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체납’ 요주의 트러블메이커 4인방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03 10:34:19
  • 호수 11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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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안내고 버티는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지난해 연말 국세청이 고액체납자와 조세포탈범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전직 대통령부터 거물급 비리 법조인과 기업인들이 포함돼있다. 
 

▲ (사진 왼쪽부터)전두환씨, 최유정 변호사,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박성철 신원 회장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 7157명의 명단을 국세청 홈페이지와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했다고 지난달 5일 밝혔다. 개인이 5021명, 법인이 2136개사로 집계됐다. 명단 공개 대상자는 체납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국세가 2억원 이상인 체납자다. 공개 항목은 체납자의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액의 세목·납부기한 등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고액·상습체납자의 총 체납액은 5조2440억원으로 개인 최고액은 250억원, 법인 최고액은 299억원으로 조사됐다. 개인 최고액 체납자는 광주 광산구 오선동에 주거하는 정평룡 정주산업통상 대표로 부가가치세 등 3개 세목서 총 249억8700만원을 2년 이상 체납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공개된 인원 수가 1만4245명 감소했다. 체납액도 6조2257억원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5조244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공개기준이 체납액 기준 3억원서 2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일시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국세청은 명단 공개 제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넷 포털사이트(배너광고)와 SNS에 국세청 홈페이지를 연결했다. 또 명단 공개 화면을 지역별·업종별로 시각화해 국민들이 체납자 명단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명단에는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비리 법조인과 기업인들의 이름이 포함돼있다. 

전두환


전두환 전 대통령(이하 전씨)이 양도소득세 31억원을 체납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전씨는 2015년 부동산거래로 인한 양도세 등 총 30억9900만원을 체납했다. 전씨가 세금체납으로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건 2004년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그동안 전씨는 지방세 미납 등으로 체납자 명단에 오른 적은 있지만, 국세 미납으로 명단이 공개된 것 역시 최초다.

전씨는 2015년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씨 일가 소유의 부동산 허브빌리지 등과 귀중품을 공매에 부친 결과 수백억원에 낙찰돼 양도차익이 발생했으나 이에 대한 양도세를 납기일인 2016년 9월30일까지 납부하지 않았다.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7157명 공개
정치·기업·법조인 거물급 ‘우글우글’

전씨는 지방소득세 등 8억8000만원도 납부하지 않아 3년 연속 명단 공개 대상에 올랐다. 그는 2014~2015년 아들 재국씨와 재만씨의 소유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 과정서 발생한 지방소득세를 체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0일 서울시는 지방세를 체납한 전씨 자택을 수색해 그림, 시계, 가구 등 9개 물품을 압류했다. 서울시는 가택 수색을 통해 압류한 물품 9점 중 그림 2점과 실내 장식품, 시계 등 4개는 경매를 통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동팀은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가구 등 나머지 물품에는 압류 딱지를 붙이고 나왔다.  

최유정

재판 청탁 명목으로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받았다가 징역형을 확정받은 최유정 변호사도 종합소득세 등 68억70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변호사는 총 50여건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65억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받았으나 매출로 신고하지 않고 누락시켜 6억원 상당을 탈세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를 받고 있다. 과세당국은 검찰 수사 과정서 드러난 최 변호사의 수임료 규모를 근거로 종합소득세 등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앞서 법조인과 브로커가 결탁한 법조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로 지난해 11월25일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로부터 징역 5년6개월에 추징금 43억12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받았다.
 

2015년 12월부터 2016년 3월 상습도박죄로 구속돼 재판 중이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재판부에 선처를 청탁해주겠다는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됐다.  

또 2015년 6월부터 10월까지 유사수신업체인 이숨투자자문 송창수 대표로부터도 재판부 청탁 취지로 50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적용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폭행 동영상’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1·2심서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2심서 그에게 내려진 추징금은 1심이 판결한 45억원보다 낮아진 43억1250만원이다. 

김우중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35억원대의 지방세를 내지 못해 신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룹 부도 후 압류·매각된 재산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차명주식 매각대금을 추징금(17조9000억원)보다 세금 납부에 먼저 써야 한다며 국세청과 소송을 벌이다 지난해 대법원서 패소했다. 김 전 회장은 이에 따라 올해 고액 체납자 명단(2위)에 처음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국세청이 발표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도 포함됐던 바 있다. 용산재개발을 맡았다 부도난 시행사도 550억원대의 지방세를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서울시에 35억1500만원의 지방소득세를 1년 이상 내지 못해 명단 공개 대상에 올랐다. 2012년 국고에 귀속된 압류 재산이 지난해 경매됐는데, 구입 당시 가격에 비해 매각가가 훨씬 높아 부과된 양도소득세 368억여원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내지 못한 35억1500만원은 국세인 양도소득세의 지방세분이다.  

더불어 국세청은 지난달 12일 조세포탈범 30명과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11곳,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1명의 인적사항을 공개했다. 

총 체납액 5조2440억
개인 최고액은 250억


조세포탈범 공개대상은 거짓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소득을 은닉하는 등 사기나 그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해 유죄가 확정된 자다. 올해 공개 대상은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조세포탈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로 총 30명이 공개 대상으로 확정, 지난해보다 2명이 줄었다. 

공개 대상자의 평균 포탈세액은 약 21억원이고 평균 형량은 징역 2년7개월, 벌금은 28억원이다. 업종별로 무역·도소매업 13명(43.3%), 제조업 6명(20.0%), 서비스업 6명(20.0%), 기타 5명(16.7%) 등이다. 포탈 유형으로는 실물거래 없는 거짓 세금계산서 또는 허위 신용카드 매입전표를 수취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 등을 포탈하는 경우가 8명(26.7%)으로 가장 많았다. 
 

박성철

박성철 신원 회장은 양도소득세 등 총 25억700만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대법원서 징역 4년형과 벌금 30억원이 확정돼 명단 공개 대상자에 올랐다.

박 회장은 2003년 신원그룹이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과정서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가족과 지인 명의로 신원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증여세와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재산을 숨긴 채 거짓으로 법원에 파산·회생신청을 한 혐의 등도 받았다. 박 회장이 개인회생을 통해 탕감받은 채무는 250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박 회장의 범행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산·회생제도의 신뢰에 큰 타격을 준 것”이라며 징역 6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2심도 “박 회장은 수십 년에 걸쳐 신원그룹을 경영하면서 비정상적인 자산운영을 하고 회사를 지배했다”며 “신원그룹의 지배자로서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차명 재산을 취득하는 등 개인적으로 이익을 봤다”고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 회장의 혐의 중 채무자회생법상 사기회생 부분에 대한 법 적용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박 회장의 혐의 중 일부분은 채무자회생법 개정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뤄졌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 징역 4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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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K스포츠재단은 왜?

박근혜정부서 국정 농단을 일삼은 최순실씨가 운영했던 K스포츠재단도 상속·증여세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K스포츠재단에 상속·증여세법을 위반한 혐의로 증여세 2억2300만원을 추징했다.

K스포츠재단은 박근혜정부서 대기업에 출연금을 강요해 논란이 됐던 공익법인이다. 

국세청은 고액의 기부금 영수증을 자녀 명의로 발급받거나 출연받은 재산을 3년 이내에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한다. K스포츠재단처럼 상속·증여세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세금을 추징당한 공익법인은 11곳이었다.

공익법인 유형별로 보면 종교단체가 6곳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복지단체가 4곳이었다. 한 종교단체는 연말정산 목적으로 신도의 자녀 명의로 고액 기부금 영수증을 허위로 발급해주고 관리 장부도 작성하지 않았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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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