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목숨 끊는 경찰들 ‘왜?’

흔들리는 민중의 지팡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찰이 늘고 있다. 근무 중에 순직하는 경찰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찰의 수가 더 많을 정도다. 대민 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은 대부분 강인한 이미지로 인식된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국민들이 제일 먼저 찾는 게 바로 경찰이다. 그런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등지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847분경 강원 양구군 양구읍 인근 야산서 양구경찰서 소속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가족들은 사건 당일 오전 집을 나선 A씨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귀가하지 않자 실종신고를 냈고, 경찰은 곧바로 수색에 나섰다.

올해 정년퇴임을 앞둔 A씨는 사건 당일부터 휴가를 낸 상태였다. 경찰은 “A씨가 최근 말수가 크게 줄었고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유족의 진술로 미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두고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고 있다.

궁지 몰린 경찰

지난 9월 음주운전 사고를 낸 후 고민하던 40대 현직 경찰관이 실종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 달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2일 오후 달성군 다사읍 한 경로당 옥상서 달성경찰서 소속 B씨가 흉기에 찔린 상태로 숨져 있는 것을 동료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그가 스스로를 흉기로 찔러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B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고 수색을 펼쳐왔다. B씨는 실종 전 출근길에 음주운전 도중 교통사고로 조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사라졌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앞서 8월에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됐다. C씨가 이날 오전 출근을 하지 않자 동료 경찰관들이 자택을 찾았고, 쓰러져 있는 C씨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의 자택에선 자필로 추정되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도 함께 나왔다.

유서에는 6개월가량 함께 근무한 전임 근무지 팀장과의 관계가 힘들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팀장과 다툼이 있었고 폭행도 당했다는 말도 포함됐다. 경찰 조사 결과 C씨는 해당 팀장을 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이후 경찰청에 진정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월 경기수원남부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 가해자로 지목된 상관과 동료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상관은 폭행 혐의를, 동료는 팀원들이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서 C씨를 두고 팀 분위기를 흐린다는 등의 글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상급기관의 감찰 조사를 받아온 충북 충주경찰서 소속 여경 D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도 있다. 사건 조사 과정서 동료 경찰관의 음해성 투서가 발단이 됐고, 이로 인한 강압적인 감찰이 D씨를 궁지로 내몰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년에 22명 …순직보다 많은 극단적 선택
인천서 한 달 3명 신병 비관·우울증 원인

동료 경찰관은 D씨와 같은 경찰서 내 청문감사관실에 근무하면서 세 차례에 걸쳐 음해성 투서를 보냈다. 갑질과 상습지각 등의 근무태도와 당직 면제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경찰청 수사 결과 투서 내용은 대부분 과장됐거나 사실무근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D씨의 상사는 투서 내용을 토대로 자백을 강요하는 등 무리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음해성 투서를 작성한 D씨의 동료 경찰관은 무고 혐의, 감찰을 했던 D씨의 상사는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받았다. 이후 청주지법 충주지원은 지난 11월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D씨의 동료 경찰관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도주 우려 및 범죄의 중대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20164월 부산에서는 경찰관과 아들이 숨진 채로 발견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기장군 기장경찰서 소속 E씨는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 다운증후군을 앓아 부산 모 특수학교에 다니던 그의 아들은 거실서 이불을 덮고 반듯하게 누운 채 목이 졸려 사망한 상태였다.

E씨는 장애 아들을 위해서는 열심히 살고 싶은데 너무 힘들다. 너무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와 문자메시지를 가족과 지인에게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E씨가 사건 당일 오전 매제와 동료에게 집에 와달라며 출입문 비밀번호가 적힌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으로 미뤄 아들을 먼저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한 지역서 한 달 만에 경찰 셋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인천서만 3명의 경찰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부상과 스트레스 우울증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F씨는 인천대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처리하다가 크게 다쳐 재활치료 도중 병원 주차장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인천 연수경찰서 소속 G씨는 인근 야산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천 남동경찰서 소속 H씨는 딸의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38구경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2년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주민 인천경찰청장은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정신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직원이 있다면 언제든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전문기관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상담 치료 등 정신적 지원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은 총 97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순직한 경찰관 61명보다 많다.

한 해 평균 22명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원인으로는 직장 문제, 정신 건강, 가정 불화 등이 꼽혔다. 극단적 선택은 질병과 더불어 경찰 사망 원인 1, 2위를 다툰다. 그럼에도 상담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자살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2014년에는 상담과 치료를 지원하기 위한 마음동행센터(구 경찰 트라우마센터)를 개소했다. 경찰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고 직무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신 케어 필요


하지만 마음동행센터는 전국 17개 지역 중 9개 지역에만 있다. 그 사이 상담센터를 이용한 경찰관은 7766명에 달한다. 지난해 설립된 경찰병원과 경기남부 지역을 제외한 상담센터에 상근하는 전담 상담사는 1명으로 혼자 매년 경찰 500여명의 상담·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 의원은 경찰 공무원 수는 매해 늘어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찰관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치료가 필요한 경찰관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상담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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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