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200호 특집> 야3당 원내대표에게 듣는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07 10:12:25
  • 호수 12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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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기득권 깨부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9년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는 원내 5당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2019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2020년으로 예정된 21대 총선의 승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21대 총선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김관영(바른미래당)·장병완(민주평화당)·윤소하(정의당) 원내대표

지난해 12월 국회 로텐터홀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야3당의 단식농성이 벌어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이번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이다. 결국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한자리에 모여 해당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합의했다. 야3당 원내대표의 의지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야3당 원내대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론 2019년 정국 변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2018년 한 해를 돌아본다면?

▲김: 바른미래당의 창당 이념대로 자강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습니다. 바른미래당은 비록 전체 의석수의 10%에 불과하지만, 국정감사 우수위원 중 47%가 우리 당 의원님들입니다. 가장 큰 성과로는 국회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폐지와 선거제도 개편 합의 도출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 여야정 협의체를 제가 거듭 제안해, 첫 번째 회의서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 간 합의문을 도출해냈습니다. 아쉬움도 있지만, 진정으로 민생을 돌보는 정책정당으로 이끌기 위해 성실하게 일했던 한 해라고 자평합니다.

▲장: 민주평화당 창당 후 원내대표로서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취임 초부터 방송법 문제로 꽉 막혀 있던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동분서주했습니다. 6·13지방선거라는 큰 정치이벤트도 있었습니다. 저는 전국을 순회하며 선거 지원에 전심전력으로 임했습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적극 협력하고, 민생경제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 정부여당을 견제해왔습니다. 국회의 균형추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윤: ‘용두사미’였습니다. 출발은 좋았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시작으로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미관계도 개선돼 역사상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서지현 검사로부터 시작된 ‘미투운동’도 성폭력 근절 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처럼 출발이 좋았음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 곳곳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됐습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존중사회와 거리가 먼 단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회찬 원내대표의 서거라는 정의당으로서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이 슬픈 일도 있었습니다.

-20대 국회 회기가 절반을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협치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시는지?

▲김: 절반 이하의 성공이라고 판단합니다. 지난해 11월 여야정 협의체 회의 당시, 대통령께 국회 청문회 결과를 존중해주시길 말씀드렸음에도 불과 일주일 만에 업무역량과 도덕성이 모두 떨어지는 조명래 환경부장관의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등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도 문정부와 민주당은 적극적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야정 협의체, 선거제도 개편 합의, 국회 특활비 폐지 등에서 협치가 가능했던 이유는 바른미래당의 중재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협치는 낙제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5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서 합의한 사항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할 지경입니다. 근로시간 단축 대책을 정기국회 내 처리하기로 했음에도 정부여당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를 거쳐야 한다고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입법권이 국회에 있어 경사노위 논의를 반드시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는 거대양당의 기득권 연대로 개혁의 한 축인 선거제도 개혁이 늦춰졌습니다.

숨 가빴던 2018년, 공조 빛났다
문정부 2년 “아쉽다” 한 목소리

▲윤: 제대로 된 협치를 보여준 사례는 두 가지입니다. 2016년 말 대통령 탄핵 가결, 그리고 국회 특활비 폐지가 그것입니다. 특활비 폐지는 정의당이 교섭단체를 꾸렸을 때 고 노회찬 원내대표가 관철시킨 성과입니다. 그 외에는 교섭단체만의 협치였습니다. 이를 테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유일하게 노동을 대변하는 정의당을 배제한 결과입니다. 교섭단체는 국회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제도인데, 모든 협상과 결정을 교섭단체 중심으로 하다 보니 제대로 된 협치가 힘든 구조입니다.

-문정부 2년 차를 어떻게 보셨는지?


▲김: 아쉽습니다. 생산성이 동반되지 않은 문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시장의 성장 동력을 꺼뜨렸습니다. 정부는 오로지 적폐 청산만 외쳤고, 북한 문제에만 몰두했습니다. 아닌 말로 우리 경제를 위해 그렇게 적극적으로 뛰셨다면, 지금 우리 경제가 이렇게 어렵겠습니까. 야당과의 대화를 북한에게 하듯이 했다면, 협치로 인한 성과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많았을 것입니다.

▲장: 3번의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큰 진전을 이끌어낸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민생경제 부문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일 또한 현실입니다. 최저임금 과속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자영업자·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졌습니다. 자동차·조선업 등 제조업은 나날이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민생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경제정책 속도조절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큽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졸속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한반도 평화정착 등은 매우 인상적인 성과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개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실망이 큽니다. 민주노총을 비난하고, 소득주도 성장론과 공정경제를 계속 수정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다시 들여다보는 듯합니다. 경기부양이라는 조급증이 불러온 결과라고 봅니다.

-개헌에 대한 입장이 궁금합니다.

▲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은 촛불혁명의 명령이고, 20대 국회의 최대 과제며, 역사적 소명입니다. 핵심은 제도의 변화입니다. 가령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문제만 보더라도 제도 변화 없이 사람만 바뀌니 문정부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바른미래당은 우리 당 입장만 고집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개헌 논의에 임할 것입니다. 국익과 국민을 위한 관점서 타당의 입장과 조율할 것입니다. 결국 개헌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양보할 만한 사항은 양보하고 최종 합의에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장: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심은 선거개혁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외칩니다. 개헌은 시대적 소명입니다. 현 헌법전문은 지난 30년간 변화한 사회상과 가치를 담고 있지 못합니다. 5·18민주화운동의 헌법전문 명시, 민생복지와 기본권 강화, 국민주권 실현,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조항이 신설돼야 합니다. 앞으로 국민주권·민생복지를 강화하는 개헌안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윤: 정의당의 개헌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인권 향상입니다. 기존의 자유권적 기본권을 확대하고, 기본권에 명시되지 못한 사회권·경제권·안전권 등을 폭넓게 개헌에 담고자 합니다. 둘째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국회개혁입니다. 국민의 지지가 국회의석과 일치하는 제도를 헌법에 명시할 것입니다. 셋째 지방분권입니다. 지방자치단체를 넘어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더 많은 권한과 예산을 가지고 국가는 그것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 정도로 지방분권을 확대해야 합니다.

-2019년은 총선을 앞둔 중요한 해입니다. 목표점이 있다면?

▲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확정하고 선거구 조정을 원활하게 마치는 것입니다. 그 과정서 공천개혁과 국회개혁, 정치개혁이 자연스럽게 따르게 될 것입니다. 중도개혁 정당으로서, 또 민생과 경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랬을 때 국민들께서 바른미래당을 수권정당으로서 인정해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 21대 총선은 우리 정치사 최초로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기반한 선거가 치러지게 될 예정입니다. 과거의 총선과 전혀 다른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정책으로 제대로 된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윤: 어떤 룰에서 선거를 치르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 당의 우선적 목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입니다. 국민들이 촛불광장서 외친 요구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국민들 뜻에 맞는 입법과 법 개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심 그대로의, 국민을 닮은 국회가 돼야 합니다. 최소 30석 이상의 의석 확보를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협치는? 엇갈리는 평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개인적으로 퇴임식 때 ‘이것 하나는 잘했다’라고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국회와 정치가 바뀌고 있구나!” “정치가 즐거움을 줄 수 있구나!” 등 희망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구태 정치와 소모적 정쟁을 일삼던 기존 정당과는 달리, 민의를 받들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당이 되고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국민들께 칭찬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 정말 듣고 싶은 말 중 하나는 민주평화당이 국회 내의 진정한 균형추로 자리매김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예산안 심사기일 지정과 같은 국회의 잘못된 관행들을 타파하는 데 민주평화당이 앞장섰으며, 여야의 극한대립을 중재해 국회가 민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윤: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유지를 이어받아 우리 사회 개혁의 큰 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고인이 발의한 법안이 많습니다. 차별금지법, 공수처 설치법, 고 김용균군 사망사건과 관련 있는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 등을 반드시 통과시키겠습니다.

-독자들께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바른미래당은 올 한 해 오직 국익을 위하고 민의를 성찰하여 경제를 살리고 정치를 바꾸는 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이 길에는 <일요시사>와 같은 건강한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권력과 금력에 굴하지 않고 정론지로서의 자긍심을 지켜온 <일요시사>가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와 정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올 한 해 독자 여러분의 큰 발전과 건승이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장: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9주년입니다. 올해 초에는 5·18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해 영령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바른미래당·정의당과 공조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드시 관철시키겠습니다. 2019년은 황금돼지의 해입니다.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들께 항상 복이 넘치는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윤: 2019년은 지난해보다 나은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꼭 그렇게 되도록 정의당이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행복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오늘보다 안전한 내일을 위해 정의당은 끝까지 발로 뛰겠습니다.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을 비롯해 모든 국민들과 정의당이 함께한다면 결코 꿈이 아니라고 자신합니다. 아무쪼록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chm@ilyosisa.co.kr>


[3당 원내대표 프로필]

김관영
▲전라북도 군산 출신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제36회 행정고시,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제19·20대 국회의원(전북 군산시)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전라남도 나주 출신
▲중앙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제17회 행정고시 합격
▲제18·19·20대 국회의원(광주 동구남구갑)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전라남도 해남 출신
▲목포대 경영학과 학사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위원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정의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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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