘원음’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두환 골프
한일 레이더

일본의 초계기는 지난해 12월 말 북한 어선에 대한 구조 활동을 하던 광개토대왕함 주변서 저공 위협 비행을 해 논란을 야기했다. 일본은 지난 23일 또 한 번 저공 위협 비행으로 도마에 올랐다. 일본 초계기는 광개토대왕함 때보다 더 낮은 고도로 대조영함 주변을 선회했고, 국방부는 이를 강력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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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