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타이어 조현범 연봉 셀프인상 논란

회사 사정 뻔히 알면서…챙길 건 다 챙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회사 경영진이 부진한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면 이듬해 연봉 인상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계약직 신분이라 자신의 자리가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오너 일가 사장님의 상황은 달랐다.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연봉 인상 계약서를 받았다.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여론의 화제를 몰고 다니는 한국타이어의 조현범 사장의 이야기다.

▲ 한국타이어 고발 기자회견 갖는 전국금속노조원들

한국타이어는 최근 부진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웬만하면 긍정적인 시그널을 내는 증권사도 한국타이어에는 두 손을 들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지난 9일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28.2%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볼륨, 믹스 모두 악화된 가운데 투입원가(카본블랙) 상승으로 실적 부진이 전망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5만6000원서 5만원으로 10.7% 하향 조정했다.

열악한 환경 
개선은 않고

장문수 연구원은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1조6900억원, 영업이익 1392억원을 기록할 수 있다”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0.3% 증가할 수 있지만 영업이익은 0.2% 감소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장 연구원은 실적 악화 요인으로 중국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인한 신차용 타이어(OE) 감소, 유럽 WLTP 영향으로 인한 볼륨 감소, 미국 주요 거래 유통업체의 실적 부진과 파산 리스크로 인한 영업활동 악화 등을 꼽았다.

그는 “중국 수요 부진과 미국 유통 구조의 리스크 확대 및 연말 이후 유가 반등에 따른 마진 축소 우려로 글로벌 타이어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은 하락 반전하고 있다”면서도 “한국, 미국의 유통 구조상 영업 리스크 하에서 단기 실적 부진의 요인이 국내 업체의 중기적인 상대 경쟁력 악화로 전이될지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경쟁 구도 악화 속 상위 타이어 업체의 영업 활동이 상대적으로 방어적일 수 있다는 기존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며 “유통구조 개선과 확장을 지속하는 한국타이어 전략은 중장기 전략으로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보다 19% 감소한 1587억원(영업이익률 9.6%)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14% 증가하겠으나 이는 당시 국내 공장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며 공장 가동에 약 2주간 차질이 생긴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이익도 세무조사 영향에 따라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국내와 중국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부진에도 연봉 약 94% 인상
직원들 월급은 3%대 인상에 그쳐

한국타이어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시장의 우려섞인 시각이 늘고 있다. 실적부진의 책임이 필요한 상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주주로서는 경영진의 책임 있는 행보가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조 사장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신의 연봉(급여)을 두배 가까이 올렸다.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오너 일가인 조 사장이 경영진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타이어는 조 사장의 지난해 급여를 10억원으로 책정해 이를 12로 나눠 매달 지급했다. 한국타이어 공시에 따르면 조 사장의 연봉은 이사 보수한도 범위 내 직급, 직책, 수행직무의 가치, 회사에 기여한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임원 보상체계에 따라 산정됐다.
 

▲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이에 따라 지난해 6월까지 한국타이어는 조 사장에게 5억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전년도(2017년) 연봉이 5억1300만원이었으니 전년대비 94.93% 인상된 셈이다. 조 부사장의 지난해 연봉 10억원은 서승화 부회장의 2017년 연봉보다 높다. 서 부회장이 2017년 연봉으로 가져간 액수는 7억300만원이었다. 

일각에선 조 사장의 지난해 연봉 인상률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전년도 경영성과가 우수했다면 연봉 인상률에 뒷말은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년도인 2017년에도 한국타이어는 신통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7년 사업연도 연결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6조81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6조6621억 대비 2.8% 성장세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7934억3177만원을 기록해 전년 1조1032억원 대비 28.08%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감소는 당기순이익에도 영향을 줬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064억5684만원을 기록해 전년 8790억9021만원 대비 31.01% 감소했다. 이를 두고 일반적인 경영자라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30%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100%에 가까운 연봉 인상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지난해 연봉 수준은 2017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6월 기간 동안 한국타이어 직원 6949명(기간제근로자 29명 포함)이 가져간 연간급여는 2083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급여액은 3000만원 수준. 이는 전년 동기간 1인당 평균급여액 2900만원과 비교해 3.4% 인상된 수준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5%인 점을 감안하면 1%대의 임금인상률인데 조 사장과 비교하면 더욱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거의 두 배로∼
대표이사 값?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조현범 사장의 연봉은 회사 내규에 의해 결정됐다. 조 사장의 직급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연봉 인상률이 높아진 것으로 안다”며 “직원들의 연봉도 합의에 의해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승화 부회장보다 직급이 낮은데도 조 사장의 연봉이 서 부회장보다 높게 책정된 데에 대한 질의에는 “경제 상황 등의 요건 등에 따라 연봉이 책정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열악한 근로환경에 때문에 더 큰 비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노동자의 사망이 열악한 근로환경 때문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민사7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해 11월 한국타이어 전 노동자 안모씨의 부인 오모씨, 자녀들 등 4명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서 피항소인인 안씨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한국타이어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한국타이어는 유가족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액 2억84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한국타이어는 오씨 등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

1심 판결서 유가족 측은 항소하지 않았지만 한국타이어 측에서 부대항소하면서 2심으로 넘어갔다. 2심에서는 1심 판결서 제외됐던 오씨의 자녀들까지 손해배상 대상이 되면서 자녀 1인당 246만원을 더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심 판결이 나오자 한국타이어의 행보에 눈길이 쏠렸다.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가 주목됐지만 결국 한국타이어는 포기를 택했다. 한국타이어가 상고기간인 지난해 12월6일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안씨 관련 소송이 마무리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한국타이어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배기·냉각장치를 설치한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안전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단순히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는 행위로는 안전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업황 난조
시장 우려

이어 “안씨는 15년 넘게 근무하면서 지속해서 공해물질에 노출됐다”며 “폐암이 발병하게 된 다른 의학적 조건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폐암으로 사망한 다른 직원의 수가 적고, 오로지 근무로 인해 폐암이 발병했다고 보긴 어렵다. 안씨가 작업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안씨 책임도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금을 1억여원으로 한정했다.

안씨는 15여년 동안 한국타이어 생산관리팀 등에서 근무하다 2009년 9월 폐암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안씨가 근무 중 유해물질에 중독돼 폐암에 걸렸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유족들은 “한국타이어가 산업안정보건법상 안전보호 의무를 위반해 직원들의 생명이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환경을 정비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타이어의 패소로 소송이 끝나자 집단소송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타이어의 노동근로 여건을 두고 논란이 계속돼왔으며 매해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2008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사건과 관련해 노동부와 사측이 사망 원인과 사망자 명단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채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우윤근·박영선·이춘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질의자료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을 비롯한 조씨 일가와 노동부 관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총 100명의 사망자 중 한국타이어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1996∼2007년 93명의 사망자 명단과 사망 원인을 이미 조사했으며, 노동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심장질환이 17명, 기계 압사자가 15명, 뇌암(뇌출혈·뇌질환) 14명, 간장질환 12명, 폐암 6명, 위암 6명, 백혈병 1명, 신장질환 2명, 정신질환 2명, 자살(질식) 5명, 부인암 2명, 식도암 1명, 기타 3명, 상세불명 4명 등이다.

규정 따라 적정 수준?
“오너 일가 견제 필요”

노동부는 한국타이어가 집단사망 발생 시점인 2005∼2006년보다 5년 앞서 유기용제와 유해화합물에 의한 노동자 질환과 사망자를 확인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또 특별근로감독 결과 무려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183건의 산업재해 은폐, 100명의 집단사망과 1800여명의 질환자 속출 등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3, 24, 33, 37, 48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66조 2항에 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집단사망 사건을 일으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조현범씨를 비롯한 조씨 일가와 노동부 관계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혐의를 적용해 즉각 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기계·기구 기타 설비에 의한 위험 등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4조 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 결핍 공기·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타이어에서는 일하다 어느날 갑자기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다 없어진 직업훈련원생들이 있었고 그 비참함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며 “유기용제와 유해화합물이 뇌심혈관계를 치명적으로 공격해 정신질환이 발생한 사례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설사 산재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다음은 회사 측의 회유와 협박이었다”며 “유모씨의 경우도 2000만원을 주면서 산재사실을 외부에 말하면 안 되고 만약 외부에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 2000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각서를 쓰고 공증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부진 책임은?
법적 문제는?

이같이 한국타이어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 사장의 연봉 인상 소식은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이사회 등의 견제가 필요한데 실질적으로 이사회가 제대로된 견제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소액주주나 직원들의 권익을 대변할 만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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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