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잠룡에게 듣는다 ①원희룡 제주도지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28 10:08:45
  • 호수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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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적요? 제주도민당이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신년을 맞아 <일요시사>는 차세대 대권주자들을 차례로 만나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첫 번째로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 잠룡으로 거듭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났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6·13지방선거가 낳은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승부수’가 제대로 통했다. 원 지사는 선거 전 비관론을 뚫고 당당히 과반 이상의 득표를 얻어내 재선에 성공했다. 무소속 출마자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더불어민주당 필승론’을 뚫고 거둔 의미 있는 승리였다. 단숨에 몸값을 올리는 데 성공한 대권주자는 자만에 빠지기 쉽지만, 원 지사는 달랐다. 현재 당적에 대해 ‘제주도민당’이라고 밝힌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지사님의 새해 소망은?
▲복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이 밝았습니다.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도 많지만, 국민 모두가 황금돼지의 기운을 받아 민생경제가 나아지고 지난해보다 더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제주는 폭설로 시작해 폭염, 가뭄, 태풍이 이어지면서 많은 도민들이 힘들었습니다. 올해는 1차 산업 종사자들이 걱정 없는 해가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제주 사회 전반의 갈등이 해소돼 도민 통합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난 2018년을 되돌아봤을 때 아쉬운 부분과 만족한 부분이 있다면?
▲도민들께서 다시 한 번 제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선거를 통해 도민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었고, 많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잘못된 점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보람 있었던 일은 첫째 30년 만에 개편된 대중교통 체제 개편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타의 시·도 대중교통 이용률이 대체로 떨어지고 있는 반면, 제주도는 개편 이후 대중교통 이용률이 11% 이상 증가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대중교통 고객만족도 결과 전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둘째 도민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안착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주의 핵심가치인 청정 제주를 지키고, 자원순환형 사회로 가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이제는 전국 모범사례가 되어 다른 시·도서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지난해 70주년이었던 제주4·3이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자리매김했음에도, 4·3특별법 개정이 끝내 이뤄지지 못한 부분입니다. 또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 역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4·3특별법 개정, 강정마을 주민 사면복권을 위해 정부·국회·정당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지난 6·13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하셨습니다. 원동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도민들께 더 가까이 다가가 진솔하게 대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잘못된 점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경청하는 모습을 도민들께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습니다. 도민들이 가장 원하셨던 정책 분야는 복지와 일자리였습니다. 이를 반영해 복지예산을 1조원 넘게 배정했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인재 양성에 많은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앞으로 4년은 도민과 약속했던 공약을 실천하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미래성장 동력을 키우면서, 성장의 열매가 도민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선도할 ‘더 큰 제주’
김정은의 한라산 등반 의미는?

-2기 제주도정의 핵심 키워드를 꼽아주신다면?
▲임기 동안 경제 체질을 바꿔 제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다변화해 나가려고 합니다. 도민자본을 키우고, 성장의 과실이 도민에게 고루 돌아가는 내생적·포용적 성장의 정책 기조를 잡아나가겠습니다. 도정에 전념하면서 도민과 함께 새로운 제주를 만들고, 제주의 변화가 대한민국을 견인할 수 있도록 ‘더 큰 제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예상했습니다. 두 정상의 한라산 등반이 제주도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주신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백두산 정상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은 모습이 한라산에서 재현되는 것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에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또 ‘한라서 백두까지 한반도 평화를 이룬다’는 역사적 바람에 부응하는 평화의 메시지가 ‘세계평화의 섬’ 제주서 발신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교류의 강력한 추진동력으로서 작용할 것입니다. 지자체 차원서 남북교류를 선도해온 제주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입니다.
 

-향후 제주도의 남북교류협력 계획은?
▲남북교류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와 관심에 부응해 지금의 대북제제 하에서 추진이 가능한 문화·스포츠·환경 분야의 교류협력 사업을 우선 시작할 계획입니다. 오는 5월에 제14회 제주포럼이 열릴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 북한 측을 공식 초청할 계획입니다. 또 2019 코리아컵삼다수 제주국제체조대회, 2019 제주 국제유스축구대회와 씨름·축구·체조 등 각종 국제스포츠대회에 북한 선수들의 참여를 유도하려고 합니다. 2020년엔 제주 세계지질공원 총회에 북한 대표단을 초청해 청정 환경을 보호하고 지켜가는 데 남북이 함께 힘을 모아나갈 방침입니다.

제주도는 향후 대북제재 완화 여건이 조성되면 경제 등 다양한 방면서 교류협력이 추진될 수 있도록 ‘5+1 대북협력’ 사업을 중심으로 착실히 준비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교류협력기금도 2019년 1월 현재 약 53억원서 2023년까지 100억원으로 확대 조성할 방침입니다.

-올해 제주도 경제정책의 목표를 발표하면서 투자유치 업종 및 대상 국가를 다변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셨습니다.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양질의 외국인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내실 있는 투자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제주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역경제 규모 대비 매우 높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실제 도착액이 전국 3∼6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투자유치의 대부분은 부동산업과 중국자본에 편중된 현상을 보이면서 중국정부의 투자제한 정책에 큰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투자유치 산업 분야와 대상국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를 더욱 본격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투자유치 분야를 IT·BT·CT산업, 신재생에너지, 블록체인, 스마트시티, 6차 산업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대상국가도 유럽, 일본, 북미 등으로 다변화해 투자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가려 합니다.

-여성가족부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 및 지역 성평등지수’서 제주도의 성평등 지수가 상위권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경제활동 분야의 성평등 수준 점수가 전국서 가장 높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제주도는 ‘함께 만들어가는 양성평등한 제주 사회’라는 비전 아래 일·생활의 균형 및 일자리 창출, 건강한 양성평등 사회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편안한 육아 및 일·생활의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 제주형 수눌음육아나눔터를 운영하고, 사회적 돌봄공동체를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또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를 위한 맞춤형 여성 전문인력 양성과 다양한 일자리 창출 및 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고령 여성인력 양성 교육과정과 농어촌여성 새로일하기센터 운영, 제주지역 특성을 살린 여성공동체 창업 지원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전국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지자체 중 전국 최초로 성평등정책관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이를 통해 성평등정책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도정 전반의 영역에 성평등 관점 확산, 성인지정책 내실화를 통한 지역사회의 성 주류화 확산사업을 확대·강화할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개별공시지가 발표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년 대비 17.51%가 오르면서 전국 시도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대책이 궁금합니다.
▲최근 몇 년간 제주 이주열풍이 뜨거웠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내총생산(GRDP)의 성장률은 높았으나,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주택매매 거래량은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거종합계획(2018~2027년)은 급속한 인구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사회적 변화에 맞춰 효율적인 주택공급을 통한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2025년까지 행복주택 7000호, 국민임대 3000호, 임대 후 분양 1만호 등 총 2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올해 목표? 청년육성!
도정에 ‘올인’ 약속

-지난해 7월 “협치와 연정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협치와 연정을 평가해주신다면?
▲제주의 정책 방향을 잡아가는 데 도민의 선택을 받은 도의회와 협력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해나가는 일은 당연합니다. 이미 행정시장 임명 과정서 도의회의 의견을 적극 청취했고, 여당 출신의 제주시장님을 모셨습니다. 의회 사무처 인사권도 대폭 이양해서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도록 보장했습니다. 지난해 7월 도의회와 ‘상설정책협의회’ 제도화에 합의했고, 11월 관련 조례 개정안이 가결됐습니다. 앞으로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이 협의회의 공동의장을 맡아 다양한 사안을 논의해 나가겠습니다.

-올해 꼭 매듭짓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최근 어려워지는 민생 경제와 일자리 문제의 해법 중 하나가 청년 인재육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쯤에 제주형 일자리 혁신 모델인 ‘더 큰 내일센터’가 출범합니다. 더 큰 내일센터는 2년간의 ‘선 취업, 후 교육’을 통한 취업·인재육성 시스템으로 참여자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최종적으로는 혁신적인 기업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통한 지역과 기업의 공존, 기반산업의 혁신과 미래 동력산업을 견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잘 추진해나가겠습니다.
 

-6·13지방선거를 통해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계십니다. 그러한 세간의 평가를 체감하시는지?
▲저는 도민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중앙정치를 바라보지 않겠다고 도민들과 약속했습니다. 정치 진로를 전적으로 도민에게 위임했습니다. 세간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저는 앞으로도 도정에 전념하면서 도민과 함께 새로운 제주를 만들고, 제주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미래 모델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큰 제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온 힘 쏟겠습니다. 도정에 성과를 내고 도민행복과 제주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는 것이 지금의 가장 중요한 계획입니다. 그 과정서 지방분권과 국가적 차원의 발전을 위해 여러 정치권과 논의하고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겠습니다.

-설 명절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께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해년 새해를 맞아 만사형통하시길 기원합니다. 여러 지표를 보면 올해 경제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힘든 한 해가 예상되지만, 지난 역사에서 보듯 우리 국민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고, 행복한 해로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도 도정에 ‘올인’하면서 도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성과가 도민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hm@ilyosisa.co.kr>


[원희룡은?]

▲제주 서귀포 출생
▲제주대 대학원 정치학 명예박사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제16·17·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제37·38대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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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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