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18)강경책

김유신의 분노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유신이 경주로 돌아오자 무사 귀환을 두고 서서히 말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연개소문과의 비밀스런 만남에 대해 둘 사이에 모종의 협의가 있었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굴욕적인 행동이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는 서서히 증폭되기 시작하여 김유신이 고의로 행군 일정을 지연시켰고 그에 당의 소정방 대장군이 진노하기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로 비약되었다.

또한 지난 시절 고구려 침략을 중지하고 퇴각한 일 역시 연개소문과 모종의 사전협약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가 돌아다니자 유신이 측근들을 시켜 상황을 정리하도록 했다.


결국 진원지로 인문이 거론되었다.

그와 관련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유신이 문무왕을 독대했다. 

유언비어

“전하,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자초지종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맞이한 문무왕에게 연개소문과 나누었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보고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송구하오나 그러합니다.”

“연개소문이라!”

문무왕이 연개소문을 되뇌며 혀를 찼다.

“비록 현재로는 적군이지만 영웅기질이 다분했습니다.”

“영웅이라! 대장군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소장은 그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지나친 겸손이십니다.”

유신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그런데.”

“말씀하시지요.”

“당나라에서 그 일로 문책이 있을 듯합니다.”

“문책이라니요?”


“기한 내에 보급품을 전하지 못했으니 그를 구실로 반드시 뭔가 트집을 잡고자 할 것입니다.”

“당연히 그리하겠지요.”

문무왕이 답을 하고는 미소를 보였다.

“무슨 의미입니까?”

“먼저 손을 쓰도록 하렵니다.”

“손을 쓰신다 함은.”


“사절을 보내려 합니다.”

“소장의 실책으로 일이 그리되었습니다.”

“아니오. 한편으로 생각하면 잘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말씀은.”

“짐 역시 연개소문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유신이 가볍게 신음을 뱉었다.

“지금은 상황이 이래서 어쩔 수 없지만 당의 하는 행동을 살피면 언제고 일전을 불사해야 함을 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역시 뜻이 깊으십니다.”

유신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는 백제의 일을 마무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려 합니다.”

“바로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저들이 도독부를 두고 눌러 앉아 백제를 자신들의 영토로 삼키려 하는데 우리 힘으로 백제를 정벌하고 빨리 두 나라 간의 통일을 우선적으로 이루어야 합니다.”

유신의 말에 문무왕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문무왕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인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유신이 인문을 되뇌며 신음을 내뱉었다.

“어찌 처리하면 좋겠소?”

“전하께서 판단하실 일입니다.”

“나라의 앞일을 생각하면 이쯤에서.”

“혹시 죽이시…….”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마치 아우가 아니라 당에서 건너온 세작 같은 생각이 듭니다.”

“여하한 경우라도 절대 죽이시겠다는 생각은 안 됩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첫째는 선왕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무열왕 김춘추를 의미했다. 그 소리에 문무왕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은 당나라와의 관계 때문입니다.”

“당과의 관계요?”

“지금 바로 신라가 당을 적대국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아울러 당과의 관계에서 인문 왕자의 역할이 적다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를 이용하자는 말씀이십니까?” 

“반드시 그래서라기보다도 현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혹여 인문 왕자를 제거한다면 당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큰일을 이루기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면 인문을 어찌 처리했으면 좋겠소?”

“당나라로 보내는 편이 이롭습니다.”

“조공과 함께 사절로 말이지요?”   

인문에 관한 처우는?…결국 당나라로
진주·진흠의 횡포…군법으로 다스리다

문무왕이 오래지 않아 조공과 함께 김인문을 당나라에 보내고는 백제의 잔당들을 치기 위해 흠순을 장군으로 하여 군사를 보내 내사지성(內斯只城, 대전 유성)을 토벌하는 중에 대당 총관 진주와 남천주 총관 진흠에 관한 보고가 들어왔다.

그 둘이 거짓으로 병을 핑계 삼아 한가로이 지내며 나라 일을 돌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유신이 세작을 보내 그 실정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그들이 남모르게 당나라 군사들에게 조공을 바치며 나름의 신임을 얻고 그를 구실로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그 사실을 문무왕에게 고한 유신이 두 사람을 잡아들여 무릎 꿇렸다. 

“너희 두 놈이 병을 핑계 삼아 업무에 소홀하며 계집질에 환장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는데 그게 사실인가?”

“대장군, 너무 심하지 않소?”

유신이 취조를 시작하자 진주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무어라, 너무하다고!”

“그렇지 않고서 무고하는 말만 듣고 소장들을 이리 대할 수 있습니까?”

진흠 역시 뒤질세라 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너희 두 놈은 전혀 그런 일이 없다는 말이냐?”

재차에 걸친 유신의 추궁에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바로 답하지 못하겠느냐!”

“그게.”

진흠이 어물거렸다.

“여봐라, 저 두 놈을 매우 쳐라!”

유신의 지시에 따라 매를 든 두 명의 병사가 등줄기를 내리쳤다.

“대장군, 이러시면 곤란하십니다.”

매를 받은 진흠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유신을 노려보았다.

“네 놈들이 국법을 무시하고도 살아남을 줄 알았더냐? 저 놈들을 매우 쳐라!”

두 사람의 등으로 지속해서 매가 떨어지고 이어 피가 튀었다. 

“잠시 멈추시오!”

한 순간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당나라 복장을 한 사람이 급하게 다가서고 있었다.

“그대는 뉘시오?”

“신은 황제 폐하의 명을 받아 사비성을 수호하고 있는 유인궤 장군을 모시고 있는 사람이외다.”

“그런데 여기는 어인 일이오?”

“신라 조정에서 진주와 진흠 두 장군을 잡아들였다 하여 그 사유를 알고자 급히 찾아왔소.”

“그게 무슨 말이오?”

“두 장군이 우리 당나라에 협조적인 점을 감안하시라는 장군의 말씀이 있었소.”

말을 마친 유인궤의 사자가 두 사람을 주시하자 일말의 희망을 보았는지 표정이 살아나고 있었다.

“유인궤 장군에게는 따로 전할 터니 귀하는 물러나시오!”

유신이 칼로 땅을 치며 완곡한 표정을 짓자 잠시 머뭇거리던 사자가 슬그머니 물러났다.

“네 놈들이 어떤 짓을 했기에!”

일벌백계

당나라 사자의 출현이 오히려 유신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는 감을 받은 두 사람의 표정이 다시 어둡게 변해갔다.

“어서 이실직고하지 못하겠느냐!”

결국 두 사람이 거듭되는 추궁과 매질에 조정 몰래 당나라 군사들에게 조공을 바친 사실을 실토했다.

“여봐라, 저 두 놈, 아니 저 버러지만도 못한 두 놈의 삼족까지 모두 효수하도록 하라!”

유신의 불호령에 놀란 진주와 진흠의 아랫도리에서 액체가 흘러내렸다.     


<다음 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