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되는’ 약 부작용 주의보

잘못 먹으면…어디 타미플루뿐일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든 약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약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약을 먹어도 사람에 따라 정반대의 반응이 나올 가능성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약을 복용하기 전에 부작용을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 이유다.
 

▲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최근 부산서 여중생이 추락사했다. 유가족은 숨진 학생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후 환각 증세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사고의 원인이 약물 부작용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타미플루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약 먹은 밤
뛰어내려 왜?

지난 22일 오전 6시경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있는 한 아파트 화단서 중학생 A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12층에 살고 있는 A양의 부모는 방문과 창문이 열려 있기에 아래를 내려다봤다가 딸이 추락한 모습을 보고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A양에 대해서는 특별한 외상 없이 고층 추락으로 인한 장기 손상으로 숨진 것 같다는 소견이 나왔다.

A양의 고모는 사고 이틀 뒤인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타미플루 의사가 처방 시 꼭 약 부작용 고지하게 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그는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이틀 전 죽은 중학교 1학년 A양 고모입니다. (A양은)오빠 가족이 10년 만에 얻은 하나밖에 없는 귀한 딸입니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저희가 원하는 건 타미플루 부작용을 식약청()서 일선 병원 의사·약사에게 의무사항으로 고지하게 만들어 A양처럼 의사·약사에게 한마디 주의사항도 듣지 못해 허망하게 가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A양은 사고 전날 학교 부학생회장에 당선돼 가족들과 기쁨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A양은 사고 전날 오후 10시쯤 타미플루를 두 번째 복용했고 자정쯤 방으로 향했다. 당시 A양은 물을 마시러 간다면서 주방이 아닌 다른 방으로 가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고 유가족은 주장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A양의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타미플루 복용 후기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후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는 등 이상증세가 나타났는데도 의사나 약사로부터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여기에 과거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타미플루 공포증이 번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타미플루의 안전성과 관련된 서한을 국내 의약 전문가와 소비자 단체 등에 배포했다. 식약처는 서한을 통해타미플루를 복용 중인 인플루엔자 환자들 중 주로 소아·청소년 환자서 경련과 섬망과 같은 신경정신계 이상반응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소아와 청소년 환자의 이상행동 발현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여중생 추락사, 타미플루 원인?
의사도 약사도 부작용 언급 없어

“10세 이상의 소아 환자에 있어서는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타미플루 복용 후에 이상행동이 발현하고 추락 등의 사고에 이른 사례가 있다이 때문에 보호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소아·청소년에게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타미플루에 의한 치료가 개시된 이후에 이상행동의 발현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리면서 자택서 요양하는 경우 적어도 2일간 보호자 등이 소아·청소년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094월 이후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타미플루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이와 동시에 타미플루 관련 이상반응 보고 건수도 증가했다. 국내에선 2016년 11세 남자아이가 타미플루 복용 후 이상증세로 21층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식약처는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을 지급했다. 앞서 2009년 경기 부천에선 역시 타미플루를 복용한 14세 남중생이 환청증세를 호소하면서 6층서 투신해 전신에 골절상을 입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타미플루 부작용 논란은 특히 일본서 불거졌다. 2004년 일본 기후현에선 한 고교생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맨발로 도로를 걸어 다니다가 대형 트럭에 뛰어들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5년에는 일본 아이치현의 남자 중학생이 타미플루를 먹고 9층 집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후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숨진 것으로 의심되는 120여명 중 80%에 이르는 사람이 20세 미만인 것으로 보고됐다. 이 때문에 10대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층서 환각이나 환청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2007년 타미플루 복용 안내문에 관련 경고 문구가 기재됐다.

일본서 먼저
이상반응 보고

미플루 부작용 신고 건수는 국내서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타미플루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1255건서 2016257건으로 5년 만에 5배가량 늘었다.

연도별로는 201255, 201366, 2014184, 2015209, 2016257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구토 215,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 170, 설사 105, 어지러움 56, 소화불량 44, 사망 3건이었다. 타미플루 관련 사망 사고는 2014년 이후 매년 1건씩 발생하고 있다. 사망 원인은 간기능 이상, 심장정지, 추락 등이었다.

성 의원은 “20157월 보건당국은 타미플루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타미플루 안전성과 관련된 정밀조사나 허가 변경 등 사후 조치는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미플루 관련 허가 변경 사항은 20137월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관한 변경 이후 없었다타미플루와 이상행동 사이의 의학적인 인과관계, 타미플루 복용 시 기저질환과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약품 관련 국민 보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타미플루 말고도 복용 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의심되는 약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수면유도제로 알려진 졸피뎀이 대표적이다.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시켜 진정 및 수면효과를 나타낸다. 효과가 빠르기 때문에 주로 취침 바로 직전에 투여한다. 약물 의존성과 오남용 위험이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있다.

졸피뎀은 20167SBS <그것이 알고 싶다>서 다루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방송에는 졸피뎀에 중독된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갑자기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다가 깨서 폭식을 하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였다. 새벽에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똑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거나 어린 자녀를 두고 새벽에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여성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과다·장기 복용
자살 시도까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약물 부작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의심받는 사람은 총 34명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58, 201613, 20178, 2018년 5명(상반기 기준)이다.

자살 시도를 하거나 자살 경향을 보인 사람은 더 많았다. 36개월 동안 약물 부작용으로 자살 경향을 보인 사람은 46명이었고,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은 50명이었다.

김 의원은 약물 부작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34명 중 특정 성분이 담긴 약물을 복용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다수 있다고 밝혔다. 뇌전증 치료, 간질 치료 등에 쓰이는 레비티라세탐은 2015년 해당 성분이 담긴 약물을 복용한 후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졸피뎀은 지난 36개월간 4명이, 뇌경색 환자 등에 쓰이는 실로스타졸은 3명이, 조현병 치료에 이용되는 향정신병약물인 클로자핀도 3명이 복용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 등과의 인과관계 여부와 관계없이 이상사례 의심 약물로 보고된 것으로, 해당 자료만으로 특정 제품에 의해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먹기만 하면 살이 쭉쭉 빠진다고 홍보하는 다이어트 약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30대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혐의로 붙잡혔다. 이 불로 집 내부와 집기류 등이 불에 타 45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불이 난 시간대가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등교 시간과 맞물려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불을 지른 여성은 수년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장기간 비만 치료제를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어트 약 대부분에 포함된 펜터민은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의학계 보고가 있다.

펜터민에는 중추신경계를 흥분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암페타민 계통의 유도체인 펜티메트라진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환청과 망상 등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실생활서 흔하게 접하는 감기약, 멀미약도 환자의 복용 상황, 건강 상태에 따라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서방형 제제의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는 몸 안에서 서서히 퍼져 진통 효과가 오래가도록 하는 정제 약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감기약, 진통제 등에 많이 쓰이는 성분이다.

수면제 다이어트 약 부작용으로
이상증세 나타날 가능성 있어

EC는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약이 유익한 면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고 봤다. 과다 복용이 쉬워 간 손상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도 국내 의약 전문가와 소비자 단체 등에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서방형 제제의 위험성을 알리는 서한을 배포했다. 서한에서는 복약 간격을 준수하고 소아와 성인의 복약량을 달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멀미약도 사용에 앞서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는 게 부작용을 줄이는 길이다. 특히 붙이는 멀미약의 경우 임산부는 사용해선 안 된다. 성인과 소아의 복용량 차이를 눈여겨 봐야 하고, 배뇨장애가 있는 사람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A양 사건으로 복약지도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타미플루 복용과 이상증세 발현 간의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200710대 미성년자에게 타미플루 사용을 금지했던 일본도 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자 올해 8월부터 투여 재개 방침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타미플루 처방 시 의사와 약사로부터 부작용에 대한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6일 부산 연제구청 보건소는 A양에게 타미플루를 조제해준 약국을 방문 조사했다. 이 과정서 이 약국 약사가 신경정신계 이상행동 같은 타미플루 부작용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A양 추락사와 관련해 타미플루를 조제해준 약국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부작용 설명 등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서다. 의사는 근거 규정이 없어 과태료 처분 대상서 빠졌다.
 

▲ 졸피뎀

약사법 24조에는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구두 또는 복약지도서로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해당 약국에는 과태료 30만원과 경고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의료법에도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 일부 의료행위에 한해 설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이를 어길 시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는다.

복지부 이제야
복약지도 강화

A양 사건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의사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빠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약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모든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의사협회와 약사회, 대한병원협회에 타미플루 처방·조제 시 환자 안내 요청공문을 긴급 발송했다. 그동안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이번 사건으로 확인한 셈이다. 복지부는 조만간 복약지도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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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