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체납’ 요주의 트러블메이커 4인방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03 10:34:19
  • 호수 11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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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안내고 버티는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지난해 연말 국세청이 고액체납자와 조세포탈범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전직 대통령부터 거물급 비리 법조인과 기업인들이 포함돼있다. 
 

▲ (사진 왼쪽부터)전두환씨, 최유정 변호사,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박성철 신원 회장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 7157명의 명단을 국세청 홈페이지와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했다고 지난달 5일 밝혔다. 개인이 5021명, 법인이 2136개사로 집계됐다. 명단 공개 대상자는 체납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국세가 2억원 이상인 체납자다. 공개 항목은 체납자의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액의 세목·납부기한 등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고액·상습체납자의 총 체납액은 5조2440억원으로 개인 최고액은 250억원, 법인 최고액은 299억원으로 조사됐다. 개인 최고액 체납자는 광주 광산구 오선동에 주거하는 정평룡 정주산업통상 대표로 부가가치세 등 3개 세목서 총 249억8700만원을 2년 이상 체납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공개된 인원 수가 1만4245명 감소했다. 체납액도 6조2257억원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5조244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공개기준이 체납액 기준 3억원서 2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일시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국세청은 명단 공개 제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넷 포털사이트(배너광고)와 SNS에 국세청 홈페이지를 연결했다. 또 명단 공개 화면을 지역별·업종별로 시각화해 국민들이 체납자 명단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명단에는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비리 법조인과 기업인들의 이름이 포함돼있다. 

전두환


전두환 전 대통령(이하 전씨)이 양도소득세 31억원을 체납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전씨는 2015년 부동산거래로 인한 양도세 등 총 30억9900만원을 체납했다. 전씨가 세금체납으로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건 2004년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그동안 전씨는 지방세 미납 등으로 체납자 명단에 오른 적은 있지만, 국세 미납으로 명단이 공개된 것 역시 최초다.

전씨는 2015년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씨 일가 소유의 부동산 허브빌리지 등과 귀중품을 공매에 부친 결과 수백억원에 낙찰돼 양도차익이 발생했으나 이에 대한 양도세를 납기일인 2016년 9월30일까지 납부하지 않았다.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7157명 공개
정치·기업·법조인 거물급 ‘우글우글’

전씨는 지방소득세 등 8억8000만원도 납부하지 않아 3년 연속 명단 공개 대상에 올랐다. 그는 2014~2015년 아들 재국씨와 재만씨의 소유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 과정서 발생한 지방소득세를 체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0일 서울시는 지방세를 체납한 전씨 자택을 수색해 그림, 시계, 가구 등 9개 물품을 압류했다. 서울시는 가택 수색을 통해 압류한 물품 9점 중 그림 2점과 실내 장식품, 시계 등 4개는 경매를 통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동팀은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가구 등 나머지 물품에는 압류 딱지를 붙이고 나왔다.  

최유정

재판 청탁 명목으로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받았다가 징역형을 확정받은 최유정 변호사도 종합소득세 등 68억70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변호사는 총 50여건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65억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받았으나 매출로 신고하지 않고 누락시켜 6억원 상당을 탈세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를 받고 있다. 과세당국은 검찰 수사 과정서 드러난 최 변호사의 수임료 규모를 근거로 종합소득세 등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앞서 법조인과 브로커가 결탁한 법조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로 지난해 11월25일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로부터 징역 5년6개월에 추징금 43억12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받았다.
 

2015년 12월부터 2016년 3월 상습도박죄로 구속돼 재판 중이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재판부에 선처를 청탁해주겠다는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됐다.  

또 2015년 6월부터 10월까지 유사수신업체인 이숨투자자문 송창수 대표로부터도 재판부 청탁 취지로 50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적용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폭행 동영상’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1·2심서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2심서 그에게 내려진 추징금은 1심이 판결한 45억원보다 낮아진 43억1250만원이다. 

김우중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35억원대의 지방세를 내지 못해 신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룹 부도 후 압류·매각된 재산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차명주식 매각대금을 추징금(17조9000억원)보다 세금 납부에 먼저 써야 한다며 국세청과 소송을 벌이다 지난해 대법원서 패소했다. 김 전 회장은 이에 따라 올해 고액 체납자 명단(2위)에 처음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국세청이 발표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도 포함됐던 바 있다. 용산재개발을 맡았다 부도난 시행사도 550억원대의 지방세를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서울시에 35억1500만원의 지방소득세를 1년 이상 내지 못해 명단 공개 대상에 올랐다. 2012년 국고에 귀속된 압류 재산이 지난해 경매됐는데, 구입 당시 가격에 비해 매각가가 훨씬 높아 부과된 양도소득세 368억여원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내지 못한 35억1500만원은 국세인 양도소득세의 지방세분이다.  

더불어 국세청은 지난달 12일 조세포탈범 30명과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11곳,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1명의 인적사항을 공개했다. 

총 체납액 5조2440억
개인 최고액은 250억


조세포탈범 공개대상은 거짓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소득을 은닉하는 등 사기나 그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해 유죄가 확정된 자다. 올해 공개 대상은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조세포탈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로 총 30명이 공개 대상으로 확정, 지난해보다 2명이 줄었다. 

공개 대상자의 평균 포탈세액은 약 21억원이고 평균 형량은 징역 2년7개월, 벌금은 28억원이다. 업종별로 무역·도소매업 13명(43.3%), 제조업 6명(20.0%), 서비스업 6명(20.0%), 기타 5명(16.7%) 등이다. 포탈 유형으로는 실물거래 없는 거짓 세금계산서 또는 허위 신용카드 매입전표를 수취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 등을 포탈하는 경우가 8명(26.7%)으로 가장 많았다. 
 

박성철

박성철 신원 회장은 양도소득세 등 총 25억700만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대법원서 징역 4년형과 벌금 30억원이 확정돼 명단 공개 대상자에 올랐다.

박 회장은 2003년 신원그룹이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과정서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가족과 지인 명의로 신원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증여세와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재산을 숨긴 채 거짓으로 법원에 파산·회생신청을 한 혐의 등도 받았다. 박 회장이 개인회생을 통해 탕감받은 채무는 250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박 회장의 범행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산·회생제도의 신뢰에 큰 타격을 준 것”이라며 징역 6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2심도 “박 회장은 수십 년에 걸쳐 신원그룹을 경영하면서 비정상적인 자산운영을 하고 회사를 지배했다”며 “신원그룹의 지배자로서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차명 재산을 취득하는 등 개인적으로 이익을 봤다”고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 회장의 혐의 중 채무자회생법상 사기회생 부분에 대한 법 적용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박 회장의 혐의 중 일부분은 채무자회생법 개정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뤄졌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 징역 4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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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K스포츠재단은 왜?

박근혜정부서 국정 농단을 일삼은 최순실씨가 운영했던 K스포츠재단도 상속·증여세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K스포츠재단에 상속·증여세법을 위반한 혐의로 증여세 2억2300만원을 추징했다.

K스포츠재단은 박근혜정부서 대기업에 출연금을 강요해 논란이 됐던 공익법인이다. 

국세청은 고액의 기부금 영수증을 자녀 명의로 발급받거나 출연받은 재산을 3년 이내에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한다. K스포츠재단처럼 상속·증여세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세금을 추징당한 공익법인은 11곳이었다.

공익법인 유형별로 보면 종교단체가 6곳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복지단체가 4곳이었다. 한 종교단체는 연말정산 목적으로 신도의 자녀 명의로 고액 기부금 영수증을 허위로 발급해주고 관리 장부도 작성하지 않았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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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