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타이어 조현범 연봉 셀프인상 논란

회사 사정 뻔히 알면서…챙길 건 다 챙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회사 경영진이 부진한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면 이듬해 연봉 인상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계약직 신분이라 자신의 자리가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오너 일가 사장님의 상황은 달랐다.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연봉 인상 계약서를 받았다.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여론의 화제를 몰고 다니는 한국타이어의 조현범 사장의 이야기다.

▲ 한국타이어 고발 기자회견 갖는 전국금속노조원들

한국타이어는 최근 부진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웬만하면 긍정적인 시그널을 내는 증권사도 한국타이어에는 두 손을 들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지난 9일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28.2%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볼륨, 믹스 모두 악화된 가운데 투입원가(카본블랙) 상승으로 실적 부진이 전망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5만6000원서 5만원으로 10.7% 하향 조정했다.

열악한 환경 
개선은 않고

장문수 연구원은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1조6900억원, 영업이익 1392억원을 기록할 수 있다”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0.3% 증가할 수 있지만 영업이익은 0.2% 감소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장 연구원은 실적 악화 요인으로 중국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인한 신차용 타이어(OE) 감소, 유럽 WLTP 영향으로 인한 볼륨 감소, 미국 주요 거래 유통업체의 실적 부진과 파산 리스크로 인한 영업활동 악화 등을 꼽았다.

그는 “중국 수요 부진과 미국 유통 구조의 리스크 확대 및 연말 이후 유가 반등에 따른 마진 축소 우려로 글로벌 타이어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은 하락 반전하고 있다”면서도 “한국, 미국의 유통 구조상 영업 리스크 하에서 단기 실적 부진의 요인이 국내 업체의 중기적인 상대 경쟁력 악화로 전이될지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경쟁 구도 악화 속 상위 타이어 업체의 영업 활동이 상대적으로 방어적일 수 있다는 기존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며 “유통구조 개선과 확장을 지속하는 한국타이어 전략은 중장기 전략으로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보다 19% 감소한 1587억원(영업이익률 9.6%)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14% 증가하겠으나 이는 당시 국내 공장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며 공장 가동에 약 2주간 차질이 생긴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이익도 세무조사 영향에 따라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국내와 중국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부진에도 연봉 약 94% 인상
직원들 월급은 3%대 인상에 그쳐

한국타이어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시장의 우려섞인 시각이 늘고 있다. 실적부진의 책임이 필요한 상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주주로서는 경영진의 책임 있는 행보가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조 사장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신의 연봉(급여)을 두배 가까이 올렸다.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오너 일가인 조 사장이 경영진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타이어는 조 사장의 지난해 급여를 10억원으로 책정해 이를 12로 나눠 매달 지급했다. 한국타이어 공시에 따르면 조 사장의 연봉은 이사 보수한도 범위 내 직급, 직책, 수행직무의 가치, 회사에 기여한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임원 보상체계에 따라 산정됐다.
 

▲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이에 따라 지난해 6월까지 한국타이어는 조 사장에게 5억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전년도(2017년) 연봉이 5억1300만원이었으니 전년대비 94.93% 인상된 셈이다. 조 부사장의 지난해 연봉 10억원은 서승화 부회장의 2017년 연봉보다 높다. 서 부회장이 2017년 연봉으로 가져간 액수는 7억300만원이었다. 

일각에선 조 사장의 지난해 연봉 인상률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전년도 경영성과가 우수했다면 연봉 인상률에 뒷말은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년도인 2017년에도 한국타이어는 신통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7년 사업연도 연결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6조81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6조6621억 대비 2.8% 성장세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7934억3177만원을 기록해 전년 1조1032억원 대비 28.08%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감소는 당기순이익에도 영향을 줬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064억5684만원을 기록해 전년 8790억9021만원 대비 31.01% 감소했다. 이를 두고 일반적인 경영자라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30%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100%에 가까운 연봉 인상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지난해 연봉 수준은 2017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6월 기간 동안 한국타이어 직원 6949명(기간제근로자 29명 포함)이 가져간 연간급여는 2083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급여액은 3000만원 수준. 이는 전년 동기간 1인당 평균급여액 2900만원과 비교해 3.4% 인상된 수준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5%인 점을 감안하면 1%대의 임금인상률인데 조 사장과 비교하면 더욱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거의 두 배로∼
대표이사 값?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조현범 사장의 연봉은 회사 내규에 의해 결정됐다. 조 사장의 직급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연봉 인상률이 높아진 것으로 안다”며 “직원들의 연봉도 합의에 의해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승화 부회장보다 직급이 낮은데도 조 사장의 연봉이 서 부회장보다 높게 책정된 데에 대한 질의에는 “경제 상황 등의 요건 등에 따라 연봉이 책정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열악한 근로환경에 때문에 더 큰 비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노동자의 사망이 열악한 근로환경 때문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민사7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해 11월 한국타이어 전 노동자 안모씨의 부인 오모씨, 자녀들 등 4명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서 피항소인인 안씨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한국타이어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한국타이어는 유가족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액 2억84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한국타이어는 오씨 등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

1심 판결서 유가족 측은 항소하지 않았지만 한국타이어 측에서 부대항소하면서 2심으로 넘어갔다. 2심에서는 1심 판결서 제외됐던 오씨의 자녀들까지 손해배상 대상이 되면서 자녀 1인당 246만원을 더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심 판결이 나오자 한국타이어의 행보에 눈길이 쏠렸다.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가 주목됐지만 결국 한국타이어는 포기를 택했다. 한국타이어가 상고기간인 지난해 12월6일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안씨 관련 소송이 마무리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한국타이어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배기·냉각장치를 설치한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안전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단순히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는 행위로는 안전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업황 난조
시장 우려

이어 “안씨는 15년 넘게 근무하면서 지속해서 공해물질에 노출됐다”며 “폐암이 발병하게 된 다른 의학적 조건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폐암으로 사망한 다른 직원의 수가 적고, 오로지 근무로 인해 폐암이 발병했다고 보긴 어렵다. 안씨가 작업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안씨 책임도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금을 1억여원으로 한정했다.

안씨는 15여년 동안 한국타이어 생산관리팀 등에서 근무하다 2009년 9월 폐암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안씨가 근무 중 유해물질에 중독돼 폐암에 걸렸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유족들은 “한국타이어가 산업안정보건법상 안전보호 의무를 위반해 직원들의 생명이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환경을 정비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타이어의 패소로 소송이 끝나자 집단소송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타이어의 노동근로 여건을 두고 논란이 계속돼왔으며 매해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2008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사건과 관련해 노동부와 사측이 사망 원인과 사망자 명단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채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우윤근·박영선·이춘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질의자료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을 비롯한 조씨 일가와 노동부 관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총 100명의 사망자 중 한국타이어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1996∼2007년 93명의 사망자 명단과 사망 원인을 이미 조사했으며, 노동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심장질환이 17명, 기계 압사자가 15명, 뇌암(뇌출혈·뇌질환) 14명, 간장질환 12명, 폐암 6명, 위암 6명, 백혈병 1명, 신장질환 2명, 정신질환 2명, 자살(질식) 5명, 부인암 2명, 식도암 1명, 기타 3명, 상세불명 4명 등이다.

규정 따라 적정 수준?
“오너 일가 견제 필요”

노동부는 한국타이어가 집단사망 발생 시점인 2005∼2006년보다 5년 앞서 유기용제와 유해화합물에 의한 노동자 질환과 사망자를 확인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또 특별근로감독 결과 무려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183건의 산업재해 은폐, 100명의 집단사망과 1800여명의 질환자 속출 등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3, 24, 33, 37, 48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66조 2항에 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집단사망 사건을 일으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조현범씨를 비롯한 조씨 일가와 노동부 관계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혐의를 적용해 즉각 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기계·기구 기타 설비에 의한 위험 등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4조 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 결핍 공기·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타이어에서는 일하다 어느날 갑자기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다 없어진 직업훈련원생들이 있었고 그 비참함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며 “유기용제와 유해화합물이 뇌심혈관계를 치명적으로 공격해 정신질환이 발생한 사례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설사 산재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다음은 회사 측의 회유와 협박이었다”며 “유모씨의 경우도 2000만원을 주면서 산재사실을 외부에 말하면 안 되고 만약 외부에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 2000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각서를 쓰고 공증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부진 책임은?
법적 문제는?

이같이 한국타이어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 사장의 연봉 인상 소식은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이사회 등의 견제가 필요한데 실질적으로 이사회가 제대로된 견제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소액주주나 직원들의 권익을 대변할 만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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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