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18)강경책

김유신의 분노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유신이 경주로 돌아오자 무사 귀환을 두고 서서히 말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연개소문과의 비밀스런 만남에 대해 둘 사이에 모종의 협의가 있었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굴욕적인 행동이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는 서서히 증폭되기 시작하여 김유신이 고의로 행군 일정을 지연시켰고 그에 당의 소정방 대장군이 진노하기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로 비약되었다.

또한 지난 시절 고구려 침략을 중지하고 퇴각한 일 역시 연개소문과 모종의 사전협약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가 돌아다니자 유신이 측근들을 시켜 상황을 정리하도록 했다.

결국 진원지로 인문이 거론되었다.

그와 관련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유신이 문무왕을 독대했다. 

유언비어

“전하,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자초지종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맞이한 문무왕에게 연개소문과 나누었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보고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송구하오나 그러합니다.”

“연개소문이라!”

문무왕이 연개소문을 되뇌며 혀를 찼다.

“비록 현재로는 적군이지만 영웅기질이 다분했습니다.”

“영웅이라! 대장군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소장은 그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지나친 겸손이십니다.”

유신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그런데.”

“말씀하시지요.”

“당나라에서 그 일로 문책이 있을 듯합니다.”

“문책이라니요?”

“기한 내에 보급품을 전하지 못했으니 그를 구실로 반드시 뭔가 트집을 잡고자 할 것입니다.”

“당연히 그리하겠지요.”

문무왕이 답을 하고는 미소를 보였다.

“무슨 의미입니까?”

“먼저 손을 쓰도록 하렵니다.”

“손을 쓰신다 함은.”

“사절을 보내려 합니다.”

“소장의 실책으로 일이 그리되었습니다.”

“아니오. 한편으로 생각하면 잘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말씀은.”

“짐 역시 연개소문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유신이 가볍게 신음을 뱉었다.

“지금은 상황이 이래서 어쩔 수 없지만 당의 하는 행동을 살피면 언제고 일전을 불사해야 함을 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역시 뜻이 깊으십니다.”

유신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는 백제의 일을 마무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려 합니다.”

“바로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저들이 도독부를 두고 눌러 앉아 백제를 자신들의 영토로 삼키려 하는데 우리 힘으로 백제를 정벌하고 빨리 두 나라 간의 통일을 우선적으로 이루어야 합니다.”

유신의 말에 문무왕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문무왕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인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유신이 인문을 되뇌며 신음을 내뱉었다.

“어찌 처리하면 좋겠소?”

“전하께서 판단하실 일입니다.”

“나라의 앞일을 생각하면 이쯤에서.”

“혹시 죽이시…….”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마치 아우가 아니라 당에서 건너온 세작 같은 생각이 듭니다.”

“여하한 경우라도 절대 죽이시겠다는 생각은 안 됩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첫째는 선왕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무열왕 김춘추를 의미했다. 그 소리에 문무왕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은 당나라와의 관계 때문입니다.”

“당과의 관계요?”

“지금 바로 신라가 당을 적대국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아울러 당과의 관계에서 인문 왕자의 역할이 적다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를 이용하자는 말씀이십니까?” 

“반드시 그래서라기보다도 현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혹여 인문 왕자를 제거한다면 당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큰일을 이루기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면 인문을 어찌 처리했으면 좋겠소?”

“당나라로 보내는 편이 이롭습니다.”

“조공과 함께 사절로 말이지요?”   

인문에 관한 처우는?…결국 당나라로
진주·진흠의 횡포…군법으로 다스리다

문무왕이 오래지 않아 조공과 함께 김인문을 당나라에 보내고는 백제의 잔당들을 치기 위해 흠순을 장군으로 하여 군사를 보내 내사지성(內斯只城, 대전 유성)을 토벌하는 중에 대당 총관 진주와 남천주 총관 진흠에 관한 보고가 들어왔다.

그 둘이 거짓으로 병을 핑계 삼아 한가로이 지내며 나라 일을 돌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유신이 세작을 보내 그 실정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그들이 남모르게 당나라 군사들에게 조공을 바치며 나름의 신임을 얻고 그를 구실로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그 사실을 문무왕에게 고한 유신이 두 사람을 잡아들여 무릎 꿇렸다. 

“너희 두 놈이 병을 핑계 삼아 업무에 소홀하며 계집질에 환장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는데 그게 사실인가?”

“대장군, 너무 심하지 않소?”

유신이 취조를 시작하자 진주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무어라, 너무하다고!”

“그렇지 않고서 무고하는 말만 듣고 소장들을 이리 대할 수 있습니까?”

진흠 역시 뒤질세라 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너희 두 놈은 전혀 그런 일이 없다는 말이냐?”

재차에 걸친 유신의 추궁에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바로 답하지 못하겠느냐!”

“그게.”

진흠이 어물거렸다.

“여봐라, 저 두 놈을 매우 쳐라!”

유신의 지시에 따라 매를 든 두 명의 병사가 등줄기를 내리쳤다.

“대장군, 이러시면 곤란하십니다.”

매를 받은 진흠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유신을 노려보았다.

“네 놈들이 국법을 무시하고도 살아남을 줄 알았더냐? 저 놈들을 매우 쳐라!”

두 사람의 등으로 지속해서 매가 떨어지고 이어 피가 튀었다. 

“잠시 멈추시오!”

한 순간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당나라 복장을 한 사람이 급하게 다가서고 있었다.

“그대는 뉘시오?”

“신은 황제 폐하의 명을 받아 사비성을 수호하고 있는 유인궤 장군을 모시고 있는 사람이외다.”

“그런데 여기는 어인 일이오?”

“신라 조정에서 진주와 진흠 두 장군을 잡아들였다 하여 그 사유를 알고자 급히 찾아왔소.”

“그게 무슨 말이오?”

“두 장군이 우리 당나라에 협조적인 점을 감안하시라는 장군의 말씀이 있었소.”

말을 마친 유인궤의 사자가 두 사람을 주시하자 일말의 희망을 보았는지 표정이 살아나고 있었다.

“유인궤 장군에게는 따로 전할 터니 귀하는 물러나시오!”

유신이 칼로 땅을 치며 완곡한 표정을 짓자 잠시 머뭇거리던 사자가 슬그머니 물러났다.

“네 놈들이 어떤 짓을 했기에!”

일벌백계

당나라 사자의 출현이 오히려 유신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는 감을 받은 두 사람의 표정이 다시 어둡게 변해갔다.

“어서 이실직고하지 못하겠느냐!”

결국 두 사람이 거듭되는 추궁과 매질에 조정 몰래 당나라 군사들에게 조공을 바친 사실을 실토했다.

“여봐라, 저 두 놈, 아니 저 버러지만도 못한 두 놈의 삼족까지 모두 효수하도록 하라!”

유신의 불호령에 놀란 진주와 진흠의 아랫도리에서 액체가 흘러내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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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