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추적
‘유시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추적
  • 최현목 기자
  • 승인 2019.01.02 11:51
  • 호수 1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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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면 때릴수록 더 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유튜브 채널 진출을 선언한 그는 이후 20대 남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여권 일각에선 정치권서 이 같은 논란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 이사장은 정녕 타깃이 된 것일까.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이사장이 구설에 올랐다. 지난 12월21일 한 출판사가 주최한 특강에 참석한 유 이사장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20대 남녀가 2배 이상 지지율 차이가 난다는 건 남녀가 각각 다르게 느끼는 게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당연한 것이고 정부가 감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구설 올라

이후 발언은 난데없이 20대 남성 비하 논란으로 번졌다.

유 이사장은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서 “남자들은 군대도 가야 하고 또래집단서 보면 여자애들이 훨씬 유리하다“며 “남자들은 축구도 봐야 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자기들은 ‘롤(LOL, 온라인게임)’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만 한다. 모든 면에서 남자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할 것)”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은 지표상 큰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12월1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문 대통령의 12월2주차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29.4%로 전연령 남녀 계층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63.5%를 차지한 20대 여성 지지율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도 수치의 차이만 있을 뿐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 이사장의 발언은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과정서 나왔다. 20대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축구와 온라인게임,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군대를 사례로 들었다. 20대 남성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함으로 읽힌다.

그러나 결과는 역풍으로 이어졌다.

남초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20대 남성을 철부지로 치부했다” “축구하고 게임하고 노느라고 공부하지 않은 게 아니다” “우리를 조롱거리로 삼았다” 등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친문(친 문재인) 지지자들이 많이 활동하는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문정부의 지지를 철회하는 선언까지 할 정도로 역풍이 심하다. 유 이사장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역풍 바람은 정치권이 그대로 이어받았다.

바른미래당은 나흘 뒤 논평을 통해 “20대 성별 지지율 격차의 원인을 ‘본인들이 군대·축구·게임으로 시간을 빼앗길 때 공부하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질투’로 이야기한 유 이사장의 발언이 있었다”며 “유 이사장 특유의 해학을 섞은 이야기였다 한들 이 발언은 분명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더 많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들고 시민의 정치 참여와 사회적 연대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유 이사장의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사에는 분명 20대 역시 포함돼있었을 것”이라며 “진정 그들의 절망과 좌절에 공감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는 공인이라면, 더는 이 아우성을 철없는 질투 따위와 같은 선상에 놓지 마시라”고 강조했다.

20대 남성 비하? 무슨 말 했기에
자연인일 뿐인데…야권 논평까지

여권 일각에선 논란이 확산되는 일련의 과정을 ‘유시민 때리기’로 해석한다. 정계은퇴를 한 유 이사장의 발언이 마치 현역 정치인의 그것처럼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유 이사장 발언이) 현역 국회의원이라 생각해도 될 만큼 크게 이슈가 됐다”며 “이는 야권서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2013년 초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와 야권 후보 대선 패배의 아픔을 뒤로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후 ‘자연인’의 삶을 살고 있다. 유 이사장은 자신의 정계복귀 여부를 묻는 질문이 있을 때마다 “현재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던 바 있다.
 

유 이사장은 다수의 정치평론가들로부터 ‘차기 대권 1순위’로 평가받는다.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JTBC <썰전>과 tvN <알쓸신잡> 등 예능 방송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집필활동도 유 이사장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국가란 무엇인가>는 60만부가 팔렸고 최근 베스트셀러인 <역사의 역사>는 50만부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서도 유 이사장을 유력 대권주자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민주당의 관계자는 “유 이사장이 젊은 사람들에게만 인기가 높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라며 “청년들에게는 물론 방송 출연으로 중장년층서도 인지도가 상당하다. 행사 때 50∼70대 유권자를 만나보면 유 이사장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시민 때리기는 여러 선례들이 존재한다.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때 국민참여당 소속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거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유 이사장이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를 5∼8%포인트 격차로 바짝 추격하자 한나라당 지도부까지 나서 견제를 시작했다.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경력이 있는 사람” “천안함 침몰사태에 대해 어뢰, 기뢰 폭발설을 주장한 사람” “일산서 국회의원 하다가 대구서 출마해 낙선하고, 서울시장 한다고 떠들다가 경기도지사에 나선 정치 낭인” 등의 말로 유 후보에게 집중공세를 펼친 바 있다.

견제 시작

유 이사장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 애쓰고 있다. 자신을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넣지 말아 달라는 공문을 각 기관에 발송하는 안을 고려할 정도다. 그럼에도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문 대통령처럼 유 이사장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흘러나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시민 일상은? 

유 이사장은 매주 화요일만 노무현재단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외 시간은 경기 파주의 한 출판사 건물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 주로 머무르며 작가로서 다음 작품에 대해 구상한다.

유 이사장은 여름이면 추자도에 며칠씩 머물며 바다낚시를 즐길 정도로 낚시 애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