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귀환한 원조 친문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16 10:33:03
  • 호수 1201호
  • 댓글 0개

적을 곁에 둘 수 없잖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기 청와대가 출범했다. 기존 비서실장,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 등을 전면 교체했다. 신임 비서실장에 노영민 주중대사가 임명됐다. 노 실장은 대통령의 ‘원조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 (사진 왼쪽부터)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정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에 노영민 주중대사를 임명했다. 정무수석에는 강기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소통수석에는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을 발탁했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기자회견서 이 같은 청와대 개편 인사를 발표했다. 

참모진 교체
무성한 ‘설’

임 실장은 “노 신임 비서실장은 폭넓은 의정활동을 통해 탁월한 정무능력을 지니고, 주중대사로 안보 최일선서 헌신해온 정치인으로 풍부한 네트워크와 소통 능력이 강점”이라며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혁신적 포용국가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하는 상황서 최고의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신임 실장은 부족함을 경청으로 메우려 한다. 어떤 주제든, 누구든, 어떤 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경청하겠다고 약속한다”고 언급했다. 

노 실장은 임명사를 통해 “제가 (청와대에)일찍 와서 둘러보다가 ‘춘풍추상’이라는 글이 걸려 있는 것을 봤다”며 “정말 비서실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 할 한자성어”라고 말했다. 춘풍추상은 ‘지기추상 대인춘풍’을 줄인 사자성어로 ‘스스로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라’는 뜻이다.

이미 예견됐던 대로 정치권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엇갈린 평가나 나온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환영 일색의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반면, 야권은 친문(문재인) 중심의 청와대 개편에 대해 “야당에 대한 전쟁선포”라며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실장에 대해 “2기 청와대 핵심 국정과제인 경제활력을 도모할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8일, 현안 브리핑서 “노 신임 비서실장은 3선 국회의원과 국회 산업통상위원장을 역임한 경험과 관록의 정치인”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주중대사 등 다양한 경험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서실장·정무수석·소통수석 교체
문정부 어느덧 3년 차 성과 드라이브

이 대변인은 이번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사에 대해 “출범 1년9개월에 접어든 만큼 국정 쇄신 의지를 표명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과를 도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굳은 다짐”이라며 “문 대통령의 소통강화 의지를 환영한다”고 분석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친정체제를 공고화한 시대착오적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이번 청와대 비서진 인선으로 국정난맥의 실마리를 찾고, 얼어붙은 경제에 새로운 분위기를 가져다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국민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고 혹평했다. 

윤 대변인은 “신임 청와대 비서진의 면면을 보면 노 서실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시절 의원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설치해두면서 산하기관에 자서전을 강매해 자신의 공적 지위를 이용, 사익을 추구했다는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도 “청와대의 독선과 전횡을 그대로 반영한 ‘구제불능의 인사’가 아닐 수 없다”는 논평을 내놨다. 김정화 대변인은 “노영민 비서실장 내정자는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갑질 논란을 일으켰으며 아들을 국회 부의장 비서관으로 채용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은 인사”라며 “대통령 주변에는 인물이 결점 많은 친문밖에 없는 것인가? 적재적소에 인재를 삼고초려해 쓰겠다고 한 취임사는 잊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여 ‘적임자’ 
야 ‘회의적’ 

민주평화당은 “국민에게 아무런 기대를 주지 못하는 인사”라고 비난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누가 봐도 친정 체제 구축”이라며 “국민 눈높이서 심각한 하자가 있는 비서진으로 채워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교체 대상에 경질 요구가 거셌던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과녁을 빗나간 인사”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간관 노릇을 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최석 대변인은  “참모는 예스맨이 아니라 대통령과 민심이 어긋날 때 쓴소리를 하는 간관의 노릇도 해야 한다”며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해 세간의 의심서 부디 벗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가 교체되면서 2기 청와대가 막을 올리게 됐다. 이번 인사는 청와대 기강을 다시 잡고, 집권 3년 차 ‘성과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 등을 이유로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21일에는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높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43.8%를 기록, 45% 아래로 떨어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서 확인 가능).
 

이에 따라 2기 참모진이 당면한 과제는 경제·민생문제의 해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새해 들어 숨 가쁜 경제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이날도 새해 첫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보고서상의 성과가 아니라 국민이 경제활동 속에서, 일상의 삶 속에서 체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성과가 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기 위해선 '협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문제는 김태우 수사관의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새해를 맞이했던 여야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두고도 여전히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이다.

노 실장은 국회에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전달하고 특히 야당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집권 3년 차는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타이밍으로 내년 총선이 끝나면 대선판으로 들어간다”며 “청와대 내 규율을 확실히 잡지 않으면 끊임없이 청와대발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할 수 있어 핵심 측근을 임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실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원조 친문계 인사다. 2017년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장으로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인물로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함께 초대 비서실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현 정부 실세 중의 실세라는 평가다.

노 실장은 1957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하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출 거부투쟁으로 기소됐다. 1979년 광복절 때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국회의원 시절 
시집 팔다 징계

1980년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배돼 제적됐던 그는 1990년에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구로구 가리봉동 공장에 취업해 노동운동을 하면서 전기공사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때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1986년 금강전기를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사업에 성공하면서 시민운동을 시작했고 청주지역서 청주시민회창립중앙위원과 청주환경운동연합 이사 등 지역사회활동을 하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정계입문은 1999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창당준비위원으로 출발했다. 참여정부 시절 노 실장은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자문위원과 열린우리당 행정수도이전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00년 제16대 총선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한나라당 윤경식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을 선거구에 재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열린우리당서 사무부총장, 원내대변인,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된 후 원내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맡았다. 2012년 제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2015년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충청북도당 위원장, 대한민국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하 산자위) 위원장을 맡았는데 당시 노 실장이 자신이 쓴 시집을 피감기관에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산자위 산하 공기업에 시집을 판매를 하기 위해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놓고, 가짜 영수증을 발행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당-정-청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 앞장
“친정체제 공고화” 야권 평가 극단적

국회의원 사무실은 사업장이 아닌 만큼 카드 단말기 설치가 불가능한데 노 실장은 당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했던 셈이다. 또 대한석탄공사 등 일부 기관들에게 당시 노 의원의 시집을 대량 판매하면서 출판사 명의로 가공의 전자 계산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광물자원공사는 시집을 200만원어치 샀고, 다른 공기업은 1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실장은 책임을 지고 2015년 12월2일 산자위위원장직서 물러났고, 2016년 1월25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서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으며 제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그가 활동하는 지역구였던 청주시 흥덕구에는 도종환 전 문체부장관이 출마했다. 노 실장은 도 전 장관의 지원 유세를 다니면서 당선에 일조했다. 지난 19대 대선 때 문 대통령 선거 캠프의 조직본부장직을 맡아 조직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같은 해 10월 주중 한국대사에 임명됐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 중 한 명이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서 “정치적 고민이 있을 때 누구와 상의하나. 한 사람만 꼽아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노영민 의원과 의논한다. 친노(親盧)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노 실장은 2003년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 추진기획단 자문위원 시절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고, 2017년 대선 때는 선거대책위원회서 조직본부장을 맡았다. 

대표적인 친문
대선캠프 중책

2012년 대선 패배 후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의원 10여명을 모아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사람)'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은 노 실장을 각별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mp@ilyosisa.co.kr>

 

[노영민은?]

▲1957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고
▲연세대 경영학과
▲제17대, 제18대, 제19대 국회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
▲주중화인민공화국대한민국대사관 특명전권대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