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되는’ 약 부작용 주의보

잘못 먹으면…어디 타미플루뿐일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든 약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약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약을 먹어도 사람에 따라 정반대의 반응이 나올 가능성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약을 복용하기 전에 부작용을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 이유다.
 

▲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최근 부산서 여중생이 추락사했다. 유가족은 숨진 학생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후 환각 증세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사고의 원인이 약물 부작용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타미플루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약 먹은 밤
뛰어내려 왜?

지난 22일 오전 6시경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있는 한 아파트 화단서 중학생 A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12층에 살고 있는 A양의 부모는 방문과 창문이 열려 있기에 아래를 내려다봤다가 딸이 추락한 모습을 보고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A양에 대해서는 특별한 외상 없이 고층 추락으로 인한 장기 손상으로 숨진 것 같다는 소견이 나왔다.

A양의 고모는 사고 이틀 뒤인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타미플루 의사가 처방 시 꼭 약 부작용 고지하게 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그는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이틀 전 죽은 중학교 1학년 A양 고모입니다. (A양은)오빠 가족이 10년 만에 얻은 하나밖에 없는 귀한 딸입니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저희가 원하는 건 타미플루 부작용을 식약청()서 일선 병원 의사·약사에게 의무사항으로 고지하게 만들어 A양처럼 의사·약사에게 한마디 주의사항도 듣지 못해 허망하게 가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A양은 사고 전날 학교 부학생회장에 당선돼 가족들과 기쁨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A양은 사고 전날 오후 10시쯤 타미플루를 두 번째 복용했고 자정쯤 방으로 향했다. 당시 A양은 물을 마시러 간다면서 주방이 아닌 다른 방으로 가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고 유가족은 주장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A양의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타미플루 복용 후기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후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는 등 이상증세가 나타났는데도 의사나 약사로부터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여기에 과거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타미플루 공포증이 번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타미플루의 안전성과 관련된 서한을 국내 의약 전문가와 소비자 단체 등에 배포했다. 식약처는 서한을 통해타미플루를 복용 중인 인플루엔자 환자들 중 주로 소아·청소년 환자서 경련과 섬망과 같은 신경정신계 이상반응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소아와 청소년 환자의 이상행동 발현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여중생 추락사, 타미플루 원인?
의사도 약사도 부작용 언급 없어

“10세 이상의 소아 환자에 있어서는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타미플루 복용 후에 이상행동이 발현하고 추락 등의 사고에 이른 사례가 있다이 때문에 보호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소아·청소년에게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타미플루에 의한 치료가 개시된 이후에 이상행동의 발현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리면서 자택서 요양하는 경우 적어도 2일간 보호자 등이 소아·청소년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094월 이후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타미플루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이와 동시에 타미플루 관련 이상반응 보고 건수도 증가했다. 국내에선 2016년 11세 남자아이가 타미플루 복용 후 이상증세로 21층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식약처는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을 지급했다. 앞서 2009년 경기 부천에선 역시 타미플루를 복용한 14세 남중생이 환청증세를 호소하면서 6층서 투신해 전신에 골절상을 입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타미플루 부작용 논란은 특히 일본서 불거졌다. 2004년 일본 기후현에선 한 고교생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맨발로 도로를 걸어 다니다가 대형 트럭에 뛰어들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5년에는 일본 아이치현의 남자 중학생이 타미플루를 먹고 9층 집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후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숨진 것으로 의심되는 120여명 중 80%에 이르는 사람이 20세 미만인 것으로 보고됐다. 이 때문에 10대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층서 환각이나 환청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2007년 타미플루 복용 안내문에 관련 경고 문구가 기재됐다.

일본서 먼저
이상반응 보고

미플루 부작용 신고 건수는 국내서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타미플루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1255건서 2016257건으로 5년 만에 5배가량 늘었다.

연도별로는 201255, 201366, 2014184, 2015209, 2016257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구토 215,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 170, 설사 105, 어지러움 56, 소화불량 44, 사망 3건이었다. 타미플루 관련 사망 사고는 2014년 이후 매년 1건씩 발생하고 있다. 사망 원인은 간기능 이상, 심장정지, 추락 등이었다.

성 의원은 “20157월 보건당국은 타미플루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타미플루 안전성과 관련된 정밀조사나 허가 변경 등 사후 조치는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미플루 관련 허가 변경 사항은 20137월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관한 변경 이후 없었다타미플루와 이상행동 사이의 의학적인 인과관계, 타미플루 복용 시 기저질환과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약품 관련 국민 보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타미플루 말고도 복용 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의심되는 약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수면유도제로 알려진 졸피뎀이 대표적이다.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시켜 진정 및 수면효과를 나타낸다. 효과가 빠르기 때문에 주로 취침 바로 직전에 투여한다. 약물 의존성과 오남용 위험이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있다.

졸피뎀은 20167SBS <그것이 알고 싶다>서 다루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방송에는 졸피뎀에 중독된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갑자기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다가 깨서 폭식을 하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였다. 새벽에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똑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거나 어린 자녀를 두고 새벽에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여성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과다·장기 복용
자살 시도까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약물 부작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의심받는 사람은 총 34명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58, 201613, 20178, 2018년 5명(상반기 기준)이다.

자살 시도를 하거나 자살 경향을 보인 사람은 더 많았다. 36개월 동안 약물 부작용으로 자살 경향을 보인 사람은 46명이었고,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은 50명이었다.

김 의원은 약물 부작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34명 중 특정 성분이 담긴 약물을 복용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다수 있다고 밝혔다. 뇌전증 치료, 간질 치료 등에 쓰이는 레비티라세탐은 2015년 해당 성분이 담긴 약물을 복용한 후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졸피뎀은 지난 36개월간 4명이, 뇌경색 환자 등에 쓰이는 실로스타졸은 3명이, 조현병 치료에 이용되는 향정신병약물인 클로자핀도 3명이 복용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 등과의 인과관계 여부와 관계없이 이상사례 의심 약물로 보고된 것으로, 해당 자료만으로 특정 제품에 의해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먹기만 하면 살이 쭉쭉 빠진다고 홍보하는 다이어트 약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30대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혐의로 붙잡혔다. 이 불로 집 내부와 집기류 등이 불에 타 45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불이 난 시간대가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등교 시간과 맞물려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불을 지른 여성은 수년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장기간 비만 치료제를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어트 약 대부분에 포함된 펜터민은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의학계 보고가 있다.

펜터민에는 중추신경계를 흥분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암페타민 계통의 유도체인 펜티메트라진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환청과 망상 등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실생활서 흔하게 접하는 감기약, 멀미약도 환자의 복용 상황, 건강 상태에 따라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서방형 제제의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는 몸 안에서 서서히 퍼져 진통 효과가 오래가도록 하는 정제 약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감기약, 진통제 등에 많이 쓰이는 성분이다.

수면제 다이어트 약 부작용으로
이상증세 나타날 가능성 있어

EC는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약이 유익한 면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고 봤다. 과다 복용이 쉬워 간 손상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도 국내 의약 전문가와 소비자 단체 등에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서방형 제제의 위험성을 알리는 서한을 배포했다. 서한에서는 복약 간격을 준수하고 소아와 성인의 복약량을 달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멀미약도 사용에 앞서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는 게 부작용을 줄이는 길이다. 특히 붙이는 멀미약의 경우 임산부는 사용해선 안 된다. 성인과 소아의 복용량 차이를 눈여겨 봐야 하고, 배뇨장애가 있는 사람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A양 사건으로 복약지도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타미플루 복용과 이상증세 발현 간의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200710대 미성년자에게 타미플루 사용을 금지했던 일본도 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자 올해 8월부터 투여 재개 방침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타미플루 처방 시 의사와 약사로부터 부작용에 대한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6일 부산 연제구청 보건소는 A양에게 타미플루를 조제해준 약국을 방문 조사했다. 이 과정서 이 약국 약사가 신경정신계 이상행동 같은 타미플루 부작용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A양 추락사와 관련해 타미플루를 조제해준 약국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부작용 설명 등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서다. 의사는 근거 규정이 없어 과태료 처분 대상서 빠졌다.
 

▲ 졸피뎀

약사법 24조에는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구두 또는 복약지도서로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해당 약국에는 과태료 30만원과 경고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의료법에도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 일부 의료행위에 한해 설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이를 어길 시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는다.

복지부 이제야
복약지도 강화

A양 사건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의사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빠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약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모든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의사협회와 약사회, 대한병원협회에 타미플루 처방·조제 시 환자 안내 요청공문을 긴급 발송했다. 그동안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이번 사건으로 확인한 셈이다. 복지부는 조만간 복약지도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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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극우 유튜버로 알려진 고성국씨도 전한길씨에 이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장 대표의 ‘국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7일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3대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모든 당원의 뜻을 물어 당명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비판 세례 국민의힘은 지난 9일부터 3일 동안 책임당원에게 당명 개정 찬반을 물었고, 책임당원 중 68.19%는 찬성 의사를 밝혔다. 새 당명은 당원 의견수렴과 국민 공모를 거쳐 결정한 후 당헌 개정 등 절차를 진행해 다음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당명을 내걸고 지방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장 대표가 당명 개정을 승부수로 제시한 것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사설을 통해 “당명 개정 추진도 맞는 말이지만, 국민의힘은 반복적으로 ‘미래로 가겠다’라고 약속한 후 실제로는 과거로 퇴행해 왔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엔 부정선거 음모론·합리성을 상실한 극단 세력에 휘둘려 안방을 내주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3일 자 사설을 통해 “당명 교체는 민심의 외면을 받는 원인을 뿌리부터 제거하는 과정의 일환이어야 설득력이 있다”며 “그 핵심은 시대착오적 불법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라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에 대해선 “장 대표가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나치게 잦은 당명 개정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문제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당명을 지나치게 자주 바꾸면, 국민이 정당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정당들에 대해선 “당명 개정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면피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장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유로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매개로 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 ▲장 대표 주변에 포진한 일부 윤 어게인 세력 등을 제시했다. 장 대표에 대해선 지난달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의 공개 지적 등 다양한 압박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도읍 전 정책위의장이 지난 5일 사퇴한 것에 대해서도 “장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항의성 사퇴를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장동혁 지도부가 2월 전후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을 제기한다. “장 대표가 물러난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설도 돌았다. 그러자 신 최고위원은 지난달 15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일종의 정치적 선동에 가깝고, 실질적으로 당 내부의 큰 흐름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언더 찐윤 성향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장 대표를 내보낸 후 경북 상주 출신이자 아나운서였던 신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부터?…보수신문 ‘사설 맹폭’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트럼프 벤치마킹?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돼 처음 국회에 입문했고, 지난 2024년 재선에 성공했다.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초선 의원으로 볼 수도 있다. 국민의힘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공간과 영향력이란 분석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장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언더 찐윤·친한(친 한동훈)계와 갈등하고 있고, 밖에선 주요 보수 신문까지 그에게 강한 압박을 넣고 있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에 영향력을 가진 토착 보수가 정치적으로 세력화한 집단이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등 행보로 인해 중도 보수 이미지가 강하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은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개편하는 것밖에 없다. ‘극우 유튜버’로 평가받는 고성국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고씨는 “제가 김재원 계보가 된 거냐”고 물었고, 김 최고위원은 “제가 고성국 계보가 된 것”이라고 화답했다. 고씨는 평소 ‘윤 어게인’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해 왔다. 고씨가 입당한 것을 놓고, <조선일보>는 지난 8일자 사설을 통해 “최근 입당한 극단 성향 유튜버가 당 지도부에 입성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는 이미 지난해 7월에 입당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배신자’ 구호를 외치면서 소란을 피웠고, “역설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외에서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했던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형을 구형받은 후 오는 30일 제1심 선고를 받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받아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혐의가 적용돼 지난 13일 구속됐다.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하던 ‘두 거목’이 구속됐기 때문에, 강경 보수층에게 정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극우 유튜버가 당내에 뿌리내리게 하면, 장 대표도 당내 거점을 만들 수 있다. 국민의힘에 거점을 만든 후 손·전 목사가 다시 활동하는 시기가 온다면, 장 대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무주공산 강경 보수 장 대표는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현실 정치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인의 댓글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34명은 지난해 2월 댓글 국적 표시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장 대표는 “과거 7년 동안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글을 6만5000개 이상을 올린 X(엑스)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 국민 64%는 댓글 작성자 국적 표기에 찬성한다”며 지난 9일 발표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국리서치 조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해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이 어떻게 91%나 나올 수 있겠느냐”며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우마오당 댓글 부대가 우리나라 여론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투표권이 있는 외국인이 14만명을 넘는 등 외국인이 투표권을 가져서 국민의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상호주의에 따라 외국인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69%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은 체류 자격 취득일 이후 3년이 지나고, 거주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등록대장에 오른 만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장 대표가 주장하는 데 관해 “더불어민주당의 친중 성향이 짙은 것 같다는 일부 보수층의 의심을 자극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장 대표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극우 영역을 국민의힘으로 이식해 입지를 굳혀 당을 장악한 후 상대를 공격할 프레임을 설정하는 등 일거양득 효과를 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할 수도 있다. 유럽 극우 정당은 대체로 자국민 우선주의 등 반이민 정서를 정치적 기반으로 구축했다. 이는 ▲프랑스의 국민연합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일본의 참정당 등이 갖는 뚜렷한 공통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불법 이민자의 밀입국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실질적으로는 미국·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기존 장벽을 더 높게 만들어 밀입국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물론 이 공약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은 우리가 짓고,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보수층의 표심을 얻었다. 양날의 검 극우 정치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극우 정치를 강하게 경계하는 기류가 있다. 극우 정치는 대중을 결집시키기 위한 강한 언어에 몰두한다. 우리나라의 극우 정치는 남북 분단이란 역사적 특성 때문에 강경한 일부 기독교 교단과 강하게 밀착돼있다. 아울러 일부 노년층 특유의 옛 관성에 의존하는 흔적이 남아있는 과도한 강경함은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갖게 한다. 강경 보수 특유의 키치도 다른 정치 집단에 거부감을 주는 데 한몫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쇼맨십을 토대로 미국 민주당에 반발하는 집단을 하나로 묶어 21세기 미국 극우 집단 MAGA 진영을 만들었고, 공화당을 장악했다. 일본에선 포퓰리스트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특유의 화술을 매개로 자유민주당 내 보수 방류의 장기 주도권 행사의 기틀을 세웠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2년 피살됐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놓은 보수 방류의 영향력은 ‘여자 아베’로 유명한 정치적 후계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는 데 밑바탕이 됐다. 극우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우리나라에도 극우 정치가 뿌리내릴 가능성을 시사한 사건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였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공격한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발생한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과 비슷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 인준을 막기 위해 의회를 무력으로 점거했다가 진압됐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가담자들은 2030 세대 남성이 많았다. 가담 정도가 지나쳐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66명 중 ▲20대 8명 ▲30대 21명 등 2030 남성은 총 29명(43.9%)였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2030세대 남성 중 보수를 지향하는 유권자들이 강경 보수·개혁 보수로 나뉘는 것을 외부로 보여준 결정적 사건이었다. 판단 기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다.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세대 남성은 서울서부지법 폭동에 참여하거나 지지했고, 비판하는 2030세대 남성 중 상당수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남은 선택지는 윤 전 대통령이 정계에서 사실상 사라진 현 시점에 정치적 무주공산인 강경 보수의 정치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청년 강경·노년층 묶는 맞춤형 세대포위론? 장 길들이려는 전…“이준석 연대 안 된다” 이들과 기존 반공 보수를 지향하는 노인 세대를 묶어 당내 맹주가 된다면, 장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전략으로 제시했던 세대포위론이 장 대표에게 맞춤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 대표의 구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엔 여러 의문이 남는다. 최근 그는 이 대표와의 연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정가에서 언급되는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에 대해,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란 표현에 대해선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엔 이 대표가 야당 대표 연석 회담을 제안했고, 장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 13일 만나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 및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비공개회의에선 민주당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 방안과 특검법 관련 양당 의원 연석회의 개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경 보수 내부에선 장 대표가 이 대표와의 연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이 개혁신당과 연대하면, 장 대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대표를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된다’는 말을 개인적으로 들었다”는 것을 들었다. 고씨도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장 대표는 ‘이 대표와 특검 연대만 하겠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역으로 장 대표에게 “통일교 특검 외엔 이 대표와 공조해선 안 된다”는 압박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한국 정치에선 과거와 다른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엔 특정 정치인의 팬덤이 결성돼 정치적 친위대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팬덤은 정치인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적대적 정치인에 대해선 집단 행동을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정치인을 능가하고 있다. 정치인이 팬덤을 제어할 수 있는 지도력·정치력을 갖춘 사례가 드물어지고 있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중을 선동할 수 있는 강한 쇼맨십을 가진 정치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 대표에겐 고씨·전씨와 같이 세를 모아줄 수 있는 ‘정치 무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보수의 김어준’일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 전 대표를 제명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정치 생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한 전 대표는 재심 청구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제명 결정 무효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불안한 동거 언제까지? 아울러 한 전 대표 제명이 확정되더라도, 국민의힘 내부엔 대구·경북 기득권을 안정적으로 누리기 위해 소극적 정치를 하는 언더 찐윤이 남아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내부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또 전씨·고씨 등 ‘정치 무당’과 언제까지 손을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씨는 이미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반대하는 등 장 대표를 길들이려고 하고 있다. 장 대표의 ‘국민의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첩첩산중이다.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은 시작일 뿐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