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되는’ 약 부작용 주의보

잘못 먹으면…어디 타미플루뿐일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든 약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약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약을 먹어도 사람에 따라 정반대의 반응이 나올 가능성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약을 복용하기 전에 부작용을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 이유다.
 

▲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최근 부산서 여중생이 추락사했다. 유가족은 숨진 학생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후 환각 증세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사고의 원인이 약물 부작용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타미플루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약 먹은 밤
뛰어내려 왜?

지난 22일 오전 6시경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있는 한 아파트 화단서 중학생 A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12층에 살고 있는 A양의 부모는 방문과 창문이 열려 있기에 아래를 내려다봤다가 딸이 추락한 모습을 보고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A양에 대해서는 특별한 외상 없이 고층 추락으로 인한 장기 손상으로 숨진 것 같다는 소견이 나왔다.

A양의 고모는 사고 이틀 뒤인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타미플루 의사가 처방 시 꼭 약 부작용 고지하게 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그는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이틀 전 죽은 중학교 1학년 A양 고모입니다. (A양은)오빠 가족이 10년 만에 얻은 하나밖에 없는 귀한 딸입니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저희가 원하는 건 타미플루 부작용을 식약청()서 일선 병원 의사·약사에게 의무사항으로 고지하게 만들어 A양처럼 의사·약사에게 한마디 주의사항도 듣지 못해 허망하게 가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A양은 사고 전날 학교 부학생회장에 당선돼 가족들과 기쁨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A양은 사고 전날 오후 10시쯤 타미플루를 두 번째 복용했고 자정쯤 방으로 향했다. 당시 A양은 물을 마시러 간다면서 주방이 아닌 다른 방으로 가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고 유가족은 주장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A양의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타미플루 복용 후기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후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는 등 이상증세가 나타났는데도 의사나 약사로부터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여기에 과거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타미플루 공포증이 번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타미플루의 안전성과 관련된 서한을 국내 의약 전문가와 소비자 단체 등에 배포했다. 식약처는 서한을 통해타미플루를 복용 중인 인플루엔자 환자들 중 주로 소아·청소년 환자서 경련과 섬망과 같은 신경정신계 이상반응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소아와 청소년 환자의 이상행동 발현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여중생 추락사, 타미플루 원인?
의사도 약사도 부작용 언급 없어

“10세 이상의 소아 환자에 있어서는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타미플루 복용 후에 이상행동이 발현하고 추락 등의 사고에 이른 사례가 있다이 때문에 보호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소아·청소년에게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타미플루에 의한 치료가 개시된 이후에 이상행동의 발현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리면서 자택서 요양하는 경우 적어도 2일간 보호자 등이 소아·청소년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094월 이후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타미플루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이와 동시에 타미플루 관련 이상반응 보고 건수도 증가했다. 국내에선 2016년 11세 남자아이가 타미플루 복용 후 이상증세로 21층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식약처는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을 지급했다. 앞서 2009년 경기 부천에선 역시 타미플루를 복용한 14세 남중생이 환청증세를 호소하면서 6층서 투신해 전신에 골절상을 입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타미플루 부작용 논란은 특히 일본서 불거졌다. 2004년 일본 기후현에선 한 고교생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맨발로 도로를 걸어 다니다가 대형 트럭에 뛰어들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5년에는 일본 아이치현의 남자 중학생이 타미플루를 먹고 9층 집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후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숨진 것으로 의심되는 120여명 중 80%에 이르는 사람이 20세 미만인 것으로 보고됐다. 이 때문에 10대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층서 환각이나 환청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2007년 타미플루 복용 안내문에 관련 경고 문구가 기재됐다.

일본서 먼저
이상반응 보고

미플루 부작용 신고 건수는 국내서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타미플루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1255건서 2016257건으로 5년 만에 5배가량 늘었다.

연도별로는 201255, 201366, 2014184, 2015209, 2016257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구토 215,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 170, 설사 105, 어지러움 56, 소화불량 44, 사망 3건이었다. 타미플루 관련 사망 사고는 2014년 이후 매년 1건씩 발생하고 있다. 사망 원인은 간기능 이상, 심장정지, 추락 등이었다.

성 의원은 “20157월 보건당국은 타미플루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타미플루 안전성과 관련된 정밀조사나 허가 변경 등 사후 조치는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미플루 관련 허가 변경 사항은 20137월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관한 변경 이후 없었다타미플루와 이상행동 사이의 의학적인 인과관계, 타미플루 복용 시 기저질환과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약품 관련 국민 보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타미플루 말고도 복용 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의심되는 약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수면유도제로 알려진 졸피뎀이 대표적이다.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시켜 진정 및 수면효과를 나타낸다. 효과가 빠르기 때문에 주로 취침 바로 직전에 투여한다. 약물 의존성과 오남용 위험이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있다.

졸피뎀은 20167SBS <그것이 알고 싶다>서 다루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방송에는 졸피뎀에 중독된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갑자기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다가 깨서 폭식을 하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였다. 새벽에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똑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거나 어린 자녀를 두고 새벽에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여성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과다·장기 복용
자살 시도까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약물 부작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의심받는 사람은 총 34명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58, 201613, 20178, 2018년 5명(상반기 기준)이다.

자살 시도를 하거나 자살 경향을 보인 사람은 더 많았다. 36개월 동안 약물 부작용으로 자살 경향을 보인 사람은 46명이었고,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은 50명이었다.

김 의원은 약물 부작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34명 중 특정 성분이 담긴 약물을 복용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다수 있다고 밝혔다. 뇌전증 치료, 간질 치료 등에 쓰이는 레비티라세탐은 2015년 해당 성분이 담긴 약물을 복용한 후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졸피뎀은 지난 36개월간 4명이, 뇌경색 환자 등에 쓰이는 실로스타졸은 3명이, 조현병 치료에 이용되는 향정신병약물인 클로자핀도 3명이 복용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 등과의 인과관계 여부와 관계없이 이상사례 의심 약물로 보고된 것으로, 해당 자료만으로 특정 제품에 의해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먹기만 하면 살이 쭉쭉 빠진다고 홍보하는 다이어트 약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30대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혐의로 붙잡혔다. 이 불로 집 내부와 집기류 등이 불에 타 45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불이 난 시간대가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등교 시간과 맞물려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불을 지른 여성은 수년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장기간 비만 치료제를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어트 약 대부분에 포함된 펜터민은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의학계 보고가 있다.

펜터민에는 중추신경계를 흥분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암페타민 계통의 유도체인 펜티메트라진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환청과 망상 등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실생활서 흔하게 접하는 감기약, 멀미약도 환자의 복용 상황, 건강 상태에 따라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서방형 제제의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는 몸 안에서 서서히 퍼져 진통 효과가 오래가도록 하는 정제 약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감기약, 진통제 등에 많이 쓰이는 성분이다.

수면제 다이어트 약 부작용으로
이상증세 나타날 가능성 있어

EC는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약이 유익한 면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고 봤다. 과다 복용이 쉬워 간 손상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도 국내 의약 전문가와 소비자 단체 등에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서방형 제제의 위험성을 알리는 서한을 배포했다. 서한에서는 복약 간격을 준수하고 소아와 성인의 복약량을 달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멀미약도 사용에 앞서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는 게 부작용을 줄이는 길이다. 특히 붙이는 멀미약의 경우 임산부는 사용해선 안 된다. 성인과 소아의 복용량 차이를 눈여겨 봐야 하고, 배뇨장애가 있는 사람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A양 사건으로 복약지도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타미플루 복용과 이상증세 발현 간의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200710대 미성년자에게 타미플루 사용을 금지했던 일본도 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자 올해 8월부터 투여 재개 방침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타미플루 처방 시 의사와 약사로부터 부작용에 대한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6일 부산 연제구청 보건소는 A양에게 타미플루를 조제해준 약국을 방문 조사했다. 이 과정서 이 약국 약사가 신경정신계 이상행동 같은 타미플루 부작용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A양 추락사와 관련해 타미플루를 조제해준 약국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부작용 설명 등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서다. 의사는 근거 규정이 없어 과태료 처분 대상서 빠졌다.
 

▲ 졸피뎀

약사법 24조에는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구두 또는 복약지도서로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해당 약국에는 과태료 30만원과 경고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의료법에도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 일부 의료행위에 한해 설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이를 어길 시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는다.

복지부 이제야
복약지도 강화

A양 사건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의사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빠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약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모든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의사협회와 약사회, 대한병원협회에 타미플루 처방·조제 시 환자 안내 요청공문을 긴급 발송했다. 그동안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이번 사건으로 확인한 셈이다. 복지부는 조만간 복약지도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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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