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200호 특집> 잠룡들의 아킬레스건

뒤가 켕기는 건 기분 탓?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까?’ 새해부터 차기 대권주자들을 향한 관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10명에 가까운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인사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대권 구도가 스케치되면서 잠룡을 향한 관심은 증폭될 전망이다. 동시에 이들의 적격성 여부와 함께 약점 등이 하나둘 거론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이낙연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유승민 사람사는 세상 이사장,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을 20대 대통령은 2022년 3월9일에 선출될 예정이다. 차기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3년2개월 정도다. 꽤 오랜 시간이 남았지만 지천타천으로 차기 대권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대권주자에 오른 주요 인사들의 윤곽은 9명 정도로 좁혀진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 바미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그리고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등이다.

이낙연

명실상부 진보진영 차기 대권주자 1순위.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기간 특유의 화법으로 여론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 총리는 상대방을 논리로 제압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이 총리는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반면 내각 군기반장으로 통한다. 총리실서 결정적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로 꼽힌다. 현재까지 이 총리는 총리직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명 이후 이 총리의 행보는 직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치적 흠결이 가시적이지 않은 까닭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그의 약점은 배우자의 위장전입이다. 이 총리는 당시 국회서 열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처참하다’며 이를 시인했다.


그 뒤로 장관·대법관·헌법재판관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 전력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공분이 일었다. 여론의 도덕적 기준선도 크게 상향됐다.

청문회를 거치며 이 총리는 아들의 군 입대 회피 논란과 증여세 탈루 의혹, 배우자의 그림작품 강매 등의 의혹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 총리는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황교안

태극기 부대의 최대주주. 황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정계복귀를 공식화했다. 황 전 총리는 대권 외에도 다음 달로 예정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설도 제기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탄핵정국 당시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했다. 황 전 총리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이유다. 그 연유로 외연확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영에선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했지만 본선서 보수 이외의 진영을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뜨겁게 끓어오른 만큼 차갑게 꺼질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황 전 총리는 국정감사 기간 ‘뺑소니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2016년 7월15일 사드 배치 설득 차 경북 성주를 찾았다가 주민 이모씨의 차와 부딪혔다. 당시 검찰은 ‘도로를 가로막고 있던 이씨가 황 전 총리가 타고 있던 차를 고의로 부딪쳤다’고 보고 이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10월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서 블랙박스 영상 편집 의혹을 제기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영상 자체는 시동을 끄면 녹화가 중단되는 상황이라 영상이 비어 있는 것이라고 들었다”며 “의혹이 제기되면 법률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감정하는 절차를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낙연-황교안, 약점은 가까운 곳에?
김경수·이재명 선고 코앞…바짝 긴장

유시민

“여론조사에 넣지 말아 달라.”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계 복귀에 단호히 선을 긋고 있지만 가장 뜨거운 대권후보로 꼽힌다. 최근 유 이사장은 가짜 뉴스에 대응하고자 ‘알릴레오’라는 제목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의 입장과 달리 유 이사장은 현실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접어들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2월19일 공식적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꽤 오랜 시간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상황서 특별한 약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다만 유 이사장은 최근 ‘20대 남자 폄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1일 한 출판사 주최로 열린 특강서 “저희 세대는 ‘여자는 대학을 안 가도 그만이다’라는 시대였다”며 “그러나 지금 20대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거의 여자였고 말 잘 듣는 여자애들은 선생님들이 예뻐해줬다. 남자들을 얼마나 차별했는지 느껴 온 세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남자들이 군대도 가야 하고, 여자애들보다 특별히 다른 것도 없는데 또래 집단서 보면 여자들이 훨씬 유리하다”며 “자기들(남자들)은 축구도 봐야 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자기들은 ‘롤(LOL·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지, 모든 면에서 남자들이 불리하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20대 남성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또래 집단서 여자들이 훨씬 유리하다’는 말로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승민

잔류, 복당, 신당창당. 바미당은 정치권을 가로지르고 있는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 있다. 유 전 대표가 소속될 정당이 어디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 전 대표의 결단에 따라 향후 행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당으로 복당할 것인지, 바미당에 잔류할 것인지, 새로운 당을 창당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 전 대표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인사청탁 의혹’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26일 SBS <김어준의 뉴스타파>는 ‘안종범 전 청와대경제수석의 문자메시지와 녹취파일을 공개하면서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유 전 대표 등이 인사 청탁을 했다’고 보도했다. 

유 전 대표는 이튿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사와 관련해 문자로 문의하고 사람을 추천했던 적이 있다”면서도 “이 문제는 지난해 대선과정서 똑같은 내용이 보도됐고 소명한 바 있다. 당시 제 의도는 청와대가 미리 내정하는 경우가 많아 내정된 인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후보를 추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탁으로 비친 점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의 간판인 심 전 대표는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뒤를 잇는 정치인이다. 심 전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해 정의당의 입지를 제고했다는 평을 받는다. 

심 전 대표는 대선 이후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다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선거제 개편 요구가 야당 대표들의 단식으로 이어지면서 국회 공식 논의 기구인 정개특위에 이목이 집중됐다. 심 전 대표가 성과를 낼 경우 그의 정치적 입지는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여야 합의에 실패할 경우 대선 이후 이렇다할 정치적 입지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

정의당은 지난해 창당 이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정의당의 숙제 중 하나인 외연확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철수

녹색 바람의 주인공. 안 전 대표는 19대 대선 당시 녹색 바람을 일으킨 돌풍의 주역이었다. 낙선 이후 바미당을 창당했지만 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참패했고 서울시장에 출마했지만 역시 고배를 마셨다. 안 전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기 위해 당 공동대표직을 사임하고 독일로 건너갔다. 그의 정치 생명력은 현재 잠잠한 상태에 가깝다.
 

▲ ▲(사진 왼쪽부터)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안 전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안 전 대표가 돌아올 둥지는 흔들리고 있다. 바미당은 정계개편을 목전에 두고 있고, 당내 인사들은 하나둘씩 짐을 싸고 있다. 그의 정치적 상징성 또한 빛이 바래는 형국이다. 

그가 복귀 이후 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안 전 대표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두고 유 전 대표와 대립한 바 있다. 당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안 전 대표는 손 대표의 송파을 공천을 밀어붙였고, 유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이를 반대했다.

안철수·유승민 거취 따라 운명 결정
김부겸의 변수, 흔들리는 TK 민심 

이재명

변방의 장수. 지난해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던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 지사는 그간의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를 불사했지만 결국 이 지사의 향후 정치 행보에 걸림돌로 되돌아왔다는 평이다.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언급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논란 당시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꺼내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친문(친 문재인)계는 이 지사와 대척점을 형성했다.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이 지사의 탈당을 요구했다.

일단락된 의혹은 이 지사에게 도덕성 흠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제기된 의혹은 정치적 공세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사의 대권가도가 순탄치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김경수

연관 검색어 드루킹. 김 지사는 2018년의 마지막까지 드루킹과 함께했다. 김 지사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남도지사로 당선됐지만, 김 지사의 ‘정치 주가’는 하락했다. 특검의 수사과정서 고 노회찬 전 의원이 별세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허익범 특검은 지난달 28일 김 지사에 대해 ‘일탈한 정치인’이라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 지사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25일 열리는데 이번 선고를 통해 김 지사가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지사는 재판 결과를 통해 드루킹 의혹을 일거에 털어내겠다는 의중이다.

반면 1심 재판부가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다면 상황은 급반전을 맞게 된다. 대권 도전은 물론이고 당장 도지사직의 수행도 난관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 김 지사는 연말이었던 지난달 31일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고, 도정에는 한 치의 차질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부겸

민주당의 TK 지킴이. 김 장관은 민주당의 대표적 험지인 TK(대구·경북)를 재수 끝에 탈환했다. 동시에 김 장관의 정치적 위상도 한 단계 상승했다. 김 장관은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출마 직전까지 갔던 만큼 당내서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대선 전에 실시되는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현재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TK 수성에 실패할 경우 그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TK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TK에선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넘어섰다. 차기 총선서 김 장관의 지역구에 한국당 깃발이 꽂힌다면 대권 출마에 먹구름이 낄 공산이 크다. 김 장관의 대권 출마는 TK 지역 사수에 달려 있다는 평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보진영에선 이 총리가 1위를 차지했다.

반대로 보수진영에선 황 전 총리가 1위를 기록했다. 전·현직 국무총리가 보수, 진보 진영서 각각 선두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유 이사장의 요청으로 해당 여론조사에선 유 이사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4, 26~28일 조사를 진행해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여권·무당층서 이 총리가 19.2%로 가장 앞섰다. 이어 이 지사가 11.7%, 박원순 서울시장이 10.7%, 김 지사가 8.7%, 심 의원이 7.4%, 황 전 총리가 6.2%, 유 의원이 5.8%, 한국당 오세훈 국가미래특별위원회 위원장이 4.6%, 김 장관이 4.1%,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3.7%, 손 대표와 안 전 공동대표가 각각 2.8%를 기록했다. ‘없음’과 ‘모름/무응답’은 각각 8.7%와 3.6%를 기록했다.

보수야권·무당층에선 황 전 총리가 22.5%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오 위원장이 14.4%, 유 의원이 9.3%, 홍 전 대표가 9.0%, 이 총리가 5.1%, 이 지사가 4.9%, 김 지사가 4.7%, 안 전 공동대표가 4.5%, 김 장관이 4.2%, 박 시장이 4.1%, 손 대표가 2.2%, 심 의원이 2.0%를 기록했다.

‘없음’은 9.7%, ‘모름/무응답’은 3.4%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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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