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귀환한 원조 친문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16 10:33:03
  • 호수 1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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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곁에 둘 수 없잖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기 청와대가 출범했다. 기존 비서실장,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 등을 전면 교체했다. 신임 비서실장에 노영민 주중대사가 임명됐다. 노 실장은 대통령의 ‘원조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 (사진 왼쪽부터)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정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에 노영민 주중대사를 임명했다. 정무수석에는 강기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소통수석에는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을 발탁했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기자회견서 이 같은 청와대 개편 인사를 발표했다. 

참모진 교체
무성한 ‘설’

임 실장은 “노 신임 비서실장은 폭넓은 의정활동을 통해 탁월한 정무능력을 지니고, 주중대사로 안보 최일선서 헌신해온 정치인으로 풍부한 네트워크와 소통 능력이 강점”이라며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혁신적 포용국가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하는 상황서 최고의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신임 실장은 부족함을 경청으로 메우려 한다. 어떤 주제든, 누구든, 어떤 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경청하겠다고 약속한다”고 언급했다. 

노 실장은 임명사를 통해 “제가 (청와대에)일찍 와서 둘러보다가 ‘춘풍추상’이라는 글이 걸려 있는 것을 봤다”며 “정말 비서실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 할 한자성어”라고 말했다. 춘풍추상은 ‘지기추상 대인춘풍’을 줄인 사자성어로 ‘스스로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라’는 뜻이다.


이미 예견됐던 대로 정치권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엇갈린 평가나 나온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환영 일색의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반면, 야권은 친문(문재인) 중심의 청와대 개편에 대해 “야당에 대한 전쟁선포”라며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실장에 대해 “2기 청와대 핵심 국정과제인 경제활력을 도모할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8일, 현안 브리핑서 “노 신임 비서실장은 3선 국회의원과 국회 산업통상위원장을 역임한 경험과 관록의 정치인”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주중대사 등 다양한 경험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서실장·정무수석·소통수석 교체
문정부 어느덧 3년 차 성과 드라이브

이 대변인은 이번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사에 대해 “출범 1년9개월에 접어든 만큼 국정 쇄신 의지를 표명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과를 도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굳은 다짐”이라며 “문 대통령의 소통강화 의지를 환영한다”고 분석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친정체제를 공고화한 시대착오적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이번 청와대 비서진 인선으로 국정난맥의 실마리를 찾고, 얼어붙은 경제에 새로운 분위기를 가져다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국민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고 혹평했다. 

윤 대변인은 “신임 청와대 비서진의 면면을 보면 노 서실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시절 의원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설치해두면서 산하기관에 자서전을 강매해 자신의 공적 지위를 이용, 사익을 추구했다는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도 “청와대의 독선과 전횡을 그대로 반영한 ‘구제불능의 인사’가 아닐 수 없다”는 논평을 내놨다. 김정화 대변인은 “노영민 비서실장 내정자는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갑질 논란을 일으켰으며 아들을 국회 부의장 비서관으로 채용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은 인사”라며 “대통령 주변에는 인물이 결점 많은 친문밖에 없는 것인가? 적재적소에 인재를 삼고초려해 쓰겠다고 한 취임사는 잊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여 ‘적임자’ 
야 ‘회의적’ 

민주평화당은 “국민에게 아무런 기대를 주지 못하는 인사”라고 비난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누가 봐도 친정 체제 구축”이라며 “국민 눈높이서 심각한 하자가 있는 비서진으로 채워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교체 대상에 경질 요구가 거셌던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과녁을 빗나간 인사”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간관 노릇을 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최석 대변인은  “참모는 예스맨이 아니라 대통령과 민심이 어긋날 때 쓴소리를 하는 간관의 노릇도 해야 한다”며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해 세간의 의심서 부디 벗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가 교체되면서 2기 청와대가 막을 올리게 됐다. 이번 인사는 청와대 기강을 다시 잡고, 집권 3년 차 ‘성과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 등을 이유로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21일에는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높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43.8%를 기록, 45% 아래로 떨어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서 확인 가능).
 

이에 따라 2기 참모진이 당면한 과제는 경제·민생문제의 해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새해 들어 숨 가쁜 경제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이날도 새해 첫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보고서상의 성과가 아니라 국민이 경제활동 속에서, 일상의 삶 속에서 체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성과가 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기 위해선 '협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문제는 김태우 수사관의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새해를 맞이했던 여야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두고도 여전히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이다.

노 실장은 국회에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전달하고 특히 야당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집권 3년 차는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타이밍으로 내년 총선이 끝나면 대선판으로 들어간다”며 “청와대 내 규율을 확실히 잡지 않으면 끊임없이 청와대발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할 수 있어 핵심 측근을 임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실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원조 친문계 인사다. 2017년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장으로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인물로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함께 초대 비서실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현 정부 실세 중의 실세라는 평가다.

노 실장은 1957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하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출 거부투쟁으로 기소됐다. 1979년 광복절 때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국회의원 시절 
시집 팔다 징계

1980년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배돼 제적됐던 그는 1990년에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구로구 가리봉동 공장에 취업해 노동운동을 하면서 전기공사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때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1986년 금강전기를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사업에 성공하면서 시민운동을 시작했고 청주지역서 청주시민회창립중앙위원과 청주환경운동연합 이사 등 지역사회활동을 하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정계입문은 1999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창당준비위원으로 출발했다. 참여정부 시절 노 실장은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자문위원과 열린우리당 행정수도이전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00년 제16대 총선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한나라당 윤경식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을 선거구에 재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열린우리당서 사무부총장, 원내대변인,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된 후 원내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맡았다. 2012년 제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2015년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충청북도당 위원장, 대한민국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하 산자위) 위원장을 맡았는데 당시 노 실장이 자신이 쓴 시집을 피감기관에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산자위 산하 공기업에 시집을 판매를 하기 위해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놓고, 가짜 영수증을 발행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당-정-청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 앞장
“친정체제 공고화” 야권 평가 극단적

국회의원 사무실은 사업장이 아닌 만큼 카드 단말기 설치가 불가능한데 노 실장은 당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했던 셈이다. 또 대한석탄공사 등 일부 기관들에게 당시 노 의원의 시집을 대량 판매하면서 출판사 명의로 가공의 전자 계산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광물자원공사는 시집을 200만원어치 샀고, 다른 공기업은 1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실장은 책임을 지고 2015년 12월2일 산자위위원장직서 물러났고, 2016년 1월25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서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으며 제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그가 활동하는 지역구였던 청주시 흥덕구에는 도종환 전 문체부장관이 출마했다. 노 실장은 도 전 장관의 지원 유세를 다니면서 당선에 일조했다. 지난 19대 대선 때 문 대통령 선거 캠프의 조직본부장직을 맡아 조직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같은 해 10월 주중 한국대사에 임명됐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 중 한 명이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서 “정치적 고민이 있을 때 누구와 상의하나. 한 사람만 꼽아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노영민 의원과 의논한다. 친노(親盧)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노 실장은 2003년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 추진기획단 자문위원 시절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고, 2017년 대선 때는 선거대책위원회서 조직본부장을 맡았다. 

대표적인 친문
대선캠프 중책

2012년 대선 패배 후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의원 10여명을 모아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사람)'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은 노 실장을 각별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mp@ilyosisa.co.kr>

 

[노영민은?]

▲1957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고
▲연세대 경영학과
▲제17대, 제18대, 제19대 국회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
▲주중화인민공화국대한민국대사관 특명전권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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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