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박물관 여행 ⑤밀양 한천박물관

한천과 함께 건강한 시간을 나누다

▲ 한천박물관 내 체험관에서 한천을 맛보는 어린이

천은 몸에 이롭고 다이어트에도 좋은 건강식품이다. 우뭇가사리를 이용해 우무를 만들어 건조한 것이 바로 한천이다. 양갱이나 젤리 등에 들어가는 재료로 생각하면 쉽다. 밀양시 산내면에는 한천을 주제로 한 한천박물관이 있다. 한천체험관과 함께 들어선 박물관에는 한천의 유래와 역사, 제조 과정, 효능 등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다.
 

▲ 한천박물관 내부 전경

한천박물관은 1층 460㎡ 규모로 작지만 알찬 공간이다. 한천은 식이섬유가 많아 건강식품이자 다이어트 식품으로 잘 알려졌지만,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천박물관에 가면 한천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해소할 수 있다. 박물관 입구에는 우뭇가사리를 세척하는 데 쓰는 세척기, 우뭇가사리를 삶을 때 쓰는 자숙용 가마솥 등이 전시되어 있다.
 

▲ 채취한 우뭇가사리와 건조 과정을 거쳐 붉게 변한 우뭇가사리(오른쪽)

만드는 데 1년

한천에 대해 알려면 원재료인 우뭇가사리부터 알아야 한다. 우뭇가사리를 이용해 만드는 우무는 1300여년 전 중국에서 전파됐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기호식품으로 많이 애용했다. 우무로 한천을 만든 것은 일본이다. 360여년 전에 차가운 바깥에 내놓은 우무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다 바짝 마른 것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이것이 바로 한천이다. 처음에는 ‘우무 말린 것’이라 부르다가, 한 스님이 맛을 보고 ‘추운 겨울날 하늘의 차가운 기운으로 만든 것’이란 뜻으로 한천(寒天)이라 했다.
 

▲ 밀양한천테마파크 옆 너른 논에 마련된 우무 건조장

한천은 일부 공정을 제외하면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하며 만드는 데 꼬박 1년이 걸린다. 첫 과정은 5월부터 시작되는데 우뭇가사리의 채취와 건조가 그 시작이다. 8월이면 건조시킨 우뭇가사리를 밀양으로 옮긴다. 그다음은 우뭇가사리를 세척하고 가마솥에 삶아 우무를 만든다. 우무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너른 논에 마련된 건조장에서 20여일 동안 얼었다 녹았다 하며 바짝 마르는데, 이것이 한천이다. 
 

▲ 한천으로 만든 면발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우뭇가사리는 바다에서 나는데 왜 한천은 밀양의 첩첩산골에서 만들까? 밀양이 한천을 만드는 천혜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밀양한천테마파크가 위치한 산내면은 지명 그대로 산 안쪽에 자리 잡았다. 너른 분지를 가로막은 재약산, 운문산, 가지산 등 1000m가 넘는 산이 제법 기세등등하게 에워싼다. 산이 많으니 그만큼 일교차가 크다. 우무는 황태를 만드는 과정과 같아서 일교차가 큰 곳에서 얼었다 녹았다 해야 한다. 한천은 -5℃ 이하와 5℃ 이상이 유지돼야 하는데, 이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산내면이다.
 

▲ 한천체험관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

한천박물관 내에 있는 한천체험관에서는 한천을 이용한 먹거리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과일젤리와 구슬양갱 만들기, 창의력 양갱 만들기가 대표적이다. 한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한천에 물을 넣어 다시 우무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우무를 맛보기도 한다. 과일젤리 만들기는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인 뒤 선택한 한천 가루를 넣고 젓는다. 과일을 먹기 좋게 잘라 컵에 넣고 식힌 한천 물을 부으면 된다. 구슬양갱 만들기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창의력 양갱 만들기는 천연색소로 색을 낸 슬라이스 양갱을 모양틀로 자른 뒤 큰 슬라이스 양갱에 붙여 완성한다. 체험이 끝나면 수료증과 체험할 때 촬영한 사진을 기념품으로 준다.
 

▲ ‘한천명가’에서 판매하는 한천 가공식품

한천에 대해 배우고 체험했으니 이제 한천을 직접 맛볼 차례다. 한천박물관 건너편 1층에는 한천 제품을 판매하는 ‘한천명가’가 있고, 2층에는 한천레스토랑 ‘마중’이 있다. 한천명가에서는 직접 생산한 한천을 비롯해 양갱, 젤리 등 한천 가공식품을 판매한다. 마중에서는 한천 샐러드를 곁들인 돈가스, 한천을 넣은 비빔밥, 한천이 들어간 라멘 등 건강한 음식을 낸다. 커다란 창으로 넓은 논이 내려다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우무 건조장이다. 12월부터 겨우내 우무를 건조해 한천을 만들기 때문에 겨울철 밀양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한천박물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연중무휴)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 표충사 경내

식이섬유 많고 다이어트에 좋은 건강식
한천의 역사·제조 과정·효능 등 전시

신라 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 ‘표충사’도 가볼 만한 곳이다. 죽림사로 창건해 영정사를 거쳐 조선시대에 표충사가 됐다. 쇠락한 절집에 임진왜란 때 활약한 서산대사, 사명대사, 기허당의 위패를 모신 표충서원이 옮겨오면서 이름도 표충사로 바뀌었다. 불교와 유교가 공존하는 절집으로, 표충사 너머 천황산과 재약산의 풍경이 어우러진다. 밀양한천테마파크에서 표충사로 가는 길에 석골사,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 시례호박소 등도 둘러보자.
 

▲ 밀양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밀양 월연대 일원(명승 87호)

밀양 시내로 들어가다 보면 밀양강과 단장천이 만나는 지점에 월연정이 있다. 조선 중종 때 월연 이태가 관직을 버리고 낙향해 머무른 곳이다. 석축을 쌓고 자연 암반에 건물을 올렸다. 월연정으로 가는 짧은 길은 벼룻길을 따라 이어진 숲이 인상적이다. 밀양팔경 중 하나이며, 지난 2012년 밀양 월연대 일원이 명승 87호로 지정됐다. 월연정 입구에는 정우성이 주연한 영화 〈똥개〉를 촬영한 월연터널이 있다.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사용한 터널로 경부선이 이설되면서 일반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 영남루는 좌우로 능파당과 침류각이 계단식 지붕인 월랑으로 이어진다.

월연정을 휘감아 흐르는 밀양강은 밀양 읍내에 이르러 다시 한 굽이 휘감고 지난다. 밀양강이 감입곡류 하는 높은 절벽 위에 밀양 영남루(보물 147호)가 있다.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꼽힌다. 규모가 제법 크고 좌우로 능파당과 침류각이 월랑(계단식 지붕)으로 이어져 웅장하고 아름답다. 능파당의 계단을 이용해 영남루에 오르면 밀양강과 주변 풍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천진궁, 아랑각과 아랑유지비, 무봉사, 박시춘 선생의 옛집과 아동산을 끼고 쌓은 밀양읍성도 만날 수 있다. 영남루 북쪽에 자리한 밀양 관아지, 밀양독립운동기념관과 밀양화석전시관이 있는 밀양시립박물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 의열기념관 앞으로 흐르는 해천을 따라 조성된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

영남루 인근에 위치한 의열기념관은 약산 김원봉, 석정 윤세주 등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담은 곳이다. 2015 년 개봉한 영화 〈암살〉에서 약산 김원봉이 재조명된 후 문을 열었다. 김원봉의 생가 터에 마련된 2층 공간에 ‘의로운 일을 맹렬히 행한’ 의열단과 그들의 행적을 꼼꼼히 전시한다. 의열기념관 앞으로 해천이 흐른다. 해천은 조선 성종 때 외부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밀양읍성의 해자다. 해천을 따라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가 조성돼 영남루부터 밀양아리랑시장을 거쳐 의열기념관까지 둘러보기 좋다.
 

▲ 영화 〈밀양〉을 촬영한 준피아노학원 세트장이 카페 ‘밀양’으로 바뀌었다.

영화 촬영지 추억

밀양시는 배우 전도연을 ‘칸의 여왕’ 반열에 올려놓은 영화 〈밀양〉의 고장이다. 준피아노학원 세트장은 카페 ‘밀양’으로 바뀌어 〈밀양〉을 추억하는 여행자들이 쉬었다 가는 공간이 됐다. 영화의 스틸사진, 작품에 등장한 오르간도 있다. 커피, 주스, 커피콩빵 등 먹거리와 경남밀양지역자활센터에서 만든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토요일 정오~오후 6시) 영업하며, 일요일은 휴무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표충사→한천박물관→월연정→의열기념관→영남루→카페 밀양(영화 〈밀양〉 촬영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표충사→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한천박물관 
둘째 날: 월연정, 월연터널(영화 〈똥개〉 촬영지)→밀양시립박물관→의열기념관,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 산책→밀양아리랑시장→영남루→카페 밀양(영화 〈밀양〉 촬영지)→만어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밀양시문화관광 http://tour.miryang.go.kr
- 한천박물관(밀양한천테마파크) www.miryangagaragar.com
- 표충사 www.pyochungsa.or.kr
- 의열기념관 www. euiyeol815.or.kr  

문의 전화
- 밀양시청 문화관광과 055)359-5646
- 밀양종합관광안내소 055)356-1355
- 한천박물관(밀양한천테마파크) 1577-6526
- 표충사 055)352-1150
- 의열기념관 055) 351-0815
- 월연정(밀양시청 문화관광과) 055)359-5639
- 카페 밀양 055)353-986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밀양,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회(08:10〜18:30) 운행, 약 4시간 소요.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얼음골행 버스 하루 12회 운행, 송백 정류장 하차. 한천박물관까지 도보 약 60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밀양시외버스터미널 1688-6007
기차: 서울역-밀양역, KTX 하루 15~19회(05:05~22:10)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밀양역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얼음골행 버스 이용, 송백 정류장 하차. 한천박물관까지 도보 약 600m. 
*문의: 레츠코레일 1588-7788, www.letskorail.com

자가 운전
밀양IC교차로에서 울산 방면 국도24호선 오른쪽, 14km 직진→임고교차로에서 산내면 방면 오른쪽→산내로→산내면사무소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봉의교 건너 우회전→한천박물관(밀양한천테마파크)   

숙박 정보
- 향우당: 산내면 산내야촌1길, 010-4902-7216, https://hanok1900.modoo.at
- 밀양관광호텔: 밀양시 가곡7길, 055)356-3882
- 참좋은펜션: 밀양시 표충로, 055)351-0071, http://참좋은팬션.com
- 오솔레미오카페&게스트하우스: 산외면 밀양대로, 010-4441-3336, https://site.onda.me/34436

식당 정보
- 한천레스토랑 마중(한천야채비빔밥): 산내면 봉의로(밀양한천테마파크 내), 055) 354-2157
- 단골집(돼지국밥): 밀양시 상설시장3길, 055)354-7980
- 행랑채(비빔밥): 산외면 산외로, 055)352-8927
- 에르모사(스파게티·피자): 장면 표충로, 055)352-8188
- 항아리(항아리수제비): 상동면 안인로, 055)355-1577
- 입소문맷돌순두부(삼색두부버섯전골): 단장면 시전2길, 055)353-7703

주변 볼거리
시례호박소, 사명대사유적지, 표충비, 추원재, 미리벌민속박물관, 석골사, 얼음골축음기소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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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