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투어 ②남원 운봉 지리산 흑돼지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돼지고기 최고봉

▲ 삼겹살과 목살, 앞다리,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이 담긴 흑돼지 모둠구이

남원 하면 반사적으로 춘향전이 떠오른다. 광한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 이야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춘향전과 광한루를 빼면 남원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추어탕도 있다. 어느 도시에 가나 ‘남원’ 간판을 단 추어탕집이 눈에 띈다. 그만큼 유명하다. 그렇다면 흑돼지는?
 

▲ 지리산 흑돼지로 생햄을 만드는 ‘솔향기’ 오인숙 대표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인 돼지 삼겹살, 그중에서도 흑돼지 삼겹살이 가장 맛있다. 시장이나 마트 정육 코너에서 10~20% 비싸게 팔린다. 프리미엄이라는 말이다. 남원시는 흑돼지를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남원을 여행하다 보면 추어탕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식당이 ‘흑돼지’ 간판을 단 집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여행하는 재미의 반, 아니 그 이상은 식도락이다. 아무리 멋진 풍경을 만나도 맛없는 음식을 먹는다면 그 여행지가 그리 좋은 인상으로 남지 않는다. 남원에 왔다면 일단 흑돼지를 맛보고 여정을 떠나자.
 

▲ 두툼한 흑돼지 삼겹살

불포화지방산↑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 IC로 빠져나오면 길 양쪽에 흑돼지고기를 내는 집이 여럿 보인다. 이 가운데 한 식당은 버크셔종 흑돼지를 내놓는 곳으로 유명하다. 서울에서도 버크셔종으로 끓인 돼지국밥집은 인기가 좋다. 모둠구이를 주문하니 삼겹살과 목살, 앞다리,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이 담긴 쟁반이 나온다. 직원은 “고기가 부드러워 목살에 칼집을 낼 필요가 없어요. 이 칼집은 보기 좋으라고 낸 겁니다”라고 설명한다. “백돼지는 150~180일 키워서 도축합니다. 출하할 때 90kg 정도죠. 100kg이 넘으면 등쪽 지방이 너무 두꺼워 상품 가치가 떨어집니다. 흑돼지는 200일 이상 지나야 그 크기가 나와요.”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 붉은빛이 도는 흑돼지고기

붉은빛을 띠던 고기가 점차 노릇하게 익어간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고 기름이 흘러나온다. “흑돼지는 백돼지와 달리 기름이 투명합니다. 연구 결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오리고기보다 많다고 하더라구요.” 고기가 어느 정도 익자 직원이 권한다. “조금 덜 익어도 됩니다. 쇠고기를 미디엄으로 익혀 먹잖아요. 그보다 살짝 더 익히면 됩니다.” 흑돼지는 완전히 익히지 말고, 적당히 붉은빛이 돌 때 먹으면 더 맛있다. 흑돼지는 포도당과 유리아미노산이 다른 돼지고기보다 풍부한데, 완전히 익히면 이 감칠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 먹음직스럽게 익은 흑돼지 목살

앞다리와 뒷다리도 쫄깃하다. 이 부위는 질기고 푸석푸석해 대부분 찌개용으로 팔리지만, 흑돼지 다리는 구이용으로 판매된다. “다른 돼지고기보다 근섬유가 가늘고 촘촘히 박혀 더 부드럽다”는 것이 직원의 설명이다. 수육을 만들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육질이 부드러워 일반 돼지고기처럼 삶으면 살이 흐물흐물해진다. 조금 덜 삶는 것이 요령이다.
 

▲ 남원 흑돼지를 맛볼 수 있는 지리산고원흑돈유통센타

버크셔종으로 생햄도 만든다. 생햄은 스페인의 전통 음식인 ‘하몽’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운봉읍 화수리에 하몽과 살라미를 만드는 곳이 있다. 돼지 몸무게의 30%를 차지하는 뒷다리. ‘후지’라 불리는 이 살은 두루치기나 찌개에 넣는 싼 부위지만, 2년 정도 숙성을 거치면 최고급 식재료로 다시 태어난다. 짭짤하면서도 은근한 풍미에 자꾸 손이 간다.
 

▲ 흑돼지로 만든 생햄은 안주로도 좋다.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늦가을에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인다. 이때 250~300일 돼 150kg 정도 나가는 암퇘지만 쓴다. 수퇘지는 살짝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천일염으로 한 달 정도 절인 뒤에는 깨끗이 씻어 염도를 낮춘다. 겨울에 온도 12℃, 습도 75~85%를 유지해야 풍미가 제대로 산다. 봄이 되고 기온이 20℃ 정도로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발효가 시작된다. “돼지 지방을 녹여 겉에 바르는 작업도 중요해요. 너무 빨리 건조하면 껍데기는 딱딱해지고 속은 마르지 않기 때문이죠.” 생햄을 만드는 ‘솔향기’ 오인숙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만든 생햄은 다리 하나가 7kg으로 70만원 선이다. 70g에 2만3000원 정도에 팔린다.
 

▲ 흑돼지 생햄 숙성고

포도당·유리아미노산이 풍부
완전히 익히면 감칠맛 사라져

맛있는 흑돼지고기로 배가 부르면 본격적인 남원 여행에 나서보자. 남원에서 첫손에 꼽히는 명소는 광한루원이다. 요천 변에 자리한 광한루원은 광한루라는 누각과 연못, 그 연못 한가운데 있는 3개의 섬과 오작교 등으로 구성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누원(樓園)이다. 
 

▲ 남원에서 첫손에 꼽히는 명소, 광한루원

1419년 황희 정승이 남원에 유배됐을 때 지은 ‘광통루’라는 누각이 시작이다. 이후 1444년(세종 26년)에 하동 부원군 정인지가 ‘광한루’라 부르면서 지금까지 그 이름이 이어진다. 
 

▲ 만남의장, 맹약의장, 축제의장 등 춘향전을 테마별로 재현한 춘향테마파크

광한루원 건너편에 춘향테마파크가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 촬영세트장을 비롯해 만남의장, 맹약의장, 축제의장 등 춘향전을 테마별로 재현했다. 1km 남짓한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이몽룡의 말고삐를 부여잡고 애원하는 춘향, 변 사또의 수청을 거부해 동헌에서 고초를 당하는 춘향, 방망이를 들고 뛰는 포졸 등 다양한 조형물이 있다.
 

▲ 겨울의 고즈넉한 정취가 느껴지는 실상사

산내면에 자리한 실상사에도 꼭 들러보자. 통일신라 때인 828년(흥덕왕 3년)에 창건한 절집으로, 겨울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며 마음을 가다듬기에 좋다. 절에 들어서는 어귀에 석장승이 세워져 있다. 만수천 해탈교 양쪽에 선 석장승 얼굴이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다.
추어탕은 흑돼지와 함께 남원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 가도 추어탕집은 남원이라는 간판을 단 경우가 많다. 그만큼 남원 추어탕의 맛을 높이 산다는 말일 게다. 광한루에서 국도17호선을 따라 곡성 방면으로 향하다 보면 2km 남짓한 도로변이 추어탕집으로 빼곡하다. 추어탕은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끓이는 음식이지만, 남원의 추어탕이 가장 대중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토종 미꾸라지와 정성스럽게 말린 우거지 등 좋은 재료와 남도의 손맛이 어우러진 남원 추어탕은 ‘맛의 명작’이라고 부를 만하다.
 

▲ 좋은 재료와 남도의 손맛이 어우러진 남원 추어탕 상차림

남원 명소 ‘광한루원’

추어탕은 먹기 전에 산초가루를 넣는다. 코가 먼저 맛을 느낀다. 들깨의 고소함과 미꾸라지의 구수함에 산초가루의 톡 쏘는 향기가 가세한다. 추어탕을 먹다 보면 연신 땀이 흐르는데 속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양식이나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은 촌스러운 맛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 맛에서 예전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푸근함이 느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지리산고원흑돈유통센타→실상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지리산고원흑돈유통센타→실상사 
둘째 날: 광한루원→춘향테마파크→남원추어탕거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함께떠나요! 남원여행(남원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namwon.go.kr/tour/index.do
- 실상사 www.silsangsa.or.kr

문의 전화
- 남원시청 문화관광과 063)620-6161
- 광한루원 063)625-4861
- 춘향테마파크 063)620-5799
- 실상사 063)636-3031
- 남원시종합관광안내센터 063)632-133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남원역, KTX 하루 14회(05:10~21:50) 운행, 약 2시간 소요. 서울역-남원역, KTX 하루 4회(07:05~17:36) 운행, 약 2시간15분 소요. 남원역 정류장에서 133번(인월·중매) 버스, 내인마을 정류장 하차, 도보 약 38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남원,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5~17회(06:00 ~22:2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남원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33번(인월·중매) 버스, 내인마을 정류장 하차, 도보 약 38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오수 IC에서 구례·남원 방면→춘향로→율치교차로에서 남원·전라북도지방공무원교육원 방면→충정로→광주대구고속도로→지리산 IC 

숙박 정보     
- 지리산칸호텔: 산내면 지리산로, 063)626-2114
- 그린피아모텔: 주천면 제바위길, 063)636-7200
- 남원자연휴양림: 남원시 보산로, 063)633-5333, www.namwonhuyang.co.kr/default

식당 정보
- 지리산고원흑돈유통센타(흑돼지 모둠구이): 아영면 인월장터로, 063)625-3663
- 부산집(추어탕): 남원시 요천로, 063)632-7823
- 새집추어탕(추어탕): 남원시 천거길, 063)625-2443
- 심원첫집(산채정식): 남원시 모정길, 063)632-5475

주변 볼거리
남원 만복사지, 국악의성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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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