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귀환한 원조 친문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16 10:33:03
  • 호수 1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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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곁에 둘 수 없잖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기 청와대가 출범했다. 기존 비서실장,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 등을 전면 교체했다. 신임 비서실장에 노영민 주중대사가 임명됐다. 노 실장은 대통령의 ‘원조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 (사진 왼쪽부터)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정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에 노영민 주중대사를 임명했다. 정무수석에는 강기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소통수석에는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을 발탁했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기자회견서 이 같은 청와대 개편 인사를 발표했다. 

참모진 교체
무성한 ‘설’

임 실장은 “노 신임 비서실장은 폭넓은 의정활동을 통해 탁월한 정무능력을 지니고, 주중대사로 안보 최일선서 헌신해온 정치인으로 풍부한 네트워크와 소통 능력이 강점”이라며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혁신적 포용국가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하는 상황서 최고의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신임 실장은 부족함을 경청으로 메우려 한다. 어떤 주제든, 누구든, 어떤 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경청하겠다고 약속한다”고 언급했다. 

노 실장은 임명사를 통해 “제가 (청와대에)일찍 와서 둘러보다가 ‘춘풍추상’이라는 글이 걸려 있는 것을 봤다”며 “정말 비서실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 할 한자성어”라고 말했다. 춘풍추상은 ‘지기추상 대인춘풍’을 줄인 사자성어로 ‘스스로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라’는 뜻이다.


이미 예견됐던 대로 정치권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엇갈린 평가나 나온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환영 일색의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반면, 야권은 친문(문재인) 중심의 청와대 개편에 대해 “야당에 대한 전쟁선포”라며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실장에 대해 “2기 청와대 핵심 국정과제인 경제활력을 도모할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8일, 현안 브리핑서 “노 신임 비서실장은 3선 국회의원과 국회 산업통상위원장을 역임한 경험과 관록의 정치인”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주중대사 등 다양한 경험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서실장·정무수석·소통수석 교체
문정부 어느덧 3년 차 성과 드라이브

이 대변인은 이번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사에 대해 “출범 1년9개월에 접어든 만큼 국정 쇄신 의지를 표명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과를 도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굳은 다짐”이라며 “문 대통령의 소통강화 의지를 환영한다”고 분석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친정체제를 공고화한 시대착오적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이번 청와대 비서진 인선으로 국정난맥의 실마리를 찾고, 얼어붙은 경제에 새로운 분위기를 가져다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국민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고 혹평했다. 

윤 대변인은 “신임 청와대 비서진의 면면을 보면 노 서실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시절 의원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설치해두면서 산하기관에 자서전을 강매해 자신의 공적 지위를 이용, 사익을 추구했다는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도 “청와대의 독선과 전횡을 그대로 반영한 ‘구제불능의 인사’가 아닐 수 없다”는 논평을 내놨다. 김정화 대변인은 “노영민 비서실장 내정자는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갑질 논란을 일으켰으며 아들을 국회 부의장 비서관으로 채용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은 인사”라며 “대통령 주변에는 인물이 결점 많은 친문밖에 없는 것인가? 적재적소에 인재를 삼고초려해 쓰겠다고 한 취임사는 잊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여 ‘적임자’ 
야 ‘회의적’ 

민주평화당은 “국민에게 아무런 기대를 주지 못하는 인사”라고 비난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누가 봐도 친정 체제 구축”이라며 “국민 눈높이서 심각한 하자가 있는 비서진으로 채워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교체 대상에 경질 요구가 거셌던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과녁을 빗나간 인사”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간관 노릇을 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최석 대변인은  “참모는 예스맨이 아니라 대통령과 민심이 어긋날 때 쓴소리를 하는 간관의 노릇도 해야 한다”며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해 세간의 의심서 부디 벗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가 교체되면서 2기 청와대가 막을 올리게 됐다. 이번 인사는 청와대 기강을 다시 잡고, 집권 3년 차 ‘성과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 등을 이유로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21일에는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높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43.8%를 기록, 45% 아래로 떨어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서 확인 가능).
 

이에 따라 2기 참모진이 당면한 과제는 경제·민생문제의 해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새해 들어 숨 가쁜 경제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이날도 새해 첫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보고서상의 성과가 아니라 국민이 경제활동 속에서, 일상의 삶 속에서 체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성과가 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기 위해선 '협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문제는 김태우 수사관의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새해를 맞이했던 여야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두고도 여전히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이다.

노 실장은 국회에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전달하고 특히 야당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집권 3년 차는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타이밍으로 내년 총선이 끝나면 대선판으로 들어간다”며 “청와대 내 규율을 확실히 잡지 않으면 끊임없이 청와대발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할 수 있어 핵심 측근을 임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실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원조 친문계 인사다. 2017년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장으로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인물로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함께 초대 비서실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현 정부 실세 중의 실세라는 평가다.

노 실장은 1957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하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출 거부투쟁으로 기소됐다. 1979년 광복절 때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국회의원 시절 
시집 팔다 징계

1980년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배돼 제적됐던 그는 1990년에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구로구 가리봉동 공장에 취업해 노동운동을 하면서 전기공사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때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1986년 금강전기를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사업에 성공하면서 시민운동을 시작했고 청주지역서 청주시민회창립중앙위원과 청주환경운동연합 이사 등 지역사회활동을 하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정계입문은 1999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창당준비위원으로 출발했다. 참여정부 시절 노 실장은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자문위원과 열린우리당 행정수도이전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00년 제16대 총선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한나라당 윤경식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을 선거구에 재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열린우리당서 사무부총장, 원내대변인,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된 후 원내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맡았다. 2012년 제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2015년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충청북도당 위원장, 대한민국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하 산자위) 위원장을 맡았는데 당시 노 실장이 자신이 쓴 시집을 피감기관에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산자위 산하 공기업에 시집을 판매를 하기 위해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놓고, 가짜 영수증을 발행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당-정-청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 앞장
“친정체제 공고화” 야권 평가 극단적

국회의원 사무실은 사업장이 아닌 만큼 카드 단말기 설치가 불가능한데 노 실장은 당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했던 셈이다. 또 대한석탄공사 등 일부 기관들에게 당시 노 의원의 시집을 대량 판매하면서 출판사 명의로 가공의 전자 계산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광물자원공사는 시집을 200만원어치 샀고, 다른 공기업은 1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실장은 책임을 지고 2015년 12월2일 산자위위원장직서 물러났고, 2016년 1월25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서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으며 제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그가 활동하는 지역구였던 청주시 흥덕구에는 도종환 전 문체부장관이 출마했다. 노 실장은 도 전 장관의 지원 유세를 다니면서 당선에 일조했다. 지난 19대 대선 때 문 대통령 선거 캠프의 조직본부장직을 맡아 조직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같은 해 10월 주중 한국대사에 임명됐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 중 한 명이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서 “정치적 고민이 있을 때 누구와 상의하나. 한 사람만 꼽아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노영민 의원과 의논한다. 친노(親盧)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노 실장은 2003년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 추진기획단 자문위원 시절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고, 2017년 대선 때는 선거대책위원회서 조직본부장을 맡았다. 

대표적인 친문
대선캠프 중책

2012년 대선 패배 후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의원 10여명을 모아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사람)'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은 노 실장을 각별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mp@ilyosisa.co.kr>

 

[노영민은?]

▲1957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고
▲연세대 경영학과
▲제17대, 제18대, 제19대 국회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
▲주중화인민공화국대한민국대사관 특명전권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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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