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귀환한 원조 친문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16 10:33:03
  • 호수 1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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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곁에 둘 수 없잖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기 청와대가 출범했다. 기존 비서실장,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 등을 전면 교체했다. 신임 비서실장에 노영민 주중대사가 임명됐다. 노 실장은 대통령의 ‘원조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 (사진 왼쪽부터)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정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에 노영민 주중대사를 임명했다. 정무수석에는 강기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소통수석에는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을 발탁했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기자회견서 이 같은 청와대 개편 인사를 발표했다. 

참모진 교체
무성한 ‘설’

임 실장은 “노 신임 비서실장은 폭넓은 의정활동을 통해 탁월한 정무능력을 지니고, 주중대사로 안보 최일선서 헌신해온 정치인으로 풍부한 네트워크와 소통 능력이 강점”이라며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혁신적 포용국가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하는 상황서 최고의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신임 실장은 부족함을 경청으로 메우려 한다. 어떤 주제든, 누구든, 어떤 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경청하겠다고 약속한다”고 언급했다. 

노 실장은 임명사를 통해 “제가 (청와대에)일찍 와서 둘러보다가 ‘춘풍추상’이라는 글이 걸려 있는 것을 봤다”며 “정말 비서실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 할 한자성어”라고 말했다. 춘풍추상은 ‘지기추상 대인춘풍’을 줄인 사자성어로 ‘스스로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라’는 뜻이다.

이미 예견됐던 대로 정치권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엇갈린 평가나 나온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환영 일색의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반면, 야권은 친문(문재인) 중심의 청와대 개편에 대해 “야당에 대한 전쟁선포”라며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실장에 대해 “2기 청와대 핵심 국정과제인 경제활력을 도모할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8일, 현안 브리핑서 “노 신임 비서실장은 3선 국회의원과 국회 산업통상위원장을 역임한 경험과 관록의 정치인”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주중대사 등 다양한 경험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서실장·정무수석·소통수석 교체
문정부 어느덧 3년 차 성과 드라이브

이 대변인은 이번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사에 대해 “출범 1년9개월에 접어든 만큼 국정 쇄신 의지를 표명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과를 도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굳은 다짐”이라며 “문 대통령의 소통강화 의지를 환영한다”고 분석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친정체제를 공고화한 시대착오적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이번 청와대 비서진 인선으로 국정난맥의 실마리를 찾고, 얼어붙은 경제에 새로운 분위기를 가져다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국민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고 혹평했다. 

윤 대변인은 “신임 청와대 비서진의 면면을 보면 노 서실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시절 의원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설치해두면서 산하기관에 자서전을 강매해 자신의 공적 지위를 이용, 사익을 추구했다는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도 “청와대의 독선과 전횡을 그대로 반영한 ‘구제불능의 인사’가 아닐 수 없다”는 논평을 내놨다. 김정화 대변인은 “노영민 비서실장 내정자는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갑질 논란을 일으켰으며 아들을 국회 부의장 비서관으로 채용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은 인사”라며 “대통령 주변에는 인물이 결점 많은 친문밖에 없는 것인가? 적재적소에 인재를 삼고초려해 쓰겠다고 한 취임사는 잊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여 ‘적임자’ 
야 ‘회의적’ 

민주평화당은 “국민에게 아무런 기대를 주지 못하는 인사”라고 비난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누가 봐도 친정 체제 구축”이라며 “국민 눈높이서 심각한 하자가 있는 비서진으로 채워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교체 대상에 경질 요구가 거셌던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과녁을 빗나간 인사”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간관 노릇을 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최석 대변인은  “참모는 예스맨이 아니라 대통령과 민심이 어긋날 때 쓴소리를 하는 간관의 노릇도 해야 한다”며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해 세간의 의심서 부디 벗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가 교체되면서 2기 청와대가 막을 올리게 됐다. 이번 인사는 청와대 기강을 다시 잡고, 집권 3년 차 ‘성과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 등을 이유로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21일에는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높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43.8%를 기록, 45% 아래로 떨어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서 확인 가능).
 

이에 따라 2기 참모진이 당면한 과제는 경제·민생문제의 해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새해 들어 숨 가쁜 경제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이날도 새해 첫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보고서상의 성과가 아니라 국민이 경제활동 속에서, 일상의 삶 속에서 체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성과가 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기 위해선 '협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문제는 김태우 수사관의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새해를 맞이했던 여야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두고도 여전히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이다.

노 실장은 국회에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전달하고 특히 야당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집권 3년 차는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타이밍으로 내년 총선이 끝나면 대선판으로 들어간다”며 “청와대 내 규율을 확실히 잡지 않으면 끊임없이 청와대발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할 수 있어 핵심 측근을 임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실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원조 친문계 인사다. 2017년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장으로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인물로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함께 초대 비서실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현 정부 실세 중의 실세라는 평가다.

노 실장은 1957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하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출 거부투쟁으로 기소됐다. 1979년 광복절 때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국회의원 시절 
시집 팔다 징계

1980년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배돼 제적됐던 그는 1990년에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구로구 가리봉동 공장에 취업해 노동운동을 하면서 전기공사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때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1986년 금강전기를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사업에 성공하면서 시민운동을 시작했고 청주지역서 청주시민회창립중앙위원과 청주환경운동연합 이사 등 지역사회활동을 하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정계입문은 1999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창당준비위원으로 출발했다. 참여정부 시절 노 실장은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자문위원과 열린우리당 행정수도이전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00년 제16대 총선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한나라당 윤경식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을 선거구에 재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열린우리당서 사무부총장, 원내대변인,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된 후 원내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맡았다. 2012년 제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2015년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충청북도당 위원장, 대한민국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하 산자위) 위원장을 맡았는데 당시 노 실장이 자신이 쓴 시집을 피감기관에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산자위 산하 공기업에 시집을 판매를 하기 위해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놓고, 가짜 영수증을 발행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당-정-청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 앞장
“친정체제 공고화” 야권 평가 극단적

국회의원 사무실은 사업장이 아닌 만큼 카드 단말기 설치가 불가능한데 노 실장은 당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했던 셈이다. 또 대한석탄공사 등 일부 기관들에게 당시 노 의원의 시집을 대량 판매하면서 출판사 명의로 가공의 전자 계산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광물자원공사는 시집을 200만원어치 샀고, 다른 공기업은 1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실장은 책임을 지고 2015년 12월2일 산자위위원장직서 물러났고, 2016년 1월25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서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으며 제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그가 활동하는 지역구였던 청주시 흥덕구에는 도종환 전 문체부장관이 출마했다. 노 실장은 도 전 장관의 지원 유세를 다니면서 당선에 일조했다. 지난 19대 대선 때 문 대통령 선거 캠프의 조직본부장직을 맡아 조직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같은 해 10월 주중 한국대사에 임명됐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 중 한 명이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서 “정치적 고민이 있을 때 누구와 상의하나. 한 사람만 꼽아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노영민 의원과 의논한다. 친노(親盧)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노 실장은 2003년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 추진기획단 자문위원 시절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고, 2017년 대선 때는 선거대책위원회서 조직본부장을 맡았다. 

대표적인 친문
대선캠프 중책

2012년 대선 패배 후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의원 10여명을 모아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사람)'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은 노 실장을 각별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mp@ilyosisa.co.kr>

 

[노영민은?]

▲1957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고
▲연세대 경영학과
▲제17대, 제18대, 제19대 국회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
▲주중화인민공화국대한민국대사관 특명전권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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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