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17)간계

도침의 죽음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도침이 참고 지내지만 언제고 반드시 이 성을 손아귀에 넣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하였습니다.”

“뭐라!”

순간 복신이 안았던 수경을 품에서 내려놓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한쪽에 두었던 칼을 뽑아들었다. 그를 살피던 수경이 급하게 복신의 다리를 잡았다.


보검을 바치다

“지금은 아니 되옵니다, 장군.

“놓아라, 내 이놈을 당장에 죽이겠다!”

“저쪽에서도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을 터이니 함부로 접근하시면 아니되옵니다.”

복신이 물끄러미 자신의 다리를 잡고 있는 수경의 얼굴을 주시하다가는 이내 자세를 낮추어 칼을 옆에 놓고 다시 으스러져라 껴안았다. 

“장군, 반드시 이 원수를 갚아주셔야 하옵니다.”

“내 반드시 이놈을 죽여 자네의 분을 풀어주고 말리라.”


복신이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워 수건을 들고 수경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전하, 긴히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밤이 깊은 시각 복신이 비단 보자기에 싼 보검을 들고 풍의 거처를 찾았다.

“그건 무엇이오?”

“이 검은 백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던 보검입니다.”

“보검이라. 그런데 그 보검이 왜 장군 손에 있소?”

“전하, 소장이 누굽니까?”

“그야, 사사로이는 당숙이고 선왕의 종제되시죠.”

“그런 연유로 제가 이 보검을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왜국에 머물러 있던 부여 풍으로서는 가능한 이야기처럼 들린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보검을 가져온 사유는 뭐요?”

“당연히 주인께, 전하께 돌려드리려 합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보검을 풍에게 건넸다.

풍이 건네받은 보검의 비단을 풀자 금으로 만든 손잡이가 불빛에 반짝였다. 그를 바라보며 가볍게 탄식을 내뿜은 풍이 칼을 뽑아들었다.

휘황찬란한 빛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과연 보검이로고, 보검!”

풍이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하!”


복신이 은근하게 입을 열었다.

“말씀하세요.”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입니까?”

“그게 무슨 소립니까, 당연히 짐의 나라지요.”

“하온데.”

“주저 말고 말씀하세요.”

복신이 여운을 주자 풍이 목소리를 높였다.

“왜국에 계실 때 도침에게 무슨 말씀을 들었었는지요?”

“그 당시에…… 그저 백제를 다시 세워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짐을 보위에 오르게 하겠다는 말 외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복신이 뜸을 들이자 풍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도침이 전하와 소장을 제거하고 새로운 왕국을 세우려 음모를 꾸미고 있다 합니다.”

“뭐라!”

“이미 망한 백제왕국으로는 한계에 부딪치니 새롭게 나라를 세우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죽일 놈이 있나!”

보검을 들고 있는 풍의 손이 떨렸다.

“하여 소장이 전하를 모시고 도침을 제거하려 하옵니다.”

“확실한 정보입니까?”

풍도 저간의 사정, 복신과 도침의 알력 싸움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터였다.

“그런 연유로 소장이 사사건건 도침의 일에 제동 걸고는 했었습니다. 전하의 나라, 우리 집안의 나라를 위해서.”

복신이 우리 집안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풍이 복신의 말을 새기며 보검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제거하려 하오?”

“사사로이는 우리 집안의 일이니 전하를 중심으로, 또 그래야 전하의 권위가 널리 알려지니 만큼 반드시 전하께서 앞장서셔야 합니다.”  

“이놈이 그래서 번번이 제동 걸고 나서고는 했군.”

풍이 이를 갈며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부여 풍이 최근 발생한 하인들의 일로 복신과 도침의 관계가 소원해진 점을 들어 화해를 위한 주선의 자리를 마련하고 도침에게 통보했다.

그를 전달받은 도침이 의혹의 시선을 보내며 참석을 망설이다 결국 호위병을 대동하고 대전으로 이동했다.

대전에 이르자 복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부여 풍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

“상잠 장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복신과 부여 풍 도침 제거 결심
보검에 눈멀어 제 발로 사지에…

도침이 주위를 둘러보며 거들먹거리자 풍이 가볍게 혀를 차며 난색을 지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이전 일로 단단히 화가 난 모양입니다.”

“명색이 장군이 그런 일로, 허허.”

도침이 말을 하다 말고 헛기침했다.

“그러게 말이오, 장군.”

“그래서 오지 않겠답니까?”

도침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호위했던 군사들을 바라보며 다시 헛기침했다.

“그래서 말인데. 장군께서 나서 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제가 말입니까?”

도침이 어깨까지 들썩였다.

“장군께서 직접 가시기 곤란하면 수하 병사들이라도 보내보심이 좋을 듯합니다.”

도침이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과 별다른 동향은 감지되지 않았다. 그를 살피며 자신의 병사들에게 복신을 정중히 모셔오라 호기롭게 지시했다.

“고맙소, 장군.”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역시 장군이십니다.”

“허허 참, 계집도 아니고 그런 일로.”

도침이 말을 멈추고 풍의 눈치를 살폈다.

풍이 그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며 반응했다. 

“장군, 이제 자리합시다.”

“그러시지요. 부하들에게 정중하게 모셔오라 했으니 반드시 올 겝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기다리고 있지요.”

두 사람만이 자리하게 되자 풍이 가만히 도침의 얼굴을 주시했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만난 이후 지금까지 전하란 소리 한 번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행동거지를 보면 누가 왕이고 누가 신하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상잠 장군이 오기 전에 장군께 고마움을 표해야겠소.”

“고마움이라니요?”

“우리 백제의 대장군임을 알리는 증표로 가문 대대로 내려온 보검을 드리려 합니다.”

대장군이라는 칭호도 그렇지만 보검이라는 소리에 도침의 입이 벌어졌다.

그 모습을 살피며 풍이 병풍 옆에 있는 괘로 도침을 이끌었다. 풍이 괘의 문을 열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순간 머리에 쓴 왕관이 앞으로 쏠렸고 급히 양손으로 왕관을 잡았다.

“수고스럽지만, 장군께서 꺼내주시겠소.”

함정에 빠진 도침

도침이 풍의 모습을 살피며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아니 자신의 손에 들려질 보검을 자신의 손으로 꺼내겠다는 듯이 자연스레 몸을 숙여 손을 괘로 집어넣었다.

바로 그 순간 병풍이 스르르 젖히면서 복신이 도침의 목 뒤에 칼을 힘차게 밀어 넣었다. 

누구의 손에 죽는지도 알지 못하며 고통스런 신음을 내지르며 도침의 머리가 괘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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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