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체납’ 요주의 트러블메이커 4인방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03 10:34:19
  • 호수 11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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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안내고 버티는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지난해 연말 국세청이 고액체납자와 조세포탈범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전직 대통령부터 거물급 비리 법조인과 기업인들이 포함돼있다. 
 

▲ (사진 왼쪽부터)전두환씨, 최유정 변호사,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박성철 신원 회장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 7157명의 명단을 국세청 홈페이지와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했다고 지난달 5일 밝혔다. 개인이 5021명, 법인이 2136개사로 집계됐다. 명단 공개 대상자는 체납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국세가 2억원 이상인 체납자다. 공개 항목은 체납자의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액의 세목·납부기한 등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고액·상습체납자의 총 체납액은 5조2440억원으로 개인 최고액은 250억원, 법인 최고액은 299억원으로 조사됐다. 개인 최고액 체납자는 광주 광산구 오선동에 주거하는 정평룡 정주산업통상 대표로 부가가치세 등 3개 세목서 총 249억8700만원을 2년 이상 체납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공개된 인원 수가 1만4245명 감소했다. 체납액도 6조2257억원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5조244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공개기준이 체납액 기준 3억원서 2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일시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국세청은 명단 공개 제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넷 포털사이트(배너광고)와 SNS에 국세청 홈페이지를 연결했다. 또 명단 공개 화면을 지역별·업종별로 시각화해 국민들이 체납자 명단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명단에는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비리 법조인과 기업인들의 이름이 포함돼있다. 

전두환


전두환 전 대통령(이하 전씨)이 양도소득세 31억원을 체납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전씨는 2015년 부동산거래로 인한 양도세 등 총 30억9900만원을 체납했다. 전씨가 세금체납으로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건 2004년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그동안 전씨는 지방세 미납 등으로 체납자 명단에 오른 적은 있지만, 국세 미납으로 명단이 공개된 것 역시 최초다.

전씨는 2015년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씨 일가 소유의 부동산 허브빌리지 등과 귀중품을 공매에 부친 결과 수백억원에 낙찰돼 양도차익이 발생했으나 이에 대한 양도세를 납기일인 2016년 9월30일까지 납부하지 않았다.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7157명 공개
정치·기업·법조인 거물급 ‘우글우글’

전씨는 지방소득세 등 8억8000만원도 납부하지 않아 3년 연속 명단 공개 대상에 올랐다. 그는 2014~2015년 아들 재국씨와 재만씨의 소유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 과정서 발생한 지방소득세를 체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0일 서울시는 지방세를 체납한 전씨 자택을 수색해 그림, 시계, 가구 등 9개 물품을 압류했다. 서울시는 가택 수색을 통해 압류한 물품 9점 중 그림 2점과 실내 장식품, 시계 등 4개는 경매를 통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동팀은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가구 등 나머지 물품에는 압류 딱지를 붙이고 나왔다.  

최유정

재판 청탁 명목으로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받았다가 징역형을 확정받은 최유정 변호사도 종합소득세 등 68억70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변호사는 총 50여건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65억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받았으나 매출로 신고하지 않고 누락시켜 6억원 상당을 탈세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를 받고 있다. 과세당국은 검찰 수사 과정서 드러난 최 변호사의 수임료 규모를 근거로 종합소득세 등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앞서 법조인과 브로커가 결탁한 법조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로 지난해 11월25일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로부터 징역 5년6개월에 추징금 43억12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받았다.
 

2015년 12월부터 2016년 3월 상습도박죄로 구속돼 재판 중이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재판부에 선처를 청탁해주겠다는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됐다.  

또 2015년 6월부터 10월까지 유사수신업체인 이숨투자자문 송창수 대표로부터도 재판부 청탁 취지로 50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적용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폭행 동영상’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1·2심서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2심서 그에게 내려진 추징금은 1심이 판결한 45억원보다 낮아진 43억1250만원이다. 

김우중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35억원대의 지방세를 내지 못해 신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룹 부도 후 압류·매각된 재산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차명주식 매각대금을 추징금(17조9000억원)보다 세금 납부에 먼저 써야 한다며 국세청과 소송을 벌이다 지난해 대법원서 패소했다. 김 전 회장은 이에 따라 올해 고액 체납자 명단(2위)에 처음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국세청이 발표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도 포함됐던 바 있다. 용산재개발을 맡았다 부도난 시행사도 550억원대의 지방세를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서울시에 35억1500만원의 지방소득세를 1년 이상 내지 못해 명단 공개 대상에 올랐다. 2012년 국고에 귀속된 압류 재산이 지난해 경매됐는데, 구입 당시 가격에 비해 매각가가 훨씬 높아 부과된 양도소득세 368억여원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내지 못한 35억1500만원은 국세인 양도소득세의 지방세분이다.  

더불어 국세청은 지난달 12일 조세포탈범 30명과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11곳,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1명의 인적사항을 공개했다. 

총 체납액 5조2440억
개인 최고액은 250억


조세포탈범 공개대상은 거짓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소득을 은닉하는 등 사기나 그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해 유죄가 확정된 자다. 올해 공개 대상은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조세포탈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로 총 30명이 공개 대상으로 확정, 지난해보다 2명이 줄었다. 

공개 대상자의 평균 포탈세액은 약 21억원이고 평균 형량은 징역 2년7개월, 벌금은 28억원이다. 업종별로 무역·도소매업 13명(43.3%), 제조업 6명(20.0%), 서비스업 6명(20.0%), 기타 5명(16.7%) 등이다. 포탈 유형으로는 실물거래 없는 거짓 세금계산서 또는 허위 신용카드 매입전표를 수취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 등을 포탈하는 경우가 8명(26.7%)으로 가장 많았다. 
 

박성철

박성철 신원 회장은 양도소득세 등 총 25억700만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대법원서 징역 4년형과 벌금 30억원이 확정돼 명단 공개 대상자에 올랐다.

박 회장은 2003년 신원그룹이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과정서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가족과 지인 명의로 신원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증여세와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재산을 숨긴 채 거짓으로 법원에 파산·회생신청을 한 혐의 등도 받았다. 박 회장이 개인회생을 통해 탕감받은 채무는 250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박 회장의 범행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산·회생제도의 신뢰에 큰 타격을 준 것”이라며 징역 6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2심도 “박 회장은 수십 년에 걸쳐 신원그룹을 경영하면서 비정상적인 자산운영을 하고 회사를 지배했다”며 “신원그룹의 지배자로서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차명 재산을 취득하는 등 개인적으로 이익을 봤다”고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 회장의 혐의 중 채무자회생법상 사기회생 부분에 대한 법 적용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박 회장의 혐의 중 일부분은 채무자회생법 개정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뤄졌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 징역 4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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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K스포츠재단은 왜?

박근혜정부서 국정 농단을 일삼은 최순실씨가 운영했던 K스포츠재단도 상속·증여세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K스포츠재단에 상속·증여세법을 위반한 혐의로 증여세 2억2300만원을 추징했다.

K스포츠재단은 박근혜정부서 대기업에 출연금을 강요해 논란이 됐던 공익법인이다. 

국세청은 고액의 기부금 영수증을 자녀 명의로 발급받거나 출연받은 재산을 3년 이내에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한다. K스포츠재단처럼 상속·증여세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세금을 추징당한 공익법인은 11곳이었다.

공익법인 유형별로 보면 종교단체가 6곳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복지단체가 4곳이었다. 한 종교단체는 연말정산 목적으로 신도의 자녀 명의로 고액 기부금 영수증을 허위로 발급해주고 관리 장부도 작성하지 않았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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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