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잠룡에게 듣는다 ①원희룡 제주도지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28 10:08:45
  • 호수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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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적요? 제주도민당이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신년을 맞아 <일요시사>는 차세대 대권주자들을 차례로 만나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첫 번째로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 잠룡으로 거듭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났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6·13지방선거가 낳은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승부수’가 제대로 통했다. 원 지사는 선거 전 비관론을 뚫고 당당히 과반 이상의 득표를 얻어내 재선에 성공했다. 무소속 출마자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더불어민주당 필승론’을 뚫고 거둔 의미 있는 승리였다. 단숨에 몸값을 올리는 데 성공한 대권주자는 자만에 빠지기 쉽지만, 원 지사는 달랐다. 현재 당적에 대해 ‘제주도민당’이라고 밝힌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지사님의 새해 소망은?
▲복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이 밝았습니다.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도 많지만, 국민 모두가 황금돼지의 기운을 받아 민생경제가 나아지고 지난해보다 더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제주는 폭설로 시작해 폭염, 가뭄, 태풍이 이어지면서 많은 도민들이 힘들었습니다. 올해는 1차 산업 종사자들이 걱정 없는 해가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제주 사회 전반의 갈등이 해소돼 도민 통합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난 2018년을 되돌아봤을 때 아쉬운 부분과 만족한 부분이 있다면?
▲도민들께서 다시 한 번 제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선거를 통해 도민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었고, 많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잘못된 점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보람 있었던 일은 첫째 30년 만에 개편된 대중교통 체제 개편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타의 시·도 대중교통 이용률이 대체로 떨어지고 있는 반면, 제주도는 개편 이후 대중교통 이용률이 11% 이상 증가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대중교통 고객만족도 결과 전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둘째 도민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안착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주의 핵심가치인 청정 제주를 지키고, 자원순환형 사회로 가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이제는 전국 모범사례가 되어 다른 시·도서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지난해 70주년이었던 제주4·3이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자리매김했음에도, 4·3특별법 개정이 끝내 이뤄지지 못한 부분입니다. 또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 역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4·3특별법 개정, 강정마을 주민 사면복권을 위해 정부·국회·정당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지난 6·13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하셨습니다. 원동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도민들께 더 가까이 다가가 진솔하게 대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잘못된 점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경청하는 모습을 도민들께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습니다. 도민들이 가장 원하셨던 정책 분야는 복지와 일자리였습니다. 이를 반영해 복지예산을 1조원 넘게 배정했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인재 양성에 많은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앞으로 4년은 도민과 약속했던 공약을 실천하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미래성장 동력을 키우면서, 성장의 열매가 도민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선도할 ‘더 큰 제주’
김정은의 한라산 등반 의미는?

-2기 제주도정의 핵심 키워드를 꼽아주신다면?
▲임기 동안 경제 체질을 바꿔 제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다변화해 나가려고 합니다. 도민자본을 키우고, 성장의 과실이 도민에게 고루 돌아가는 내생적·포용적 성장의 정책 기조를 잡아나가겠습니다. 도정에 전념하면서 도민과 함께 새로운 제주를 만들고, 제주의 변화가 대한민국을 견인할 수 있도록 ‘더 큰 제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예상했습니다. 두 정상의 한라산 등반이 제주도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주신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백두산 정상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은 모습이 한라산에서 재현되는 것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에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또 ‘한라서 백두까지 한반도 평화를 이룬다’는 역사적 바람에 부응하는 평화의 메시지가 ‘세계평화의 섬’ 제주서 발신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교류의 강력한 추진동력으로서 작용할 것입니다. 지자체 차원서 남북교류를 선도해온 제주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입니다.
 

-향후 제주도의 남북교류협력 계획은?
▲남북교류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와 관심에 부응해 지금의 대북제제 하에서 추진이 가능한 문화·스포츠·환경 분야의 교류협력 사업을 우선 시작할 계획입니다. 오는 5월에 제14회 제주포럼이 열릴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 북한 측을 공식 초청할 계획입니다. 또 2019 코리아컵삼다수 제주국제체조대회, 2019 제주 국제유스축구대회와 씨름·축구·체조 등 각종 국제스포츠대회에 북한 선수들의 참여를 유도하려고 합니다. 2020년엔 제주 세계지질공원 총회에 북한 대표단을 초청해 청정 환경을 보호하고 지켜가는 데 남북이 함께 힘을 모아나갈 방침입니다.

제주도는 향후 대북제재 완화 여건이 조성되면 경제 등 다양한 방면서 교류협력이 추진될 수 있도록 ‘5+1 대북협력’ 사업을 중심으로 착실히 준비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교류협력기금도 2019년 1월 현재 약 53억원서 2023년까지 100억원으로 확대 조성할 방침입니다.

-올해 제주도 경제정책의 목표를 발표하면서 투자유치 업종 및 대상 국가를 다변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셨습니다.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양질의 외국인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내실 있는 투자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제주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역경제 규모 대비 매우 높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실제 도착액이 전국 3∼6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투자유치의 대부분은 부동산업과 중국자본에 편중된 현상을 보이면서 중국정부의 투자제한 정책에 큰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투자유치 산업 분야와 대상국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를 더욱 본격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투자유치 분야를 IT·BT·CT산업, 신재생에너지, 블록체인, 스마트시티, 6차 산업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대상국가도 유럽, 일본, 북미 등으로 다변화해 투자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가려 합니다.

-여성가족부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 및 지역 성평등지수’서 제주도의 성평등 지수가 상위권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경제활동 분야의 성평등 수준 점수가 전국서 가장 높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제주도는 ‘함께 만들어가는 양성평등한 제주 사회’라는 비전 아래 일·생활의 균형 및 일자리 창출, 건강한 양성평등 사회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편안한 육아 및 일·생활의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 제주형 수눌음육아나눔터를 운영하고, 사회적 돌봄공동체를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또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를 위한 맞춤형 여성 전문인력 양성과 다양한 일자리 창출 및 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고령 여성인력 양성 교육과정과 농어촌여성 새로일하기센터 운영, 제주지역 특성을 살린 여성공동체 창업 지원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전국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지자체 중 전국 최초로 성평등정책관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이를 통해 성평등정책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도정 전반의 영역에 성평등 관점 확산, 성인지정책 내실화를 통한 지역사회의 성 주류화 확산사업을 확대·강화할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개별공시지가 발표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년 대비 17.51%가 오르면서 전국 시도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대책이 궁금합니다.
▲최근 몇 년간 제주 이주열풍이 뜨거웠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내총생산(GRDP)의 성장률은 높았으나,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주택매매 거래량은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거종합계획(2018~2027년)은 급속한 인구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사회적 변화에 맞춰 효율적인 주택공급을 통한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2025년까지 행복주택 7000호, 국민임대 3000호, 임대 후 분양 1만호 등 총 2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올해 목표? 청년육성!
도정에 ‘올인’ 약속

-지난해 7월 “협치와 연정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협치와 연정을 평가해주신다면?
▲제주의 정책 방향을 잡아가는 데 도민의 선택을 받은 도의회와 협력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해나가는 일은 당연합니다. 이미 행정시장 임명 과정서 도의회의 의견을 적극 청취했고, 여당 출신의 제주시장님을 모셨습니다. 의회 사무처 인사권도 대폭 이양해서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도록 보장했습니다. 지난해 7월 도의회와 ‘상설정책협의회’ 제도화에 합의했고, 11월 관련 조례 개정안이 가결됐습니다. 앞으로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이 협의회의 공동의장을 맡아 다양한 사안을 논의해 나가겠습니다.

-올해 꼭 매듭짓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최근 어려워지는 민생 경제와 일자리 문제의 해법 중 하나가 청년 인재육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쯤에 제주형 일자리 혁신 모델인 ‘더 큰 내일센터’가 출범합니다. 더 큰 내일센터는 2년간의 ‘선 취업, 후 교육’을 통한 취업·인재육성 시스템으로 참여자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최종적으로는 혁신적인 기업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통한 지역과 기업의 공존, 기반산업의 혁신과 미래 동력산업을 견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잘 추진해나가겠습니다.
 

-6·13지방선거를 통해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계십니다. 그러한 세간의 평가를 체감하시는지?
▲저는 도민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중앙정치를 바라보지 않겠다고 도민들과 약속했습니다. 정치 진로를 전적으로 도민에게 위임했습니다. 세간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저는 앞으로도 도정에 전념하면서 도민과 함께 새로운 제주를 만들고, 제주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미래 모델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큰 제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온 힘 쏟겠습니다. 도정에 성과를 내고 도민행복과 제주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는 것이 지금의 가장 중요한 계획입니다. 그 과정서 지방분권과 국가적 차원의 발전을 위해 여러 정치권과 논의하고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겠습니다.

-설 명절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께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해년 새해를 맞아 만사형통하시길 기원합니다. 여러 지표를 보면 올해 경제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힘든 한 해가 예상되지만, 지난 역사에서 보듯 우리 국민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고, 행복한 해로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도 도정에 ‘올인’하면서 도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성과가 도민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hm@ilyosisa.co.kr>


[원희룡은?]

▲제주 서귀포 출생
▲제주대 대학원 정치학 명예박사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제16·17·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제37·38대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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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