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200호 특집> 잠룡들의 아킬레스건

뒤가 켕기는 건 기분 탓?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까?’ 새해부터 차기 대권주자들을 향한 관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10명에 가까운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인사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대권 구도가 스케치되면서 잠룡을 향한 관심은 증폭될 전망이다. 동시에 이들의 적격성 여부와 함께 약점 등이 하나둘 거론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이낙연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유승민 사람사는 세상 이사장,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을 20대 대통령은 2022년 3월9일에 선출될 예정이다. 차기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3년2개월 정도다. 꽤 오랜 시간이 남았지만 지천타천으로 차기 대권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대권주자에 오른 주요 인사들의 윤곽은 9명 정도로 좁혀진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 바미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그리고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등이다.

이낙연

명실상부 진보진영 차기 대권주자 1순위.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기간 특유의 화법으로 여론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 총리는 상대방을 논리로 제압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이 총리는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반면 내각 군기반장으로 통한다. 총리실서 결정적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로 꼽힌다. 현재까지 이 총리는 총리직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명 이후 이 총리의 행보는 직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치적 흠결이 가시적이지 않은 까닭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그의 약점은 배우자의 위장전입이다. 이 총리는 당시 국회서 열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처참하다’며 이를 시인했다.


그 뒤로 장관·대법관·헌법재판관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 전력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공분이 일었다. 여론의 도덕적 기준선도 크게 상향됐다.

청문회를 거치며 이 총리는 아들의 군 입대 회피 논란과 증여세 탈루 의혹, 배우자의 그림작품 강매 등의 의혹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 총리는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황교안

태극기 부대의 최대주주. 황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정계복귀를 공식화했다. 황 전 총리는 대권 외에도 다음 달로 예정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설도 제기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탄핵정국 당시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했다. 황 전 총리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이유다. 그 연유로 외연확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영에선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했지만 본선서 보수 이외의 진영을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뜨겁게 끓어오른 만큼 차갑게 꺼질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황 전 총리는 국정감사 기간 ‘뺑소니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2016년 7월15일 사드 배치 설득 차 경북 성주를 찾았다가 주민 이모씨의 차와 부딪혔다. 당시 검찰은 ‘도로를 가로막고 있던 이씨가 황 전 총리가 타고 있던 차를 고의로 부딪쳤다’고 보고 이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10월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서 블랙박스 영상 편집 의혹을 제기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영상 자체는 시동을 끄면 녹화가 중단되는 상황이라 영상이 비어 있는 것이라고 들었다”며 “의혹이 제기되면 법률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감정하는 절차를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낙연-황교안, 약점은 가까운 곳에?
김경수·이재명 선고 코앞…바짝 긴장

유시민

“여론조사에 넣지 말아 달라.”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계 복귀에 단호히 선을 긋고 있지만 가장 뜨거운 대권후보로 꼽힌다. 최근 유 이사장은 가짜 뉴스에 대응하고자 ‘알릴레오’라는 제목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의 입장과 달리 유 이사장은 현실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접어들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2월19일 공식적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꽤 오랜 시간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상황서 특별한 약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다만 유 이사장은 최근 ‘20대 남자 폄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1일 한 출판사 주최로 열린 특강서 “저희 세대는 ‘여자는 대학을 안 가도 그만이다’라는 시대였다”며 “그러나 지금 20대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거의 여자였고 말 잘 듣는 여자애들은 선생님들이 예뻐해줬다. 남자들을 얼마나 차별했는지 느껴 온 세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남자들이 군대도 가야 하고, 여자애들보다 특별히 다른 것도 없는데 또래 집단서 보면 여자들이 훨씬 유리하다”며 “자기들(남자들)은 축구도 봐야 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자기들은 ‘롤(LOL·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지, 모든 면에서 남자들이 불리하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20대 남성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또래 집단서 여자들이 훨씬 유리하다’는 말로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승민

잔류, 복당, 신당창당. 바미당은 정치권을 가로지르고 있는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 있다. 유 전 대표가 소속될 정당이 어디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 전 대표의 결단에 따라 향후 행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당으로 복당할 것인지, 바미당에 잔류할 것인지, 새로운 당을 창당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 전 대표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인사청탁 의혹’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26일 SBS <김어준의 뉴스타파>는 ‘안종범 전 청와대경제수석의 문자메시지와 녹취파일을 공개하면서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유 전 대표 등이 인사 청탁을 했다’고 보도했다. 

유 전 대표는 이튿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사와 관련해 문자로 문의하고 사람을 추천했던 적이 있다”면서도 “이 문제는 지난해 대선과정서 똑같은 내용이 보도됐고 소명한 바 있다. 당시 제 의도는 청와대가 미리 내정하는 경우가 많아 내정된 인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후보를 추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탁으로 비친 점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의 간판인 심 전 대표는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뒤를 잇는 정치인이다. 심 전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해 정의당의 입지를 제고했다는 평을 받는다. 

심 전 대표는 대선 이후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다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선거제 개편 요구가 야당 대표들의 단식으로 이어지면서 국회 공식 논의 기구인 정개특위에 이목이 집중됐다. 심 전 대표가 성과를 낼 경우 그의 정치적 입지는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여야 합의에 실패할 경우 대선 이후 이렇다할 정치적 입지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

정의당은 지난해 창당 이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정의당의 숙제 중 하나인 외연확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철수

녹색 바람의 주인공. 안 전 대표는 19대 대선 당시 녹색 바람을 일으킨 돌풍의 주역이었다. 낙선 이후 바미당을 창당했지만 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참패했고 서울시장에 출마했지만 역시 고배를 마셨다. 안 전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기 위해 당 공동대표직을 사임하고 독일로 건너갔다. 그의 정치 생명력은 현재 잠잠한 상태에 가깝다.
 

▲ ▲(사진 왼쪽부터)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안 전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안 전 대표가 돌아올 둥지는 흔들리고 있다. 바미당은 정계개편을 목전에 두고 있고, 당내 인사들은 하나둘씩 짐을 싸고 있다. 그의 정치적 상징성 또한 빛이 바래는 형국이다. 

그가 복귀 이후 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안 전 대표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두고 유 전 대표와 대립한 바 있다. 당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안 전 대표는 손 대표의 송파을 공천을 밀어붙였고, 유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이를 반대했다.

안철수·유승민 거취 따라 운명 결정
김부겸의 변수, 흔들리는 TK 민심 

이재명

변방의 장수. 지난해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던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 지사는 그간의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를 불사했지만 결국 이 지사의 향후 정치 행보에 걸림돌로 되돌아왔다는 평이다.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언급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논란 당시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꺼내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친문(친 문재인)계는 이 지사와 대척점을 형성했다.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이 지사의 탈당을 요구했다.

일단락된 의혹은 이 지사에게 도덕성 흠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제기된 의혹은 정치적 공세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사의 대권가도가 순탄치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김경수

연관 검색어 드루킹. 김 지사는 2018년의 마지막까지 드루킹과 함께했다. 김 지사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남도지사로 당선됐지만, 김 지사의 ‘정치 주가’는 하락했다. 특검의 수사과정서 고 노회찬 전 의원이 별세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허익범 특검은 지난달 28일 김 지사에 대해 ‘일탈한 정치인’이라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 지사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25일 열리는데 이번 선고를 통해 김 지사가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지사는 재판 결과를 통해 드루킹 의혹을 일거에 털어내겠다는 의중이다.

반면 1심 재판부가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다면 상황은 급반전을 맞게 된다. 대권 도전은 물론이고 당장 도지사직의 수행도 난관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 김 지사는 연말이었던 지난달 31일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고, 도정에는 한 치의 차질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부겸

민주당의 TK 지킴이. 김 장관은 민주당의 대표적 험지인 TK(대구·경북)를 재수 끝에 탈환했다. 동시에 김 장관의 정치적 위상도 한 단계 상승했다. 김 장관은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출마 직전까지 갔던 만큼 당내서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대선 전에 실시되는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현재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TK 수성에 실패할 경우 그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TK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TK에선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넘어섰다. 차기 총선서 김 장관의 지역구에 한국당 깃발이 꽂힌다면 대권 출마에 먹구름이 낄 공산이 크다. 김 장관의 대권 출마는 TK 지역 사수에 달려 있다는 평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보진영에선 이 총리가 1위를 차지했다.

반대로 보수진영에선 황 전 총리가 1위를 기록했다. 전·현직 국무총리가 보수, 진보 진영서 각각 선두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유 이사장의 요청으로 해당 여론조사에선 유 이사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4, 26~28일 조사를 진행해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여권·무당층서 이 총리가 19.2%로 가장 앞섰다. 이어 이 지사가 11.7%, 박원순 서울시장이 10.7%, 김 지사가 8.7%, 심 의원이 7.4%, 황 전 총리가 6.2%, 유 의원이 5.8%, 한국당 오세훈 국가미래특별위원회 위원장이 4.6%, 김 장관이 4.1%,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3.7%, 손 대표와 안 전 공동대표가 각각 2.8%를 기록했다. ‘없음’과 ‘모름/무응답’은 각각 8.7%와 3.6%를 기록했다.

보수야권·무당층에선 황 전 총리가 22.5%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오 위원장이 14.4%, 유 의원이 9.3%, 홍 전 대표가 9.0%, 이 총리가 5.1%, 이 지사가 4.9%, 김 지사가 4.7%, 안 전 공동대표가 4.5%, 김 장관이 4.2%, 박 시장이 4.1%, 손 대표가 2.2%, 심 의원이 2.0%를 기록했다.

‘없음’은 9.7%, ‘모름/무응답’은 3.4%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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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