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잠룡에게 듣는다 ①원희룡 제주도지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28 10:08:45
  • 호수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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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적요? 제주도민당이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신년을 맞아 <일요시사>는 차세대 대권주자들을 차례로 만나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첫 번째로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 잠룡으로 거듭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났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6·13지방선거가 낳은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승부수’가 제대로 통했다. 원 지사는 선거 전 비관론을 뚫고 당당히 과반 이상의 득표를 얻어내 재선에 성공했다. 무소속 출마자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더불어민주당 필승론’을 뚫고 거둔 의미 있는 승리였다. 단숨에 몸값을 올리는 데 성공한 대권주자는 자만에 빠지기 쉽지만, 원 지사는 달랐다. 현재 당적에 대해 ‘제주도민당’이라고 밝힌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지사님의 새해 소망은?
▲복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이 밝았습니다.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도 많지만, 국민 모두가 황금돼지의 기운을 받아 민생경제가 나아지고 지난해보다 더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제주는 폭설로 시작해 폭염, 가뭄, 태풍이 이어지면서 많은 도민들이 힘들었습니다. 올해는 1차 산업 종사자들이 걱정 없는 해가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제주 사회 전반의 갈등이 해소돼 도민 통합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난 2018년을 되돌아봤을 때 아쉬운 부분과 만족한 부분이 있다면?
▲도민들께서 다시 한 번 제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선거를 통해 도민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었고, 많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잘못된 점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보람 있었던 일은 첫째 30년 만에 개편된 대중교통 체제 개편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타의 시·도 대중교통 이용률이 대체로 떨어지고 있는 반면, 제주도는 개편 이후 대중교통 이용률이 11% 이상 증가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대중교통 고객만족도 결과 전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둘째 도민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안착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주의 핵심가치인 청정 제주를 지키고, 자원순환형 사회로 가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이제는 전국 모범사례가 되어 다른 시·도서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지난해 70주년이었던 제주4·3이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자리매김했음에도, 4·3특별법 개정이 끝내 이뤄지지 못한 부분입니다. 또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 역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4·3특별법 개정, 강정마을 주민 사면복권을 위해 정부·국회·정당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지난 6·13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하셨습니다. 원동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도민들께 더 가까이 다가가 진솔하게 대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잘못된 점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경청하는 모습을 도민들께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습니다. 도민들이 가장 원하셨던 정책 분야는 복지와 일자리였습니다. 이를 반영해 복지예산을 1조원 넘게 배정했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인재 양성에 많은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앞으로 4년은 도민과 약속했던 공약을 실천하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미래성장 동력을 키우면서, 성장의 열매가 도민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선도할 ‘더 큰 제주’
김정은의 한라산 등반 의미는?

-2기 제주도정의 핵심 키워드를 꼽아주신다면?
▲임기 동안 경제 체질을 바꿔 제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다변화해 나가려고 합니다. 도민자본을 키우고, 성장의 과실이 도민에게 고루 돌아가는 내생적·포용적 성장의 정책 기조를 잡아나가겠습니다. 도정에 전념하면서 도민과 함께 새로운 제주를 만들고, 제주의 변화가 대한민국을 견인할 수 있도록 ‘더 큰 제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예상했습니다. 두 정상의 한라산 등반이 제주도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주신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백두산 정상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은 모습이 한라산에서 재현되는 것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에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또 ‘한라서 백두까지 한반도 평화를 이룬다’는 역사적 바람에 부응하는 평화의 메시지가 ‘세계평화의 섬’ 제주서 발신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교류의 강력한 추진동력으로서 작용할 것입니다. 지자체 차원서 남북교류를 선도해온 제주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입니다.
 

-향후 제주도의 남북교류협력 계획은?
▲남북교류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와 관심에 부응해 지금의 대북제제 하에서 추진이 가능한 문화·스포츠·환경 분야의 교류협력 사업을 우선 시작할 계획입니다. 오는 5월에 제14회 제주포럼이 열릴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 북한 측을 공식 초청할 계획입니다. 또 2019 코리아컵삼다수 제주국제체조대회, 2019 제주 국제유스축구대회와 씨름·축구·체조 등 각종 국제스포츠대회에 북한 선수들의 참여를 유도하려고 합니다. 2020년엔 제주 세계지질공원 총회에 북한 대표단을 초청해 청정 환경을 보호하고 지켜가는 데 남북이 함께 힘을 모아나갈 방침입니다.


제주도는 향후 대북제재 완화 여건이 조성되면 경제 등 다양한 방면서 교류협력이 추진될 수 있도록 ‘5+1 대북협력’ 사업을 중심으로 착실히 준비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교류협력기금도 2019년 1월 현재 약 53억원서 2023년까지 100억원으로 확대 조성할 방침입니다.

-올해 제주도 경제정책의 목표를 발표하면서 투자유치 업종 및 대상 국가를 다변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셨습니다.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양질의 외국인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내실 있는 투자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제주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역경제 규모 대비 매우 높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실제 도착액이 전국 3∼6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투자유치의 대부분은 부동산업과 중국자본에 편중된 현상을 보이면서 중국정부의 투자제한 정책에 큰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투자유치 산업 분야와 대상국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를 더욱 본격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투자유치 분야를 IT·BT·CT산업, 신재생에너지, 블록체인, 스마트시티, 6차 산업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대상국가도 유럽, 일본, 북미 등으로 다변화해 투자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가려 합니다.

-여성가족부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 및 지역 성평등지수’서 제주도의 성평등 지수가 상위권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경제활동 분야의 성평등 수준 점수가 전국서 가장 높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제주도는 ‘함께 만들어가는 양성평등한 제주 사회’라는 비전 아래 일·생활의 균형 및 일자리 창출, 건강한 양성평등 사회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편안한 육아 및 일·생활의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 제주형 수눌음육아나눔터를 운영하고, 사회적 돌봄공동체를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또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를 위한 맞춤형 여성 전문인력 양성과 다양한 일자리 창출 및 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고령 여성인력 양성 교육과정과 농어촌여성 새로일하기센터 운영, 제주지역 특성을 살린 여성공동체 창업 지원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전국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지자체 중 전국 최초로 성평등정책관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이를 통해 성평등정책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도정 전반의 영역에 성평등 관점 확산, 성인지정책 내실화를 통한 지역사회의 성 주류화 확산사업을 확대·강화할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개별공시지가 발표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년 대비 17.51%가 오르면서 전국 시도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대책이 궁금합니다.
▲최근 몇 년간 제주 이주열풍이 뜨거웠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내총생산(GRDP)의 성장률은 높았으나,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주택매매 거래량은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거종합계획(2018~2027년)은 급속한 인구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사회적 변화에 맞춰 효율적인 주택공급을 통한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2025년까지 행복주택 7000호, 국민임대 3000호, 임대 후 분양 1만호 등 총 2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올해 목표? 청년육성!
도정에 ‘올인’ 약속

-지난해 7월 “협치와 연정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협치와 연정을 평가해주신다면?
▲제주의 정책 방향을 잡아가는 데 도민의 선택을 받은 도의회와 협력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해나가는 일은 당연합니다. 이미 행정시장 임명 과정서 도의회의 의견을 적극 청취했고, 여당 출신의 제주시장님을 모셨습니다. 의회 사무처 인사권도 대폭 이양해서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도록 보장했습니다. 지난해 7월 도의회와 ‘상설정책협의회’ 제도화에 합의했고, 11월 관련 조례 개정안이 가결됐습니다. 앞으로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이 협의회의 공동의장을 맡아 다양한 사안을 논의해 나가겠습니다.

-올해 꼭 매듭짓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최근 어려워지는 민생 경제와 일자리 문제의 해법 중 하나가 청년 인재육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쯤에 제주형 일자리 혁신 모델인 ‘더 큰 내일센터’가 출범합니다. 더 큰 내일센터는 2년간의 ‘선 취업, 후 교육’을 통한 취업·인재육성 시스템으로 참여자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최종적으로는 혁신적인 기업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통한 지역과 기업의 공존, 기반산업의 혁신과 미래 동력산업을 견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잘 추진해나가겠습니다.
 

-6·13지방선거를 통해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계십니다. 그러한 세간의 평가를 체감하시는지?
▲저는 도민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중앙정치를 바라보지 않겠다고 도민들과 약속했습니다. 정치 진로를 전적으로 도민에게 위임했습니다. 세간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저는 앞으로도 도정에 전념하면서 도민과 함께 새로운 제주를 만들고, 제주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미래 모델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큰 제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온 힘 쏟겠습니다. 도정에 성과를 내고 도민행복과 제주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는 것이 지금의 가장 중요한 계획입니다. 그 과정서 지방분권과 국가적 차원의 발전을 위해 여러 정치권과 논의하고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겠습니다.

-설 명절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께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해년 새해를 맞아 만사형통하시길 기원합니다. 여러 지표를 보면 올해 경제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힘든 한 해가 예상되지만, 지난 역사에서 보듯 우리 국민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고, 행복한 해로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도 도정에 ‘올인’하면서 도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성과가 도민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hm@ilyosisa.co.kr>


[원희룡은?]

▲제주 서귀포 출생
▲제주대 대학원 정치학 명예박사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제16·17·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제37·38대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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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