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5색’ 기해년 현안

‘산 넘어 산’ 올해도 싸우다 끝낼 거요?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새해를 바라보는 5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각 정당이 처한 난국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처리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5당 각각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더 나은 한 해를 기대하고 있다. 기해년을 맞아 이들이 풀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이 있을까.
 

 

20대 국회의 2018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였다. 올 한 해 국회는 꽤나 시끄러웠다. 원내 5당을 둘러싼 정치적 사건·사고들이 한몫했다. 해당 사안들은 앞으로도 각 정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5당 각각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는 까닭이다.

집안 단속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2019년은 ‘집안 단속’으로 시작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지난 6·13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서 대구와 경북 그리고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 깃발을 꽂았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서도 크게 승리했다. 민주당은 기초단체 226곳 가운데 151곳서 당선인을 배출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중간평가는 후한 점수를 받았다. 당시 민주당의 지지율은 50%를 훌쩍 넘겼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집권 20년론’은 당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그 기세는 최근 들어 한풀 꺾였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어느덧 40% 아래로 추락했다. 집권 여당인 까닭에 문재인 대통령을 둘러싼 악재가 작용한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당내 인사들의 파문은 결정적이었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범계·김정호 의원 등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관통하면서 여론의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이 지사를 향한 의혹은 오는 1월 말에 열리는 ‘친형 강제입원 혐의’와 관련된 재판으로 수렴하는 모양새다. 배우 김부선과의 스캔들은 고소 취하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이 지사는 이 과정서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언급해 논란을 야기했다. 민주당 내부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론도 ‘진흙탕 싸움’을 지적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은 김소연 대전 시의원의 폭로로 야당과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의 전략공천으로 김 의원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시의원에 당선됐다. 김 의원은 당선 이후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박 의원 측근들의 불법 정치자금 요구 정황을 폭로했고 박 의원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은 박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죄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지만 검찰은 지난 12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오히려 민주당은 김 의원을 닷새 뒤 제명 처리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사건과 관련된 전문학 전 대전시의원을 ‘혐의 없음’으로 처리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이 전 전 의원에 대한 구속 수사 결정을 내리자 그를 제명했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는 물론 정치권서도 모순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 소속 정치인 잇단 논란에 촉각
한국, 계파·복당·태극기 등 과제 산적

최근 발생한 ‘공항 갑질’ 논란의 주인공도 민주당 소속의 김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공항 내 신분확인 절차 과정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거짓 해명 논란에 이어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갑질은 내가 당했다”며 당시 근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을 보였던 그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소속 정치인들의 연이은 논란은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공교롭게도 논란의 주인공들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당선된 인사들이다. 공항 갑질 논란의 당사자인 김 의원은 지난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당선됐다.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국면을 타개하고, 후반기 국정 동력을 좌우하는 총선 결과를 위해 본격적인 집안 단속에 나설 공산이 크다.

지지율 제고를 위한 당 차원의 대책도 강구될 전망이다. 최근 민주당은 경제악화로 등 돌린 민심을 다시 붙잡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은 현장 목소리를 중심으로 민생 경제 정책을 세우고자 ‘청책투어’에 나섰다. 민심 이반이 확장되는 것에 경각심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은 핵심 지지층을 다잡는 데에도 힘쓸 예정이다. 특히 민주당은 노동계와의 갈등을 풀기 위해 적극적인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탄력근로제 등으로 노동계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홍영표 원내대표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민주당과 노동계의 갈등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민주당 박주민·이수진 최고위원과 을지로위원회 박홍근 위원장은 굴뚝 위에서 농성을 벌인 민주노총 소속 파인텍 노동자들을 만났다.

갈등 봉합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최대 과제는 ‘계파 갈등 봉합’으로 꼽힌다. 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체제로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 현역 의원 21명을 ‘물갈이’하면서 1차 인적쇄신을 마무리했다. 인적쇄신에 대한 평가가 난무하는 상황서 시선은 자연스레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다.

차기 총선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당 대표가 누가 되는지에 따라 한국당의 해묵은 계파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은 계파주의를 ‘한국당의 병’이라 지적했지만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의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국당 전대는 곧 계파 갈등 해소와 심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친박계 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 26일 비대위·중진연석회의서 “얼마 전 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모 잡지와의 인터뷰서 친박당을 없애버릴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며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이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김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하였다’ ‘신하 대접을 받았다’는 김 의원이 대통령을 ‘가시나’라고 불렀으면서 대통령 대접을 했느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말하라면 수많은 사건을 말할 수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올해가 지난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대가 다가올수록 당내 영향력 확보를 위해 두 계파의 갈등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차기 당 대표의 선출에 따라 계파 갈등은 ‘교통정리’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이탈자들의 복당 역시 지나치기 어렵다. 한국당 전대 전후를 기점으로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한국당 내 친박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때 ‘당을 버렸던 사람들’이란 이유에서다. 이들의 복귀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태극기 부대의 수용 여부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당 내에선 태극기 부대를 두고 이견이 맞서고 있다. 한국당 오세훈 국가미래비전 특별위원장은 복당 기자회견서 “태극기 부대의 충정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박계 인사인 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극단적 주장은 배척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물론 태극기 부대서도 한국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일각에선 김무성·정진석·권성동·김성태 의원과 바미당 유승민·이혜훈·하태경 의원을 ‘탄핵 7적’이라 칭하는 등 노골적으로 비박계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시위 과정서 해당 의원들의 사진에 낙서를 하며 처단식을 거행하고,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탈 저지
바른미래당

바미당은 한국당 이학재 의원(전 바미당 의원)의 탈당 이후 소속 의원들의 이탈을 막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의원을 비롯해 신용한 전 바미당 충북지사 후보와 전·현직 국회의원과 기초의원 등이 짐을 쌌다. 이 의원의 탈당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지느냐에 따라 바미당의 향배가 좌우될 전망이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26일 “바미당을 창당한 그 뜻을 우리 당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며 호소했다. 이외에도 바미당은 고질적인 ‘당내 화학적 결합’ 문제를 봉합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바미당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도 공식화됐다. 바미당은 손 대표 체제 이후에도 지지율에 변화가 없다. 이를 두고 일찌감치 바미당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바미, 이탈자 막고 평화·외연 넓히고
정의, ‘포스트 노회찬’ 발굴로 도약?

바미당 권오을 경북도당 위원장은 지난 11월25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열린 전·현직 지역위원장 모임에 참석해 “내년 3월까지 당 지지율이 15%를 넘지 못하면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리엔 손 대표와 오신환 사무총장, 권은희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전·현직 지역위원장 150여명이 참석했다. 바미당의 지지율은 한 차례를 제외하고 10%를 넘은 적이 없다.

손 대표의 단식 이후에도 선거제 개편이 불투명한 점 역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을 흔들고 있다. 바미당은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걸었지만 연일 험로를 걷고 있다.

일각에선 흔들리는 당을 바로잡기 위한 처방으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복귀를 기대한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여러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서 당내 구심점이 될 만한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재 잡기
민주평화당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호남 정당서 외연을 확장해 저조한 지지율을 타개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미미한 성과를 보였다. 평화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서 한 곳도 차지하지 못했고, 기초단체장 5석을 얻는 데 그쳤다. 5석도 모두 호남지역이었다. 평화당은 선거 과정서 ‘인재난’을 겪기도 했다. 평화당은 선거 결과에 대해 창당 이후 4개월 만의 지방선거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의 존재감은 최근까지도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평화당 지지율은 5개 정당 중 가장 낮다. 1%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던 평화당은 최근까지 5% 내외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평화당 관계자는 “총선 이후 당이 어떻게 될지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정동영(민주평화당, 사진 왼쪽)·이정미(정의당) 대표

평화당은 창당 이후 이렇다 할 국정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 다만 정동영 대표가 취임 이후 선거제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평화당은 당력을 총 집중할 전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선거제도에 비해 소수 정당에 유리할 뿐 아니라 평화당의 존재감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선거제 개혁이 이뤄진다면 평화당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혁은 야3당의 공조 아래 진행되고 있지만 평화당은 가장 적극적으로 선거제 개혁을 주창한 정당으로 꼽힌다. 평화당은 정 대표 취임 이후 선거제도 공동개혁 상황실 설치에 앞장서는 등 선거제 개편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수혈 급한
정의당

정의당은 총선 전까지 진보 진영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피를 수혈하기 위해 애쓸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올해 고 노회찬 전 의원을 떠나보냈다. 고 노 전 의원의 작고로 정의당은 큰 슬픔에 휘청거리는 듯했지만 오히려 똘똘 뭉치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정의당은 한때 창당 이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최근까지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의당은 바미당, 평화당과 함께 선거제 개혁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공식 논의 기구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심상정 의원이라는 점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다. 이정미 대표는 단식 이후 일궈낸 여야 합의를 어떻게든 지켜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혁의 골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며 민주당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근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민주당의 향후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정의당은 다가오는 총선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고삐를 당길 전망이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에 이어 지지율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기 총선서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정의당은 간판 정치인이었던 고 노 전 의원을 떠나보냈지만 이른바 ‘포스트 노회찬’을 발굴하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고 노 전 의원의 별세 이후 설립된 ‘노회찬 재단’을 정치학교 형태로 설립, 진보정치 후계자를 양성할 예정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5당 지지율은?

최근 5당의 지지율은 민주당, 한국당, 정의당, 그리고 바미당과 평화당 순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4일과 26일 이틀간 조사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36.3%로 1위를 기록했지만 전주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한국당은 전주 대비 0.2%포인트 오른 25.6%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정의당 8.6%, 바미당 8.2%, 평화당 2.3% 순이었다.

정의당과 바미당은 각각 전주 대비 0.5%포인트, 2.6%포인트 상승했으며 평화당은 전주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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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