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45조’ 나랏빚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07 10:21:18
  • 호수 12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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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적자 투성이 나라살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로 나랏빚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이미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은 국민들의 나랏빚에 대한 높은 관심은 당연지사다. <일요시사>는 기재부가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나랏빚의 모든 것을 파헤쳤다.
 

▲ 1054조원에 달하는 나랏빚에 대해 일요시사가 심층 취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는 부채를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로 나눠서 관리한다. 그중 D1은 국가 회계·기금이 부담하는 확정된 금전 채무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국가재정운용계획상의 재정운용 지표로 많이 쓰인다.

국가채무
660조2000억

D1은 중앙정부채무와 지방정부채무를 합친 것이다. 여기서 중앙정부채무는 국채와 차입금, 국고채무부담행위로 나뉜다. 국채는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고채·국민주택채·외평채 등 세 종류를 발행한다. 차입금은 정부가 한국은행 또는 외국정부 등으로부터 유가증권의 발행 없이 직접 차입한 금액을 뜻한다. 국고채무부담행위는 국가가 예산의 확보 없이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D1은 660조2000억원이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국민 1인당 1289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GDP 대비 38.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3년과 대비해 170조4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2013년 기준 D1은 489조8000억원이었다. 당시 GDP 대비 비율은 34.3%였다.

GDP 대비 D1 비율은 1990년대 중반까지 10%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크게 증가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 3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 이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D2는 D1에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314개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를 합한 수치다. 주로 IMF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비교하는 데 쓰이는 지표다.

D2는 73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717조5000억원보다 17조5000억원(2.5%) 증가했다. 2013년 기준으로 연평균 상승률은 6.8%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GDP 대비 비율은 42.5%로 전년 43.7%보다 1.2%포인트 감소했다. 정부가 부채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11년 회계연도 이래 최초의 감소였다.

기재부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17년에 비해 지방자치단체 회계·기금 3조7000억원, 비영리공공기관서 2조4000억원이 감소한 영향이다. 세수가 많이 확보돼 중앙정부 회계·기금 부채 증가 규모(24조7000억원)가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인 영향도 있다.

일반정부 부채
735조2000억

D2 중 1년 미만 단기부채 비중은 13.3%였으며, 외국인이 보유한 부채 비중은 10.7%로 안정적 수준을 나타냈다. 각각 전년 대비 0.3%포인트, 0.5%포인트씩 소폭 증가하는 선에서 관리되고 있다. D2 역시 D1과 마찬가지로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GDP 대비 D2 비율은 OECD 29개국 중 8번째로 낮았다.

D3는 D2에 비금융공기업 부채가 포함된 수치로 가장 포괄적인 국가부채 개념이다. 속칭 ‘나랏빚’을 얘기할 때 이 수치가 사용된다. 

기재부는 D3가 지난해 기준 1044조6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1036조6000억원보다 8조원(0.8%) 증가해 0%대 증가세를 기록했다. D3는 최근 5년간 연평균 3.8%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단, GDP 대비로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60.4% 수준으로 전년 63.1%보다 2.7%포인트 줄었다. 이 역시 집계 시작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었다. D3의 GDP 대비 비율은 지난 2014년 64.4%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한국 D3의 GDP 대비 비율은 OECD서 같은 통계로 산출하는 7개국 가운데 2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가장 낮은 국가는 멕시코였다.

국가채무 660조…1인당 1289만원꼴
일반정부 부채, GDP 대비 최초 감소

특히 168개 비금융공기업 부채 감소가 인상적이다. 2014년(408조원)부터 지난해(378조원)까지 매년 줄어들었다. 전년 대비로는 7조9000억원이나 줄었다. 중앙 비금융공기업 중에서 부채가 가장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가 115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조7000억원이나 줄어든 영향이 크게 미쳤다. 그 다음은 한국전력공사와 그 발전자회사들로 88조2000억원을 갖고 있었다. 그 뒤로 한국가스공사(28조2000억원), 한국도로공사(27조2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지방 비금융공기업 중에선 서울주택도시공사(SH) 부채가 14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인천도시공사(6조8000억원) 순이었다.

종합하면 중앙정부의 부채는 늘고 있지만 지방정부와 비영리공공기관, 비금융공기업 등의 부채가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부채가 줄어드는 양상을 띠고 있다. 여기에 세수 호조도 한몫하면서 GDP 대비 부채비율이 낮아졌다. 기재부는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청와대

정부가 나랏빚을 내는 행위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것과 같다. 나랏빚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국민 부담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채무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빚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는 측면서 가능하면 줄이는 게 좋다.

앞서 지난해 3월 미래의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가 1555조8000억원으로 사상 첫 1500조원을 돌파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향후 장기간에 걸쳐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가치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아직 확보하지 못한 부족액이 바로 연금충당부채다. 당장 갚아야 할 빚은 아니지만 ‘잠재적 부채’에 해당한다.

공공부문 부채
1044조6000억

부채가 국가자산을 상회할 수준은 아니었다. 당시 국가자산은 206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507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조3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1년 새 자산은 96조4000억원 늘어난 데 반해 부채는 더욱 큰 폭인 122조7000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총 연금충당부채는 845조8000억원(공무원 675조3000억원·군인 170조5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부채의 54.4%에 해당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부채 증가분 중 80%인 93조2000억원이 공무원·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연금충당부채 총액과 증가폭은 지난 2013년 이후 최대치다. 연금충당부채는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은 아니다. 다만 부족할 경우 정부재원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과 다를 바 없다.

문재인정부는 이 같은 연금충당부채의 상승 요인이 할인율 인하 때문이라고 밝혔다. 할인율은 국채수익률의 최근 10년 평균을 적용하는데, 연금 계산 시 적용되는 할인율이 하락해 부채의 현재가치가 오히려 커졌다는 설명이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 수가 증가하면 덩달아 불어난다. 공무원의 재직 기간이 늘어나도 불어난다. 반대로 연금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면 감소한다. 또 시간이 지나 화폐의 가치가 상승하면 자연 증가한다.

채무 늘어만 가지만…
공무원 증가로 부담↑

문정부는 임기 내 총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야권에선 이 같은 문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가 두드러지는 상황서 공무원을 증원하면,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사혁신처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이채익 의원에게 지난해 10월 제출한 ‘관계부처 합동, 공무원충원 계획에 따른 공무원연금 장기 재정추계 결과’ 자료에 따르면 문정부의 공약대로 2022년까지 공무원 수 17만여명이 증원되면, 2088년까지 70년간 공무원연금 부족분 약 21조231억원을 정부가 추가로 보전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부담금 6조95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부담금과 보전금을 모두 더하면 총 27조9800억원을 정부가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재직 공무원이 내는 기여금(기준소득월액의 8.25%)과 정부부담금(보수예산의 8.25%)으로 이뤄지고, 금액이 모자랄 경우 정부보전금을 투입한다.

해당 자료를 발표한 이 의원은 당시 “실제 공무원 충원인원 중 자연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 7만731명을 제외하고, 10만명에 대해서만 비용을 계산하는 등 통계를 축소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조원이 넘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문정부의 공무원 증원계획은 당장 수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공무원 증가로
불안한 미래 세대

물론 부채를 꼭 나쁘게 바라볼 순 없다. 정부는 부채를 늘여 단기적인 경기 부양, 복지 확충 등에 투자한다. 그럼에도 미래 세대의 부채 부담이 커지는 현상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중기 재정전망: 2018∼2027’에 따르면 문정부의 주요 복지·재정 사업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지난해 30조8000억원 흑자서 2022년 19조원 규모의 적자로 전환될 예정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 가계부채는?

서울지역 가계부채가 7년간 90조원 증가했다. 지난 4일 서울연구원이 한국은행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지역 가계부채는 예금취급기관 대출 기준으로 지난 2010년 195조원서 2017년 285조원으로 90조원 증가했다.

증가분의 절반 이상(52조원)이 주택대출이다. 이 기간 주택대출은 125조원서 177조원으로 늘었다.

서울 가구의 2017년 평균 자산은 5억3576만원, 부채는 9764만원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자산 3억8164만원, 부채 722만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역 내 총생산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6년 기준 74.1%로 전국 평균 55.3%보다 서울 가계대출이 18.8%포인트 높았다.

이 때문에 서울 시민 10명 중 6명은 가계부채에 따른 원금상환과 이자 납부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4∼5월 19세 이상 서울 시민 1000명(가구)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부채 보유 가구의 63.0%는 원금상환과 이자 납부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부담이 없다는 응답은 11.3%, 보통은 26.0%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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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