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귀환한 원조 친문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16 10:33:03
  • 호수 1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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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곁에 둘 수 없잖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기 청와대가 출범했다. 기존 비서실장,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 등을 전면 교체했다. 신임 비서실장에 노영민 주중대사가 임명됐다. 노 실장은 대통령의 ‘원조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 (사진 왼쪽부터)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정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에 노영민 주중대사를 임명했다. 정무수석에는 강기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소통수석에는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을 발탁했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기자회견서 이 같은 청와대 개편 인사를 발표했다. 

참모진 교체
무성한 ‘설’

임 실장은 “노 신임 비서실장은 폭넓은 의정활동을 통해 탁월한 정무능력을 지니고, 주중대사로 안보 최일선서 헌신해온 정치인으로 풍부한 네트워크와 소통 능력이 강점”이라며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혁신적 포용국가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하는 상황서 최고의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신임 실장은 부족함을 경청으로 메우려 한다. 어떤 주제든, 누구든, 어떤 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경청하겠다고 약속한다”고 언급했다. 

노 실장은 임명사를 통해 “제가 (청와대에)일찍 와서 둘러보다가 ‘춘풍추상’이라는 글이 걸려 있는 것을 봤다”며 “정말 비서실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 할 한자성어”라고 말했다. 춘풍추상은 ‘지기추상 대인춘풍’을 줄인 사자성어로 ‘스스로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라’는 뜻이다.


이미 예견됐던 대로 정치권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엇갈린 평가나 나온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환영 일색의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반면, 야권은 친문(문재인) 중심의 청와대 개편에 대해 “야당에 대한 전쟁선포”라며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실장에 대해 “2기 청와대 핵심 국정과제인 경제활력을 도모할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8일, 현안 브리핑서 “노 신임 비서실장은 3선 국회의원과 국회 산업통상위원장을 역임한 경험과 관록의 정치인”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주중대사 등 다양한 경험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서실장·정무수석·소통수석 교체
문정부 어느덧 3년 차 성과 드라이브

이 대변인은 이번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사에 대해 “출범 1년9개월에 접어든 만큼 국정 쇄신 의지를 표명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과를 도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굳은 다짐”이라며 “문 대통령의 소통강화 의지를 환영한다”고 분석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친정체제를 공고화한 시대착오적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이번 청와대 비서진 인선으로 국정난맥의 실마리를 찾고, 얼어붙은 경제에 새로운 분위기를 가져다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국민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고 혹평했다. 

윤 대변인은 “신임 청와대 비서진의 면면을 보면 노 서실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시절 의원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설치해두면서 산하기관에 자서전을 강매해 자신의 공적 지위를 이용, 사익을 추구했다는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도 “청와대의 독선과 전횡을 그대로 반영한 ‘구제불능의 인사’가 아닐 수 없다”는 논평을 내놨다. 김정화 대변인은 “노영민 비서실장 내정자는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갑질 논란을 일으켰으며 아들을 국회 부의장 비서관으로 채용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은 인사”라며 “대통령 주변에는 인물이 결점 많은 친문밖에 없는 것인가? 적재적소에 인재를 삼고초려해 쓰겠다고 한 취임사는 잊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여 ‘적임자’ 
야 ‘회의적’ 

민주평화당은 “국민에게 아무런 기대를 주지 못하는 인사”라고 비난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누가 봐도 친정 체제 구축”이라며 “국민 눈높이서 심각한 하자가 있는 비서진으로 채워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교체 대상에 경질 요구가 거셌던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과녁을 빗나간 인사”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간관 노릇을 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최석 대변인은  “참모는 예스맨이 아니라 대통령과 민심이 어긋날 때 쓴소리를 하는 간관의 노릇도 해야 한다”며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해 세간의 의심서 부디 벗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가 교체되면서 2기 청와대가 막을 올리게 됐다. 이번 인사는 청와대 기강을 다시 잡고, 집권 3년 차 ‘성과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 등을 이유로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21일에는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높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43.8%를 기록, 45% 아래로 떨어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서 확인 가능).
 

이에 따라 2기 참모진이 당면한 과제는 경제·민생문제의 해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새해 들어 숨 가쁜 경제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이날도 새해 첫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보고서상의 성과가 아니라 국민이 경제활동 속에서, 일상의 삶 속에서 체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성과가 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기 위해선 '협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문제는 김태우 수사관의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새해를 맞이했던 여야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두고도 여전히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이다.

노 실장은 국회에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전달하고 특히 야당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집권 3년 차는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타이밍으로 내년 총선이 끝나면 대선판으로 들어간다”며 “청와대 내 규율을 확실히 잡지 않으면 끊임없이 청와대발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할 수 있어 핵심 측근을 임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실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원조 친문계 인사다. 2017년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장으로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인물로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함께 초대 비서실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현 정부 실세 중의 실세라는 평가다.

노 실장은 1957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하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출 거부투쟁으로 기소됐다. 1979년 광복절 때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국회의원 시절 
시집 팔다 징계

1980년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배돼 제적됐던 그는 1990년에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구로구 가리봉동 공장에 취업해 노동운동을 하면서 전기공사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때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1986년 금강전기를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사업에 성공하면서 시민운동을 시작했고 청주지역서 청주시민회창립중앙위원과 청주환경운동연합 이사 등 지역사회활동을 하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정계입문은 1999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창당준비위원으로 출발했다. 참여정부 시절 노 실장은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자문위원과 열린우리당 행정수도이전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00년 제16대 총선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한나라당 윤경식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을 선거구에 재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열린우리당서 사무부총장, 원내대변인,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된 후 원내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맡았다. 2012년 제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2015년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충청북도당 위원장, 대한민국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하 산자위) 위원장을 맡았는데 당시 노 실장이 자신이 쓴 시집을 피감기관에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산자위 산하 공기업에 시집을 판매를 하기 위해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놓고, 가짜 영수증을 발행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당-정-청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 앞장
“친정체제 공고화” 야권 평가 극단적

국회의원 사무실은 사업장이 아닌 만큼 카드 단말기 설치가 불가능한데 노 실장은 당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했던 셈이다. 또 대한석탄공사 등 일부 기관들에게 당시 노 의원의 시집을 대량 판매하면서 출판사 명의로 가공의 전자 계산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광물자원공사는 시집을 200만원어치 샀고, 다른 공기업은 1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실장은 책임을 지고 2015년 12월2일 산자위위원장직서 물러났고, 2016년 1월25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서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으며 제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그가 활동하는 지역구였던 청주시 흥덕구에는 도종환 전 문체부장관이 출마했다. 노 실장은 도 전 장관의 지원 유세를 다니면서 당선에 일조했다. 지난 19대 대선 때 문 대통령 선거 캠프의 조직본부장직을 맡아 조직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같은 해 10월 주중 한국대사에 임명됐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 중 한 명이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서 “정치적 고민이 있을 때 누구와 상의하나. 한 사람만 꼽아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노영민 의원과 의논한다. 친노(親盧)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노 실장은 2003년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 추진기획단 자문위원 시절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고, 2017년 대선 때는 선거대책위원회서 조직본부장을 맡았다. 

대표적인 친문
대선캠프 중책

2012년 대선 패배 후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의원 10여명을 모아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사람)'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은 노 실장을 각별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mp@ilyosisa.co.kr>

 

[노영민은?]

▲1957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고
▲연세대 경영학과
▲제17대, 제18대, 제19대 국회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
▲주중화인민공화국대한민국대사관 특명전권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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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