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투어 ③청주 삼겹살거리

두툼한 생삼겹살이 지글지글

▲ 서문시장에 삼겹살 식당 15곳이 옹기종기 모인 청주 삼겹살거리

두툼한 생삼겹살, 간장 소스, 지글지글 불판에 고기 익는 소리…. ‘청주 삼겹살거리’의 낯익은 모습이다. 충북 청주 서문시장에는 삼겹살거리가 있다. 삼겹살 식당이야 전국 곳곳에 널렸지만 삼겹살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청주가 유일하다. 삼겹살 식당 15곳이 옹기종기 모여 추억의 돼지고기 맛을 전한다.
 

▲ 청주 삼겹살거리에 들어선 조형물

삼겹살 먹자골목이 들어선 상당구 서문시장은 청주 시민에게 향수 어린 장소다. 버스터미널이 있던 서문시장 일대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었다. 두툼한 삼겹살에 소주 한잔 걸치려고 부담 없이 찾던 공간은 시외버스터미널이 가경동으로 이전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 삼겹살을 간장 소스에 담갔다가 구우면 잡냄새가 없어지고, 육질이 부드럽다.

두께 0.8cm

한때 육거리종합시장 못지않게 번성했던 서문시장은 유동 인구가 감소하며 동력을 잃어 공동화현상을 겪었다. 상인들이 이전하고 삼겹살 식당도 겨우 명맥을 유지해왔다. 삼겹살 식당들이 의기투합해 삼겹살거리로 재탄생시킨 것은 2012년이다. 시장 골목은 리모델링을 거쳐 간판과 조형물이 새롭게 들어선 추억의 삼겹살 특화 거리로 다시 출발했다. 초창기 7곳이던 삼겹살 식당은 현재 15곳으로 늘었다. ‘충주돌구이집’ ‘삼남매’ ‘야간비행’ ‘금순이은순이’ ‘함지락’ 등이 삼겹살거리를 굳건하게 지켜온 식당들이다.
 

▲ 국산 생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내놓는다.

청주에서는 삼겹살을 먹는 방식이 약간 독특하다.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를 간장 소스에 담갔다가 굽는다. 소금을 뿌려 먹는 데서 간장 소스를 곁들여 먹는 방식으로 변모한 것이 청주 삼겹살의 트레이드마크다. 일본식 소금구이를 뜻하는 ‘시오야키’ 간판을 내건 청주 삼겹살집에서는 예부터 간장 소스가 함께 나왔다. 간장 소스는 수퇘지를 식육으로 사용하던 시절, 잡냄새를 없애려고 쓰기 시작했다. 달인 간장은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곳 삼겹살거리의 식당은 조선간장에 생강, 당귀, 계핏가루, 마늘, 녹차 등 10여가지 재료를 넣어 특유의 소스를 만든다.
 

▲ 삼겹살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파절이

청주 일대의 돼지고기는 예전에 진상했을 정도로 맛이 유명했다. 삼겹살거리의 식당들은 오랜 시간 국산 생고기를 숙성시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지켜왔다. 삼겹살은 0.8cm 정도로 두툼하게 썰어 내놓는다. 너무 얇으면 구울 때 육즙이 쉽게 사라져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먹음직스럽게 익은 삼겹살

청주 삼겹살거리를 제안하고 <썰며 쓴, 삽겹살 이야기>를 발간한 함지락의 김동진 대표는 “삼겹살은 짜글이와 함께 청주의 대표 음식”이라며 “선홍빛이 선명한 등살에, 구웠을 때 고소한 냄새가 나야 좋은 삼겹살”이라고 강조한다.
 

▲ 삼겹살거리에 마련된 포토 존

간장 소스를 곁들여 먹는 방식
새콤한 파절임·묵은지 함께 삼합

간장 소스와 함께 청주 삼겹살의 맛을 돕는 음식이 파절이다. 이곳 상인들은 파절이가 청주에서 태동했다고 주장한다. 식초, 설탕,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 달콤, 새콤한 파절이는 두툼한 삼겹살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여기에 묵은지까지 곁들이면 ‘간장 소스 삼겹살+파절이+묵은지’를 같이 먹는 삼겹살 삼합이 완성된다.
 

▲ 청주 삼겹살거리 입구

삼겹살거리의 식당들은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서문시장에서 수십년 정육점을 운영하다가 오픈한 식당도 있고, 채소 장사하던 형수와 함께 식당을 꾸린 가게도 있다. 자매의 손맛이 야무진 집, 야간 손님만 받는 식당도 있다. 메뉴 역시 간장 소스 곁들인 전통의 맛을 이어오는 곳이 있고, 새로운 변신을 모색한 식당도 있다. 능이버섯을 곁들인 삼겹살, 연탄 구이, 백반식 삼겹살, 등갈비 삼겹살 등 손님 취향을 고려해 식당이 다변화했다.
 

▲ 청주중앙공원의 운치를 더하는 망선루

겨울 해가 지는 오후 5시 무렵이 되면 삼겹살거리에 불이 들어온다. 본격적인 저녁 영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간판에 돼지 그림이 있고, 골목 한쪽에는 돼지 모형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됐다. 삼겹살거리에서는 매달 첫째 토요일이면 삼겹살과 소주가 어우러진 ‘삼소데이’ 행사가 열려 버스킹을 비롯한 문화 행사와 경품 이벤트가 펼쳐진다. 중앙 통로에 설치된 좌판에서 돼지고기 김밥, 삼겹살 햄버거 등 퓨전 돼지고기 음식을 선보인다.
 

▲ 대청호 변에 자리한 문의문화재단지

최근에는 브랜드 공모전을 실시해 ‘와우삼겹살’이라는 이름으로 청주 삼겹살을 전국에 알리는 야심 찬 계획도 진행 중이다. 청주 삼겹살거리는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문을 열며, 일부 식당은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영업한다. 삼겹살 값은 200g에 1만2000원 선. 식당에서 제공하는 무료 주차권으로 서문시장 주차장, 인근 홈플러스 주차장, 청주중앙공원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 청주 상당산성에는 걷기 좋은 ‘상당산성길’이 조성됐다.

삼겹살로 배를 채웠으면 슬슬 주변 산책에 나설 일이다. 삼겹살거리에서 인근 청주중앙공원까지 걸어서 5분 거리다. 공원에는 900년이 넘은 은행나무인 압각수와 목조 누문인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 망선루 등이 운치를 더한다. 공원 뒷길은 청주의 명동으로 불리는 성안길로 이어진다.
청주 외곽으로 나가면 본격적인 겨울 경치가 펼쳐진다. 대청호 변에 자리한 문의문화재단지는 옛 문의면 지역의 유적을 만나는 오붓한 공간이다. 단지에는 고인돌 같은 선사 유적과 문산관을 비롯한 전통 가옥이 대청호를 배경으로 이전·복원됐다.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에는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해 단지 내 풍경과 절묘한 반전을 보여준다.
 

▲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lt;직지심체요절&gt;을 인쇄한 흥덕사 터에 건립됐다.

호젓한 겨울 산성을 걷고 싶으면 청주 상당산성(사적 212호)으로 향한다. 상당산성은 원형이 잘 보존된 조선시대 대표적인 석성으로 ‘상당산성길’이 조성돼 걷기 좋다. 산성 둘레는 약 4.2km이며 동문과 서문, 남문 외에 암문이 2개 있다. 성을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30분쯤 걸린다.
 

▲ 청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수암골전망대

청주고인쇄박물관

시내에서는 국내 유일의 고인쇄 박물관인 청주고인쇄박물관이 볼 만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직지심체요절>을 인쇄한 흥덕사 터에 건립됐다. 최근 내부 재단장을 끝냈으며, 흥덕사지 출토 유물을 비롯해 목판에서 금속활자까지 인쇄 발달 과정을 가상현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 골목 따라 그려진 벽화 너머로 청주 시내 전경이 보이는 수암골전망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로 조각공원이 운치 있는 운보의 집 등을 둘러볼 만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문의문화재단지→청주 상당산성→청주고인쇄박물관→삼겹살거리→수암골전망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문의문화재단지→청주고인쇄박물관→삼겹살거리→청주중앙공원
둘째 날: 청주 상당산성→운보의집→청남대→수암골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청주시 문화관광 www.cheongju.go.kr/tour/index.do
- 청주고인쇄박물관 http://jikjiworld.cheongju.go.kr

문의 전화
- 청주시청 관광정책과 043)201-2042
- 문의문화재단지 043)201-0915
- 청주고인쇄박물관 043)201-4266
- 청주 상당산성 043)201-204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청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0~15분 간격(05:40~24:0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청주터미널에서 삼겹살거리까지 50-1·105·105-1·311·502·511·516·832번 버스 운행.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청주 IC→국도36호선 가로수길→터미널사거리 직진→청주대교 지나 서문시장 방면 

숙박 정보    
- 상당산성자연휴양림: 청원구 내수읍 덕암2길, 043)216-0052
-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 청원구 충청대로, 043)290-1000 
- 초정약수세종스파텔: 청원구 내수읍 신기초정로, 043)213-2332, www.cjspatel.co.kr
- 호텔 린: 흥덕구 풍년로142번길, 043)231 -0207

식당 정보
- 함지락(삼겹살): 상당구 무심동로372번길, 043)223-2379
- 금순이은순이(삼겹살): 상당구 남사로89번길, 043)255-1141
- 야간비행(삼겹살·목살): 상당구 남사로89번길, 043)257-8222
- 충주돌구이(삼겹살): 상당구 남사로89번길, 043)253-0531
- 서문우동(우동): 상당구 남사로89번길, 043)256-3334
- 경주집(표고버섯 요리): 상당구 남사로93번길, 043)221-6523
- 상당집(두부전골): 상당구 성내로118번길, 043)252-3291


주변 볼거리
청남대, 청주백제유물전시관, 청주랜드, 초정약수, 상춘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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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