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투어 ②남원 운봉 지리산 흑돼지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돼지고기 최고봉

▲ 삼겹살과 목살, 앞다리,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이 담긴 흑돼지 모둠구이

남원 하면 반사적으로 춘향전이 떠오른다. 광한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 이야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춘향전과 광한루를 빼면 남원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추어탕도 있다. 어느 도시에 가나 ‘남원’ 간판을 단 추어탕집이 눈에 띈다. 그만큼 유명하다. 그렇다면 흑돼지는?
 

▲ 지리산 흑돼지로 생햄을 만드는 ‘솔향기’ 오인숙 대표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인 돼지 삼겹살, 그중에서도 흑돼지 삼겹살이 가장 맛있다. 시장이나 마트 정육 코너에서 10~20% 비싸게 팔린다. 프리미엄이라는 말이다. 남원시는 흑돼지를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남원을 여행하다 보면 추어탕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식당이 ‘흑돼지’ 간판을 단 집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여행하는 재미의 반, 아니 그 이상은 식도락이다. 아무리 멋진 풍경을 만나도 맛없는 음식을 먹는다면 그 여행지가 그리 좋은 인상으로 남지 않는다. 남원에 왔다면 일단 흑돼지를 맛보고 여정을 떠나자.
 

▲ 두툼한 흑돼지 삼겹살

불포화지방산↑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 IC로 빠져나오면 길 양쪽에 흑돼지고기를 내는 집이 여럿 보인다. 이 가운데 한 식당은 버크셔종 흑돼지를 내놓는 곳으로 유명하다. 서울에서도 버크셔종으로 끓인 돼지국밥집은 인기가 좋다. 모둠구이를 주문하니 삼겹살과 목살, 앞다리,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이 담긴 쟁반이 나온다. 직원은 “고기가 부드러워 목살에 칼집을 낼 필요가 없어요. 이 칼집은 보기 좋으라고 낸 겁니다”라고 설명한다. “백돼지는 150~180일 키워서 도축합니다. 출하할 때 90kg 정도죠. 100kg이 넘으면 등쪽 지방이 너무 두꺼워 상품 가치가 떨어집니다. 흑돼지는 200일 이상 지나야 그 크기가 나와요.”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 붉은빛이 도는 흑돼지고기

붉은빛을 띠던 고기가 점차 노릇하게 익어간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고 기름이 흘러나온다. “흑돼지는 백돼지와 달리 기름이 투명합니다. 연구 결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오리고기보다 많다고 하더라구요.” 고기가 어느 정도 익자 직원이 권한다. “조금 덜 익어도 됩니다. 쇠고기를 미디엄으로 익혀 먹잖아요. 그보다 살짝 더 익히면 됩니다.” 흑돼지는 완전히 익히지 말고, 적당히 붉은빛이 돌 때 먹으면 더 맛있다. 흑돼지는 포도당과 유리아미노산이 다른 돼지고기보다 풍부한데, 완전히 익히면 이 감칠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 먹음직스럽게 익은 흑돼지 목살

앞다리와 뒷다리도 쫄깃하다. 이 부위는 질기고 푸석푸석해 대부분 찌개용으로 팔리지만, 흑돼지 다리는 구이용으로 판매된다. “다른 돼지고기보다 근섬유가 가늘고 촘촘히 박혀 더 부드럽다”는 것이 직원의 설명이다. 수육을 만들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육질이 부드러워 일반 돼지고기처럼 삶으면 살이 흐물흐물해진다. 조금 덜 삶는 것이 요령이다.
 

▲ 남원 흑돼지를 맛볼 수 있는 지리산고원흑돈유통센타

버크셔종으로 생햄도 만든다. 생햄은 스페인의 전통 음식인 ‘하몽’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운봉읍 화수리에 하몽과 살라미를 만드는 곳이 있다. 돼지 몸무게의 30%를 차지하는 뒷다리. ‘후지’라 불리는 이 살은 두루치기나 찌개에 넣는 싼 부위지만, 2년 정도 숙성을 거치면 최고급 식재료로 다시 태어난다. 짭짤하면서도 은근한 풍미에 자꾸 손이 간다.
 

▲ 흑돼지로 만든 생햄은 안주로도 좋다.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늦가을에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인다. 이때 250~300일 돼 150kg 정도 나가는 암퇘지만 쓴다. 수퇘지는 살짝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천일염으로 한 달 정도 절인 뒤에는 깨끗이 씻어 염도를 낮춘다. 겨울에 온도 12℃, 습도 75~85%를 유지해야 풍미가 제대로 산다. 봄이 되고 기온이 20℃ 정도로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발효가 시작된다. “돼지 지방을 녹여 겉에 바르는 작업도 중요해요. 너무 빨리 건조하면 껍데기는 딱딱해지고 속은 마르지 않기 때문이죠.” 생햄을 만드는 ‘솔향기’ 오인숙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만든 생햄은 다리 하나가 7kg으로 70만원 선이다. 70g에 2만3000원 정도에 팔린다.
 

▲ 흑돼지 생햄 숙성고

포도당·유리아미노산이 풍부
완전히 익히면 감칠맛 사라져

맛있는 흑돼지고기로 배가 부르면 본격적인 남원 여행에 나서보자. 남원에서 첫손에 꼽히는 명소는 광한루원이다. 요천 변에 자리한 광한루원은 광한루라는 누각과 연못, 그 연못 한가운데 있는 3개의 섬과 오작교 등으로 구성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누원(樓園)이다. 
 

▲ 남원에서 첫손에 꼽히는 명소, 광한루원

1419년 황희 정승이 남원에 유배됐을 때 지은 ‘광통루’라는 누각이 시작이다. 이후 1444년(세종 26년)에 하동 부원군 정인지가 ‘광한루’라 부르면서 지금까지 그 이름이 이어진다. 
 

▲ 만남의장, 맹약의장, 축제의장 등 춘향전을 테마별로 재현한 춘향테마파크

광한루원 건너편에 춘향테마파크가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 촬영세트장을 비롯해 만남의장, 맹약의장, 축제의장 등 춘향전을 테마별로 재현했다. 1km 남짓한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이몽룡의 말고삐를 부여잡고 애원하는 춘향, 변 사또의 수청을 거부해 동헌에서 고초를 당하는 춘향, 방망이를 들고 뛰는 포졸 등 다양한 조형물이 있다.
 

▲ 겨울의 고즈넉한 정취가 느껴지는 실상사

산내면에 자리한 실상사에도 꼭 들러보자. 통일신라 때인 828년(흥덕왕 3년)에 창건한 절집으로, 겨울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며 마음을 가다듬기에 좋다. 절에 들어서는 어귀에 석장승이 세워져 있다. 만수천 해탈교 양쪽에 선 석장승 얼굴이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다.
추어탕은 흑돼지와 함께 남원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 가도 추어탕집은 남원이라는 간판을 단 경우가 많다. 그만큼 남원 추어탕의 맛을 높이 산다는 말일 게다. 광한루에서 국도17호선을 따라 곡성 방면으로 향하다 보면 2km 남짓한 도로변이 추어탕집으로 빼곡하다. 추어탕은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끓이는 음식이지만, 남원의 추어탕이 가장 대중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토종 미꾸라지와 정성스럽게 말린 우거지 등 좋은 재료와 남도의 손맛이 어우러진 남원 추어탕은 ‘맛의 명작’이라고 부를 만하다.
 

▲ 좋은 재료와 남도의 손맛이 어우러진 남원 추어탕 상차림

남원 명소 ‘광한루원’

추어탕은 먹기 전에 산초가루를 넣는다. 코가 먼저 맛을 느낀다. 들깨의 고소함과 미꾸라지의 구수함에 산초가루의 톡 쏘는 향기가 가세한다. 추어탕을 먹다 보면 연신 땀이 흐르는데 속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양식이나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은 촌스러운 맛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 맛에서 예전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푸근함이 느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지리산고원흑돈유통센타→실상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지리산고원흑돈유통센타→실상사 
둘째 날: 광한루원→춘향테마파크→남원추어탕거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함께떠나요! 남원여행(남원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namwon.go.kr/tour/index.do
- 실상사 www.silsangsa.or.kr

문의 전화
- 남원시청 문화관광과 063)620-6161
- 광한루원 063)625-4861
- 춘향테마파크 063)620-5799
- 실상사 063)636-3031
- 남원시종합관광안내센터 063)632-133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남원역, KTX 하루 14회(05:10~21:50) 운행, 약 2시간 소요. 서울역-남원역, KTX 하루 4회(07:05~17:36) 운행, 약 2시간15분 소요. 남원역 정류장에서 133번(인월·중매) 버스, 내인마을 정류장 하차, 도보 약 38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남원,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5~17회(06:00 ~22:2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남원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33번(인월·중매) 버스, 내인마을 정류장 하차, 도보 약 38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오수 IC에서 구례·남원 방면→춘향로→율치교차로에서 남원·전라북도지방공무원교육원 방면→충정로→광주대구고속도로→지리산 IC 

숙박 정보     
- 지리산칸호텔: 산내면 지리산로, 063)626-2114
- 그린피아모텔: 주천면 제바위길, 063)636-7200
- 남원자연휴양림: 남원시 보산로, 063)633-5333, www.namwonhuyang.co.kr/default

식당 정보
- 지리산고원흑돈유통센타(흑돼지 모둠구이): 아영면 인월장터로, 063)625-3663
- 부산집(추어탕): 남원시 요천로, 063)632-7823
- 새집추어탕(추어탕): 남원시 천거길, 063)625-2443
- 심원첫집(산채정식): 남원시 모정길, 063)632-5475

주변 볼거리
남원 만복사지, 국악의성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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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