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④ 특별대담> ‘손다방’ 문 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28 10:19:33
  • 호수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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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패권이 부활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기해년 첫 명절인 설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큰 복이 온다는 황금돼지해를 맞은 정치권은 총선 승리라는 선물을 받길 원한다.
 

▲ &lt;일요시사&gt;와 특별대담 갖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최근 정치권서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엄동설한과 미세먼지가 교차하는 요즘 날씨에도 전국을 다니며 ‘손다방’을 열고 있다. 지난해 말 단식투쟁을 통해 원내 5당이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기 위해서다. <일요시사>는 지난 23일 바미당 대표실에서 손 대표를 만나 최근 정치권 이슈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손 대표와의 일문일답.

-새해 소망은?
▲다 함께 잘사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지표를 함께 잘사는 나라라고 했는데, 제가 2010년 춘천서 나오면서 내걸었던 표어가 그겁니다. 경제적으로 분배가 잘 돼 사회적인 격차가 없이 잘 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한반도 평화가 진척이 돼 평화뿐 아니라 경제 부흥의 새로운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문재인정부가 집권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잘한 점과 못한 점 한 가지씩 꼽아주신다면?
▲잘한 점은 한반도 평화에 진척을 이룬 점입니다. 올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담이 잘되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까지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너무 조급하게 굴지 않았으면 합니다.

못한 점은 경제입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 7번째로 3만불을 개척했습니다. 참 좋은 일입니다. 수출도 6000억불을 개척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서민들의 생활은 형편없어졌습니다. 전체 27%를 차지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다 죽게 생겼습니다. 오늘(지난 23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다녀왔는데 중소기업인들이 죽겠다고 합니다. 대기업은 어떻습니까. 금년 1월 들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7%가량 떨어졌다고 합니다. 주력 산업마저 곤경에 처했습니다.

-오늘 중소기업중앙회에 다녀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3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신년교례회에 다녀오셨는데, 실제 기업인들이 우리 경제에 대해 위기를 느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년교례회서 저는 문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해 지적하면서 “경제는 시장서 이루어지고 일자리는 기업서 만드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우례 같은 박수가 쏟아졌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습니다. 이것이 기업인들의 마음입니다. ‘반기업정서’를 현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지난 22일)는 제가 한강로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점주와 두 시간 정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점주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였습니다. 그분께 외식이나 영화관람은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하는지 물었더니 “한 달에 한 번 정도일까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직장으로 따지면 1년에 1000만원 정도가 최저임금 인상과 여러 현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감봉됐다고 합니다. 문정부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2일 &lt;일요시사&gt;와 설 특집 특별대담을 갖고 있다.

-문정부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 진단하시는지?
▲저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의 원자력 기술은 소중한 수출 자원입니다. 문정부가 주장하는 탈원전 정책의 이유는 원자력의 ‘불안정성’입니다. 그러나 국내 기술 수준은 이제 이런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체코서 ‘원전 세일즈’를 할 때 지난 40년 동안 국내서 원자력 발전 사고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2017년 대통령 취임 초에는 부산 기장서 탈핵국가를 선언하며 “원자력이 불안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게 뭡니까.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고 외국서 전기를 수입할 수 있는 길도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미세먼지가 아주 극성 아닙니까. 환경, 안전, 신기술, 수출 등을 고려해 문정부는 탈원전 정책서 벗어나 하루빨리 원전을 수용하는 쪽으로 돌아서야 합니다.

3년 차 ‘공’ 대북 ‘과’ 경제
내부비리 부지기수로 터질 것

-여당이 서영교·손혜원 의원 사태로 시끄럽습니다.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결국 국내 정치 구조의 문제입니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고, 청와대가 모든 일을 쥐고 있으니 그 주변에서 패권주의가 살아나고 있는 겁니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손혜원 의원이 영부인의 측근이라 하지 않습니까. 이번 사건 말고도 발언 문제가 된 적이 많습니다.

내 뒤에 대통령이 있는데, 내 뒤에 청와대가 있는데, 내가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이런 거 아닙니까? 그러니 여당 의원들이 “나도 권력을 행사해야지” 해서 판사를 불러 재판 청탁을 한 겁니다. 지금의 권력구조에서는 항상 실세들의 문제가 따라옵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주저앉으니,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 것 아닙니까. 앞으로 부지기수로 터질 겁니다. 참 문제입니다.

-바미당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8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바미당(14%)은 자유한국당(12%, 이하 한국당)을 제친 전체 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전국 지지율서 한국당(16%)과 바미당(8%)은 두 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진단하시는지?
▲서울서 바미당이 한국당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은 굉장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한국당이 보수세력을 모아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국민들이 한국당의 분열과 행태를 보며 실망하고 있다는 결과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바미당에 대해서는 “그래도 저기가 새로운 길을 가는구나, 옳은 길을 가는구나”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대에서는 바미당이 한국당을 벌써 앞섰습니다. 전국적으로 그렇습니다. 한때 민주당도 앞서 1위였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 바미당은 세비 인상분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전부 청년들 장학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 바미당의 최고위원, 사무총장, 원내대표, 비서실장 모두 30대에서 40대, 많아봤자 50대에 갓 들어선 사람들로 젊습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다가오는 총선서 바미당의 젊은 정치인들의 선전을 기대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이번 지역위원장을 선정하면서 청년을 우대하고 청년을 특화해 모집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바미당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보니 청년들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습다만, 앞으로도 우리 당은 청년을 적극 영입할 것이고, 그러면 많은 청년들이 우리 당에 들어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총선서 청년들이 많이 진출하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한국당 입당과 당 대표 출마설이 화제입니다. 출마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시는지?
▲높다고 봅니다. 봐야 되겠습니다만, 출마를 하든 하지 않든 황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하고 출마를 위해서 움직인다는 자체가 한국당의 이념적 성격을 보여줍니다. 이는 친박 보수와 수구 보수화입니다. 한국당이 보수대통합을 얘기하지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한국당은 촛불혁명에 의해 밀려난 정당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지만 탄핵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당입니다.

그런 정당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며 보수대통합을 하겠다는 겁니까. 바미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사람들이 지역위원장을 신청했지만, 지금까지 한 명도 되지 않았습니다(지난 23일 기준). 조강특위서 통과가 됐는데 시당 측에서 거부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중앙당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것이 한국당의 이념적 폐쇄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통합인 중도개혁과는 거리가 멉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알리기 위해 전국 각지서 ‘손다방’을 열고 있습니다. 이 손다방 아이디어가 참신합니다. 어떻게 해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는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벌여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저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한다고 5당이 합의했음에도, 이제 와서 민주당은 “도입 자체를 검토하자고 했지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하자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국민들께 직접 호소해야겠다고 해서 대국민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손다방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당직자들의 아이디어입니다. 당직자들이 다 디자인하고 만든 겁니다. 지금 우리 바미당 당직자들의 사기가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당에 대한 열정들이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몰랐던 시민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많았습니다.

-설명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길거리에서 하는 설명이라 자세히는 전달해드리지 못하지만, 저희가 나눠드린 전단을 자세히 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이견이 많습니다.
▲국회 전체 예산을 동결하고, 세비를 깎고, 보좌진 수를 줄이고, 특권을 없애고, 세비를 깎아도 국회의원 수를 늘리지 못한다는 국민들이 과반을 넘습니다. 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그만큼 큽니다. 문화재 육성한다고 투기하고, 사무실로 판사를 불러 재판을 청탁하는 그런 국회의원들을 왜 국민들이 한 명이라도 더 늘려주려 하겠습니까? 국회의원들은 좀 더 반성하고, 특권을 내려놔야 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몇 사람 더 얻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를 구성하려는 겁니다. 이를테면 갑이라는 정당이 40%의 득표를 얻었다면 현 300석 중 120석이 돼야 합니다. 그중 지역구가 80석이라면 나머지 40석을 비례대표가 가져가는 겁니다. 40%를 득표한 정당은 전체 의석의 40%를, 20%를 받으면 전체의 20%를 차지해 국민의 뜻이 그대로 반영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전국 다니며 ‘연동형’ 알리기
민주당이 진정성 보이려면…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의석비율이 왜 중요한지?
▲국회는 청와대의 허수아비가 아닌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국회는 아직도 정권의 허수아빕니다. 의원들이 지역에 나가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을 만나면 “경제가 어렵다” “최저임금 동결해달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이라도 국회서 이런 말을 하는 모습을 본 적 있습니까? 왜 안 합니까? 청와대가 무서우니까 안 합니다.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 청와대가 무서운 국회가 아닌, 국민을 무서워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이는 안을 당론으로 결정했습니다. 당론에 대한 의견은?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당론을 확정지은 것만으로도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좋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민주당보다 먼저 똑같은 안을 제안했었습니다. 문제는 지역구 253석을 200석으로 줄여야 하는데, 민주당은 그 안을 같이 내놨어야 합니다. 내놓지 않으니 꼼수라는 말을 듣는 겁니다. 민주당이 준연동형, 복합형, 보정형 등의 안을 내놨는데 진정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한국당은 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의 ‘연’ 자도 꺼내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지난 22일)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총리추천제를 먼저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권력구조와 관련된 건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권력구조 개편은 개헌을 전제로 합니다. 개헌을 하려면 한참 갑니다. 선거제 개편으로 국회부터 바꾸고 난 뒤, 그것에 따라 앞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책임총리제로 하든지, 총리추천제로 하든지 논의해야 합니다.

-설 명절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을 비롯한 국민들께 한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60년 만에 황금돼지의 해라는 좋은 해를 맞이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과, 또 하시는 모든 일이 뜻대로 이뤄지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경제생활이 좋아졌으면 합니다. 서민경제, 민생경제가 좋아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어깨를 펴고 중소기업, 대기업도 새로운 산업으로 활력 있게 나가 우리나라 경제가 부흥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가 진척돼 남북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또 한반도 비핵화가 이루어져 국민들이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바미당이 비록 숫자는 적지만 옳고 바르게 꼭 해야 할 일을 찾아가겠습니다. 경제를 살리고 평화를 일으키는 일, 그리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chm@ilyosisa.co.kr>


[손학규는?]

▲경기도 시흥 출생
▲옥스퍼드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제14·15·16·18대 국회의원
▲제33대 보건복지부 장관
▲제31대 경기도지사
▲전 민주당 대표
▲현 바른미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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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